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피아노)/^^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쇼팽/4개의 발라드 -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피아노

로만짜 2015. 4. 12. 01:00

 

 

 

  

 

 

 

 

 

 

Frederic Chopin (1810∼1849)
4 Ballades for Piano

 

 

 

  1. No. 1 in G minor, Op. 23 (09'21")

 

  2. No. 2 in F major, Op. 38 (06'42")

 

  3. No. 3 in A flat major, Op. 47 (07'19")

 

  4. No. 4 in F minor, Op. 52 (10'44")

 
 
  

1 ~ 4 순으로 연속듣기

 

 

Arthur Rubinstein, piano
Recorded: 1959
 

 

  
 
1835년, 라이프치히에 머물던 쇼팽은
친구의 집에서 자신의 새로운 곡을 연주했다.
끝까지 듣고 난 동갑내기 작곡가 슈만이 말했다.

“자네의 작품 중에 나는 이 곡이 제일 맘에 드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쇼팽이 대답했다.
“아주 기쁜 일이군. 실은 나도 이 곡이 제일 좋아.”
이 곡은 발라드 1번 G단조 Op. 23 이었다.

쇼팽을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부른다면 그가 남긴
4곡의 발라드(담시곡(譚詩曲)이라고 흔히 번역한다)는
대표적인 ‘시’라고 할 수 있다. 폴란드의 시인 미키에비츠의 시
‘콘라드 와렌로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만,
표제 음악처럼 이 시의 내용을 묘사한 음악은 아니다.

오히려 음악 자체가 한 편의 시로서, 듣는 이의 가슴 속에
시심을 불러일으킨다. 발라드는 원래 ‘이야기를 담은 성악곡’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쇼팽에 의해 기악곡으로 자리잡았으며
브람스와 포레도 같은 이름의 작품을 남겼다.

 

1번 G단조는 낙엽지는 가을이다.
이 곡의 악상을 얻은 것은 쇼팽이 스물두 살 나던 해였다.
조국 폴란드를 막 떠난 젊은 쇼팽의 상실감을 떠올리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방금 바르샤바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쇼팽은 여행지인 빈에서
극심한 분노와 시름에 잠긴 채 지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1번 G단조는 다른 세 곡에 비해
‘서사시’ 같다는 느낌을 준다. G단조의 첫 주제, 그리고 장조로 전개되던 선율에
갑자기 그늘이 드리우면서 단조로 바뀌는 부분들은
젊은 쇼팽이 늘 느끼던 고독과 우수를 말해준다.

2번 F장조 Op. 38은 여름의 오후다.
미키에비츠의 시 ‘비리스 호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8분의 6 박자의 첫 주제는 신기하게도 숲의 그늘이 드리운 고요한 호수를 연상시킨다.

조용한 주제가 끝나면 갑자기 포르티시모의 빠른 템포로 바뀌면서 온갖 환상이 펼쳐진다.
장르는 다르지만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이나 말러 교향곡 7번의
‘세레나데’가 들려주는 매혹적인 여름 밤의 서정을 맛보게 해준다.

3번 Ab장조 Op. 47은 일정한 형식을 찾아내는 게 곤란할 정도로 자유로운 흐름을
취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네 곡 가운데 가장 세련된 균형미를 느끼게 해준다.
‘물의 요정’이란 시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매혹적인 선율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쇼팽의 음악은
그 자체가 어떤 언어보다도 더 많은 것을 말한다며 구체적인 해설을 회피한다.
이 곡을 듣고 영국의 화가 비어즐리는 백마를 타고
하늘을 나는 우아한 숙녀를 그렸다고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4번 F단조 Op. 52를 주저없이 ‘쇼팽의 최고 걸작’으로 꼽는다.
쇼팽이 서른두 살 되던 1832년에 만든 이 곡은 소나타 형식과 변주곡 형식이
서로 얽히며 서서히 거대한 구조를 만들고, 우아한 클라이맥스를 거쳐
비극적인 느낌으로 끝난다. 원숙한 쇼팽이 구사하는
현란한 화성과 대위법을 한껏 맛볼 수 있다.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의 연주는 쇼팽에 관한 한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연주자들의 낭만적인 쇼팽 해석에 반기를 들고
악보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줌으로써 20세기 연주자의 모범이 된
그의 앨범을 권하고 싶다. (RCA, 1959년 녹음  1985년 CD 발매)
<웹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