아티스트(바이올린)/^^기돈 크레머

이자이/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 & 4번 Op. 27/3~4 - 기돈 크레머, 바이올린

로만짜 2014. 6. 9. 01:00

 

 

 

 

  

 

 
 
 
    

Eugene Ysaye (1858~1931)
6 Sonatas for Violin Solo No. 4 in
E minor,
Op. 27 (Dedicated to Fritz Kreisler)

 

 

  1. Allemanda - 
                                Lento maestoso (05'25")

  2. Sarabande -
                                Quasi lento (03'17")

  3. Finale - 
                                Presto ma non troppo (02'16")

 
 
6 Sonatas for Violin Solo No. 3 in D minor,
Op. 27
(Dedicated to Georges Enescu)

 

  Ballades;
                           Lento molto sostenuto (06'16")

 

   

3번 ~ 4번순으로 연속듣기 
 
Gidon Kremer, violin
Recorded : 1977
Western Germany : Melodia/Eurodisc
   
  
George Enescu(Dinu Lipatti's Godfather) & Dinu Lipati-child
    
가장 먼저 말해야 할 것은 그의 강렬한 톤이다.
이자이 이전의 어느 누구도 그만큼 현대적인 의미에서
톤의 강렬함과 지속성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음악학자 마르크 팽슈를(Marc Pincherle)은
“이자이 그는 순수하면서도 고도로 진화된 사운드와 놀라울 정도로
빛나는 광채의 톤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곧 20세기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프랑수와 뚜르뜨(Francois Tourte)의 혁명적인 활의 진보를 백그라운드로
파가니니가 열어 놓은 기교의 고속도로를 따라
제2,혹은 제3의 파가니니가 되기 위해 고난이도의 중음기법과
극도로 과감한 데망셰·바리오라쥐·그랑 데타세 등을 피나게 연습해야만 했던
1830년대 이후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그들에게 부여된
과중한 테크닉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전 세대에 걸쳐서 이러한 경향들은 넓게 퍼져 나아갔다.

베를린의 요아힘 일파들만이 독자적인 자신들의 길을 걸어갔을 뿐,
절대 다수의 연주가들은 파가니니 쇼크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동시대의 사라사테가 조막만한 손으로 힘겹게
플라잉 스타카토(flying staccato)를 연마할 때,
이자이는 떡두꺼비만한 손으로 너무나도 가볍게 테크닉의
모든 난점들을 마스터했다. 아마도 그는 고민했을 것이다.
    

파가니니마저 성취하지 못했던 ‘연속 슬러 스타카토’를 정복한
비에니아프스키의 조언 또한 이자이가 톤의 강렬함이라는
전대미문의 필살기(必殺技)를 창출하게 만들었던 요인으로 짐작된다.
파가니니와 비에니아프스키의 전례가 입증하듯이
테크닉의 정복은 모든 세대의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하나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이자이가 활동하던 19세기 말에는 음악 비평가들이
연주자들에게 연주기교 이상의 음악적 표현방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파가니니의 협주곡을 잘 연주하더라도
베토벤과 브람스의 협주곡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일류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남은 것은 테크닉 그 자체가 아니라
장엄하고 강렬한 톤이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입증한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는 영향력의 소유자가
이자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포스트 이자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연주가인
프리츠 크라이슬러는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 중에
나의 우상은 요아힘도 사라사테도 아닌 바로 외젠느 이자이였다”고 말하였고,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칼 플레쉬(Carl Flesch,1873-1944)마저도 “내 일생을 통해 들었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 중에서도 이자이가 가장 훌륭한 연주가였다”는 증언을 남기고 있다.
    
3번은 단악장으로써 이자이의 연주와 가장 가깝다고 묘사되던
루마니아의 빼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작곡가인 조르주 에네스쿠에게 바쳐졌다.
그는 나중에 메뉴힌(Menuhin)의 선생이 되기도 하는 등
20세기 바이올린 연주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다.

4번은 전설적 바이올린의 명인 크라이슬러에게 헌정되었다.
이 번호는 유일한 조곡 형식으로 알라망드, 사라방드 등 춤곡의 제목이 붙어 있다.
이 곡에는 크라이슬러가 즐겨 구사했던 레시타티브와 스케르초 적 분위기
그리고 부드럽고 서정적 패시지 워크도 들어있으나 비니압스키와
파가니니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난해함과 현란함도 상당 부분 들어있다.

기돈 크레머의 연주(Melodiya)는 텍스트를 낱낱이 분해하는
과정 속에서 피부 위로 돋는 소름의 느낌을 선사하는데,
그의 귀기서린 스트로크는 이 곡의 정체성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여기에는 호프만(E.T.A. Hoffman)적 환상과
존재의 불협화음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 음반에는 아직 20대의 젊은 크레머가 팽팽한 긴장감과
그로테스크함을 넘어 존재하는 의식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크레머의 음색은 아주 차갑지만,그 차가움의 이면에
존재하는 은근한 열기를 표현할 줄 알기 때문이다.
- 출처: 김효진(음악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