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Music/^^성악곡

베토벤/합창 환상곡 Op. 80 -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 베르나르드 하이팅크(지휘) 런던 필하모닉 합창단

로만짜 2015. 5. 30. 01:00

 

 

 

 

 

 

 

 

  

 

L. V. Beethoven (1770~1827)
Fantasia in C minor, Op. 80 for Piano,
Chorus and Orchestra

 

 

 

  1. Adagio (03'46")  

 

  2. Finale: Allegro - Meno allegro - 
                            Allegro molto Adagio ma non troppo -
                            Marcia, assai vivace (11'57")
 

  3. Allegro - 
                            Allegretto ma non troppo (04'50") 

 

1 ~ 3 순으로 연속듣기
 
 
Alfred Brendel, piano
Bernard Haitink, cond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London Philharmonic Choir
Recorded: London, 1/1976.
 
 
 
 
호주에 사는 오리너구리는 신기한 동물이다.
포유류지만 알을 낳는다. 오리와 비슷한 주둥이가 있고
물갈퀴가 발달해 있다. 클래식 음악 중에도 오리너구리같은 곡이 있다.
베토벤의 ‘합창 환상곡 Choralfantasie’이 그것이다.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에 성악과 합창을 결합시킨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한다는 점에서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부에 피아노가 혼자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자유로운 악상을 화려하게
펼치는 것을 보면 환상곡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가 하면 후반부에 중창과 합창이 잇달아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상시킨다. 이렇게 독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과 피아노 협주곡, 합창교향곡이 서로 중첩되어
형식의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합창 환상곡’이다.
고전음악 사상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형식이다.

이 곡의 장르는 협주곡이나 교향곡, 그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작곡가 자신도 제목을 그냥 편하게 ‘환상곡’이라고 붙였다.
이 곡의 주제는 1795년 베토벤이 작곡한 가곡 사랑의 응답 WoO118에서 따온 것이며
교향곡 9번 합창(1824)의 초석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과 합창 교향곡 사이에는 조성이나 주제의 성격,
주제를 변주시키며 발전시키는 작곡기법,
행진곡풍 악구를 삽입하는 등 많은 유사점이 존재한다.

합창 환상곡은 1808년 12월 작곡돼 12월 22일 빈에서 초연됐다.
그러나 피아노 도입부는 초연 때는 베토벤이 즉흥적으로 연주했고,
1809년 오늘날의 형태로 작곡됐다. 시는 곡이 나온 뒤에 붙여졌는데
카를 체르니에 의하면 시를 쓴 사람은 쿠프너(Christoph Kuffner, 1780~1846)
라고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작품은 바이에른 왕 막시밀리안 요제프에게 헌정되었다.

합창 환상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아노 독주,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협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합창의 협주 이렇게 세 부분이다.
피아노 독주 부분은 환상곡이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협주하는 부분은 변주곡
그리고 중창과 합창이 들어가는 마지막 부분은 칸타타에 가깝다.
 

1부. 곡은 먼저 피아노의 장중한 독주로 시작한다. 피아노 한 대가 거의
오케스트라의 몫을 해내며 자유로운 환상곡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그러던 중 콘트라베이스가 피아니시모로 행진곡풍 선율을
연주하며 오케스트라가 살며시 들어오며 2부가 시작된다.

곧 이어 피아노와 본격적으로 주제선율을 주고받으며
악상을 전개시켜 나간다. 8개의 변주가 이어지는데,
제1변주는 플루트와 피아노, 제2변주는 오보에 두 대와 피아노,
제3변주는 클라리넷 3대와 바순, 제4변주는 현악 4중주...
이처럼 악기를 늘려간다. 제5변주에서는 팀파니도 가세한다.

이어 피아노가 전면에 나서는 간주가 계속되며 제6변주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하행 선율과
펼침화음에 의한 자유로운 악구를 거쳐 제7변주에서
피아노가 활약하고 제8변주는 활기찬 행진곡이다.

이후 피아노와 현악기의 피치카토에 의한
간주가 이어지며 3부로 들어간다.
전체적인 곡에서 이 중간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

사람의 목소리는 곡의 후반부 3부에 이르러서야 등장한다.
처음에는 여성 솔로 3중창이 ‘우리 삶의 조화는 즐겁고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울린다...’ 부분의 가사를 노래하고
이어 남성 솔로 3중창이 ‘음의 불가사의한 힘이 지배하고
신성한 언어가 이야기될 때 영광이 만들어지며’라고
노래하는 등 독창자들이 주제선율을 받아 부른다.

그러다 잠시 후 성악과 기악이 함께 연주하며 합창이
‘마음에 다가오는 위대한 것이 새롭게 꽃 피네’라고 노래하며 합류한다.
이때부터 피아노와 중창, 합창, 오케스트라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혼이여, 예술이라는 선물을 기쁘게 받으라.

사랑과 힘이 손잡을 때 인간이 신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으리’라는
구절을 되풀이하면서 숨 가쁘게 클라이맥스로 달려간다.
그리고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곡은 장려한 피날레로 막을 내린다.
<웹 발췌 류태형 | 음악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