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 Symphony No. 5 in c Op. 67 운명
Karajan / Berliner Philharmoniker (1972)
1악장 Allegro con brio
소나타 형식의 전형이다. 클라리넷과 현악합주가 유명한 4개의 음으로 된 운명의 모티브를 강하게 두드린다. 이 무한히 계속되는 제 1주제의 남성적인 리듬과 호른의 독주 뒤에 나타나는 제 1 바이올린의 상냥한 여성적인 주제가 빈틈없는 구성을 보이면서 펼쳐진다. 이 악장에는 파울 베커가 말했듯이 운명의 목을 비트는 베토벤의 씩씩한 모습이 보인다.
2악장 Andante con moto
자유로운 변주곡이다. 주제는 전 악장의 격한 긴장과는 대조적으로 아름답고 명상적이다. 우선 비올라와 첼로의 흔들리는 듯한 제 1주제에 이어 클라리넷과 파곳의 제 2주제가 상행형의 제 2주제를 연주한다. 이어서 제 1, 제2, 제3의 변주가 뒤따른다. 베를리오즈는 코끼리가 좋아서 춤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화로운 기분이 감도는 악장이다.
3악장 Allegro
운명의 모티브가 변형되어서 다시 등장한다. 역시 2개의 주제가 엇갈려서 전개되므로 론도 형식과 비슷하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약주로 시작하는 것도 독창적이지만, 푸가의 수법에 의한 중간부도 베토벤다운 착상이다.
4악장 Allegro
소나타형식으로 씌어 있지만, 3악장의 긴장된 기대가 위로 위로 부풀어 올라 드디어 폭발하는 곳에서 웅대한 주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확신에 찬 승리의 노래는 하늘을 찌를 듯하며, 그야말로 한껏 장엄한 울림으로 퍼진다. 어쨌든 이 곡은 슬픔에 잠긴 사람, 또 전도에 광명을 잃고 절망에 빠진 사람을 암흑에서 광명으로 이끌어 주는 불멸의 걸작이다.
베를리오즈의 스승이면서 프랑스의 저명한 음악교수인 르쥐외르(Lesueur)는 학생들 사이에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베토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하루는 베를리오즈의 성화에 못이겨 C단조 교향곡이 연주되는 음악회에 가게 되었는데, 연주가 끝난 뒤 베를리오즈는 그의 의견을 듣고 싶어 그에게 달려갔다.
"어땠습니까, 선생님?"
"우선 바람을 좀 쏘여야겠어, 굉장하군. 모자를 쓰려고 했을 때 내머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어. 지금은 아무 말도 할 게 없네. 다음에 얘기하세."
다음 날 베를리오즈가 그를 방문했을 때, 그는 그 때의 감동을 얘기하면서도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런 음악은 더 이상 작곡되서는 안될꺼야."
베를리오즈가 대답하기를,
"물론입니다, 선생님. 다른 사람이 그런 음악을 작곡할 염려는 조금도 없습니다."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회상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