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이 다르면 보이는 게 다르다
사람의 몸을 볼 때에도 관점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관점에 따라 각기 중요하게 보고 강조하는 지점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어느 쪽이 더 맞는지 틀리는지는 차치하고 한의학에서 보는 인체와 서양의학에서 보는 인체는 전혀 다르다. 똑같은 몸을 보더라도 기존에 사고해 왔던 세계관의 틀에 따라 사람의 몸은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예전에 '인체의 신비(神秘)전'을 한번 본 적이 있는데, 필자는 인체의 신비가 아니라 '인체의 괴기(怪奇)전'이라고 느껴졌다. 서양에서 만든 것이니까 서양적 인체관에 맞게 기획돼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왜 그렇게 사람을 여러 토막을 내 횡으로 잘라 놓은 것을 전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무엇을 배우라고 그런 설치를 했는지 모르겠다. 잘 보다가 그 지점에 이르러서는 역겨워서 토하려고 하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많이 보였다. 갈기갈기 토막 살인을 하면 어떤 모양이 나오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써 그런 괴기스런 장면을 준비했다는 인상만 받았다.
이 '인체의 신비전'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서양적 인체관의 특징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대개는 실망스러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신경계에 관한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신경계는 우리 몸의 정보전달체계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는 우리 몸 전체를 지휘하는 사령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서 다루었을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런데 전체 전시 중에서도 가장 소략한 것이 신경계에 관한 것이었다. 척수의 중추신경계에서 어떤 신경이 갈라져 나와 어떤 장기와 연결되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것인데, 그런 것은 아예 없었다.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 몸의 정보전달체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굉장히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 몸의 말초신경계 중 중요한 것을 전체적으로 하나도 상하지 않게 한 벌 떠 놓은 것이었다. 여기에다 두뇌 하나를 갖다놓은 것이 신경계 전시물의 전부였다. 역시 서양의학에서는 약물의 사용이나 수술만 중요하게 여기지 신경에 대해서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이 이 전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사람들은 몸살림운동이 교정을 하니까 틀어진 뼈가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뼈가 제자리를 잡으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단순하게 뼈대가 제자리를 잡는 현상만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틀어진 뼈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근육이나 신경을 정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신경이다. 더 오랫동안 몸이 틀어져 있었을수록 신경이 더 약해져 있는데, 신경이 풀려 제자리로 돌아와야 몸은 낫게 된다. '인체의 신비전'에서는 현대의학에서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경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으니까 옷 한 벌의 모양처럼 전체 신경계만 따로 떨어뜨려 놓았지만, 신경은 정보전달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뼈나 근육, 더 나아가서는 이들에게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 등을 운반해 주는 혈관과도 같이 가고 있다.
전쟁터를 예로 들어 보자. 전쟁터에서는 무전병이 소대별로 배치돼 있어 수시로 전황을 보고하지 않으면 상급 부대, 더 나아가서는 군 총사령관이 전체 군대를 지휘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훈련에서도 무전병은 항상 소대장 뒤를 졸졸 따라다니게 돼 있다. 마찬가지로 오장육부든 사지든 어디를 불문하고 말초신경계에서 중추신경계로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해 중추신경계에서 전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 전체로서 하나인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돼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신경이 약해져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신경이 연결돼 있는 기관(organ)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전선(戰線)이 흐트러지게 된다. 중추신경계에서 췌장으로 가는 신경이 막히면 인슐린이 덜 분비돼 당뇨가 오고, 심장으로 가는 신경이 막히면 혈압을 조절하지 못하게 돼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오고, 위장으로 가는 신경이 약해지면 위가 무기력해져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은 그 동안 누차 얘기한 바 있다. 그 기관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기관 때문에 어느 정도 고통을 당하는 데 그칠 수도 있지만, 그 기관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목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렇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계에 대해서 현대의학은 부차적인 의미밖에는 두지 않고 있다. 뼈와 근육, 혈관까지 신경과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이 현대의학에서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을 전체로서 하나로 보지 않는 현대의학의 입장에서는 중요하게 볼 필요도 없다. 몸을 수십 개로 잘라서 그 부분만 보는 데 익숙해져 있는 현대의학으로서는 오히려 이같은 얘기가 쓸데없는 것으로 비칠 뿐일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현대의학은 다음처럼 답할 것이다. 그냥 사람 몸의 어디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만 보면 되지, 그리고 그 부분만 잘 보는 전문가만 있으면 되지, 왜 사람들 헷갈리게 하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어디 이상이 있는 데가 있으면 거기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든지 수술을 하기만 하면 되지, 무슨 다른 얘기가 필요한 것이냐고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건강을 추구하는 데는 서로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서양적인 방법도 있고 한국적인 방법도 있다. 한국적인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한의학적인 방법도 있고 몸살림운동 같은 방법도 있다. 서로 다른 방법이 있을 때에는 두 가지 대응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서로 따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통(會通)을 하는 것이다. 우리 한민족은 주로 후자를 채택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처음으로 원효(617~686)대사가 서로 옳다고 주장하는 온갖 불가의 종파를 화쟁(和諍)을 통해서 하나로 통일시키려고 한 이후 우리 민족은 외부에서 온갖 조류(潮流)가 들어오면 그 요체를 파악하고 전체를 하나로 뭉뚱그리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다산 정약용 선생에 이르면 성리학(性理學)과 서학(西學)을 하나로 엮어 집대성하는 위업을 달성했다(이에 대해서는 異見도 있을 수 있다). 다석 류영모(1890~1981) 선생은 동서양의 모든 사상을 하나로 회통시키려고 했다. 그래서 한민족의 사상적 특징을 회통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회통을 하려면 여러 사상과 방법 하나하나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꿰뚫지 못하면 그 자리에 머무는 정도를 넘어설 수 없다. 그러고 나서 전체를 뭉뚱그려서 하나로 만들어 내야 한다(一以貫之). 여러 개를 그냥 묶어 놓아서는 회통이 되지 못하고 짜깁기에 머물게 된다. 짜깁기를 넘어서려고 하면 잘 알고 나서 전체를 하나의 틀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국 근대화를 부르짖던 시대에 젊은 날을 보냈다. 근대화란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구를 따라가자는 것, 한마디로 말하면 '서구화'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혀서" 어쨌든 보릿고개에서 벗어나 먹고살 만한 나라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우선 배불리 먹어야 다른 무엇도 할 수 있는 것이니 큰일을 해내기는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은 모두 하찮은 것으로 보게 하는 잘못을 범하게 하기도 했다. '서구 것은 앞서가는 좋은 것이고, 우리 것은 뒤떨어진 나쁜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게 한 것이다. 과거의 자기 자신은 부정당해야 할 것이었고, 서구는 미래에 우리가 도달해야 할 이상이었다.
현대의학도 이때 전통적인 방식을 모두 죽이고 이 사회의 주류적인 방식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이는 유일신(唯一神)이 '잡신(雜神)'들을 모두 쓸어서 지옥으로 보내고 이 사회 주류의 신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동일한 궤적을 그었다. 그리고 드디어 병에 관한 한 진리의 독점자로 행세하게 되었다. '법'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자기 민족의 고유한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없도록 했던 것이다.
이런 얘기를 길게 할 필요는 없고, 이런 과정에서 현대의학은 자기를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만 지적해 두기로 하자. 진리는 바로 자신이 진리이기 때문에 방법론적으로 되돌아볼 필요도 없었고, 더구나 비진리(非眞理)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도 없었다. 자기가 진리임을 더욱더 강조하는 순간 자기의 굴레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안에 머물게 되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다양하고 깊은 방법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무시해 버렸고, 바로 그 순간 회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홀로 독불장군이 돼 버리고 말았다. 자신만이 진리라고 선언하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이 비진리가 돼 버리고 만다는 간단한 진리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현대의학에 대해서는 다 공개가 돼 있어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서 알 수 있게 돼 있다. 그리고 늘 병원에 다녀 보았기 때문에 그 효험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직접 몸으로 겪은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는 다른 방법을 잘 알지도 못하고 별로 경험해 보지도 못했다. 그냥 비과학적이라고 단정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공자님은 나이가 60세여도 어린아이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했는데, 과연 나는 진리이니 다른 곳에서 배울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득이 되는 것인지 묻고 싶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렸을 때 천재 소리를 들으면서 매스컴을 탔던 사람치고 어른이 돼서도 천재적인 재질을 보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릴 때에는 어린 대로 여기저기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다 해 보아야 하는 것인데, 부모의 욕심 때문에 어느 한쪽에만 집중해서 공부하도록 하게 한다. 산만해야 정상인 어릴 때에도 한 곳에 집중하면 웬만한 재질만 있으면 무엇이든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보다 백배는 잘할 수 있다. 그래서 어학이든 수학이든 무엇이든 집중 교육을 시키면 천재 소리를 듣게 된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이로서 겪어야 할 것을 겪지 못했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서는 평범한 아이보다도 못한 사람이 되고 만다. 더구나 매스컴을 탄 덕분에 유명한 인물이 되었기 때문에 평범해진 모습을 사람들 앞에 보이고 싶지 않게 되므로 숨어서 사는 경우까지도 생긴다.
항상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폭넓게 관심을 가지고 사는 것이 훨씬 좋은 삶의 방식인 것이다. 혼자 잘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운의 구덩이가 입을 딱 벌리고 기다리고 있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곱씹어 보아야 할 교훈이다.
치골을 보는 법
치골(恥骨)에 대해서도 각기 관점에 따라 관심도가 엄청나게 다르다. 1989년에 초판이 발행되어 100여 년에 걸쳐 개정을 거듭해 2000년에 17번째 개정판을 냈고, 전 세계에서 300명이 넘는 의학 전문가가 참여해 질병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총 망라했다고 하는 <머크 매뉴얼>(도서출판 한우리 펴냄)에는 아예 '찾아보기'에 '치골'이라는 이름이 등장도 하지 않는다. 이 책 한국어판은 국내 의학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의사 150여 명이 참여해서 만들어 냈다고 하는데,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치골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한의학의 수준이 대단히 높다고 자부하는 북한에서 발행된 <동의학사전(東醫學事典)>을 재편집해서 출간한 <재편집 東醫學事典>(도서출판 까치 펴냄)에는 치골을 "불두덩 부위의 뼈를 말한다. 크게 치골체와 치골지로 나눈다"라고만 돼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도 치골은 별 의미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뼈일 뿐인 것이다.
참고로 이 <동의학사전>은 1988년에 북한 창건 40돌을 기념해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현대의학과 함께 동의학을 과학적으로 발전시키고 선조들이 물려준 민간요법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함으로써 동의학의 우수한 내용을 인민 보건사업에 효과적으로 쓰기 위한 곧바른 길을 환히 밝혀 주기" 위해, "집필 편집사업은 평양의학대학, 조선동의과학원,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의 유능한 교원, 연구사, 동의사, 편집위원들이 동원되어 편찬집단을 뭇고(조직이나 모임을 만들고) 속도전을 벌여 짧은 기간에 진행하였으며, 사회적 심사는 분과별로 해당 전문일꾼들이 진행하였다"(<東醫學事典>의 머리말에서)고 한다. 김 주석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아무래도 북한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고 있는 '전문일꾼'들이 참여했을 것이기 때문에, 비록 '속도전'을 벌여서 만들었다고는 해도 그렇게 날림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치골은 의미가 없는 뼈일 뿐이다.
이렇게 기존의 방법에서는 현대의학이든 동의학이든 치골이라는 것은 전혀 주목할 만한 역할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로 약 또는 한약과 수술 또는 침에 의존하는 '치료' 개념에 의거할 때에는 치골은 전혀 주목할 만한 대상이 되지 못한다. 뼈가 틀어지고 자세가 무너지는 것이 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그리고 원리적으로도 보면 치골은 남자 분들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여자 분들에게 핵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이 심하게 불편한 여자 분들은 대개가 치골이 틀어지고, 이로 인해서 고관절까지 함께 틀어져 있다. 필자에게 고통을 호소하는 여자분들 중 반수 이상이 치골이 틀어져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봐왔다.
나이가 들어 좌골신경통(坐骨神經痛)을 앓고 있어 다리를 고통스럽게 질질 끓고 다니는 여자 분들은 예외 없이 치골이 틀어져 있다. 화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아프고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한 여자 분들도 대개가 치골이 틀어져 있다. 자궁근종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예외 없이 치골이 틀어져 있다. 다른 데는 다 날씬한데 아랫배만 조금 볼록 튀어 나와 있는 여자 분들도 치골이 틀어져 내장이 밑으로 내려와 있는 것이다. 이루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정도로 치골이 잘못돼서 생기는 병은 너무나 많다.
그러면 왜 여자에게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여기에는 진화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인간은 다른 어떤 포유류 동물보다 두뇌의 비중이 높다. 머리가 발전한 것이다. 원래 척추동물에게 생명 전체를 관장하는 것은 흉추 안에 들어 있는 흉수(胸髓)이다. 그런데 진화를 하면서 흉추 안에 들어 있는 흉수만으로는 발전하는 기능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두뇌를 발전시키게 됐다. 척추동물 진화의 과정은 한 측면에서 보면 두뇌 진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다룰 때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었으므로 이쯤만 얘기하고, 어쨌든 두뇌가 들어 있는 머리가 엄청나게 커졌다.
남성 골반: 여성에 비해 치골의 각도가 작다. 치골결합이 고정돼 있어 벌어지지 않는다.여성 골반: 치골의 각도가 남성에 비해 크다. 가운데가 치골결합인데, 여자는 이곳이 붙어 있지 않다.
어디 구멍을 빠져 나갈 때에도 머리만 빠져 나가면 나머지는 다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머리는 크다. 태아가 처음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 때에도 머리가 나오는 것이 관건이 된다. 머리만 나오면 다 나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머리가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서 치골이 벌어지게 돼 있는 것이다.
그림에서 하나는 여성의 골반이고 하나는 남성의 골반이다. 맨 밑에 있는 것이 좌골인데, 앉을 때 엉덩이 근육을 통해서 바닥에 닫는 뼈이다. 바로 위에 있는 뼈가 치골이다. 치골(恥骨)이라고 부르는 것은 남녀 생식기 위쪽 언저리의 두두룩한 부분인 불두덩이 사람들이 낯 뜨거워 부끄러워하는 부분인데, 바로 부끄러워하는 부위의 안에 들어 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恥를 써서 치골이라고 하는 것이다. 순우리말로 하면 불두덩 안에 들어 있으니까 불두덩뼈가 된다. 영어로는 pubis라 해서 음부(陰部)에 있는 뼈라는 뜻이 된다.
남자는 아이를 낳지 않으니까 이 뼈가 벌어질 필요가 없다. 벌어져 보아야 골치 아픈 일만 벌어지므로, 여자만 벌어지게 돼 있는 것이다. 가운데에 흰색처럼 표시돼 있는 것을 치골결합(恥骨結合) 또는 두덩결합이라고 부르는데, 남자는 이곳이 단단하게 묶여서 고정돼 있고 여자는 고정이 안 돼 있다. 아이를 낳을 때 양쪽의 치골이 위로 올라오면서 머리가 빠져 나가도록 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를 낳고 나서 위로 올라가 벌어졌던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양쪽 중에서도 오른쪽은 거의 다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왼쪽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출산 후 갑자기 살이 많이 찌는 분은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고관절이 틀어지게 되고, 또 이로 인해 허리와 흉추가 틀어져서 살이 찌는 것으로 보면 된다(비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 몸은 스스로 낫는다> 상권 참조). 출산 후 1~2년 내에 몸에 큰 문제가 생겼다면 일단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애를 낳고 나서 거꾸로 몸의 병이 사라졌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아이 낳고 나서 얻은 병은 아이 하나 더 낳으면 낫는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는 전에 아이를 낳으면서 틀어져 있던 치골이 다시 애를 낳으면서 제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인 것으로 보면 된다.
산후조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이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다 잊혀져 버렸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었다. 아이를 낳고 삼칠일(3×7일, 즉 21일)이 지나면, 남편이 아내를 오른쪽으로 모로 눕혀 놓고 양 무릎을 아내의 다리 양쪽으로 대고 꿇고는 가운데에서 아내의 왼쪽 고관절을 꾹꾹 눌러 주었다. 이렇게 하면 떠 있던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면 아내는 큰 병 없이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방법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육아법도 굉장히 탁월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인간의 몸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서양적인 방법에 밀려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도리도리(목), 잼잼(손가락), 쭈쭈(고관절과 허리), 곤지곤지(손) 등은 아이의 그 부분이 잘못돼 있는가를 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또한 그 부분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를 망치는 보행기만 태우고 이 좋은 것들은 모두 버리고 말았다. 필자는 <잉태에서 7세까지>를 책으로 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이 시기에 어머니와 아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다시 복원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치골은 보통 이렇게 아이를 낳을 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아서 많이들 틀어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많이 틀어진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다음은 미국에서 재활물리의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물리치료를 하고 있는 어떤 분의 블로그에 나와 있는 글이다. 치골결합의 관절병변이라고 해서 치골이 틀어져 있는 현상은 말해 놓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남자들도 치골에 통증을 느낄 수는 있지만 이는 직접적으로 충격이 가해졌을 때뿐이고, 그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린다. 그런데 위의 설명에서는 남녀의 구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더군다나 네소빅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척추 요인이 치골 통증에 가장 먼저 작용한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인식이 치골에 대해서 전혀 무지한 서양의 물리치료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치골결합의 이개(離開)'라는 항목에서 치골이 틀어지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여기서 우선 '이개(離開)'라는 용어에 대해서 한번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는 현대의학을 하는 사람들이 보통 쓰는 용어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은 현재 우리말 사전으로서는 가장 많은 어휘가 풍부하게 수록돼 있는 금성출판사의 <금성판 국어대사전>에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나오지 않는다. 그 어떤 사전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 말인데, 현대의학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사전에도 안 나오는 말이니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離開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떨어져서 열렸다는 뜻인 것은 같은데, 이것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필자 식으로 얘기하면 그냥 '틀어져 있다' 또는 '떠 있다'고 하면 아주 쉽게 표현이 되는 것인데, 왜 사전에도 없는 말을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지금 법률용어가 사람들이 알아듣기 힘든 것이라고 해서 전면적으로 검토해서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용어로 바꾸겠다고 하는데, 이 '이개'라는 용어, 더 나아가서는 의학용어 전체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할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원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인데 자기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일반사람들이 쓰지 않는 어려운 말을 씀으로써 자기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했다. 제일 먼저 짚을 수 있는 것이 법률용어이다. 다음이 소위 학술용어이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의학용어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알아먹을 수 없는 용어를 씀으로 해서 자신들이 일반 백성 위에서 군림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이러한 용어들이다.
처방전을 쓸 때에는 전에는 주로 독일어로 표기함으로써 아무도 무슨 약을 먹는지도 모르고 먹게 만들었다. 요즘에는 영어를 많이 쓰고 있고, 한글로 쓰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자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무애 스님께서는 인술은 모름지기 무릎을 꿇고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무릎을 꿇는 마음자세는 그만두고라도 환자가 무엇 때문에 병이 났는지 설명이라도 해 주어야 환자나 가족의 답답한 심정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자기가 무슨 이상이 있어 무슨 약을 먹는지도 모르게 몸을 의사가 독점하고 있다. 의사는 일반 백성들 저 위의 성역(聖域)에서 홀로 높은 사람이 돼 있는 것이다.
어쨌든 치골 결합부의 이개(離開)는 가벼우면 방치해도 단시간에 치유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교정하여 반창고 등으로 처치를 한다고 해 놓았다. 아마 직접 그 부위에 통증을 느낄 때에만 이상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통증을 제거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 현대의학의 방식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가벼우면 방치해 놓아도 치유가 된다고 했다. 또 심한 경우에는 교정하여 반창고 등으로 처치한다고 했다. 반창고로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틀어진 뼈는 제자리로 돌아가면 다시 쉽게 틀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반창고 같은 것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도 치골이 출산 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요새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치골이 틀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틀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위의 그림에서 보았듯이 치골은 좌골과 연결이 돼 있다. 좌골에 심한 충격을 받으면 이와 연결된 치골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진다. 양쪽 좌골로 동일하게 충격이 가해지면 괜찮은데, 한쪽으로만 가해질 때 치골이 틀어질 수 있다. 이때에도 대개는 왼쪽이 틀어진다. 한마디로 여자가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으면 치골이 쉽게 틀어진다.
요즘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뒤로 넘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때 쉽게 틀어진다. 뒤에서 갑자기 의자를 확 잡아 빼서 엉덩방아를 찧게 하는 장난을 하다가 틀어지는 경우도 많다. 연인과 눈밭에서 놀면서 "나 잡아 봐라!" 하고 도망가다가 미끄러져도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치골이 틀어질 수 있다. 높은 데서 떨어지면서 틀어질 수도 있다.
심지어는 부부관계를 할 때 남자가 너무 와일드하게 해서 성기를 뽑아낼 때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몸살림운동에서는 그래서 치골을 바로잡은 후 삼칠일(21일)간에는 부부관계를 금하고 있다. 겨우 맞아 들어간 치골이 다시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는 치골이 틀어져서 생기는 다양한 병과 그 해결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사람의 몸을 볼 때에도 관점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관점에 따라 각기 중요하게 보고 강조하는 지점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어느 쪽이 더 맞는지 틀리는지는 차치하고 한의학에서 보는 인체와 서양의학에서 보는 인체는 전혀 다르다. 똑같은 몸을 보더라도 기존에 사고해 왔던 세계관의 틀에 따라 사람의 몸은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예전에 '인체의 신비(神秘)전'을 한번 본 적이 있는데, 필자는 인체의 신비가 아니라 '인체의 괴기(怪奇)전'이라고 느껴졌다. 서양에서 만든 것이니까 서양적 인체관에 맞게 기획돼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왜 그렇게 사람을 여러 토막을 내 횡으로 잘라 놓은 것을 전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무엇을 배우라고 그런 설치를 했는지 모르겠다. 잘 보다가 그 지점에 이르러서는 역겨워서 토하려고 하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많이 보였다. 갈기갈기 토막 살인을 하면 어떤 모양이 나오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써 그런 괴기스런 장면을 준비했다는 인상만 받았다.
이 '인체의 신비전'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서양적 인체관의 특징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대개는 실망스러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신경계에 관한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신경계는 우리 몸의 정보전달체계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는 우리 몸 전체를 지휘하는 사령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서 다루었을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런데 전체 전시 중에서도 가장 소략한 것이 신경계에 관한 것이었다. 척수의 중추신경계에서 어떤 신경이 갈라져 나와 어떤 장기와 연결되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것인데, 그런 것은 아예 없었다.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 몸의 정보전달체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굉장히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 몸의 말초신경계 중 중요한 것을 전체적으로 하나도 상하지 않게 한 벌 떠 놓은 것이었다. 여기에다 두뇌 하나를 갖다놓은 것이 신경계 전시물의 전부였다. 역시 서양의학에서는 약물의 사용이나 수술만 중요하게 여기지 신경에 대해서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이 이 전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사람들은 몸살림운동이 교정을 하니까 틀어진 뼈가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뼈가 제자리를 잡으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단순하게 뼈대가 제자리를 잡는 현상만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틀어진 뼈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근육이나 신경을 정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신경이다. 더 오랫동안 몸이 틀어져 있었을수록 신경이 더 약해져 있는데, 신경이 풀려 제자리로 돌아와야 몸은 낫게 된다. '인체의 신비전'에서는 현대의학에서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경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으니까 옷 한 벌의 모양처럼 전체 신경계만 따로 떨어뜨려 놓았지만, 신경은 정보전달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뼈나 근육, 더 나아가서는 이들에게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 등을 운반해 주는 혈관과도 같이 가고 있다.
전쟁터를 예로 들어 보자. 전쟁터에서는 무전병이 소대별로 배치돼 있어 수시로 전황을 보고하지 않으면 상급 부대, 더 나아가서는 군 총사령관이 전체 군대를 지휘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훈련에서도 무전병은 항상 소대장 뒤를 졸졸 따라다니게 돼 있다. 마찬가지로 오장육부든 사지든 어디를 불문하고 말초신경계에서 중추신경계로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해 중추신경계에서 전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 전체로서 하나인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돼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신경이 약해져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신경이 연결돼 있는 기관(organ)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전선(戰線)이 흐트러지게 된다. 중추신경계에서 췌장으로 가는 신경이 막히면 인슐린이 덜 분비돼 당뇨가 오고, 심장으로 가는 신경이 막히면 혈압을 조절하지 못하게 돼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오고, 위장으로 가는 신경이 약해지면 위가 무기력해져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은 그 동안 누차 얘기한 바 있다. 그 기관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기관 때문에 어느 정도 고통을 당하는 데 그칠 수도 있지만, 그 기관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목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렇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계에 대해서 현대의학은 부차적인 의미밖에는 두지 않고 있다. 뼈와 근육, 혈관까지 신경과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이 현대의학에서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을 전체로서 하나로 보지 않는 현대의학의 입장에서는 중요하게 볼 필요도 없다. 몸을 수십 개로 잘라서 그 부분만 보는 데 익숙해져 있는 현대의학으로서는 오히려 이같은 얘기가 쓸데없는 것으로 비칠 뿐일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현대의학은 다음처럼 답할 것이다. 그냥 사람 몸의 어디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만 보면 되지, 그리고 그 부분만 잘 보는 전문가만 있으면 되지, 왜 사람들 헷갈리게 하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어디 이상이 있는 데가 있으면 거기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든지 수술을 하기만 하면 되지, 무슨 다른 얘기가 필요한 것이냐고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건강을 추구하는 데는 서로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서양적인 방법도 있고 한국적인 방법도 있다. 한국적인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한의학적인 방법도 있고 몸살림운동 같은 방법도 있다. 서로 다른 방법이 있을 때에는 두 가지 대응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서로 따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통(會通)을 하는 것이다. 우리 한민족은 주로 후자를 채택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처음으로 원효(617~686)대사가 서로 옳다고 주장하는 온갖 불가의 종파를 화쟁(和諍)을 통해서 하나로 통일시키려고 한 이후 우리 민족은 외부에서 온갖 조류(潮流)가 들어오면 그 요체를 파악하고 전체를 하나로 뭉뚱그리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다산 정약용 선생에 이르면 성리학(性理學)과 서학(西學)을 하나로 엮어 집대성하는 위업을 달성했다(이에 대해서는 異見도 있을 수 있다). 다석 류영모(1890~1981) 선생은 동서양의 모든 사상을 하나로 회통시키려고 했다. 그래서 한민족의 사상적 특징을 회통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회통을 하려면 여러 사상과 방법 하나하나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꿰뚫지 못하면 그 자리에 머무는 정도를 넘어설 수 없다. 그러고 나서 전체를 뭉뚱그려서 하나로 만들어 내야 한다(一以貫之). 여러 개를 그냥 묶어 놓아서는 회통이 되지 못하고 짜깁기에 머물게 된다. 짜깁기를 넘어서려고 하면 잘 알고 나서 전체를 하나의 틀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국 근대화를 부르짖던 시대에 젊은 날을 보냈다. 근대화란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구를 따라가자는 것, 한마디로 말하면 '서구화'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혀서" 어쨌든 보릿고개에서 벗어나 먹고살 만한 나라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우선 배불리 먹어야 다른 무엇도 할 수 있는 것이니 큰일을 해내기는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은 모두 하찮은 것으로 보게 하는 잘못을 범하게 하기도 했다. '서구 것은 앞서가는 좋은 것이고, 우리 것은 뒤떨어진 나쁜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게 한 것이다. 과거의 자기 자신은 부정당해야 할 것이었고, 서구는 미래에 우리가 도달해야 할 이상이었다.
현대의학도 이때 전통적인 방식을 모두 죽이고 이 사회의 주류적인 방식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이는 유일신(唯一神)이 '잡신(雜神)'들을 모두 쓸어서 지옥으로 보내고 이 사회 주류의 신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동일한 궤적을 그었다. 그리고 드디어 병에 관한 한 진리의 독점자로 행세하게 되었다. '법'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자기 민족의 고유한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없도록 했던 것이다.
이런 얘기를 길게 할 필요는 없고, 이런 과정에서 현대의학은 자기를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만 지적해 두기로 하자. 진리는 바로 자신이 진리이기 때문에 방법론적으로 되돌아볼 필요도 없었고, 더구나 비진리(非眞理)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도 없었다. 자기가 진리임을 더욱더 강조하는 순간 자기의 굴레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안에 머물게 되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다양하고 깊은 방법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무시해 버렸고, 바로 그 순간 회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홀로 독불장군이 돼 버리고 말았다. 자신만이 진리라고 선언하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이 비진리가 돼 버리고 만다는 간단한 진리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현대의학에 대해서는 다 공개가 돼 있어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서 알 수 있게 돼 있다. 그리고 늘 병원에 다녀 보았기 때문에 그 효험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직접 몸으로 겪은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는 다른 방법을 잘 알지도 못하고 별로 경험해 보지도 못했다. 그냥 비과학적이라고 단정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공자님은 나이가 60세여도 어린아이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했는데, 과연 나는 진리이니 다른 곳에서 배울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득이 되는 것인지 묻고 싶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렸을 때 천재 소리를 들으면서 매스컴을 탔던 사람치고 어른이 돼서도 천재적인 재질을 보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릴 때에는 어린 대로 여기저기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다 해 보아야 하는 것인데, 부모의 욕심 때문에 어느 한쪽에만 집중해서 공부하도록 하게 한다. 산만해야 정상인 어릴 때에도 한 곳에 집중하면 웬만한 재질만 있으면 무엇이든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보다 백배는 잘할 수 있다. 그래서 어학이든 수학이든 무엇이든 집중 교육을 시키면 천재 소리를 듣게 된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이로서 겪어야 할 것을 겪지 못했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서는 평범한 아이보다도 못한 사람이 되고 만다. 더구나 매스컴을 탄 덕분에 유명한 인물이 되었기 때문에 평범해진 모습을 사람들 앞에 보이고 싶지 않게 되므로 숨어서 사는 경우까지도 생긴다.
항상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폭넓게 관심을 가지고 사는 것이 훨씬 좋은 삶의 방식인 것이다. 혼자 잘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운의 구덩이가 입을 딱 벌리고 기다리고 있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곱씹어 보아야 할 교훈이다.
치골을 보는 법
치골(恥骨)에 대해서도 각기 관점에 따라 관심도가 엄청나게 다르다. 1989년에 초판이 발행되어 100여 년에 걸쳐 개정을 거듭해 2000년에 17번째 개정판을 냈고, 전 세계에서 300명이 넘는 의학 전문가가 참여해 질병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총 망라했다고 하는 <머크 매뉴얼>(도서출판 한우리 펴냄)에는 아예 '찾아보기'에 '치골'이라는 이름이 등장도 하지 않는다. 이 책 한국어판은 국내 의학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의사 150여 명이 참여해서 만들어 냈다고 하는데,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치골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한의학의 수준이 대단히 높다고 자부하는 북한에서 발행된 <동의학사전(東醫學事典)>을 재편집해서 출간한 <재편집 東醫學事典>(도서출판 까치 펴냄)에는 치골을 "불두덩 부위의 뼈를 말한다. 크게 치골체와 치골지로 나눈다"라고만 돼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도 치골은 별 의미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뼈일 뿐인 것이다.
참고로 이 <동의학사전>은 1988년에 북한 창건 40돌을 기념해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현대의학과 함께 동의학을 과학적으로 발전시키고 선조들이 물려준 민간요법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함으로써 동의학의 우수한 내용을 인민 보건사업에 효과적으로 쓰기 위한 곧바른 길을 환히 밝혀 주기" 위해, "집필 편집사업은 평양의학대학, 조선동의과학원,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의 유능한 교원, 연구사, 동의사, 편집위원들이 동원되어 편찬집단을 뭇고(조직이나 모임을 만들고) 속도전을 벌여 짧은 기간에 진행하였으며, 사회적 심사는 분과별로 해당 전문일꾼들이 진행하였다"(<東醫學事典>의 머리말에서)고 한다. 김 주석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아무래도 북한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고 있는 '전문일꾼'들이 참여했을 것이기 때문에, 비록 '속도전'을 벌여서 만들었다고는 해도 그렇게 날림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치골은 의미가 없는 뼈일 뿐이다.
이렇게 기존의 방법에서는 현대의학이든 동의학이든 치골이라는 것은 전혀 주목할 만한 역할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로 약 또는 한약과 수술 또는 침에 의존하는 '치료' 개념에 의거할 때에는 치골은 전혀 주목할 만한 대상이 되지 못한다. 뼈가 틀어지고 자세가 무너지는 것이 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그리고 원리적으로도 보면 치골은 남자 분들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여자 분들에게 핵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이 심하게 불편한 여자 분들은 대개가 치골이 틀어지고, 이로 인해서 고관절까지 함께 틀어져 있다. 필자에게 고통을 호소하는 여자분들 중 반수 이상이 치골이 틀어져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봐왔다.
나이가 들어 좌골신경통(坐骨神經痛)을 앓고 있어 다리를 고통스럽게 질질 끓고 다니는 여자 분들은 예외 없이 치골이 틀어져 있다. 화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아프고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한 여자 분들도 대개가 치골이 틀어져 있다. 자궁근종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예외 없이 치골이 틀어져 있다. 다른 데는 다 날씬한데 아랫배만 조금 볼록 튀어 나와 있는 여자 분들도 치골이 틀어져 내장이 밑으로 내려와 있는 것이다. 이루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정도로 치골이 잘못돼서 생기는 병은 너무나 많다.
그러면 왜 여자에게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여기에는 진화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인간은 다른 어떤 포유류 동물보다 두뇌의 비중이 높다. 머리가 발전한 것이다. 원래 척추동물에게 생명 전체를 관장하는 것은 흉추 안에 들어 있는 흉수(胸髓)이다. 그런데 진화를 하면서 흉추 안에 들어 있는 흉수만으로는 발전하는 기능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두뇌를 발전시키게 됐다. 척추동물 진화의 과정은 한 측면에서 보면 두뇌 진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다룰 때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었으므로 이쯤만 얘기하고, 어쨌든 두뇌가 들어 있는 머리가 엄청나게 커졌다.
남성 골반: 여성에 비해 치골의 각도가 작다. 치골결합이 고정돼 있어 벌어지지 않는다.여성 골반: 치골의 각도가 남성에 비해 크다. 가운데가 치골결합인데, 여자는 이곳이 붙어 있지 않다.
어디 구멍을 빠져 나갈 때에도 머리만 빠져 나가면 나머지는 다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머리는 크다. 태아가 처음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 때에도 머리가 나오는 것이 관건이 된다. 머리만 나오면 다 나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머리가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서 치골이 벌어지게 돼 있는 것이다.
그림에서 하나는 여성의 골반이고 하나는 남성의 골반이다. 맨 밑에 있는 것이 좌골인데, 앉을 때 엉덩이 근육을 통해서 바닥에 닫는 뼈이다. 바로 위에 있는 뼈가 치골이다. 치골(恥骨)이라고 부르는 것은 남녀 생식기 위쪽 언저리의 두두룩한 부분인 불두덩이 사람들이 낯 뜨거워 부끄러워하는 부분인데, 바로 부끄러워하는 부위의 안에 들어 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恥를 써서 치골이라고 하는 것이다. 순우리말로 하면 불두덩 안에 들어 있으니까 불두덩뼈가 된다. 영어로는 pubis라 해서 음부(陰部)에 있는 뼈라는 뜻이 된다.
남자는 아이를 낳지 않으니까 이 뼈가 벌어질 필요가 없다. 벌어져 보아야 골치 아픈 일만 벌어지므로, 여자만 벌어지게 돼 있는 것이다. 가운데에 흰색처럼 표시돼 있는 것을 치골결합(恥骨結合) 또는 두덩결합이라고 부르는데, 남자는 이곳이 단단하게 묶여서 고정돼 있고 여자는 고정이 안 돼 있다. 아이를 낳을 때 양쪽의 치골이 위로 올라오면서 머리가 빠져 나가도록 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를 낳고 나서 위로 올라가 벌어졌던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양쪽 중에서도 오른쪽은 거의 다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왼쪽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출산 후 갑자기 살이 많이 찌는 분은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고관절이 틀어지게 되고, 또 이로 인해 허리와 흉추가 틀어져서 살이 찌는 것으로 보면 된다(비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 몸은 스스로 낫는다> 상권 참조). 출산 후 1~2년 내에 몸에 큰 문제가 생겼다면 일단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애를 낳고 나서 거꾸로 몸의 병이 사라졌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아이 낳고 나서 얻은 병은 아이 하나 더 낳으면 낫는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는 전에 아이를 낳으면서 틀어져 있던 치골이 다시 애를 낳으면서 제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인 것으로 보면 된다.
산후조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이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다 잊혀져 버렸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었다. 아이를 낳고 삼칠일(3×7일, 즉 21일)이 지나면, 남편이 아내를 오른쪽으로 모로 눕혀 놓고 양 무릎을 아내의 다리 양쪽으로 대고 꿇고는 가운데에서 아내의 왼쪽 고관절을 꾹꾹 눌러 주었다. 이렇게 하면 떠 있던 치골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면 아내는 큰 병 없이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방법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육아법도 굉장히 탁월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인간의 몸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서양적인 방법에 밀려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도리도리(목), 잼잼(손가락), 쭈쭈(고관절과 허리), 곤지곤지(손) 등은 아이의 그 부분이 잘못돼 있는가를 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또한 그 부분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를 망치는 보행기만 태우고 이 좋은 것들은 모두 버리고 말았다. 필자는 <잉태에서 7세까지>를 책으로 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이 시기에 어머니와 아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다시 복원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치골은 보통 이렇게 아이를 낳을 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아서 많이들 틀어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많이 틀어진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다음은 미국에서 재활물리의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물리치료를 하고 있는 어떤 분의 블로그에 나와 있는 글이다. 치골결합의 관절병변이라고 해서 치골이 틀어져 있는 현상은 말해 놓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치골 부위 통증과 척추요인 치골 통증은 테니스나 축구 같은 운동선수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통증이나, 현재에는 각종 필라데스, 요가 혹은 발레 등의 운동이나 겨울철 스키 등을 즐기시는 젊은 여성분들에게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 통증은 과도한 운동 시 치골에 받기 쉬운 기계적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이 통증은 복부 부전과 관계되어 있는 몇 가지 형태학적 이상(골반의 전방전위나 과도한 골반전만증)에 의해서 촉진됩니다. 어떤 학자들은 과도한 훈련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치골 통증은 대개 다음과 같은 원인 때문입니다. * 치골결합의 관절병변 * 내전근의 건초염 * 복부 근육들의 건초염 치골결합의 관절병변은 점진적으로 악화되며 4단계로 분류됩니다. 시발 기간을 거쳐 수년 동안을 계속되는 치유 기간이 필요합니다. 통증이 있는 기간은 수개월에 지나지 않으며, 휴식과 동시에 전문 카이로프락틱 치료가 통증완화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환자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엑스레이 소견을 볼 수 있습니다. 척추요인 '네소빅'이라는 의사에 의하면, 치골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약한 복부 근육들과 과 긴장되어 있는 대퇴내전근들 사이의 근육널힘줄 불균형이라고 하였습니다. 상사근이 탈장 직전 상태로 벌어져 있고, 서혜부 터널의 속구멍에 통증이 있는 것은 특히 치골 통증이 있는 축구 선수들에게 흔합니다. 네소빅 치료법은 복부의 큰 근육들에 긴장을 주는 것입니다. 이 치료법은 주로 운동요법으로 구성되어 있고 통증완화 효과도 좋습니다. 네소빅 이론은 치골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부전을 초래하고 이를 촉진하는 국소적 조건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임상 경험상 척추 요인이 치골 통증에 가장 먼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
남자들도 치골에 통증을 느낄 수는 있지만 이는 직접적으로 충격이 가해졌을 때뿐이고, 그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린다. 그런데 위의 설명에서는 남녀의 구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더군다나 네소빅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척추 요인이 치골 통증에 가장 먼저 작용한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인식이 치골에 대해서 전혀 무지한 서양의 물리치료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치골결합의 이개(離開)'라는 항목에서 치골이 틀어지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분만 때에는 골산도(骨産道)의 관절부는 여러 작용으로 느슨하게 벌어지는데, 이것이 특히 심하면 동통(疼痛)이나 운동제한을 일으킨다. 치골 결합부의 이개(離開)는 그 중에서도 발생하기 쉽다. 가벼우면 방치해도 단시간에 치유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교정하여 반창고 등으로 처치를 한다. |
여기서 우선 '이개(離開)'라는 용어에 대해서 한번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는 현대의학을 하는 사람들이 보통 쓰는 용어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은 현재 우리말 사전으로서는 가장 많은 어휘가 풍부하게 수록돼 있는 금성출판사의 <금성판 국어대사전>에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나오지 않는다. 그 어떤 사전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 말인데, 현대의학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사전에도 안 나오는 말이니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離開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떨어져서 열렸다는 뜻인 것은 같은데, 이것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필자 식으로 얘기하면 그냥 '틀어져 있다' 또는 '떠 있다'고 하면 아주 쉽게 표현이 되는 것인데, 왜 사전에도 없는 말을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지금 법률용어가 사람들이 알아듣기 힘든 것이라고 해서 전면적으로 검토해서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용어로 바꾸겠다고 하는데, 이 '이개'라는 용어, 더 나아가서는 의학용어 전체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할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원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인데 자기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일반사람들이 쓰지 않는 어려운 말을 씀으로써 자기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했다. 제일 먼저 짚을 수 있는 것이 법률용어이다. 다음이 소위 학술용어이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의학용어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알아먹을 수 없는 용어를 씀으로 해서 자신들이 일반 백성 위에서 군림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이러한 용어들이다.
처방전을 쓸 때에는 전에는 주로 독일어로 표기함으로써 아무도 무슨 약을 먹는지도 모르고 먹게 만들었다. 요즘에는 영어를 많이 쓰고 있고, 한글로 쓰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자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무애 스님께서는 인술은 모름지기 무릎을 꿇고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무릎을 꿇는 마음자세는 그만두고라도 환자가 무엇 때문에 병이 났는지 설명이라도 해 주어야 환자나 가족의 답답한 심정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자기가 무슨 이상이 있어 무슨 약을 먹는지도 모르게 몸을 의사가 독점하고 있다. 의사는 일반 백성들 저 위의 성역(聖域)에서 홀로 높은 사람이 돼 있는 것이다.
어쨌든 치골 결합부의 이개(離開)는 가벼우면 방치해도 단시간에 치유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교정하여 반창고 등으로 처치를 한다고 해 놓았다. 아마 직접 그 부위에 통증을 느낄 때에만 이상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통증을 제거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 현대의학의 방식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가벼우면 방치해 놓아도 치유가 된다고 했다. 또 심한 경우에는 교정하여 반창고 등으로 처치한다고 했다. 반창고로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틀어진 뼈는 제자리로 돌아가면 다시 쉽게 틀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반창고 같은 것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도 치골이 출산 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요새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치골이 틀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틀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위의 그림에서 보았듯이 치골은 좌골과 연결이 돼 있다. 좌골에 심한 충격을 받으면 이와 연결된 치골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진다. 양쪽 좌골로 동일하게 충격이 가해지면 괜찮은데, 한쪽으로만 가해질 때 치골이 틀어질 수 있다. 이때에도 대개는 왼쪽이 틀어진다. 한마디로 여자가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으면 치골이 쉽게 틀어진다.
요즘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뒤로 넘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때 쉽게 틀어진다. 뒤에서 갑자기 의자를 확 잡아 빼서 엉덩방아를 찧게 하는 장난을 하다가 틀어지는 경우도 많다. 연인과 눈밭에서 놀면서 "나 잡아 봐라!" 하고 도망가다가 미끄러져도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치골이 틀어질 수 있다. 높은 데서 떨어지면서 틀어질 수도 있다.
심지어는 부부관계를 할 때 남자가 너무 와일드하게 해서 성기를 뽑아낼 때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몸살림운동에서는 그래서 치골을 바로잡은 후 삼칠일(21일)간에는 부부관계를 금하고 있다. 겨우 맞아 들어간 치골이 다시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는 치골이 틀어져서 생기는 다양한 병과 그 해결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김철/몸살림운동가 |
출처 : 몸살림운동 부산동호회
글쓴이 : 공구표 원글보기
메모 :
'몸살림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44〉치료인가, 스스로 낫는가? 5 (0) | 2008.05.17 |
---|---|
[스크랩]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45〉치료인가, 스스로 낫는가? 6 (0) | 2008.05.17 |
[스크랩]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47〉몸살림의 인체학 ① 치골 (2) (0) | 2008.05.17 |
[스크랩]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48〉몸살림의 인체학 ① 치골 (3) (0) | 2008.05.17 |
[스크랩]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49〉몸살림의 인체학, 치골 (4) (0) | 2008.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