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피아노)/^^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차이콥스키/피아노 협주곡 1번 Op. 23 -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피아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만짜 2016. 8. 28. 23:22

 

 

 

 

 

 

 

 

  

 

Peter Tchaikovsky (1840~1893)
Piano Concerto No. 1 in B flat minor, Op. 23

 

 

 

  1.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 - Allegro con spirito (22'05") 
 

  2. Andantino semplice -
                            Prestissimo (06'54")

  3. Allegro con fuoco (07'06") 

 

 

1 ~ 3 순으로 연속듣기
 
 
Sviatoslav Richter, piano
Herbert von Karajan, cond
Wiener Symphoniker
Recorded: 1963
 
 
 
 
 
'차이코프스키의 1번' 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반이 바로
이 음반이며 최고의 연주로 내세워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러면서도 강렬하게 개성적인 녹음이다.

리히터는 유럽과 미국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무렵인
61년에 카라얀과 함께, 이 음반을 녹음하였는데,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수많은 명연주를 만들어 내던,
리히터 최고의 전성기에 녹음된 귀중한 기록이다.

오케스트라는 카라얀이 지휘한 것으로는 예외적으로 빈 심포니가 기용되었는데,
같은 도시에 있는 비인 필의 영향인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던 오케스트라였으나
이 연주의 통해 들을 수 있는 비인 심포니의 실력은 정말 놀라운 것이다.

아마도 카라얀이 지휘봉을 들었다는 점에 많은 무게가 실리겠지만
이 음반에서 들리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일반적으로 선율선을 잘 살리며 분석적이고 즉물주의적인
카라얀-베를린 필의 연주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아주 기능적이고 잘 다듬어진 소리를 내는 베를린 필과 달리
어딘지, 거친 부분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현의 소리는 깊이가 있고, 보다 인간적이며 금관의 소리도
베를린 필만큼 완벽하게 다듬어진 소리가 아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약간 들뜬 듯 한 드라마틱 한 문위기를 더욱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1악장의 도입부를 들어 보면 호른의 소리에 무척 힘과 무게가 있고 공격적이다.
현악파트도 앞서 말한 대로 날카롭지 않으며 풍부하고 깊은 소리를 만들어 낸다.
피아노는 첫머리의 세 개의 화음 중 가장 낮은 소리를 계속해서
마디 전체로 울려 주면서, 느긋하다기보다는 터질 듯 한 힘을
느끼게 하는 느린 템포로 음악을 끌고 나간다.

세 개의 화음 중 가장 높은 세 번째의 화음은 피아니스트들마다
다름대로의 악센트를 주고 있는데, 리히터는 이 음표를
톡 치듯이 강조를 하면서 힘을 줄여 맑은 소리를 만들어 내어
귀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33마디째에서의 호른과 트럼본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피아노에게
상당히 억눌린 인상인데, 이어지는 튜티에서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경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음반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독특한 분위기는
오케스트라가 독주악기의 서포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것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그러한 특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적어도 이 부분에 필적할 만한 연주는 연주의
내용으로보나 연주자의 명성으로 보나
호로비츠-토스카니니(RCA, 41년, 43년-43년은 라이브)의
폭발적인 연주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결부에서는 리히터의 묵직하고 느릿한 템포와
카라얀 특유의 '선율선 살리기'의 묘미가 어우러져 마치
거대한 배가 눈앞을 가로지나는 듯 한 장쾌함을 느끼게 하며 특히,
마지막에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의 튜티와 함께 연주하는 옥타브는
느린 템포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박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리히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맹렬한 기백이다.
 

2악장, 시작 부분의 피치카토는 멀찍이에서 가볍게 들려 온다.
플루트도 나긋하고 평화롭게, 거의 비브라토를 주지 않은 연주고,
지난 악장의 불타는 듯 한 기백을 완전히 씻어버리는 듯 한 분위기이다.

주제를 이어 받는 피아노의 연주는 템포의 유동을
전혀 주지 않는 정확한 리듬으로 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며,
목관악기들의 약간 금속성이 나는 소리들과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첼로가 주제를 이어 받는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피아노의 소리에 비해 음량이 딸린다는 기분.
중간부를 개시하는 피아노는 울림을 최대한 살리고 있으며,
프랑스민요가 등장하는 부분에서의 굵직굵직한 음의 기복은
세밀함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연주와 상당히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재현부 마지막의 나긋하고 평화로운 목관악기들의
선율은 이 연주에서도 가장 들을 만한 부분의 하나이다.

3악장, 개시부분의 억양은 마젤이라든가, 폐도세에프가 취하고 있는 억양에 비해
상당히 약하다. 피아노 역시 힘을 조절하여 부드러운 터치를 들려주지만,
바로 이어지는 반복에서는 갑자기 돌변하여 격렬한 표정으로 밀어붙인다.

현악기군의 피치카토도 선이 굵고 음상이 잘 살아 있으며,
3악장의 중요한 매력포인트인 오케스트라에 의한 딸림주제는
카라얀 답게 선율을 강조하면서도 타악기의 힘이 잘 드러나 있어 흥겹다.

다만 금관악기의 소리는 선율에 묻혀, 두드러지지 않는다.
2주제를 제시하는 현의 울림은 아주 풍부하며, 피아노 독주에 의한
반복에서도 하감음형의 분산화음이 흐려지지 않고
똑똑히 드러나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연주의 압권은 역시 3악장의 코다 부분인데,
코다에 도달하기까지 드라마틱한 흥분을 고조시켜가는
카라얀의 능숙한 연출솜씨는 단연 돋보이며,
그 거대한 클라이막스에서 등장하는 리히터의 맹렬한 터치,
그리고 폭발하는 듯 한 코다의 쾌감은 '바로 이거다!'라는 쾌재를
부르게 하기에 충분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웹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