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빛낸 10인의 바이올리스트
Grumiaux, Arthur, 1921.3.21~1986
아르투르 그뤼미오
그뤼미오는 정통 프랑코-벨기에 악파 계보의 큰 줄기에서
한치도 벗어남이 없는 인물이다.
벨기에에서 태어났고, 일찍부터 천재의 기질을 보여 12세의
제자였다.
1936년 파리로 가 조르주 에네스쿠에게 배웠는데, 그도 또한
이자이의 제자였다.
이자이는 비외탕의 제자였다.
여기까지가 프랑코-벨기에 악파의 주류를 이루는 사제 관계다.
비외탕-이자이-에네스쿠 세 사람은 작곡가로서도 인정받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다.
미리 말하자면, 그뤼미오에게 배운 프랑코-벨기에 악파의
적자는 오귀스탱 뒤메이다.
지극히 상업화된 20세기 후반까지 이렇게 정확히 한줄기로
이어지는 악파나 인맥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네들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이야말로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뤼미오가 유난히 하이페츠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시 그뤼미오 얘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22세 되던 1943년에야 데뷔 연주회를 가졌다. 그
리고 바로 독일의 벨기에 침공이 이어졌고, 그는 전쟁이 끝난
후에야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1949년 스승 뒤부아가 세상을 떠나자 브뤼셀 왕립음악원은 그
뒤를 이을 교수로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 그뤼미오를 지목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는 아직 20대였다.
그로부터 세상을 떠난 86년까지, 그뤼미오는 전통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50년대 들어 클라라 하스킬과 듀오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의 음악 스타일은 너무나 완벽히 들어맞았다.
이 두 사람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의 연주(필립스)는 이
분야에서는 전설적인 명연으로 남았다.
물론 낭만주의 협주곡들을 녹음해 남기기도 했지만
그뤼미오의 연주는 후기 바로크에서 고전주의에 걸친 레퍼토리,
그것도 특히 실내악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뤼미오의 연주들은 조금 빠른 듯한 템포설정 속에서 유려함과
우아함을 빚어내는 세련미를 발하는 것이다.
거기에 균형감과 양식감이 잘 갖추어진 느낌을 주는 단정한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낭만에서 현대를 거치며 무르익은 연주법을
제대로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원전 연주가들과 비교해 본다면
이런 특징은 더욱 명확히 살아날 것이다.
이들에 비한다면 훨씬 강건하고 명확하며 거추장스런 장식들을
배제한 것으로, 듣는 이들에게 곁가지보다는 구조적 핵심에
치중하게 한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의 경우(필립스),
그뤼미오의 연주는 바흐적이라기 보다 훨씬 모차르트적이다.
텔레만의 12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환상곡(필립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얘기를 할 수 있다.
바로크적이라기보다 고전적인 취향인 것이다.
이런 해석이 더 듣기 편하다고 해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취향의 문제일뿐이다.
월간 객석 박정준 기자의 글 인용...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No.5 in A major K. 219
Arthur Grumiaux, Violin
London Symphony Orchestra
Sir Colin Davis, Conductor
Violin Concerto No.5 in A major K. 219
1. Allegro aperto
2. Adagio
3. Rondeau: Tempo di menuetto
모짜르트는 모두 5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겨 놓았다.
1775년 19세의 나이로 4월부터 12월까지
단숨에 5곡의 협주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모짜르트를 이야기할 때,
상대적으로 방대한 양의 피아노 협주곡에 비해
수적으로나 중요도 측면에 있어서
바이올린 협주곡들이 다소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바이올린의 수려한 음색과
경쾌하고 흥겨운 선율을 즐기기에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모두 한결 같이 아름다운 곡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은 3번과 더불어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모짜르트 바이올린 연주에 정평이 나 있는
Arthur Grumiaux의 연주는
섬세함과 경쾌함이 잘 어우러져
경박하지 않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들려 주고 있다.
또한 콜린 데이비스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두드러지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협연은
바이올린 연주를 훨씬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W. A. Mozart 1756-1791
Violin Concerto No. 3 in G major K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