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urice Ravel (1875 ~ 1937) Le Tombeau de Coupe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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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on Francois, piano Recorded in 1958
라벨의 피아노 솔로를 위한 마지막 작품인 쿠프랭의 무덤은 1917년 작곡가가 서거하기 20년 전에 출판되었고 1919년 마르그리트 롱에 의해 초연되었다.
이 모음곡은 프랑스의 위대한 바로크 작곡가인 프랑수아 쿠프랭의 모음곡 형식인 오르드르(Ordre)에 대한 오마쥬이자 18세기 프랑스 음악에 대한 경의를 표한 작품으로서 프렐류드, 푸가, 포를랑, 리고동, 미뉴엣, 토카타와 같은 고전적인 무곡과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로움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예리한 자아성찰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간결하지만 그 안에 완벽한 내적 완결성과 리듬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담고 있는 걸작이다.
라벨은 이 마지막 피아노 솔로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피아노 미학에 대한 굳은 신념과 더불어 신고전주의에 대한 관점 및 참담했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내면에 대한 반영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이 작품 대부분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인 1915년경에 스케치되었지만 라벨이 자원입대를 한 탓에 전쟁이 끝난 뒤에야 완성되었다. 여섯 곡으로 구성된 쿠프랭의 무덤은 전장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각각 헌정되었는데, 악보의 첫 페이지에 라벨은 전쟁으로 희생된 그들에 대한 헌사를 적어놓았다.
또한 작품이 출판된 1917년에는 라벨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는데, 작곡가는 이 충격에서 평생토록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아마도 이 작품에서 배어나오는 ‘무덤’이라는 명제는 선배 작곡가들, 전장의 동료, 어머니를 포함하여 라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프랑스인들에 대한 추모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알프레드 코르토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그 어떠한 영광스러운 기념물도 명료한 동시에 유연함을 머금고 있는 이 빛나는 멜로디와 리듬들보다 프랑스에 대한 추억에 더 높은 경의를 표할 수 없다. 우리(프랑스)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실로 완벽한 표현이다.”
높은 인기를 얻었던 이 쿠프랭의 무덤은 1919년 작곡가 자신이 푸가와 토카타를 제외한 나머지 네 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여섯 가지 색을 띤 선율 제 1곡: 프렐류드(Prelude) 첫 곡은 전주곡으로서 섬세한 무궁동이며 극도로 평탄한 터치와 템포를 요구한다. 서정적인 터치들이 16분음표들을 거품처럼 방울방울 솟아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제 2곡: 푸가(Fugue) 그다음 곡은 수수께끼와도 같은 푸가다. 라벨이 화성법에서 벗어나 작곡한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3분여의 짧은 곡이지만 3성부로 구성된 이 푸가에서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바로크적인 분위기와 라벨 특유의 감수성을 동시에 표현해내기란 대단히 어렵다.
라벨은 이 작품을 초연한 마르그리트 롱에게 이 푸가를 틀리지 않고 외워서 잘 연주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단순해 보이지만 표현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이 푸가의 마지막 부분은 태엽식 뮤직 박스가 작동을 멈추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평소 정교한 기계제품에 열광했던 라벨의 성격을 반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작곡가 특유의 무균질적인 결벽증과 옛 양식에 대한 탐미적인 현대화를 통해 상상 그 이상의 세계를 반영하는 듯한 이 푸가는 연약하지만 강렬한 흡인력을 발산한다.
제 3곡: 포를랑(Forlane) 포를랑은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무곡(Frioule)으로서 그 생동감 넘치는 리듬 때문에 교회로부터 금지 당하기도 했다. 라벨이 살던 당시에 포를랑은 탱고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무곡으로 널리 퍼졌던 만큼 쿠프랭의 무덤에 바치는 새로운 시대의 무곡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한 만큼 연주 시간도 여섯 작품 가운데 가장 길다.
첫 주제에 등장하는 연속하는 붓점 리듬은 지루해지지 않게 미묘한 역동성을 띄도록 연주해야 하는 동시에 매력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방종적인 퇴폐미도 은유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두 번째 주제는 냉정하고 세 번째 주제는 순결하며 네 번째 주제는 어딘지 호전적이다. 화성에 대한 라벨의 특별한 감수성이 드러나는 명장면이다.
제 4곡: 리고동(Riguadon) 에너지 넘치는 리고동은 전원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무곡으로서 가운데 부분에 순진하면서도 천진난만한 트리오가 위치하고 있다. 오케스트레이션 버전에서 이 트리오 부분은 오보에와 플루트, 클라리넷, 잉글리시 호른 등등이 교대로 멜로디를 주도하며 음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 나간다. 이러한 측면에 대해 코르토는 이 무곡을 샤브리에의 마을 사람들의 춤(danse villageoise)에 비교하기도 했다.
제 5곡: 미뉴엣(Menuet) 그다음 다섯 번째 곡은 귀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미뉴엣이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도 비슷한데, 조성도 G장조로 서로 동일하다.
가운데 부분에 등장하는 뮤제트(musette)에서는 피아노의 소프트 페달을 사용하여 고결한 음향을 유지하다가 갑작스럽게 크레센도가 등장하여 응축된 클라이맥스의 힘을 발산한다.
이어지는 재현부는 두 개의 주제가 등장하여 화음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그의 앞선 고전적인 미뉴엣(Menuet antique)이나 소나티네(Sonatine)의 미뉴엣 악장에서의 작법과 동일하다. 우아한 멜로디로부터 기인하는 깊은 감동의 층위를 만끽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 6곡: 토카타(Tocata) 마지막 토카타는 밤의 가스파르의 스카르보(Scarbo)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도 기교적인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 음악 전통에 대한 경의라기보다는 리스트 악파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현란함 가운데에서도 간헐적으로나마 등장하는 비극적인 암시와 시종일관 군대의 행진을 연상케 하는 진행은 이 작품이 전쟁에서 쓰러져간 전우에 대한 헌사를 담고 있음을 다시금 각인케 해 준다.
라벨 특유의 세공력과 바로크 양식 특유의 구축력이 빚어낸 이 비르투오소 아크로바틱의 향연은 승리를 약속하는 듯한 폭발적이고도 고양감 높은 마지막 코다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웹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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