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디스크도 없다
전회에 허리디스크에 대해서 썼는데, 그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면 허리디스크란 없다는 것이었다.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눌러서 허리가 아프다는 진단은 현대의학의 최대 난센스 중의 하나라는 것이었다. 요추 사이에 들어 있는 디스크(椎間板)는 인간의 몸에서 좋은 역할만 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죄도 없이 허리통증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잘려 나가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사람이 죽어 무덤에 누울 때까지 상체의 무게를 부드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어야 할 추간판이 잘려 나가니 그 주인이 제대로 허리힘을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더구나 땅에 묻혀서 50년이 돼도 다 썩지 않고 비닐봉지처럼 남아 있는 이 연골(軟骨)이 퇴행했다고 해서 인공 연골로 갈아 끼워 대체당하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그런데 디스크의 수모는 허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목에 있는 디스크 역시 목디스크라는 병명으로 단죄가 되고 있다. 허리디스크가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아프게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목디스크는 목뿐만 아니라 어깨와 손, 나아가서는 두통에다 흉추부와 앞가슴, 옆가슴까지 아프게 하는 주범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목디스크는 경추의 추간판이 노화함에 따라 수분이 손실되고 디스크를 싸고 있는 막이 손상되고 섬유가 찢어져서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인 수핵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생긴다고들 한다. 말하자면 목에 있는 디스크가 퇴행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목디스크의 원인을 보통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보도록 하자. 목디스크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공부 또는 일하는 방식으로 인해 일어나는 목뼈의 변형 때문이라고 한다. 고개를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제쳐 한쪽으로 쏠린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만성적인 자극에 의해 목뼈의 정상곡선이 변형되게 된다는 것. 이때 가장 많이 꺾인 목에 머리의 무게가 집중되고 디스크의 간격이 점차 좁아지면서 꺾인 부위의 신경이 나오는 구멍이 더욱 좁아져 디스크가 조금만 나와도 쉽게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고 한다. 목뼈의 정상곡선이 변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고개를 과도하게 쓰는 운동을 하거나 또는 높은 베개를 베고 잔 후 갑자기 목디스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목뼈가 변형돼서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는 상태에서 어떤 충격이 가해지면 목디스크가 된다는 얘기이다. 목에 이상이 생겨서 목디스크가 생기는 것이고, 목디스크가 생기면 목, 어깨, 팔 가슴, 흉추까지 아프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게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목디스크 역시 허리디스크라는 표현과 마찬가지로 원인과 결과를 잘 연결시키지 못한 난센스의 결과이다.
다음 사례를 통해서 목디스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D공과대학의 교수이며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S선생께서 "그 어렵던 몸의 문제를 풀다"라는 제목으로 쓰신 것인데, 이 분의 경험을 잘 보면 목디스크라 잘못 이름 붙여진 이 증상이 발생하는 과정과 원인, 해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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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雪上加霜), 피박에 멍박까지
"문제가 있었네요!"
신경외과 의사가 경추 MRI를 판독한 다음 던진 첫 마디였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2년 6개월 전에도 MRI를 찍었는데, 그때 젊은 의사가 "3번과 4번 사이 디스크가 파열돼 수핵이 돌출해 있습니다. 수술을 하셔야겠습니다" 하는 말을 들었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한마디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담담해진 심정으로 "걱정할 것 없어!" 하고 오히려 아내를 위로하며 병원을 나섰다.
의사는 '경성 목디스크'라고 했다. 목의 디스크가 퇴행하면서 뼈끼리 부딪혀 가시뼈가 웃자라나 신경을 누르고 있다고 했다. 의사는 인공 디스크를 삽입하는 수술을 권했다. 어쩌다 허리디스크에다가 이제는 목디스크까지! 허리디스크로 2년여 동안 감내한 육체적·심리적 고통도 적지 않았는데, 이제는 설상가상으로 목디스크라니….
악연(惡緣)의 씨앗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비롯되었다. 공항경비대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허리병을 얻게 되었다. 문제는 소위 '뻗치기'라는 근무자세에서 비롯되었다. M16을 허리에 대고 두 시간 내내 부동자세로 근무하다 보니 허리가 온전한 동료들이 거의 없는 지경이었다. 2년 동안의 통증 끝에 이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운동을 한 덕분이었다. 상체를 단련하고, 그리고 다시금 하체 근육을 강화시키고자 테니스를 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럭저럭 20여 년을 별 문제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2002년에 그 동안 누적되었던 악업(惡業)이 결과로 나타났다. 다리가 저리기 시작하더니, 엉덩이 통증으로, 다시 왼쪽 다리 전체로 통증이 전이되어 한 학기를 강의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허리디스크를 겪어 본 사람들이 다 그러하듯이, 좋다는 것은 수술 빼고는 거의 다 해 보았다. 지네를 비롯한 민간요법, 한약, 침, 추나요법, 견인치료, 물리치료, 활법 등등….
허리디스크 때문에 무던히도 고생했다. 50도 안 된 젊은(?) 놈이 매일 지팡이를 짚고 양방과 한방 두 곳 병원을 6개월 동안 드나들었고, 2년여 동안 쩔뚝거리며 수영장을 다녔다. 물론 그 동안 강의는 의자에 앉아서 했다. 그 덕에 이제 허리가 조금 나아지려고 하는 중인데, 다시금 목디스크와 싸워야 한다니…. 아내에게는 숨기고 싶었지만, 차창에 비친 나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수영장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느껴 왔던 것이지만 나의 몸은 틀어져 있었다. 오른쪽 어깨가 처져 있었고, 목에서 배꼽 쪽으로 이어지는 몸의 중심선이 활처럼 오른쪽으로 휘어 있었다. 약간 마른 편이고 근육이 비교적 발달한 체형이라서 이는 거울만 보아도 쉽게 감지되곤 했다. 혼자서 이를 수정해 보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다. 요가 책을 사다가 혼자 열심히 해 보기도 했고(지방이라서 그때까지는 요가 도장이 없었다) 허리 운동기구를 사다가 허리 근력 강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휘어 있는 중심선은 바로잡히지 않았다. 몸이 틀어지고 휘니 목도 온전할 리 없게 된 것이었다.
2004년은 참 바쁘게도 보냈다. 허리에 공기 보호대를 차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방학 때에도 내내 학교에 출근했다. 대학 10년사 집필, 학과 신설 등의 업무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고지 수천 매에 이르는 대학 10년사 출간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수백 매 분량의 원고 집필뿐만 아니라 수천 매 원고의 윤문과 교정까지도 문학을 전공했고 글 쓰는 업(業)을 가진 탓으로 도맡아서 해야 했다. 목을 숙이고 구부정한 자세가 계속되자 결국 목뼈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문제는 목디스크만이 아니었다. 지난겨울 내내 이상한 증상에 시달렸던 것이다. 목 아픈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늘 머리가 멍하고 상기되며, 눈은 늘 침침한 데다 전신은 항상 피로감에 휩싸여 있었다. 특히 정신노동을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신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치명적이었다. 한두 시간만 머리를 쓰면 그냥 몸과 마음이 다 녹초가 되어서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로 몇 달을 버텼다.
이런 나에 대해 신경외과 의사는 목디스크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했고, 내과 의사는 혈압 때문이라고 했다. 혈압은 늘 100/150을 전후해서 오르내렸는데, 담당 의사는 10여 일 더 지켜본 뒤 투약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적어도 그 동안 혈압 문제로 걱정한 적은 없었다. 대학 때의 체중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극히 정상적인 체형인 데다 가족에게 혈압의 내력이 전혀 없는 내게 혈압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의사는 술과 담배를 모두 다 끊는 것은 물론이요 짠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젠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나 하는 절망감과 우울함에 빠져 불면(不眠)으로 고통을 당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악업(惡業)을 선업(善業)으로
우연히 몸살림운동의 L대표를 만나게 된 동료 교수가 고관절 이야기를 해 주는 순간, 나는 "음!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개연성과 함께 어떤 직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몸의 문제, 바로 몸이 틀어져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어떻게 되돌려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하우를 알고 있다니…. 경추디스크의 경우 잘못 교정 시술을 받으면 마비와 같은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학 상식 정도는 이미 알고 있던 차였지만,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다음날 김철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사례담을 읽어 본 사람이면 모두들 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오른쪽 고관절이 틀어져 있었다. 그래서 엉치뼈도 무너지고 몸도 틀어지고 휘어져 있었다. 아울러 흉추가 떠 있다 보니 심장으로 연결되는 자율신경이 압박을 받아 고혈압 증세가 나타나게 되었고, 목이 오래 접질려 있다 보니 목의 근육과 신경도 굳어 있었다. 선생님은 설명을 하시면서 고관절과 흉추, 목을 바로잡고 굳은 맥과 근육을 풀어 주셨다.
그 다음날부터 내 몸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머리가 맑아졌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상쾌해진 것이다. 거기에다 목의 통증까지 덜해지니 사물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깍지 낀 채 산책을 나가면서 만나는 봄꽃과 연초록 나뭇잎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희미하게 보이던 야경(夜景)도 선명해졌다. 눈이 침침하던 증상도 사라진 것이다.
신통하게 차츰 혈압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평소 100/150이던 혈압이 지 한두 주 지나자 90/130대로, 그리고 한 달 쯤 지나서는 80/120대로 완전히 정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목디스크의 경우 지금은 목 부분의 통증과 불편함은 많이 사라졌고, 목을 굽히거나 무리한 자세를 취할 때 오는 손가락 저림의 증상은 남아 있지만 큰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다.
선생님을 만나 뵌 다음날 나는 몸살림운동 회원으로 가입을 했고, 매주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 한 주도 빠진 적 없는, 어쨌든 수요반에서는 출석이라도 열심히 하는 수련생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성격상 맹신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게다가 학문을 연구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의심도 많은 편이다. 논리, 합리를 추구하고 분석을 중시하는 게 나의 성격 유형인지라 쉽게 믿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하고 확신하는 것이 있다. "바르지 못한 자세가 큰 병을 만든다"는 것과 "어깨 펴고 허리 곧추세우면 건강해진다"는 것 이 두 가지는 내 체험으로 입증된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내 몸에 대해 새로운 자각과 인식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수십 년간 지속된 악업(惡業)을 허리 펴고 가슴 펴는 선업(善業)으로 해소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틈나는 대로 팔법 중 비교적 간단한 1, 2, 3번 체조는 수시로 하고 있으며, 저녁때에는 깍지 끼고 하는 산책을 잊지 않고 한다.
그런데 몸살림운동을 하고 난 뒤 개선해야 할 단점도 생겨났다. 몸에 활력이 붙다 보니 음주량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지만…. 또한 이전에는 못하던 테니스를 다시 하게 된 것이다. 테니스가 단방향 운동이라 허리에는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살살 하면 되지 않겠냐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적당히 즐기고 있다.
원고를 작성하기 전 인근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중학교 동창과 통화를 했다. 이 친구는 6개월 동안 고관절 때문에 온갖 고생을 다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 발을 아주 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해져 목발을 짚고 다녔다고 한다. 서울의 아홉 군데 종합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지만 그 내용은 가지각색이었다고 한다. 고관절괴사증, 연골 깨짐, 연골 용해증, 활액막염 등에다 어느 곳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다시 검사해 보자" 등등이었다고 한다. 2주 전쯤에 몸살림운동에 대해서 그와 통화한 내역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 통화를 했다. 그가 내게 전해 준 말이 있다. "나 목발 버렸다!" 국내외의 명문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그가 나에게 전해 준 또 다른 말은 "나 일요일 반에 등록했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모래 한 알 속에서 세계를 본다"고 노래했으며, 더 나아가 신라의 의상대사는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고 설파했다. "가슴 펴고 허리 세우는 것"은 수조 원대의 건강기구와 식품이 판치는 오늘날의 세태 속에서 모래 한 알 혹은 티끌처럼 별것 아닌 것 혹은 사소한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원리에 신약(身弱)하고 심약(心弱)한 현대인들에게는 참으로 적절한 이치와 처방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몸살림운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몸을 맡기는 인습의 고리를 끊고 자기 주도적으로 몸을 관리하는 마인드만이라도 배워 가길 나는 소망한다. 그리하면 내가 겪은 악업(惡業) 같은 경우는 당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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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교수님은 목디스크 판정을 받기 전에 허리디스크로 고생을 하셨다. 그 통증이 좀 숙으러드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소위 목디스크로 고생을 하게 되신 것이다. 이 분의 증상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전에 분명하게 주의하고 넘어가야 할 아주 중요한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허리가 아프던 분이 목까지 아프게 됐다는 것이다. 이 두 부위의 통증은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뿌리가 같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허리가 아플 때나 목이 아플 때나 모두 그 원인(遠因)은 고관절이 틀어진 데 있다는 것이다. 저번에 편두통을 다룰 때 편두통은 오른쪽 목이 접질려서(近因) 오는 현상인데, 이 역시 대개는 고관절이 틀어져서(遠因) 오는 현상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때 목이 틀어지는 과정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목디스크도 마찬가지 과정을 겪은 끝에 나온 산물인 것이다.
목디스크도 스스로 낫는다
우리 몸은 하나이고, 그래서 몸에 고장이 나는 것도 대개는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고관절이 틀어져서 허리를 바로 세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보고 나면 몸에 왜 탈이 나게 되는지 바로 쉽게 알 수 있고, 그러면 몸은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방법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약 먹고 수술하고 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나을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S교수님의 증상과 낫는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S교수님에 대해 병원에서는 목디스크 때문에 목도 아프고 손도 저리고 머리도 아픈 것이며 목에 있는 디스크가 퇴행해 이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그러니 퇴행한 디스크를 빼내고 인공디스크를 삽입하자고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목이 심하게 틀어진 게 오래돼서 근육이 심하게 굳어 있는 것을 보고 경성 목디스크라고 판단한 것이다. 목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틀어져 있는 목을 잡아 주고 도리도리하는 목운동을 통해서 쉽게 나을 수 있는 증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S교수님은 이러한 방법을 써서 어렵지 않게 나았다.
목디스크라는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목이 뻣뻣해지고 목을 돌릴 때마다 통증을 느낀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통증 때문에 목을 조금 돌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것은 목의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라 근육이 굳어서 신경에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근육이 조금 굳어 있으면 뻣뻣한 정도에 머물지만, 많이 굳으면 굳어 있을수록 근육의 연성이 없어져 실제로 목을 돌릴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목을 돌리려고 하면 근육이 더 긴장되면서 신경을 눌러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목이 이렇게 되는 원인은 대개는 '등이 굽어' 그 근육이 목근육을 잡아당기기 때문이라는 것은 편두통을 설명할 때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목의 이상이 오래가면 원인은 목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등에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등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대개 고관절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고. 때로는 어깨가 틀어져서 목근육을 잡아당겨서 목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목과 등, 어깨는 서로 연결돼 있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목뼈는 그 자체로 쉽게 틀어지기도 하고 또 쉽게 원위치로 돌아가기도 한다. 목 자체의 원인으로 목이 틀어졌다면 이는 대개 머지않아 제 위치로 돌아간다. 오랫동안 목의 이상이 지속된다면 목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등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인 것이다. 등을 바로잡아야 목의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우리 몸이 하나라는 사실을 보지 못하고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집착하는 경우에는 목의 문제를 목만의 문제로 보고 해결책을 강구한다. 그러니 S교수님께 멀쩡한 목의 디스크를 빼내고 인공 인공디스크로 갈아 끼자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목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허리에도 해당되고, 고관절에도 해당되고, 무릎에도 해당이 된다. 좀 틀어져 있는 것일 뿐이고, 따라서 틀어진 것을 바로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인데, 걸핏하면 헌것 없애고 새것으로 갈아 끼우자고 한다.
다음으로 늘 머리가 상기되고 눈은 늘 침침한 데다 전신은 항상 피로감에 휩싸여 있다고 했는데, 이런 증세도 각기 동떨어져서 나타나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머리가 상기되고 항상 피로감에 휩싸여 있었던 것은 몸을 구부리고 있어 공명(空明)이 전부 혹은 일부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공명이 막혀 있으면 아랫배까지 내려가는 깊은 호흡(복식호흡)이 안 되고 가슴으로만 달싹거리는 얕은 호흡(흉식호흡)만 되므로 온 몸에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그러면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되므로 항상 맥이 빠져 있게 되고 조금만 일해도 쉬 피로해진다. 이럴 때에는 온 몸으로 열을 발산하지 못하고 위로만 발산하게 되는데, 이를 상기된다고 한다. 다른 데는 차가운데 얼굴과 머리로만 열이 뻗쳐 뜨거워지는 것을 말한다.
눈이 침침한 것은 왼쪽 목이 틀어져 얼굴로 가는 신경이 트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눈, 코, 귀, 입에 이상이 있으면 일단 목에 이상이 있어 얼굴로 가는 신경이 약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오른쪽이 틀어지면 머리가 아프고 기억력이 깜박깜박한다. 치매가 오는 사람은 오른쪽 목이 접질려 있다고 보면 된다. 왼쪽이 틀어지면 얼굴에 있는 기관에 이상이 생긴다. 눈이 침침한 데다 상기(上氣)가 뻗쳐 있으니 정신집중이 잘 안 되는 것은 당연하고, 쉽게 상기되는 사람은 깊은 호흡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니 쉬 피로를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에다 또 혈압이 높아졌다고 했는데, 이는 고혈압에 대해 쓸 때 지적한 대로 등이 굽어 있어 흉추에서 심장으로 가는 신경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가족력이라든지 비만과는 상관없이 흉추가 틀어져서 오는 현상일 뿐이다. 다만 가족 중에 고혈압이 있을 때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부모의 구부린 자세를 후대가 모방해서 따라서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일 뿐이다. S교수님도 고혈압은 유전일 것이라는 잘못된 일반 상식에 따라 혈압이 높아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겠지만, 등을 구부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손이 저린 것은 몇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S교수님의 경우는 흉추에서 팔로 연결되는 신경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가슴을 펴서 떠 있던 등이 제자리로 돌아가면 사라진다. 점차 손이 저린 증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떠 있는 등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외에도 어깨가 틀어지거나 손목이 틀어져 신경이 덜 가게 될 때에도 손이 저리게 되는데, 이때에는 어깨나 손목을 바로잡아 주면 간단하게 해결이 된다.
필자가 S교수님을 만나서 해 드린 것은 별것이 아니다. 별것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자기 몸은 자기가 낫게 하는 것이지 누가 도와주어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몸 전체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고관절과 엉치를 바로잡아 줌으로써 허리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여기서 도와주었다고 하는 것은 그 다음에 허리를 바로 세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한다. 본인이 꾸준하게 숙제를 해서 허리를 세우려고 하면 허리가 바로 설 것이고, 그렇지 않고 예전과 똑같이 살면 구부정한 허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허리가 바로 서지 않으면 구부정한 자세는 계속될 것이고, 그러면 필자가 도와준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본인은 계속해서 아픈 몸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그 위에 있는 흉추와 경추를 바로잡아 줌으로써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결국 병이라는 것은 대개 원인(遠因)은 고관절과 엉치가 틀어져서, 바로 이로 인해서 허리가 굽어 있는 데서 오지만, 근인(近因)은 대개 흉추와 경추로부터 온다. 경추와 흉추에서 눈, 코, 귀, 입으로 가는 신경 모두와 오장육부로 가는 신경 대부분이 갈라져 나오는데, 이들 신경 중 일부가 약해지면 그것과 연결돼 있는 기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예컨대 갑상선에 이상이 생기는 것처럼 목의 근육이 굳어서 직접 기관을 눌러도 기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병으로 연결될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병은 모두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듦으로써 해결이 되는데, 이 또한 본인이 노력해서 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본인이 노력할 수 있도록 조금 길을 틔워 주는 것밖에 없다.
이렇게 필자는 S교수님께 조금 도와드린 것밖에 없는데, S교수님은 몸이 틀어져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이미 스스로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몸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운동을 열심히 하셨고, 그래서 S교수님의 몸은 스스로 나을 수 있었다. 우리 몸은 하나이고, 몸의 병이라는 것은 대개 이 하나인 몸이 틀어져서 생긴 것이라고 보면 쉽게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간단한 방식으로 건강해질 수 있겠느냐며 믿지 않는 데 있다. 복잡하게 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근대화의 과정에서 우리들에게 주입된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진리로 믿으면서 살고 있다.
S교수님이 몸을 펴는 운동을 하니 주량이 늘어나 술을 더 마시는 단점도 생겨났다고 농담을 하셨는데, 이는 몸을 펴는 운동을 해 본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다. 제대로 운동을 하면 몸이 가뿐해지고 활력이 솟는다는 것을 누구나 느낀다. 주량이 느는 것은 그 중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몸을 펴면 병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병이 사라지는 것은 몸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때문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실은 몸살림운동은 돈 안 들이고 몸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친구 교수님도 실은 간단한 원인 때문에 고생한 것이다. 고관절이 너무 심하게 틀어져 있었을 뿐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고관절을 구성하는 넓적다리 끝이 꺼멓게 보이는데, 이것을 보고 현대의학에서는 고관절괴사증이라고 부른다. 고관절이 죽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너무 심하게 틀어진 쪽의 다리에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친구 교수님이 이런 상태에 있으셨다. 이런 경우 인공 고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권하기도 하는데, 틀어져 심하게 삐져나온 고관절을 툭 쳐서 넣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바로 힘이 들어가면서 원래 정상일 때처럼 걸을 수는 없어도 지팡이를 짚지 않고 걸을 수 있을 만큼은 된다.
인공 고관절로 갈아 끼울 때 드는 수천만 원의 비용과 수술을 받을 때 당하는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이후 수술을 받은 사람은 제대로 걷고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자. 툭 쳐서 넣어 주고 깍지 끼고 걷기나 뒷짐 지고 걷기를 해서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대개의 병이라는 게(너무 깊어지면 스스로 나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스스로 나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것인데, 세상에서는 복잡하게 생각하고, 복잡하게 해결하려고 한다. 필자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 대목이다. 단순하게 보면 쉽게 풀린다. 복잡하게 보면 풀릴 것도 풀리지 않는다. 타력(他力)에 의존하려 하지 말고, 우리 몸의 능력을 믿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건강해지자. 그러면 되는 것이다.
전회에 허리디스크에 대해서 썼는데, 그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면 허리디스크란 없다는 것이었다.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눌러서 허리가 아프다는 진단은 현대의학의 최대 난센스 중의 하나라는 것이었다. 요추 사이에 들어 있는 디스크(椎間板)는 인간의 몸에서 좋은 역할만 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죄도 없이 허리통증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잘려 나가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사람이 죽어 무덤에 누울 때까지 상체의 무게를 부드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어야 할 추간판이 잘려 나가니 그 주인이 제대로 허리힘을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더구나 땅에 묻혀서 50년이 돼도 다 썩지 않고 비닐봉지처럼 남아 있는 이 연골(軟骨)이 퇴행했다고 해서 인공 연골로 갈아 끼워 대체당하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그런데 디스크의 수모는 허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목에 있는 디스크 역시 목디스크라는 병명으로 단죄가 되고 있다. 허리디스크가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아프게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목디스크는 목뿐만 아니라 어깨와 손, 나아가서는 두통에다 흉추부와 앞가슴, 옆가슴까지 아프게 하는 주범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목디스크는 경추의 추간판이 노화함에 따라 수분이 손실되고 디스크를 싸고 있는 막이 손상되고 섬유가 찢어져서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인 수핵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생긴다고들 한다. 말하자면 목에 있는 디스크가 퇴행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목디스크의 원인을 보통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보도록 하자. 목디스크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공부 또는 일하는 방식으로 인해 일어나는 목뼈의 변형 때문이라고 한다. 고개를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제쳐 한쪽으로 쏠린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만성적인 자극에 의해 목뼈의 정상곡선이 변형되게 된다는 것. 이때 가장 많이 꺾인 목에 머리의 무게가 집중되고 디스크의 간격이 점차 좁아지면서 꺾인 부위의 신경이 나오는 구멍이 더욱 좁아져 디스크가 조금만 나와도 쉽게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고 한다. 목뼈의 정상곡선이 변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고개를 과도하게 쓰는 운동을 하거나 또는 높은 베개를 베고 잔 후 갑자기 목디스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목뼈가 변형돼서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는 상태에서 어떤 충격이 가해지면 목디스크가 된다는 얘기이다. 목에 이상이 생겨서 목디스크가 생기는 것이고, 목디스크가 생기면 목, 어깨, 팔 가슴, 흉추까지 아프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게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목디스크 역시 허리디스크라는 표현과 마찬가지로 원인과 결과를 잘 연결시키지 못한 난센스의 결과이다.
다음 사례를 통해서 목디스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D공과대학의 교수이며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S선생께서 "그 어렵던 몸의 문제를 풀다"라는 제목으로 쓰신 것인데, 이 분의 경험을 잘 보면 목디스크라 잘못 이름 붙여진 이 증상이 발생하는 과정과 원인, 해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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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雪上加霜), 피박에 멍박까지
"문제가 있었네요!"
신경외과 의사가 경추 MRI를 판독한 다음 던진 첫 마디였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2년 6개월 전에도 MRI를 찍었는데, 그때 젊은 의사가 "3번과 4번 사이 디스크가 파열돼 수핵이 돌출해 있습니다. 수술을 하셔야겠습니다" 하는 말을 들었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한마디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담담해진 심정으로 "걱정할 것 없어!" 하고 오히려 아내를 위로하며 병원을 나섰다.
의사는 '경성 목디스크'라고 했다. 목의 디스크가 퇴행하면서 뼈끼리 부딪혀 가시뼈가 웃자라나 신경을 누르고 있다고 했다. 의사는 인공 디스크를 삽입하는 수술을 권했다. 어쩌다 허리디스크에다가 이제는 목디스크까지! 허리디스크로 2년여 동안 감내한 육체적·심리적 고통도 적지 않았는데, 이제는 설상가상으로 목디스크라니….
악연(惡緣)의 씨앗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비롯되었다. 공항경비대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허리병을 얻게 되었다. 문제는 소위 '뻗치기'라는 근무자세에서 비롯되었다. M16을 허리에 대고 두 시간 내내 부동자세로 근무하다 보니 허리가 온전한 동료들이 거의 없는 지경이었다. 2년 동안의 통증 끝에 이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운동을 한 덕분이었다. 상체를 단련하고, 그리고 다시금 하체 근육을 강화시키고자 테니스를 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럭저럭 20여 년을 별 문제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2002년에 그 동안 누적되었던 악업(惡業)이 결과로 나타났다. 다리가 저리기 시작하더니, 엉덩이 통증으로, 다시 왼쪽 다리 전체로 통증이 전이되어 한 학기를 강의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허리디스크를 겪어 본 사람들이 다 그러하듯이, 좋다는 것은 수술 빼고는 거의 다 해 보았다. 지네를 비롯한 민간요법, 한약, 침, 추나요법, 견인치료, 물리치료, 활법 등등….
허리디스크 때문에 무던히도 고생했다. 50도 안 된 젊은(?) 놈이 매일 지팡이를 짚고 양방과 한방 두 곳 병원을 6개월 동안 드나들었고, 2년여 동안 쩔뚝거리며 수영장을 다녔다. 물론 그 동안 강의는 의자에 앉아서 했다. 그 덕에 이제 허리가 조금 나아지려고 하는 중인데, 다시금 목디스크와 싸워야 한다니…. 아내에게는 숨기고 싶었지만, 차창에 비친 나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수영장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느껴 왔던 것이지만 나의 몸은 틀어져 있었다. 오른쪽 어깨가 처져 있었고, 목에서 배꼽 쪽으로 이어지는 몸의 중심선이 활처럼 오른쪽으로 휘어 있었다. 약간 마른 편이고 근육이 비교적 발달한 체형이라서 이는 거울만 보아도 쉽게 감지되곤 했다. 혼자서 이를 수정해 보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다. 요가 책을 사다가 혼자 열심히 해 보기도 했고(지방이라서 그때까지는 요가 도장이 없었다) 허리 운동기구를 사다가 허리 근력 강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휘어 있는 중심선은 바로잡히지 않았다. 몸이 틀어지고 휘니 목도 온전할 리 없게 된 것이었다.
2004년은 참 바쁘게도 보냈다. 허리에 공기 보호대를 차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방학 때에도 내내 학교에 출근했다. 대학 10년사 집필, 학과 신설 등의 업무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고지 수천 매에 이르는 대학 10년사 출간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수백 매 분량의 원고 집필뿐만 아니라 수천 매 원고의 윤문과 교정까지도 문학을 전공했고 글 쓰는 업(業)을 가진 탓으로 도맡아서 해야 했다. 목을 숙이고 구부정한 자세가 계속되자 결국 목뼈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문제는 목디스크만이 아니었다. 지난겨울 내내 이상한 증상에 시달렸던 것이다. 목 아픈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늘 머리가 멍하고 상기되며, 눈은 늘 침침한 데다 전신은 항상 피로감에 휩싸여 있었다. 특히 정신노동을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신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치명적이었다. 한두 시간만 머리를 쓰면 그냥 몸과 마음이 다 녹초가 되어서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로 몇 달을 버텼다.
이런 나에 대해 신경외과 의사는 목디스크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했고, 내과 의사는 혈압 때문이라고 했다. 혈압은 늘 100/150을 전후해서 오르내렸는데, 담당 의사는 10여 일 더 지켜본 뒤 투약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적어도 그 동안 혈압 문제로 걱정한 적은 없었다. 대학 때의 체중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극히 정상적인 체형인 데다 가족에게 혈압의 내력이 전혀 없는 내게 혈압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의사는 술과 담배를 모두 다 끊는 것은 물론이요 짠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젠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나 하는 절망감과 우울함에 빠져 불면(不眠)으로 고통을 당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악업(惡業)을 선업(善業)으로
우연히 몸살림운동의 L대표를 만나게 된 동료 교수가 고관절 이야기를 해 주는 순간, 나는 "음!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개연성과 함께 어떤 직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몸의 문제, 바로 몸이 틀어져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어떻게 되돌려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하우를 알고 있다니…. 경추디스크의 경우 잘못 교정 시술을 받으면 마비와 같은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학 상식 정도는 이미 알고 있던 차였지만,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다음날 김철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사례담을 읽어 본 사람이면 모두들 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오른쪽 고관절이 틀어져 있었다. 그래서 엉치뼈도 무너지고 몸도 틀어지고 휘어져 있었다. 아울러 흉추가 떠 있다 보니 심장으로 연결되는 자율신경이 압박을 받아 고혈압 증세가 나타나게 되었고, 목이 오래 접질려 있다 보니 목의 근육과 신경도 굳어 있었다. 선생님은 설명을 하시면서 고관절과 흉추, 목을 바로잡고 굳은 맥과 근육을 풀어 주셨다.
그 다음날부터 내 몸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머리가 맑아졌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상쾌해진 것이다. 거기에다 목의 통증까지 덜해지니 사물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깍지 낀 채 산책을 나가면서 만나는 봄꽃과 연초록 나뭇잎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희미하게 보이던 야경(夜景)도 선명해졌다. 눈이 침침하던 증상도 사라진 것이다.
신통하게 차츰 혈압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평소 100/150이던 혈압이 지 한두 주 지나자 90/130대로, 그리고 한 달 쯤 지나서는 80/120대로 완전히 정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목디스크의 경우 지금은 목 부분의 통증과 불편함은 많이 사라졌고, 목을 굽히거나 무리한 자세를 취할 때 오는 손가락 저림의 증상은 남아 있지만 큰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다.
선생님을 만나 뵌 다음날 나는 몸살림운동 회원으로 가입을 했고, 매주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 한 주도 빠진 적 없는, 어쨌든 수요반에서는 출석이라도 열심히 하는 수련생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성격상 맹신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게다가 학문을 연구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의심도 많은 편이다. 논리, 합리를 추구하고 분석을 중시하는 게 나의 성격 유형인지라 쉽게 믿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하고 확신하는 것이 있다. "바르지 못한 자세가 큰 병을 만든다"는 것과 "어깨 펴고 허리 곧추세우면 건강해진다"는 것 이 두 가지는 내 체험으로 입증된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내 몸에 대해 새로운 자각과 인식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수십 년간 지속된 악업(惡業)을 허리 펴고 가슴 펴는 선업(善業)으로 해소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틈나는 대로 팔법 중 비교적 간단한 1, 2, 3번 체조는 수시로 하고 있으며, 저녁때에는 깍지 끼고 하는 산책을 잊지 않고 한다.
그런데 몸살림운동을 하고 난 뒤 개선해야 할 단점도 생겨났다. 몸에 활력이 붙다 보니 음주량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지만…. 또한 이전에는 못하던 테니스를 다시 하게 된 것이다. 테니스가 단방향 운동이라 허리에는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살살 하면 되지 않겠냐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적당히 즐기고 있다.
원고를 작성하기 전 인근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중학교 동창과 통화를 했다. 이 친구는 6개월 동안 고관절 때문에 온갖 고생을 다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 발을 아주 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해져 목발을 짚고 다녔다고 한다. 서울의 아홉 군데 종합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지만 그 내용은 가지각색이었다고 한다. 고관절괴사증, 연골 깨짐, 연골 용해증, 활액막염 등에다 어느 곳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다시 검사해 보자" 등등이었다고 한다. 2주 전쯤에 몸살림운동에 대해서 그와 통화한 내역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 통화를 했다. 그가 내게 전해 준 말이 있다. "나 목발 버렸다!" 국내외의 명문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그가 나에게 전해 준 또 다른 말은 "나 일요일 반에 등록했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모래 한 알 속에서 세계를 본다"고 노래했으며, 더 나아가 신라의 의상대사는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고 설파했다. "가슴 펴고 허리 세우는 것"은 수조 원대의 건강기구와 식품이 판치는 오늘날의 세태 속에서 모래 한 알 혹은 티끌처럼 별것 아닌 것 혹은 사소한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원리에 신약(身弱)하고 심약(心弱)한 현대인들에게는 참으로 적절한 이치와 처방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몸살림운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몸을 맡기는 인습의 고리를 끊고 자기 주도적으로 몸을 관리하는 마인드만이라도 배워 가길 나는 소망한다. 그리하면 내가 겪은 악업(惡業) 같은 경우는 당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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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교수님은 목디스크 판정을 받기 전에 허리디스크로 고생을 하셨다. 그 통증이 좀 숙으러드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소위 목디스크로 고생을 하게 되신 것이다. 이 분의 증상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전에 분명하게 주의하고 넘어가야 할 아주 중요한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허리가 아프던 분이 목까지 아프게 됐다는 것이다. 이 두 부위의 통증은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뿌리가 같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허리가 아플 때나 목이 아플 때나 모두 그 원인(遠因)은 고관절이 틀어진 데 있다는 것이다. 저번에 편두통을 다룰 때 편두통은 오른쪽 목이 접질려서(近因) 오는 현상인데, 이 역시 대개는 고관절이 틀어져서(遠因) 오는 현상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때 목이 틀어지는 과정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목디스크도 마찬가지 과정을 겪은 끝에 나온 산물인 것이다.
목디스크도 스스로 낫는다
우리 몸은 하나이고, 그래서 몸에 고장이 나는 것도 대개는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고관절이 틀어져서 허리를 바로 세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보고 나면 몸에 왜 탈이 나게 되는지 바로 쉽게 알 수 있고, 그러면 몸은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방법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약 먹고 수술하고 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나을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S교수님의 증상과 낫는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S교수님에 대해 병원에서는 목디스크 때문에 목도 아프고 손도 저리고 머리도 아픈 것이며 목에 있는 디스크가 퇴행해 이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그러니 퇴행한 디스크를 빼내고 인공디스크를 삽입하자고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목이 심하게 틀어진 게 오래돼서 근육이 심하게 굳어 있는 것을 보고 경성 목디스크라고 판단한 것이다. 목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틀어져 있는 목을 잡아 주고 도리도리하는 목운동을 통해서 쉽게 나을 수 있는 증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S교수님은 이러한 방법을 써서 어렵지 않게 나았다.
목디스크라는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목이 뻣뻣해지고 목을 돌릴 때마다 통증을 느낀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통증 때문에 목을 조금 돌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것은 목의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라 근육이 굳어서 신경에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근육이 조금 굳어 있으면 뻣뻣한 정도에 머물지만, 많이 굳으면 굳어 있을수록 근육의 연성이 없어져 실제로 목을 돌릴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목을 돌리려고 하면 근육이 더 긴장되면서 신경을 눌러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목이 이렇게 되는 원인은 대개는 '등이 굽어' 그 근육이 목근육을 잡아당기기 때문이라는 것은 편두통을 설명할 때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목의 이상이 오래가면 원인은 목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등에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등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대개 고관절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고. 때로는 어깨가 틀어져서 목근육을 잡아당겨서 목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목과 등, 어깨는 서로 연결돼 있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목뼈는 그 자체로 쉽게 틀어지기도 하고 또 쉽게 원위치로 돌아가기도 한다. 목 자체의 원인으로 목이 틀어졌다면 이는 대개 머지않아 제 위치로 돌아간다. 오랫동안 목의 이상이 지속된다면 목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등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인 것이다. 등을 바로잡아야 목의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우리 몸이 하나라는 사실을 보지 못하고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집착하는 경우에는 목의 문제를 목만의 문제로 보고 해결책을 강구한다. 그러니 S교수님께 멀쩡한 목의 디스크를 빼내고 인공 인공디스크로 갈아 끼자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목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허리에도 해당되고, 고관절에도 해당되고, 무릎에도 해당이 된다. 좀 틀어져 있는 것일 뿐이고, 따라서 틀어진 것을 바로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인데, 걸핏하면 헌것 없애고 새것으로 갈아 끼우자고 한다.
다음으로 늘 머리가 상기되고 눈은 늘 침침한 데다 전신은 항상 피로감에 휩싸여 있다고 했는데, 이런 증세도 각기 동떨어져서 나타나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머리가 상기되고 항상 피로감에 휩싸여 있었던 것은 몸을 구부리고 있어 공명(空明)이 전부 혹은 일부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공명이 막혀 있으면 아랫배까지 내려가는 깊은 호흡(복식호흡)이 안 되고 가슴으로만 달싹거리는 얕은 호흡(흉식호흡)만 되므로 온 몸에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그러면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되므로 항상 맥이 빠져 있게 되고 조금만 일해도 쉬 피로해진다. 이럴 때에는 온 몸으로 열을 발산하지 못하고 위로만 발산하게 되는데, 이를 상기된다고 한다. 다른 데는 차가운데 얼굴과 머리로만 열이 뻗쳐 뜨거워지는 것을 말한다.
눈이 침침한 것은 왼쪽 목이 틀어져 얼굴로 가는 신경이 트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눈, 코, 귀, 입에 이상이 있으면 일단 목에 이상이 있어 얼굴로 가는 신경이 약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오른쪽이 틀어지면 머리가 아프고 기억력이 깜박깜박한다. 치매가 오는 사람은 오른쪽 목이 접질려 있다고 보면 된다. 왼쪽이 틀어지면 얼굴에 있는 기관에 이상이 생긴다. 눈이 침침한 데다 상기(上氣)가 뻗쳐 있으니 정신집중이 잘 안 되는 것은 당연하고, 쉽게 상기되는 사람은 깊은 호흡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니 쉬 피로를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에다 또 혈압이 높아졌다고 했는데, 이는 고혈압에 대해 쓸 때 지적한 대로 등이 굽어 있어 흉추에서 심장으로 가는 신경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가족력이라든지 비만과는 상관없이 흉추가 틀어져서 오는 현상일 뿐이다. 다만 가족 중에 고혈압이 있을 때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부모의 구부린 자세를 후대가 모방해서 따라서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일 뿐이다. S교수님도 고혈압은 유전일 것이라는 잘못된 일반 상식에 따라 혈압이 높아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겠지만, 등을 구부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손이 저린 것은 몇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S교수님의 경우는 흉추에서 팔로 연결되는 신경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가슴을 펴서 떠 있던 등이 제자리로 돌아가면 사라진다. 점차 손이 저린 증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떠 있는 등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외에도 어깨가 틀어지거나 손목이 틀어져 신경이 덜 가게 될 때에도 손이 저리게 되는데, 이때에는 어깨나 손목을 바로잡아 주면 간단하게 해결이 된다.
필자가 S교수님을 만나서 해 드린 것은 별것이 아니다. 별것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자기 몸은 자기가 낫게 하는 것이지 누가 도와주어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몸 전체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고관절과 엉치를 바로잡아 줌으로써 허리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여기서 도와주었다고 하는 것은 그 다음에 허리를 바로 세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한다. 본인이 꾸준하게 숙제를 해서 허리를 세우려고 하면 허리가 바로 설 것이고, 그렇지 않고 예전과 똑같이 살면 구부정한 허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허리가 바로 서지 않으면 구부정한 자세는 계속될 것이고, 그러면 필자가 도와준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본인은 계속해서 아픈 몸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그 위에 있는 흉추와 경추를 바로잡아 줌으로써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결국 병이라는 것은 대개 원인(遠因)은 고관절과 엉치가 틀어져서, 바로 이로 인해서 허리가 굽어 있는 데서 오지만, 근인(近因)은 대개 흉추와 경추로부터 온다. 경추와 흉추에서 눈, 코, 귀, 입으로 가는 신경 모두와 오장육부로 가는 신경 대부분이 갈라져 나오는데, 이들 신경 중 일부가 약해지면 그것과 연결돼 있는 기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예컨대 갑상선에 이상이 생기는 것처럼 목의 근육이 굳어서 직접 기관을 눌러도 기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병으로 연결될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병은 모두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듦으로써 해결이 되는데, 이 또한 본인이 노력해서 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본인이 노력할 수 있도록 조금 길을 틔워 주는 것밖에 없다.
이렇게 필자는 S교수님께 조금 도와드린 것밖에 없는데, S교수님은 몸이 틀어져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이미 스스로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몸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운동을 열심히 하셨고, 그래서 S교수님의 몸은 스스로 나을 수 있었다. 우리 몸은 하나이고, 몸의 병이라는 것은 대개 이 하나인 몸이 틀어져서 생긴 것이라고 보면 쉽게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간단한 방식으로 건강해질 수 있겠느냐며 믿지 않는 데 있다. 복잡하게 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근대화의 과정에서 우리들에게 주입된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진리로 믿으면서 살고 있다.
S교수님이 몸을 펴는 운동을 하니 주량이 늘어나 술을 더 마시는 단점도 생겨났다고 농담을 하셨는데, 이는 몸을 펴는 운동을 해 본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다. 제대로 운동을 하면 몸이 가뿐해지고 활력이 솟는다는 것을 누구나 느낀다. 주량이 느는 것은 그 중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몸을 펴면 병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병이 사라지는 것은 몸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때문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실은 몸살림운동은 돈 안 들이고 몸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친구 교수님도 실은 간단한 원인 때문에 고생한 것이다. 고관절이 너무 심하게 틀어져 있었을 뿐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고관절을 구성하는 넓적다리 끝이 꺼멓게 보이는데, 이것을 보고 현대의학에서는 고관절괴사증이라고 부른다. 고관절이 죽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너무 심하게 틀어진 쪽의 다리에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친구 교수님이 이런 상태에 있으셨다. 이런 경우 인공 고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권하기도 하는데, 틀어져 심하게 삐져나온 고관절을 툭 쳐서 넣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바로 힘이 들어가면서 원래 정상일 때처럼 걸을 수는 없어도 지팡이를 짚지 않고 걸을 수 있을 만큼은 된다.
인공 고관절로 갈아 끼울 때 드는 수천만 원의 비용과 수술을 받을 때 당하는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이후 수술을 받은 사람은 제대로 걷고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자. 툭 쳐서 넣어 주고 깍지 끼고 걷기나 뒷짐 지고 걷기를 해서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대개의 병이라는 게(너무 깊어지면 스스로 나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스스로 나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것인데, 세상에서는 복잡하게 생각하고, 복잡하게 해결하려고 한다. 필자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 대목이다. 단순하게 보면 쉽게 풀린다. 복잡하게 보면 풀릴 것도 풀리지 않는다. 타력(他力)에 의존하려 하지 말고, 우리 몸의 능력을 믿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건강해지자. 그러면 되는 것이다.
김철/몸살림운동가 |
출처 : 몸살림운동 부산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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