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정준호 선생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넥스트 탱고>

로만짜 2009. 9. 23. 06:14

Next Tango (Sub Ac3 Dol Dts)

 

탱고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스토르 피아졸라라는 이름을 지나칠 수 없다. 올해는 그가 1992년 71세로 세상을 떠난 지 15년이 되는 해이다. 아코디온과 유사한 반도네온이라는 악기 하나로 아르헨티나는 물론이고 재즈와 월드 뮤직계의 대부로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세상을 떠난 이후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살바토레 아카르도와 기돈 크레머, 첼리스트 요요 마, 지휘자요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 등이 피아졸라의 숨은 매력을 끌어낸 대표적인 음악가이다. 처음에는 그저 팝과 클래식을 접목한 ‘크로스오버’의 태생에 편승한 유행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1세기 들어 탱고 음악의 이디엄은 단순히 선율과 리듬을 편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9세기 집시의 민속 음악이나 20세기 뉴올리언스의 재즈 음악이 그랬던 것처럼 클래식 음악의 정체성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촉매로 톡톡히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음악가들의 최근 음반 작업을 보면 탱고를 주제로 한 것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피아졸라 자신의 생전 기록을 담은 음반과 영상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몇 년 전 나왔던 BBC의 다큐멘터리 <피아졸라의 초상>이라는 영상물에 이어, 이번에는 <아스토르 피아졸라: 넥스트 탱고>라는 DVD가 출시되었다. 역시 45분가량 되는 피아졸라의 인터뷰와 영상을 엮은 다큐멘터리가 수록되어 있고, 두 편의 음악이 추가로 실려 있다.

피아졸라는 인터뷰를 통해 아르투로 루빈스타인의 조언을 받아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게 된 시절부터 얘기한다. 히나스테라와 나디아 불랑제를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음악이 남을 흉내 낸 클래식이 아니라 탱고를 현대화하고 체계화하는 것이라는 고백이 이어지고, 독일에서 발명된 반도네온이라는 악기가 어떻게 아르헨티나에 들어와 탱고에 쓰이게 되었는지 연주를 곁들여 설명한다.

그의 연주와 음악은 피아노나 전자 악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정교하지 않다. 반도네온은 어눌하고 떨리는 듯한 음색으로 다가온다. 바로 거기에 매력이 있다. 혼과 진정성이 담긴 음악이 피아졸라의 정수이다. 그는 거기에 관능미와 멜랑콜리를 덧입힌다. 이는 어느 민속적인 음악이 이룩했던 것보다도 강렬한 인상으로 청중의 가슴을 짓누른다.

이어지는 두 편의 협주곡을 통해 그러한 에너지가 어떻게 클래식 음악으로 양식화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