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deric Chopin(1810∼1849)
1. No.5 in A Flat major. Op.42 'Grande Valse' (03'42") 디누 리파티의 생의 마지막 연주회인 1950년 9월 6일 프랑스 브장송 살 뒤 바를르망(고등재판소 홀)연주회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리파티가 가장 사랑하는 곡인 쇼팽의 왈츠 였습니다. 그는 쇼팽이 원래 붙였던 번호에 의거하지 않고, 자신의 나름대로의 규칙에 의해 순서를 만들었는데, 이날 연주는 5번을 시작으로 6, 9, 7, 11, 10, 14, 3, 4, 12, 13, 8, 1.. 그리고 마지막 곡이 2번 이었습니다. 열정과 절제, 자유와 엄격이 어우러진 그의 쇼팽 왈츠는 마치 서서히 드러나는 슬픔의 실체를 초연히 응시하듯 경쾌한 리듬으로 슬픔을 애워싸며 우아하게 노래했습니다. 홀 안에 있는 관중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왈츠에 빠져들었고 시간이 흘러 리파티는 13번째로 '화려 한 대왈츠'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왈츠 제1번을 연주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곡, 왈츠 제1번에 이어 부제가 붙은 또 하나의 왈츠인 제2번 '화려한 왈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왈츠 제1번을 마친 리파티는 힘든 표정을 지으면서 연주를 멈추었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숨을 고르면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관객들도 물론 모두 숨을 죽이고 리파티를 주시하고 있었죠. 얼마가 지났을까? 이윽고 리파티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그의 흰 손을 건반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손에서 울려 나오는 곡은 쇼팽의 왈츠가 아니었습니다. 관객들은 이 뜻밖의 사태에 놀라면서도 바흐 음악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습니다. 사실 이 칸타타를 너무나 사랑했던 리파티는 그간 리사이틀의 처음이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칸타타의 피아노 편곡(미라 헤스 편곡)을 연주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왈츠의 중간에 이 곡을 연주한 것입니다. 리파티는 아마도 자신이 마지막 남은 한 곡 왈츠 2번을 칠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런데도 그가 바흐를 칠 때는 마치 초인적인 힘, 아니 천상(天上)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바흐를 연주한 것입니다. 지나친 투약으로 얼굴은 표정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굳어 있는채 마치 자신의 마지막을 마무리하 듯 거친 숨을 헐떡이면서.. 연주를 마치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던 그는 그대로 쓰러져 들것에 실려나 갔고... 3개월 후인 그 해 12월 2일, 리파티는 6년의 투병 생활을 마치고 33세의 짧은 생을 뒤로 하고 영원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6년 동안 백혈병으로 투병 생활을 하며 사망하기 불과 1년전 약혼녀인 마들레느와 눈물의 결혼식을 치른 리파티..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가 이미 6년전부터 심각한 와병 중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방 사선 치료의 부작용과 혈전증세의 악화로 부어오른 팔을 감추기 위해 특별히 맞춘 연주복을 입고 있던 그가 쓰러지기 전부터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청중들은 이 천재와의 마지막 작별에 모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을 느꼈다고 전합니다. 아쉬운 점은 마지막 왈츠 2번 대신 자신의 기도와 같았던 바흐의 칸타타 '예수는 인간 소망의 기쁨' 연주는 실황 음반에 수록되지 못했습니다. 연주를 지켜보던 EMI의 저명한 프로듀서 월터 레그는 레코딩 버튼을 누르는 것을 깜빡 잊었다고 하는데, 그는 훗날 녹음을 하지 못한 점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합니다. 리파티의 쇼팽은 경쾌한 터치와 사려깊은 아고긱으로 쇼팽 왈츠의 새 장을 열었으며 전대의 최고 쇼팽 권위자였던 알프레드 코르토는 '완벽'이라는 단답으로 끊었고 메뉴인과 하스킬은 그와 같은 피아니스트를 다시 볼 수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넘어선 고결한 톤과 명확한 기교, 작곡가의 심장을 느낄수 있게하는 곡해석.. 클라라 하스킬과 같은 위대한 피아니스트조차 부러워했던 천재.... 그의 생은 짧게 마감했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영원히 빛이나길 기원 합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브장송 연주회 실황음반은 디누 리파티라는 이름과 함께 클래식 음악사상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명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웹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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