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증요법과 근골계통
오늘은 치골에 관해서 알아보기로 했는데, 근래에 몸살림운동에 작은 해프닝이 하나 있어 그 얘기를 하고 치골에 관해서는 다음에 보기로 하겠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 L씨와 관련된 얘기다.
전에 근골계통에 대해 얘기하면서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대의학은 이 점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고,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L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육에 이상이 생겼다면 우선 뼈대에 문제가 생겼구나 하고 보면 쉽게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는 것인데, 근육만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니까 사람들을 고생시키고 있다.
L선수의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것이 현대의학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십자인대에 문제가 생긴 것은 무릎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틀어진 무릎을 톡 쳐서 바로잡아 주면 틀어진 뼈 때문에 늘어나면서 파열된 것처럼 보이는 인대는 정상으로 돌아간다. 아마 고관절도 틀어져 있을 것이므로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고 10분간 찬물에 담그고 나면 열흘이면 축구선수로서 정상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독일로 떠난다는 보도를 접하고 몸살림운동 실무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L선수 측에 연락을 취해 보려고 꽤나 노력을 한 것 같다.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 한 달간 물리치료를 받는다니, 그리고 물리치료를 받고 나서도 이번 월드컵에서 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답답한 마음에 연락을 한 것 같다. 다시 물리치료가 아니라 수술을 받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저번 주 중반에는 물리치료를 받는다고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노 땡큐"였다. 공인된 의료기관에서 진단이 내려진 것이니, 그대로 따르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당신들처럼 고쳐 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데, 일일이 상대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맞는 말이었다. 최고의 권위를 갖는 공인된 기관에서 진단을 내린 것이니 선수 측에서는 그 권위를 믿고 따르는 것 외에 다른 도리는 없을 것이다. 몸살림운동 같은 일개 시민단체에서 하는 얘기는 아직 소위 '검증'되지 않은 것이니 '권위'도 없고, 따라서 신뢰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무자들도 그런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고, 그래서 애초에 연락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와, 이렇게 돼서는 안 되는데 하는 안타까움 때문에 한번 연락을 해 본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수술을 하고 나면 선수로서의 생명은 거의 끝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후배 하나가 연세대학교 축구 선수였는데, L선수와 똑같은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나서 축구 선수로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온 국민의 기대가 걸려 있는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선수 중의 하나가 뛰지 못하게 되니, 경기에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연락을 해 보았다는 것이다.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근육만 가지고 '치료'를 하려고 하는 것이 현대의학이다. 근육에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전에 엘보에 대해서 쓸 때 엘보는 손목이 틀어져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는데,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바로 그 부분 때문이 아니다. 손목 때문에 생긴 병에 대해 팔꿈치만 가지고 소염제를 먹느니 주사를 놓느니 한다.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와 관련된 관절의 뼈대가 틀어졌기 때문인데, 이렇게 간단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무릎 인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바로 무릎 인대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어느 한 곳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 그곳이 문제라고 보면서 그곳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을 대증요법(對症療法)이라고 한다. 대증요법은 문제의 근원을 찾아보지 않고 안일하게 문제가 생긴 그곳만 쳐다보는 방법이다. 현대의학은 대부분이 대증요법에 매달리고 있다.
정형외과 의사가 보는 근골계통의 이상
얘기 나온 김에 정형외과 의사로서 몸살림운동법을 배우고 이를 병원에서 적절하게 이용하고 계시는 S정형외과의원의 L박사님 얘기를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이 글은 지난 1년간 이 프레시안에 연재된 글을 보강해서 두 권의 책으로 엮어서 내게 됐는데, 이 책의 독후감 형식으로 써 주신 것이다. 원래 근골계통을 다루어 오신 분이라 마침 이번 얘기와도 잘 연결이 되는 것 같다.
꿈은 현실이 된다
저는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35년 동안 환자의 진료에 힘써 왔습니다. 35년이라면 강산이 3번 반이나 변하는 세월입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난 후 종합병원 과장으로만 17년 있었고, 개원의로서 18년간 일해 왔습니다.
그 동안 저는 오로지 서양의학도의 개념을 가지고 근원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진단을 하고 수술하며 약물을 투여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수술 실기에 능한 의사로서 자타가 인정하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환자들에게서 한의학, 즉 동양의학을 좋아하고, 나아가서는 그것을 바탕에 깔고 우리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치료법의 효과에 대해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2000년부터는 적극적으로 대체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 최초로 시작한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 대학원에 적을 두게 되었습니다.
한국동란 이후에 서양문물이 본격적으로 도입됨과 동시에 모든 방면, 특히 교육에서는 선진문화인 서양문화의 잣대로 교육을 받은 제가 대학원에서 동양의학과 동양철학의 개념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느낀 것은 몸만 동양인이지 의식구조는 서양인의 개념으로 동양의학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이때가 비로소 전체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만 보기에 급급한 서양의학도로서 제게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오늘날까지 6년 동안 저의 전문영역인 근골계통의 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치료방법이 있으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습니다. IMNS(신경근뿌리 해체술)를 배우러 대학원으로, 정통 침을 배우러 중국으로, 카이로프락틱을 배우러 어디로 등등 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방법을 다 접해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가을에 근 50여 년의 친한 친구 덕분에 무영 김철 선생님의 몸살림운동을 접하고부터 인간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면 병의 근원을 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야말로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고정화된 개념 하에서 서양문화의 산물인 복잡한 진단기기를 이용하여 전문서적과 전문적인 훈련에서 습득한 기술로 환자의 몸이 아닌 증상을 다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철 선생님 덕분에 가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즉 근원을 보살피는 습관을 배우게 됐고, 생명체는 스스로 나으려고 한다는 진리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허리가 아프다고 방문한 환자가 엉치 부근에서 시작한 통증이 대퇴부를 지나 장딴지까지 뻗치는 경우, 우선 허리디스크를 염두에 두고 방사선 촬영을 하고 여러 가지 진단법을 적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 배워 인간의 몸을 생명체로서 전체로 보기 시작한 후에는 몸 전체를 살펴보고 자세도 보고, 왜 그러한 증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환자의 과거력과 습관, 하는 일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대개 위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습관적으로 바르지 않은 자세로 살아왔습니다. 몸의 중심인 골반을 받치고 있는 고관절의 비틀림으로 엉치뼈, 요추, 흉추, 경추까지 비틀어져 있었습니다. 이에 몸살림운동에서 배운 대로 고관절과 척추를 교정한 후에 방석숙제와 걷기숙제를 권유해서 좋은 결과를 얻곤 했습니다.
만 56세 된 중년 남자가 수개월 전부터 만 보 걷기를 하고 나서부터 양측 발가락 관절 부위가 붓고 아프다면서 외래로 왔습니다. S대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했는데, 모두 정상이고 단지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이니 걷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환자의 전체 모양을 살펴보니 복부비만에 등과 양측 어깨관절이 앞으로 굽었고 허리도 앞으로 굽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엉치뼈 부근에서 고관절은 양측이 모두 뒤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고, 목은 지면을 향해 굽어 있어 외양이 마치 80 먹은 노인의 자세였습니다.
이런 자세에서 매일 만 보를 걷고 있으니 하중을 정상적으로 허리에서 받쳐 주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굽어 있으니 하중이 양측 발가락 쪽, 즉 앞쪽으로 쏠려 자연히 발가락 관절에 무리가 가서 붓고 아픈 것이었습니다.
우선 고관절을 바로잡아 주고 흉추와 늑골, 경추가 어긋난 것도 맞추어 주고 발가락과 발목 등도 교정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바른 자세로 걷기숙제와 흉추 7번에 방석을 놓고 하는 2번 방석숙제를 권했습니다. 환자는 몸이 시원해졌고 바른 자세의 개념까지도 이해하게 됐다며 대단히 기뻐했습니다.
만 36세의 남자 환자가 2002년 6월부터 지금까지 통풍으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요산의 수치는 2.40-7.50mg/dl 정도가 정상인데 8.40mg/dl로 매우 높았습니다.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엄지발가락은 물론이고 무릎까지 심하게 붓고 빨갛게 충혈되어 요산 억제제, 요산 배설을 돕는 약물, 음식 조절, 호르몬제, 관절첨자(긴 지팡이) 등 여러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고, 심지어는 면역체계를 돕는 봉독(벌침)요법도 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발가락 관절이 붓고 발목으로, 무릎으로 점차 올라가면서 빨갛게 충혈되고 부기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환자는 돼지고기를 먹은 후나, 직업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라서 주야로 일이 많은데 이럴 때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후면 증상이 더 나빠졌다고 호소했습니다.
환자의 전체 모양을 살펴보니 물론 양쪽에 목발을 사용해서 보행한 것도 있겠지만 등과 목, 허리가 앞으로 굽었고, 심한 복부비만에 양측 고관절은 뒤로 빠져 있었습니다. 진작에 전체를 볼 수 있었다면 걷기숙제와 통풍치료에 좋은 발가락 자가교정 등을 알려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환자의 고관절과 척추, 어깨, 발가락, 발목까지 교정해 주니, 환자는 발가락은 물론이고 발목에서 통증이 사라지고, 훨씬 시원하고 편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방석숙제와 걷기숙제를 권했습니다. 특히 이 환자는 장시간 컴퓨터하고 씨름하는 직업이라서 목을 15도 각로 쳐들고 하는 걷기숙제를 아침마다 20분씩 하라고 강권했습니다(이때가 2006년 4월 11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2006년 4월 14일) 마침 외래 방문한 이 환자는 목발 없이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발목과 무릎은 편해지고 발가락만 아직 조금 아프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분은 이 몸살림운동이 너무 좋은 것이라며 회사 동료들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에게 권해서 같이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75세의 여자 환자가 양쪽 어깨가 모두 오십견이라고 자가진단으로 확신을 하고 찾아왔습니다. 환자의 목과 등이 앞으로 잔뜩 굽어 있고 허리도 굽어 있었습니다. 양쪽 어깨는 가슴 쪽으로 굽어 있었고 뒤로 돌릴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했습니다. 고관절을 맞추고 흉추, 경추에 어깨관절도 잡아 주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걷기숙제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그 다음날 너무 고맙다고 음료수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누워서 핸드폰을 잡으려고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는데, 손에 잡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마음대로 침상 곁의 물건을 집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영 김철 선생님은 진리는 단순한 데 있다고 하십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냥 몸의 자세가 잘못돼서 몸이 아플 뿐이라고 하십니다. 몸이 바르면 몸에 탈이 날 이유도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단순하지만, 너무나 맞는 말씀이라는 것을 저 스스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 몸살림운동은 수천 년 전부터 우리 조상님들이 생명체인 인간에게 나타나는 현상을 몸으로 경험하면서 만들어 낸 방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몸살림운동은 무영 선생님의 사부이신 무애 스님으로부터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말씀을 들으셨고, 무영 선생님 또한 직접 몸으로 직접 경험함으로써 얻은 결과라고 하십니다.
몸살림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마음까지 열리게 하는 운동입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데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현대인들은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영 선생님은 바로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민족이 드넓은 만주벌판을 달리면서 살던 기마민족 시대 때부터 수천 년 동안 경험을 통해 하나씩 완성해 온 것을 무애 스님으로부터 이어받아 현대에 맞게 정리한 것뿐이라고 하십니다. 우리 민족의 경험 속에 지금까지 그 어느 문명도 풀어 내지 못한 해답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전통 유산이 서양 문명에 짓눌려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이 가슴 아프시다는 무영 선생님께서는 우리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바른 정체성을 찾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이것이야말로 몸살림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마음까지 열리게 하는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뿌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이 수천 년 동안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몸살림운동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한마디로 허리를 세우자는 말로 표현을 하십니다. 이것은 또한 누구의 독점물도 아닌 우리 민족 공동의 훌륭한 문화유산이므로 몸살림이라는 인술은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세계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 각자의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데 적합한 방식이라고 하십니다.
무영 김철 선생님은 이 책에서 생명체인 인체를 간결하게 설명해 놓으셨습니다. 인간은 척추동물로 진화해서 직립 보행하게 됨으로써 양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됨과 동시에 급격한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립보행에 따라 고관절의 역할이 네발짐승과는 달라지게 됐습니다. 고관절이 틀어지면 그 위에 놓여 있는 골반의 위치가 비틀리고 바로 골반 위에 있는 요추, 흉추, 경추까지 비틀리게 되는 것입니다.
직립보행 때문에 허리가 약해졌다고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허리의 통증도 느끼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현대의학적인 상식으로 알려져 있던 기존의 잘못된 통념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탁월한 이해의 방식입니다.
직립해서 걷는 인간 중 약 80%가 요통으로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 중에서는 다리가 당기고 아픈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고관절이 틀어지면 대개 골반이 밑으로 말려들어가고 엉치도 밑으로 내려가는데, 그러면 엉치의 위아래가 어긋나게 됩니다. 이러면 주변의 근육 조직까지 굳게 되고 신경까지 누르게 되어 통증을 일으킵니다.
바로 이런 근본적인 이치 때문에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면 척추가 바로 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오장육부의 기능이 원활해져 소위 말하는 성인병인 고혈압, 당뇨, 통풍, 부정맥, 중풍 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고관절이 잘못돼서 척추가 비틀리면, 척추의 척수에서 기인하는 중추신경계에 장애가 오므로 이 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오장육부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게 됩니다. 너무나 간단하게 몸의 이치를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간결하게 몸살림운동은 한마디로 허리를 세우자는 운동이라고 합니다. 허리가 우리 몸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치료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진 사람들은 몸을 펴기만 하면 건강해진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모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몸살림운동은 잘못된 상식을 바른 상식으로 바꾸는 일이기도 합니다.
무영 김철 선생님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회를 꿈꾸고 계십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E. F. 슈마허는 모든 문제의 해결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출발입니다. 모든 출발은 목적지에의 도착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몸살림운동의 구호를 "가슴을 펴자! 마음이 열린다!"라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가슴을 펴고 마음을 열 날은 오고야 말 것입니다. 꿈은 현실이 되고 말 것입니다.
L박사님께서는 발가락이 아픈 분과 통풍, 오십견 등 세 분의 사례를 말씀하고 계시다. 잘 읽어 보면 세 가지 모두 고관절 문제를 해결해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앞에서 대개의 병이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온다고 했는데,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대개는 몸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든 고관절부터 시작이 된다고 보면 된다. 예컨대 몸의 다른 부위는 다 괜찮았는데 물건을 집다가 그만 어깨가 툭 하고 틀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테면 이런 경우가 예외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근골계통만이 아니라 오장육부나 다른 기관도 실은 대개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몸에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에 이상이 오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세 분 모두 고관절이 틀어짐으로 해서 이로 인해 다른 뼈가 틀어져서 아프게 됐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발가락이 아프다는 분은 몸을 구부리고 다녔기 때문에 힘이 발가락 쪽으로 들어가 근육이 굳게 돼서 아프게 된 것이다. 심지어 발바닥이 아픈 것도 대개는 고관절이 틀어져 땅에 닿는 발바닥의 각도가 정상에서 벗어나면서 오는 현상이다.
고관절을 바로잡아 주면 어느 정도 허리를 세울 수 있으므로 당장 걸음걸이에도 변화가 오면서 통증도 조금 덜 느끼게 되니가 어느 정도 '치료'가 된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꾸준하게 숙제(걷기와 방석)를 해서 제대로 허리를 세우지 못하면 고관절이 다시 틀어지고 허리도 다시 굽을 수 있다. 숙제를 해서 허리를 세우는 것은 누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몫이다. 한 번의 '치료'로 통증을 잊게 된다고 해서 건강해진 것으로 생각한다면, 몸살림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다른 모든 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겠지만, 스스로 허리를 세우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한번 없어졌던 증세가 다시 도질 수도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허리를 세우지 못하면 그것 말고도 다른 많은 병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합병증이라는 말을 많이들 쓰고 있는데, 합병증이란 대개는 고관절이 틀어지고 허리가 굽고 가슴이 움츠러들어 있을 때 함께 올 수 있는 병일 뿐이다. 이 병으로 인해서 저 병이 오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자세가 틀어져서 그로 인해 이 병과 저 병이 함께 오는 것이다. 다만 이 병이 먼저 오고 저 병이 늦게 오고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십견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어깨가 틀어져 있는 것일 뿐이다. 오십견도 원인을 모르면서 '치료'를 하다 보니 별의별 이상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틀어진 어깨를 툭 한번 쳐 주면 해결될 것을 가지고, 물리치료다 뼈주사다 수술이다 해서 온갖 '치료'를 다 하고 있다. 틀어진 어깨만 제자리로 돌아가면 오십견은 저절로 낫는 것을 가지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으로 어깨의 통증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한번 쳐서 뼈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그 전보다는 상당히 편해지기는 한다. L박사님의 사례에서 보듯이 위로 올라가지 않거나 뒤로 돌아가지 않던 팔이 올라가고 돌아가고는 한다. 그러나 이는 어깨가 완전히 낫기 위한 시초를 마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깨가 틀어져서 오래되면 어깨를 둘러싼 근육이 굳게 되는데, 이렇게 굳은 근육은 어깨를 뒤로만 돌려서 풀어지게 해야 한다. 이게 다 풀려야 다 나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근육이 다 풀려야 마지막 남아 있던 조그마한 통증까지 다 사라진다. 그리고 어깨를 뒤로 돌려서 근육을 푸는 것은 본인이 해야 할 일이지 누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기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고관절이 틀어져 몸이 많이 굽어 있는 사람은 앞발바닥으로 땅을 디디고 다니는데, 그러다가 어디엔가 부딪혀 엄지발가락이 위로 접질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요산의 수치가 높다고 하는 통풍이라는 병이 생긴다. 이때 접질린 엄지발가락을 뽑아 주면 얼마 안 있어 요산의 수치는 저절로 떨어진다. 저번에 K박사님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발가락을 뽑아 주고 나서 한 달 후에 병원에 가 보았더니 정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요산의 수치가 높다고 해서 요산의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치료'를 아무리 하려고 해 보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엄지발가락만 제자리로 돌아가면 요산의 수치는 저절로 떨어지게 돼 있다.
이 경우에도 엄지발가락이 접질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근육이 굳고 신경이 약해져 있는데, 이 굳은 근육과 약해진 신경을 푸는 것은 완전히 본인의 몫이다. 하루에 한 번씩 찬물에 담그고 손으로 접질렸던 발가락을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하면서 풀어 주어야 한다. 잘 때에는 엄지발가락에 부목을 대고 묶고 잠으로써 바깥쪽으로 밀려들어가 있던 엄지발가락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러면 엄지발가락 때문에 밖으로 밀려가 있던 다른 발가락도 엄지발가락을 따라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과정은 누가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노력해서 스스로 낫도록 하는 것이다.
L선수도 마찬가지이다. 원인은 무릎이 심하게 틀어진 것이므로 틀어진 무릎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인데, 원인 제공자인 뼈대는 그대로 놓아두고 결과물인 근육만 가지고 '치료'를 한다고 한다. 본(本)은 놓아두고 말(末)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본말이 전도됐다고 하는 것일 게다. 그것도 한국에서는 안 되니까 독일까지 가서 '치료'를 받고 돌아오겠다고 한다.
어차피 '치료의 문화'에 깊숙이 젖어 있는 이 사회에서 아직 스스로 낫는다는 필자의 얘기는 공허한 메아리가 돼서 돌아올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혼자 꿈꾸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L원장님의 말씀대로 공허한 메아리가 현실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본은 타력(他力)이 아니라 자력(自力)이다
필자가 근원적으로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실제로 치료를 해서는 낫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통증을 잊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건강은 자기가 챙기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건강을 남에게 돈을 주고 사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 개념은 사람들에게 의타심만 키워 주고 있는 것이다.
의타의 문화에서 스스로 서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함으로써 스스로 서는 사람이 돼야 한다. 스스로 서는 사람은 비뚤어질 염려가 없지만, 남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사람은 비뚤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제 인간은 스스로 서는 존재가 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종교에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몸을 가지고 사는 존재로서 스스로 서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영혼(靈魂)의 세계는 종교의 영역이기 때문에 필자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또 필자가 치료를 전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치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자연치유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우선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고 하면 제대로 접골을 하고 꿰매고 해야 한다. 이런 것은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병이 너무 깊어지면 자연치유력만으로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 이때에도 약이든 수술이든 침이든 타력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류머티스관절염을 얘기할 때 활액이 거의 생성되지 않을 만큼 깊이 진행됐을 경우에는 활액의 생성을 촉진하는 식품을 먹음으로써 몸이 부드러워진 다음에 교정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경우가 치료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로 너무 깊어지면 타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낫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몸이 아플 때에 거의 대부분은 자연치유력에 의거해서 스스로 나을 수 있다. 몸을 제대로 펴기만 하면 자연치유력이 되살아나 얼마든지 스스로 나을 수 있다. 다만 그 원리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치료 개념에 빠져 그러한 원리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나을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사례를 통해서 스스로 나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다음부터는 우리 몸의 각 부위를 하나하나 짚어 보면서 왜 이상이 생기는 것이고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다음번에는 우선 이번 회에 쓰기로 한 치골(恥骨)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와 해법을 보도록 하겠다. 현대의학에서는 전혀 주목하지 않는 치골이 틀어지면 얼마나 많은, 그리고 병이 생기는지 보도록 하겠다.
오늘은 치골에 관해서 알아보기로 했는데, 근래에 몸살림운동에 작은 해프닝이 하나 있어 그 얘기를 하고 치골에 관해서는 다음에 보기로 하겠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 L씨와 관련된 얘기다.
전에 근골계통에 대해 얘기하면서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대의학은 이 점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고,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L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육에 이상이 생겼다면 우선 뼈대에 문제가 생겼구나 하고 보면 쉽게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는 것인데, 근육만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니까 사람들을 고생시키고 있다.
L선수의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것이 현대의학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십자인대에 문제가 생긴 것은 무릎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틀어진 무릎을 톡 쳐서 바로잡아 주면 틀어진 뼈 때문에 늘어나면서 파열된 것처럼 보이는 인대는 정상으로 돌아간다. 아마 고관절도 틀어져 있을 것이므로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고 10분간 찬물에 담그고 나면 열흘이면 축구선수로서 정상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독일로 떠난다는 보도를 접하고 몸살림운동 실무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L선수 측에 연락을 취해 보려고 꽤나 노력을 한 것 같다.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 한 달간 물리치료를 받는다니, 그리고 물리치료를 받고 나서도 이번 월드컵에서 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답답한 마음에 연락을 한 것 같다. 다시 물리치료가 아니라 수술을 받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저번 주 중반에는 물리치료를 받는다고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노 땡큐"였다. 공인된 의료기관에서 진단이 내려진 것이니, 그대로 따르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당신들처럼 고쳐 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데, 일일이 상대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맞는 말이었다. 최고의 권위를 갖는 공인된 기관에서 진단을 내린 것이니 선수 측에서는 그 권위를 믿고 따르는 것 외에 다른 도리는 없을 것이다. 몸살림운동 같은 일개 시민단체에서 하는 얘기는 아직 소위 '검증'되지 않은 것이니 '권위'도 없고, 따라서 신뢰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무자들도 그런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고, 그래서 애초에 연락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와, 이렇게 돼서는 안 되는데 하는 안타까움 때문에 한번 연락을 해 본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수술을 하고 나면 선수로서의 생명은 거의 끝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후배 하나가 연세대학교 축구 선수였는데, L선수와 똑같은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나서 축구 선수로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온 국민의 기대가 걸려 있는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선수 중의 하나가 뛰지 못하게 되니, 경기에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연락을 해 보았다는 것이다.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근육만 가지고 '치료'를 하려고 하는 것이 현대의학이다. 근육에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전에 엘보에 대해서 쓸 때 엘보는 손목이 틀어져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는데,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바로 그 부분 때문이 아니다. 손목 때문에 생긴 병에 대해 팔꿈치만 가지고 소염제를 먹느니 주사를 놓느니 한다.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와 관련된 관절의 뼈대가 틀어졌기 때문인데, 이렇게 간단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무릎 인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바로 무릎 인대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어느 한 곳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 그곳이 문제라고 보면서 그곳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을 대증요법(對症療法)이라고 한다. 대증요법은 문제의 근원을 찾아보지 않고 안일하게 문제가 생긴 그곳만 쳐다보는 방법이다. 현대의학은 대부분이 대증요법에 매달리고 있다.
정형외과 의사가 보는 근골계통의 이상
얘기 나온 김에 정형외과 의사로서 몸살림운동법을 배우고 이를 병원에서 적절하게 이용하고 계시는 S정형외과의원의 L박사님 얘기를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이 글은 지난 1년간 이 프레시안에 연재된 글을 보강해서 두 권의 책으로 엮어서 내게 됐는데, 이 책의 독후감 형식으로 써 주신 것이다. 원래 근골계통을 다루어 오신 분이라 마침 이번 얘기와도 잘 연결이 되는 것 같다.
꿈은 현실이 된다
저는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35년 동안 환자의 진료에 힘써 왔습니다. 35년이라면 강산이 3번 반이나 변하는 세월입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난 후 종합병원 과장으로만 17년 있었고, 개원의로서 18년간 일해 왔습니다.
그 동안 저는 오로지 서양의학도의 개념을 가지고 근원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진단을 하고 수술하며 약물을 투여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수술 실기에 능한 의사로서 자타가 인정하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환자들에게서 한의학, 즉 동양의학을 좋아하고, 나아가서는 그것을 바탕에 깔고 우리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치료법의 효과에 대해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2000년부터는 적극적으로 대체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 최초로 시작한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 대학원에 적을 두게 되었습니다.
한국동란 이후에 서양문물이 본격적으로 도입됨과 동시에 모든 방면, 특히 교육에서는 선진문화인 서양문화의 잣대로 교육을 받은 제가 대학원에서 동양의학과 동양철학의 개념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느낀 것은 몸만 동양인이지 의식구조는 서양인의 개념으로 동양의학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이때가 비로소 전체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만 보기에 급급한 서양의학도로서 제게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오늘날까지 6년 동안 저의 전문영역인 근골계통의 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치료방법이 있으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습니다. IMNS(신경근뿌리 해체술)를 배우러 대학원으로, 정통 침을 배우러 중국으로, 카이로프락틱을 배우러 어디로 등등 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방법을 다 접해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가을에 근 50여 년의 친한 친구 덕분에 무영 김철 선생님의 몸살림운동을 접하고부터 인간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면 병의 근원을 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야말로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고정화된 개념 하에서 서양문화의 산물인 복잡한 진단기기를 이용하여 전문서적과 전문적인 훈련에서 습득한 기술로 환자의 몸이 아닌 증상을 다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철 선생님 덕분에 가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즉 근원을 보살피는 습관을 배우게 됐고, 생명체는 스스로 나으려고 한다는 진리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허리가 아프다고 방문한 환자가 엉치 부근에서 시작한 통증이 대퇴부를 지나 장딴지까지 뻗치는 경우, 우선 허리디스크를 염두에 두고 방사선 촬영을 하고 여러 가지 진단법을 적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 배워 인간의 몸을 생명체로서 전체로 보기 시작한 후에는 몸 전체를 살펴보고 자세도 보고, 왜 그러한 증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환자의 과거력과 습관, 하는 일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대개 위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습관적으로 바르지 않은 자세로 살아왔습니다. 몸의 중심인 골반을 받치고 있는 고관절의 비틀림으로 엉치뼈, 요추, 흉추, 경추까지 비틀어져 있었습니다. 이에 몸살림운동에서 배운 대로 고관절과 척추를 교정한 후에 방석숙제와 걷기숙제를 권유해서 좋은 결과를 얻곤 했습니다.
만 56세 된 중년 남자가 수개월 전부터 만 보 걷기를 하고 나서부터 양측 발가락 관절 부위가 붓고 아프다면서 외래로 왔습니다. S대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했는데, 모두 정상이고 단지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이니 걷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환자의 전체 모양을 살펴보니 복부비만에 등과 양측 어깨관절이 앞으로 굽었고 허리도 앞으로 굽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엉치뼈 부근에서 고관절은 양측이 모두 뒤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고, 목은 지면을 향해 굽어 있어 외양이 마치 80 먹은 노인의 자세였습니다.
이런 자세에서 매일 만 보를 걷고 있으니 하중을 정상적으로 허리에서 받쳐 주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굽어 있으니 하중이 양측 발가락 쪽, 즉 앞쪽으로 쏠려 자연히 발가락 관절에 무리가 가서 붓고 아픈 것이었습니다.
우선 고관절을 바로잡아 주고 흉추와 늑골, 경추가 어긋난 것도 맞추어 주고 발가락과 발목 등도 교정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바른 자세로 걷기숙제와 흉추 7번에 방석을 놓고 하는 2번 방석숙제를 권했습니다. 환자는 몸이 시원해졌고 바른 자세의 개념까지도 이해하게 됐다며 대단히 기뻐했습니다.
만 36세의 남자 환자가 2002년 6월부터 지금까지 통풍으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요산의 수치는 2.40-7.50mg/dl 정도가 정상인데 8.40mg/dl로 매우 높았습니다.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엄지발가락은 물론이고 무릎까지 심하게 붓고 빨갛게 충혈되어 요산 억제제, 요산 배설을 돕는 약물, 음식 조절, 호르몬제, 관절첨자(긴 지팡이) 등 여러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고, 심지어는 면역체계를 돕는 봉독(벌침)요법도 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발가락 관절이 붓고 발목으로, 무릎으로 점차 올라가면서 빨갛게 충혈되고 부기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환자는 돼지고기를 먹은 후나, 직업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라서 주야로 일이 많은데 이럴 때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후면 증상이 더 나빠졌다고 호소했습니다.
환자의 전체 모양을 살펴보니 물론 양쪽에 목발을 사용해서 보행한 것도 있겠지만 등과 목, 허리가 앞으로 굽었고, 심한 복부비만에 양측 고관절은 뒤로 빠져 있었습니다. 진작에 전체를 볼 수 있었다면 걷기숙제와 통풍치료에 좋은 발가락 자가교정 등을 알려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환자의 고관절과 척추, 어깨, 발가락, 발목까지 교정해 주니, 환자는 발가락은 물론이고 발목에서 통증이 사라지고, 훨씬 시원하고 편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방석숙제와 걷기숙제를 권했습니다. 특히 이 환자는 장시간 컴퓨터하고 씨름하는 직업이라서 목을 15도 각로 쳐들고 하는 걷기숙제를 아침마다 20분씩 하라고 강권했습니다(이때가 2006년 4월 11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2006년 4월 14일) 마침 외래 방문한 이 환자는 목발 없이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발목과 무릎은 편해지고 발가락만 아직 조금 아프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분은 이 몸살림운동이 너무 좋은 것이라며 회사 동료들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에게 권해서 같이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75세의 여자 환자가 양쪽 어깨가 모두 오십견이라고 자가진단으로 확신을 하고 찾아왔습니다. 환자의 목과 등이 앞으로 잔뜩 굽어 있고 허리도 굽어 있었습니다. 양쪽 어깨는 가슴 쪽으로 굽어 있었고 뒤로 돌릴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했습니다. 고관절을 맞추고 흉추, 경추에 어깨관절도 잡아 주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걷기숙제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그 다음날 너무 고맙다고 음료수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누워서 핸드폰을 잡으려고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는데, 손에 잡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마음대로 침상 곁의 물건을 집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영 김철 선생님은 진리는 단순한 데 있다고 하십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냥 몸의 자세가 잘못돼서 몸이 아플 뿐이라고 하십니다. 몸이 바르면 몸에 탈이 날 이유도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단순하지만, 너무나 맞는 말씀이라는 것을 저 스스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 몸살림운동은 수천 년 전부터 우리 조상님들이 생명체인 인간에게 나타나는 현상을 몸으로 경험하면서 만들어 낸 방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몸살림운동은 무영 선생님의 사부이신 무애 스님으로부터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말씀을 들으셨고, 무영 선생님 또한 직접 몸으로 직접 경험함으로써 얻은 결과라고 하십니다.
몸살림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마음까지 열리게 하는 운동입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데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현대인들은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영 선생님은 바로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민족이 드넓은 만주벌판을 달리면서 살던 기마민족 시대 때부터 수천 년 동안 경험을 통해 하나씩 완성해 온 것을 무애 스님으로부터 이어받아 현대에 맞게 정리한 것뿐이라고 하십니다. 우리 민족의 경험 속에 지금까지 그 어느 문명도 풀어 내지 못한 해답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전통 유산이 서양 문명에 짓눌려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이 가슴 아프시다는 무영 선생님께서는 우리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바른 정체성을 찾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이것이야말로 몸살림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마음까지 열리게 하는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뿌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이 수천 년 동안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몸살림운동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한마디로 허리를 세우자는 말로 표현을 하십니다. 이것은 또한 누구의 독점물도 아닌 우리 민족 공동의 훌륭한 문화유산이므로 몸살림이라는 인술은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세계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 각자의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데 적합한 방식이라고 하십니다.
무영 김철 선생님은 이 책에서 생명체인 인체를 간결하게 설명해 놓으셨습니다. 인간은 척추동물로 진화해서 직립 보행하게 됨으로써 양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됨과 동시에 급격한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립보행에 따라 고관절의 역할이 네발짐승과는 달라지게 됐습니다. 고관절이 틀어지면 그 위에 놓여 있는 골반의 위치가 비틀리고 바로 골반 위에 있는 요추, 흉추, 경추까지 비틀리게 되는 것입니다.
직립보행 때문에 허리가 약해졌다고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허리의 통증도 느끼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현대의학적인 상식으로 알려져 있던 기존의 잘못된 통념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탁월한 이해의 방식입니다.
직립해서 걷는 인간 중 약 80%가 요통으로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 중에서는 다리가 당기고 아픈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고관절이 틀어지면 대개 골반이 밑으로 말려들어가고 엉치도 밑으로 내려가는데, 그러면 엉치의 위아래가 어긋나게 됩니다. 이러면 주변의 근육 조직까지 굳게 되고 신경까지 누르게 되어 통증을 일으킵니다.
바로 이런 근본적인 이치 때문에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면 척추가 바로 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오장육부의 기능이 원활해져 소위 말하는 성인병인 고혈압, 당뇨, 통풍, 부정맥, 중풍 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고관절이 잘못돼서 척추가 비틀리면, 척추의 척수에서 기인하는 중추신경계에 장애가 오므로 이 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오장육부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게 됩니다. 너무나 간단하게 몸의 이치를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간결하게 몸살림운동은 한마디로 허리를 세우자는 운동이라고 합니다. 허리가 우리 몸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치료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진 사람들은 몸을 펴기만 하면 건강해진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모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몸살림운동은 잘못된 상식을 바른 상식으로 바꾸는 일이기도 합니다.
무영 김철 선생님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회를 꿈꾸고 계십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E. F. 슈마허는 모든 문제의 해결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출발입니다. 모든 출발은 목적지에의 도착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몸살림운동의 구호를 "가슴을 펴자! 마음이 열린다!"라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가슴을 펴고 마음을 열 날은 오고야 말 것입니다. 꿈은 현실이 되고 말 것입니다.
L박사님께서는 발가락이 아픈 분과 통풍, 오십견 등 세 분의 사례를 말씀하고 계시다. 잘 읽어 보면 세 가지 모두 고관절 문제를 해결해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앞에서 대개의 병이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온다고 했는데,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대개는 몸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든 고관절부터 시작이 된다고 보면 된다. 예컨대 몸의 다른 부위는 다 괜찮았는데 물건을 집다가 그만 어깨가 툭 하고 틀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테면 이런 경우가 예외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근골계통만이 아니라 오장육부나 다른 기관도 실은 대개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몸에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에 이상이 오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세 분 모두 고관절이 틀어짐으로 해서 이로 인해 다른 뼈가 틀어져서 아프게 됐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발가락이 아프다는 분은 몸을 구부리고 다녔기 때문에 힘이 발가락 쪽으로 들어가 근육이 굳게 돼서 아프게 된 것이다. 심지어 발바닥이 아픈 것도 대개는 고관절이 틀어져 땅에 닿는 발바닥의 각도가 정상에서 벗어나면서 오는 현상이다.
고관절을 바로잡아 주면 어느 정도 허리를 세울 수 있으므로 당장 걸음걸이에도 변화가 오면서 통증도 조금 덜 느끼게 되니가 어느 정도 '치료'가 된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꾸준하게 숙제(걷기와 방석)를 해서 제대로 허리를 세우지 못하면 고관절이 다시 틀어지고 허리도 다시 굽을 수 있다. 숙제를 해서 허리를 세우는 것은 누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몫이다. 한 번의 '치료'로 통증을 잊게 된다고 해서 건강해진 것으로 생각한다면, 몸살림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다른 모든 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겠지만, 스스로 허리를 세우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한번 없어졌던 증세가 다시 도질 수도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허리를 세우지 못하면 그것 말고도 다른 많은 병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합병증이라는 말을 많이들 쓰고 있는데, 합병증이란 대개는 고관절이 틀어지고 허리가 굽고 가슴이 움츠러들어 있을 때 함께 올 수 있는 병일 뿐이다. 이 병으로 인해서 저 병이 오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자세가 틀어져서 그로 인해 이 병과 저 병이 함께 오는 것이다. 다만 이 병이 먼저 오고 저 병이 늦게 오고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십견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어깨가 틀어져 있는 것일 뿐이다. 오십견도 원인을 모르면서 '치료'를 하다 보니 별의별 이상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틀어진 어깨를 툭 한번 쳐 주면 해결될 것을 가지고, 물리치료다 뼈주사다 수술이다 해서 온갖 '치료'를 다 하고 있다. 틀어진 어깨만 제자리로 돌아가면 오십견은 저절로 낫는 것을 가지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으로 어깨의 통증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한번 쳐서 뼈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그 전보다는 상당히 편해지기는 한다. L박사님의 사례에서 보듯이 위로 올라가지 않거나 뒤로 돌아가지 않던 팔이 올라가고 돌아가고는 한다. 그러나 이는 어깨가 완전히 낫기 위한 시초를 마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깨가 틀어져서 오래되면 어깨를 둘러싼 근육이 굳게 되는데, 이렇게 굳은 근육은 어깨를 뒤로만 돌려서 풀어지게 해야 한다. 이게 다 풀려야 다 나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근육이 다 풀려야 마지막 남아 있던 조그마한 통증까지 다 사라진다. 그리고 어깨를 뒤로 돌려서 근육을 푸는 것은 본인이 해야 할 일이지 누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기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고관절이 틀어져 몸이 많이 굽어 있는 사람은 앞발바닥으로 땅을 디디고 다니는데, 그러다가 어디엔가 부딪혀 엄지발가락이 위로 접질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요산의 수치가 높다고 하는 통풍이라는 병이 생긴다. 이때 접질린 엄지발가락을 뽑아 주면 얼마 안 있어 요산의 수치는 저절로 떨어진다. 저번에 K박사님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발가락을 뽑아 주고 나서 한 달 후에 병원에 가 보았더니 정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요산의 수치가 높다고 해서 요산의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치료'를 아무리 하려고 해 보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엄지발가락만 제자리로 돌아가면 요산의 수치는 저절로 떨어지게 돼 있다.
이 경우에도 엄지발가락이 접질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근육이 굳고 신경이 약해져 있는데, 이 굳은 근육과 약해진 신경을 푸는 것은 완전히 본인의 몫이다. 하루에 한 번씩 찬물에 담그고 손으로 접질렸던 발가락을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하면서 풀어 주어야 한다. 잘 때에는 엄지발가락에 부목을 대고 묶고 잠으로써 바깥쪽으로 밀려들어가 있던 엄지발가락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러면 엄지발가락 때문에 밖으로 밀려가 있던 다른 발가락도 엄지발가락을 따라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과정은 누가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노력해서 스스로 낫도록 하는 것이다.
L선수도 마찬가지이다. 원인은 무릎이 심하게 틀어진 것이므로 틀어진 무릎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인데, 원인 제공자인 뼈대는 그대로 놓아두고 결과물인 근육만 가지고 '치료'를 한다고 한다. 본(本)은 놓아두고 말(末)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본말이 전도됐다고 하는 것일 게다. 그것도 한국에서는 안 되니까 독일까지 가서 '치료'를 받고 돌아오겠다고 한다.
어차피 '치료의 문화'에 깊숙이 젖어 있는 이 사회에서 아직 스스로 낫는다는 필자의 얘기는 공허한 메아리가 돼서 돌아올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혼자 꿈꾸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L원장님의 말씀대로 공허한 메아리가 현실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본은 타력(他力)이 아니라 자력(自力)이다
필자가 근원적으로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실제로 치료를 해서는 낫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통증을 잊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건강은 자기가 챙기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건강을 남에게 돈을 주고 사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 개념은 사람들에게 의타심만 키워 주고 있는 것이다.
의타의 문화에서 스스로 서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함으로써 스스로 서는 사람이 돼야 한다. 스스로 서는 사람은 비뚤어질 염려가 없지만, 남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사람은 비뚤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제 인간은 스스로 서는 존재가 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종교에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몸을 가지고 사는 존재로서 스스로 서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영혼(靈魂)의 세계는 종교의 영역이기 때문에 필자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또 필자가 치료를 전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치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자연치유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우선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고 하면 제대로 접골을 하고 꿰매고 해야 한다. 이런 것은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병이 너무 깊어지면 자연치유력만으로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 이때에도 약이든 수술이든 침이든 타력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류머티스관절염을 얘기할 때 활액이 거의 생성되지 않을 만큼 깊이 진행됐을 경우에는 활액의 생성을 촉진하는 식품을 먹음으로써 몸이 부드러워진 다음에 교정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경우가 치료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로 너무 깊어지면 타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낫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몸이 아플 때에 거의 대부분은 자연치유력에 의거해서 스스로 나을 수 있다. 몸을 제대로 펴기만 하면 자연치유력이 되살아나 얼마든지 스스로 나을 수 있다. 다만 그 원리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치료 개념에 빠져 그러한 원리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나을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사례를 통해서 스스로 나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다음부터는 우리 몸의 각 부위를 하나하나 짚어 보면서 왜 이상이 생기는 것이고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다음번에는 우선 이번 회에 쓰기로 한 치골(恥骨)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와 해법을 보도록 하겠다. 현대의학에서는 전혀 주목하지 않는 치골이 틀어지면 얼마나 많은, 그리고 병이 생기는지 보도록 하겠다.
김철/몸살림운동가 |
출처 : 몸살림운동 부산동호회
글쓴이 : 공구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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