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의 서쪽 해변, ‘맑은 바다’라는 뜻의 조그만 항구 마레키아로(Marechiaro)로 향한다. 나폴리 방언으로는 이것을 ‘Marechiare’로 표기하고 ‘마레키아레’가 아니라 ‘마르키아르’라고 발음한다. 이 곳에는 바다로 향한 허름한 집이 있는데, 창가에는 항상 카네이션이 한 송이 놓여 있고 그 아래에는 노래비가 있다. 나폴리의 시인 살바토레 디 자코모와 작곡가 파올로 토스티는 달빛 비치는 이 창문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을 가눌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1886년 [마르키아르]라는 노래가 탄생한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의 노래에는 창문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도 그냥 창문이 아니라 열릴 듯 말 듯한 창문이다. 창문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방해물이기도 하며, 사랑을 전달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동시에 사랑의 욕망을 낳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며, 사랑을 약속하게 하면서도 지속되지 못하게 한다. 창문은 보여주기보다는 감춘다. 이윽고 닫힌 창문 아래에서 느끼는 한 줄기 희망이나 괴로움은 노래로 바뀐다.
창문과 관련된 노래 중에서 아마 [불 밝던 창(Fenesta ca lucive)]만큼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곡은 없을 것이다. 이 노래에 얽힌 얘기는 페르골레지의 슬픈 사랑의 얘기와 비슷한 데가 있다. 이야기는 15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사건의 배경은 나폴리가 아닌 시칠리아이다.
카리니 성에 팔레르모의 귀족 빈첸쪼 라그루아의 딸 카테리나가 살고 있었다. 카테리나는 창문을 통해서 바깥세상을 보며 사랑의 시를 읊조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하루는 귀족기?빈첸쪼 베르나갈로가 창가에 가끔 모습을 보이는 카테리나에게 반하여 사랑을 고백한다. 이 두 사람은 곧 깊은 사랑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카테리나의 아버지는 워낙 완고했기 때문에 두 연인 사이는 좀처럼 좁혀질 수가 없었다. 하루는 성당의 신부가 카테리나의 아버지에게 딸이 젊은 기사를 만나 몰래 정을 통한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카리니 성으로 즉시 달려 갔다.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를 맞은 딸은 놀라서 물었다. “아버지, 갑자기 어쩐 일인가요?” 아버지는 칼을 뽑아들고 비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딸아, 나는 너를 죽이러 왔다.” 카테리나의 가슴에는 붉은 피가 흘러 내렸다.
시칠리아 방언으로 된 이 이야기는 나폴리 방언으로 번역되어 11행시가 되었다가 다시 6행시로 변형되었는데, 나폴리 판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비극으로 시작해서 연인의 매장으로 비극적인 사랑을 끝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