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베토벤/교향곡 5번 Op. 67 '운명' - 발터 웰러(지휘) &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만짜 2014. 7. 28. 01:00

 

 

 

 

 

 

  

 

L.V. Beethoven (1770~1827)
Symphony No.5 in C minor, Op. 67 'Fate'

 

 

 

  1. Allegro con brio (08'26")

 

  2. Andante (10'18")

 

  3. Allegro (05'26")

 

  4. Allegro (09'03")

 

 

 
 
Walter Weller, cond
City of Birmingham Symphony Orchestra
Recorded in 1989
  
   
 

1804년에 교향곡 제3번 E♭장조, 즉 ‘영웅 교향곡’을 발표하며
음악사에 새 장을 연 베토벤은 그 여세를 몰아
곧바로 다음 교향곡에 착수했다. 그것은 전작 이상으로
베토벤 자신의 개성이 강조된 작품으로서, 한층 절약된 소재와
극도로 치밀한 기법, 그리고 더없이 강렬한 극적 전개를 통해서
교향곡사에 또 한 번의 변혁을 일으킬 운명이었다.
이 작품이 바로 오늘날 모든 교향곡, 나아가 ‘클래식 음악의 대명사'

처럼 여겨지고 있는 교향곡 제5번 c단조, 일명 ‘운명 교향곡’이다.

제1악장 - 알레그로 콘 브리오, c단조, 2/4박자
악장은 이른바 ‘운명의 동기’가 갑작스럽게 포르티시모로 터져 나오며 시작된다.
‘세 개의 짧은 음표와 한 개의 긴 음표’로 이루어진 이 유명한 동기는
처음에 현악기들과 클라리넷에서 음높이를 달리하여
두 번에 걸쳐 나오는데, 그 마지막의 붙임줄과
페르마타까지를 아우르는 다섯째 마디까지가
이 악장의 제1주제이다. 이후 ‘운명의 동기’는 열띤 흐름 속에서
꾸준히 반복, 변형,확 장되면서 곡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호른 신호와 함께 시작되는 제2주제는
제1바이올린에서 부드럽게 흘러나오는데,
리듬적인 속성이 강조된 제1주제와는 달리 다분히 선율적이다.
이 악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투쟁적인 열기’로 요약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긴박한 드라마에는 꽤나 다양한 장면들이 밀집되어 있다.
즉 투쟁의 강렬함 외에도 (그 투쟁의 주인공으로 상정될 수 있는)
영웅의 늠름함과 유연함, 그리고 다소 때 이른
환희의 쾌활함까지도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은
'운명의 동기'의 가공할 마력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며,
결국 비극적인 파국과 패배 속에서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제2악장 - 안단테 콘 모토, A♭장조, 3/8박자
격렬한 전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듯한 이 느린 악장은
두 개의 주제에 기초한 변주곡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첼로와 비올라로 제시되는 제1주제는
느긋하고도 리드미컬하게 흐르며,
클라리넷과 파곳으로 제시되는 제2주제는
우아한 춤 또는 행진의 느낌을 자아낸다.
이후 이 주제들은 때로는 장대하거나 당당하게, 때로는
유려하거나 소박하게 모습을 바꾸면서 다채롭게 변주되어 나간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휴식과 위안, 사색과 명상 등
실로 다양한 감정과 이미지들을 경험하게 된다.

제3악장 - 알레그로, c단조, 3/4박자
다시 전장으로 복귀한 듯한 스케르초 악장이다.
저현부에서 음산하게 솟아오르는 주제로 시작되고,
이어서 트럼펫이 ‘운명의 동기’의 변형을 장렬하게 연주하며
다시금 투쟁의 분위기를 곧추세운다.
중간의 트리오로 들어가면 급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첼로와 베이스에서 출발하여 점차 밝아지는 푸가토가 등장하는데,
베를리오즈는 이 부분을 ‘코끼리 춤’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후 다시 처음의 주제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어딘지
기묘한 풍자 또는 해학의 기운을 띠고 있다.

혹자는 이 스케르초가 마무리되고 다음 악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나오는
조용한 이행부가 이 교향곡의 진정한 절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긴장감과 신비감을 함께 머금은 이 이행부는 실로
경이로운 것이어서, 베를리오즈는 그 뒤에 이어지는 부분에서
그 수준을 능가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같은 맥락에서 슈포어는 마지막 악장을
‘무의미한 바벨탑’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제4악장 - 알레그로, C장조, 4/4박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팡파르와 함께 시작되는
피날레 악장은 우리에게 언제나 벅찬 감흥을 안겨준다.
음악이 찬란한 C장조로 전환된 가운데
먼저 금관이 이끄는 투티로 ‘승리의 노래’라고 할 수 있는
제1주제가 힘차게 부각되고, 바이올린에서 흘러나오는 제2주제는
마치 흥겨운 춤을 추듯 쾌활하게 펼쳐진다.
영웅은 다시금 투쟁에 임하지만 이번에는 승리에 대한
확신에 차있고, 발전부 말미에서는 앞선 악장의 기묘한 주제가
잠시 모습을 드러내지만 이내 사라진다. 재현부 이후는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 영웅의 개선행진곡이자 환희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이 초월적인 걸작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언젠가 베토벤은 “보다 아름다운 것을 위해서라면
파괴하지 못할 규칙이란 없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낭만주의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슬로건으로
통용되기도 했던 이 발언은, 그러나 과도한 일탈이나 방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베토벤의 파괴는 고리타분하고 정체된 낡은 질서를 허물고
보다 참신하고 역동적인 새 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낭만적인 동시에 고전적이고, 고전적인 동시에 낭만적인
‘운명 교향곡’은 그에 관한 가장 뜨겁고 힘찬 웅변이라 하겠다.
글/ 황장원 | 음악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