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리아

드보르자크 / 오페라 '루살카' 전곡

로만짜 2008. 1. 23. 04:21

Opera 'Rusalka', B.203/Op.114

드보르자크 / 오페라 '루살카'

Antonín Dvorák 1841∼1904

Alexander Rahbari , Cond / Zagreb Philharmonic Orchestra


Dvorak The Masterworks Edition CD36,37


'O, moon high up in the deep sky' 달에 부치는 노래'
Performed by Zagreb Philharmonic Orchestra
with Ursula Furi-Bernhard, Marcello Rosca, Martina Gojceta, Tiziana K. Sojat,
Vesna Odoran, Tamara Felbinger-Franetovic, Walter Coppola,
Nelly Boschkowa, Martina Zadro, Vitomir Marof, Zeljco Grofelnik
Conducted by Alexander Rahbari

타이틀: Rusalka. 전3막의 서정적 동화 오페라. 체코어 대본은 야로슬라브 크바필(Jaroslav Kvapil)이 프리드리히 드 라 모트 후케(Friedrich de la Motte Fouqué)의 소설 운디네(Undine)를 바탕으로 썼다.

초연: 1901년 프라하 국립극장

사전지식: 드보르작의 오페라는 한스 크리스챤 안델센,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Gerhardt Hauptmann), 그리고 드 라 모트 후케의 체코전래 동화에서 스토리를 가져왔다. 서곡은 호수가 열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다. 왕자의 결혼식 장면에 나오는 폴로네이즈는 화려하다.


루살카 역의 애니 바브리유

줄거리:

드넓은 호수에 살고 있는 인어(물의 님프)인 루살카(Rusalka)는 어떤 핸섬한 인간 왕자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런 희망도 없을 뿐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저 가슴만 앓고 있다. 궁리 끝에 마녀 예지바바(Jezibaba)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예지바바는 루살카에게 인간이 되어 왕자와 결혼할 수 있는 약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한다. (☻ 디즈니 팬이라면 어딘가 스토리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슬로바키아판 안델센의 인어공주?) 하지만 인간이 되는 대신 조건이 있었다. 첫째 평생 벙어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겠는데 둘째 만일 왕자가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면 루살카뿐만 아니라 왕자까지도 영원한 저주를 받는다는 것은 색다른 설정이다. 또한 루살카가 왕자에게 키스를 하면 왕자를 죽게 만드는 것이라는 설정도 색다르다.

루살카를 만난 왕자는 이 말없는 미인에게 반하여 사랑에 빠진다. 루살카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두 사람은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 (실은 왕자 혼자만이 소리를 내어 부르는 노래이다.) 왕자와 루살카는 결혼하여 한동안 행복하게 지낸다. 하지만 왕자가 달리 왕자인가? 글래머 타입으로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다른 나라 공주를 보자 마음이 달라진다. 왕자가 다른 마음을 먹자마자 갑자기 루살카의 머리칼이 노파처럼 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얼굴은 어름처럼 차갑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시간부터 루살카는 유령처럼 비참하게 방황하게 된다. 모두가 마녀와의 계약에 따른 것이다. 왕자는 자기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루살카에게 용서하여 줄것을 간청한다. 그리고 용서의 표시로 자기에게 키스하여 달라고 말한다. 루살카가 왕자에게 키스한다는 것은 왕자의 죽음을 뜻한다. 루살카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왕자를 사랑하는 나머지 키스를 한다. 그리고 영원히 허공을 방황하는 망령으로서의 생활을 한다. <자료출처 : 다음 블로그 정준극>

1 CD

1. Overture

숲 속 호숫가 오솔길, 기슭에는 마녀 예시바바의 오두막이 있다. 달빛 비치는 밤. (루살카가 시름에 잠긴 듯 호수 위로 드리워진 오래된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있다. 세 명의 숲의 요정들이 손을 맞잡고 무대 앞쪽을 깡총깡총 뛰며 놀고 있다.)

제 1막

2. 'Ho, Ho, Ho!'

숲의 요정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부르는 노래(중복되는 가사는 생략했습니다. 아주 재미나고 경쾌한 음율이 듣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호우, 호우, 호우, 호수 위로 달빛이 비치네!
웬일인지, 달님께서 호수 밑바닥까지 그녀의 빛을 보내며 응시하고 있네,
그곳에선 도깨비님께서 머리를 흔들고 계시네, 그의 나이든 초록빛 머리를.

오늘 같은 밤에 누가 그 곳을 지나가나?
도깨비님, 달님이 모습을 드러내어, 당신의 창문 너머를 살짝 훔쳐보시곤
잠시 후엔 살그머니 들어와 계시네요, 당신의 은빛 저택에!

달님이 호수 위를 배회하시네!
가벼운 산들바람이 수면 위를 뛰노니, 도깨비님께서 깨어 나셨나,
도깨비님, 호수나라의 광대 아저씨, 바닥에서 물방울들이 올라오고, 도깨비님께서 수면으로 올라오시네!

(호수의 도깨비가 물속에서 올라와 눈을 비비며 춤을 추고 있는 숲의 요정들을 바라본다.) 도깨비님께서 장가가고 싶으신가 봐, 우리 중 누가 물거품을 만들고, 오래된 뒤엉킨 머리칼을 곱게 빗어, 할머니 도깨비의 자리를 차지한담? (요정들은 호수의 도깨비 주위를 깡총깡총 뛰어 다니며 놀린다. 그러나 도깨비는 호수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허리 위만수면 위로 내밀고 있다.)

호수의 도깨비(놀리듯이)--호수를 방문해 주신 당신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숲속 오솔길의 주민들이신 여러분! 왜 당신들의 고상한 영혼을 숲의 음침함으로 퇴색시키려 하나요? 여기 호수 바닥에는 당신들께 보여드릴 멋진 것들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한 떼의 금붕어들도 있지요. (그는 숲의 요정들을 움켜잡으려 하지만 그녀들은 그의 손에서 살짝 빠져 나가 버린다.) 갈대밭 사이를 훌쩍 날아올라 손을 뻗어요. 매력적인 어린 것들 중 하나를 낚아채리. 그러고 나서 다리 한쪽을 꼭 움켜쥐고 호수 바닥으로 끌고 가버릴 거야! (그는 요정들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든다.)

숲의 요정들--도깨비님, 여기요, 여기, 자 우릴 한번 잡아 봐요! 호우, 호우, 호우! (깡총깡총 뛰며 야단법석을 떨던 요정들은 이제 호수로부터 달아나기 시작한다.) 우리 중 하나라도 잡기만 하면, 멋진 아저씨, 당신께 황홀한 입맞춤을 선사해 드리지요! 그렇지만 당신 아내는, 하, 하, 하, 아마도 당신의 귀를 잡고 끌고 가 버릴 거예요! 자 우릴 한번 잡아 봐요! (요정들은 멀리 도망쳐 버린다.)

호수의 도깨비--요런 개구쟁이 꼬마들! 하지만 저렇게 뛰어 다닐 수 있으니! 골짜기를 오르내리고, 평원을 가로지르면서. 그래, 어쨌든 그녀들은 아직 젊으니까, 그럴 수밖에! (루살카는 여전히 호수 위로 드리워진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있다. 그녀는 슬픔에 잠겨 도깨비를 부른다.)


루살카(Gabriela Benackova-Cap)가 물의 정령(Yevgeny Nestrenko)에게
왕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기의 운명을 한탄하고 있다. 1987 비엔나 슈타츠오퍼.

3. 'Waterspite, my Father dear!' (도깨비 대부님!)

루살카--도깨비 대부님!

호수의 도깨비--(그제서야 그녀가 있음을 알고 놀란 듯 그녀를 향해 돌아 서,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이렇게 나를 놀래키다니, 우리 아가! 달빛으로 나의 고기 그물들을 마르게 하지 않기로 나와 약속하지 않았니?

루살카--도깨비 대부님, 물거품이 저를 다시 부르기 전에, 잠시만이라도 곁에 계시면서 저의 시름을 쫓아 주세요!

호수의 도깨비--무슨 말이냐, 시름을 쫓아 달라니?

루살카--죄다 말씀드릴게요!

호수의 도깨비--물속에서의 삶이 너를 슬프게 하니?

루살카--그래요, 슬퍼요, 죽어 버릴 것만 같아요!

호수의 도깨비--물 속 삶엔, 기쁨과 놀이만이 넘치지 않느냐? 그럴 리가 있나! 나에게 다 털어 놓아 보아라!

루살카--전 이제 이곳을 떠나고 싶어요, 여기 깊은 물 구렁을 떠나, 인간이 되어 금으로 수놓인 햇빛을 받으며 살고 싶어요! 인간이 되어 금으로 수놓인 햇빛을 받으며 살고 싶어요! 전 이제 이 곳, 깊은 물 구렁을 떠나고 싶어요.

호수의 도깨비--지금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니냐? 인간이 되고 싶다니? 때가 되면 소멸되어 버리고 마는 인간이 되려느냐?

루살카--당신이 때때로 저에게 들려주시곤 하던 낯선 이야기들, 인간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지요, 우리와는 달리, 그리고 그들이 죽고, 대지에서 떠난 뒤, 그들의 영혼이 어떻게 천국으로 올라가는지 이야기 해 주셨지요! 대지를 떠나! 대지를!

호수의 도깨비--이 물결들이 너를 어루만져 주는 한은, 영혼을 바란다는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영혼이란 죄악으로 가득 찬 거야!

루살카--또한 사랑으로 가득하지요!

호수의 도깨비--오, 태고의 호수여! 내 아가, 네가 정녕 인간 종족과 사랑에 빠진 건 아니겠지?

4. 'He comes here frequently' (그분은 종종 여기에 오시어)

루살카--그 분은 종종 여기에 오시어 저의 품에 안기시곤 하시지요. 기슭에 옷을 벗어 놓으시곤, 저의 두 팔을 향해 몸을 던지세요. 그러나 전 단지 물결에 불과하기에 그 분은 저의 존재조차 깨닫지 못하시지요. 저도 알아요, 제 자신이인간이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그래야만, 제가 그 분을 포옹하고, 제 두 팔로 그 분을 안 듯,그 분 역시 저를 포옹하여 열정적인 키스를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을!

호수의 도깨비--내 아가, 내 아가, 밤마다 자매들은 네 생각에 눈물을 흘릴 거야, 인간 종족에게 버림받는 날엔 너를 기다리는 건 절망뿐이야!

루살카--사랑하는 도깨비님,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분이 절 볼 수 있어야만 해요! 말씀해 주세요, 대부님,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호수의 도깨비--인간에게 몸을 바치는 순간, 불멸을 박탈당하고, 심판만이 너를 기다릴 거야! 이제 너에게 물 속 세상의 기쁨을 함께 하자 한들 다 부질없는 일이겠지. 차라리 마녀 예시바바를 만나 보도록 해라, 나의 가엾은, 창백한 루살카! (그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비통하구나, 비통하구나! (그는 마침내 물 아래로 완전히 사라진다.)

5. 'O, moon high up in the deep sky' 달에 부치는 노래

루살카--(모습을 드러내어 온 세상을 고루 비추고 있는 달을 향해 노래한다. 아름다운 여름밤이다.) 오, 벨벳 빛 하늘의 달님이여, 당신은 저 멀리까지 빛을 보내고, 온 세상을 거닐며,인 간들의 집안도 내려 보십니다. 오, 달님이여, 잠시만 제 곁에 머물러, 제 사랑이 어디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부디 그에게 전해 주세요, 은빛 달님이여, 한순간만이라도 그가 나를 꿈꾸리라는 작은 희망만으로 나의 두 팔은 그를 포옹한다고. 그 분을 비추어 주세요, 이 세상 어디에 계시든, 그리고 전해 주세요, 여기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고! 인간의 영혼이 저를 꿈꾼다면, 어쩌면 깨어서도 저를 기억할 수도 있겠지요. 오 달님, 부디 떠나가지 말아요! (달이 구름 뒤로 사라진다.) 물이 차가와 지고 있어! (그녀는 불안으로 몸을 떤다.) 예시바바! 예시바바! (예시바바의 오두막에 불빛이 아른거린다.)

호수의 도깨비--(호수 깊숙한 곳에서)나의 가엾은, 창백한 루살카!비통하구나, 비통하구나! 루살카--(절박한 심정으로) 예시바바! 예시바바!

예시바바--(그녀의 오두막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본다.) 구슬프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누가 감히 동이 트기도 전에 날 깨운 거야?

루살카--예시바바, 당신은 꼭 저에게 이 호수의 왕국으로부터 저를 자유롭게 해 줄 미약을 주셔야만 해요!

예시바바--뭐, 뭐, 뭐라구, 이 무슨 괴상한 소리야? 네가 누군지 부터 좀 더 큰 소리로 말해 봐!

루살카--제 이름은 루살카예요, 호수의 요정이지요. 부디 저에게 미약을 주세요, 친절한 아주머니!

예시바바--진짜 요정이라면, 어디 모습을 드러내 봐.널 봐야 겠다, 요 이쁜 것아!

루살카--전 물결에 휩싸인 채, 수련들에게 묶여 있어요.

예시바바--그럼 거기서 빠져 나와서 어서 내 오두막으로 가자꾸나. 그녀를 풀어주라, 물결이여, 그녀를 자유롭게 해 주라, 그녀의발이 대지를 밟도록 하라! (루살카는 버드나무 가지에서 내려 와 비틀거리며 예시바바에게 다가간다.)

예시바바--(마치 주문을 외우듯이)작은 발이여, 그녀를 실어 오라, 작은 발이여, 그녀를 데려 오라,저것 보게, 그녀의 발이 벌써 걷는 법을 배우고 있구나!

6. 'Your ancient wisdom knows everthing'(당신의 오랜 지혜는, 만물을 알고 있지요)

루살카--(예시바바의 발 앞에 무릎을 꿇으며) 예시바바! 예시바바! 도와 주세요! 저를 도와주세요! 당신의 오랜 지혜는, 만물을 알고 있지요, 자연의 비밀을 밝히고, 깊은 밤에는 인간을 꿈꾸지요, 또한 당신은 불멸의 요소들을 깨달았고, 이제 대지의 독들과 달빛을 결합해 수천 가지 치료약들을 만드는 법을 알게 됐지요, 당신은 일으켜 세우고, 파괴하고, 소멸시키고, 창조하는 법을 알지요, 인간을 괴물로 변하게 할 수도, 다시 되돌릴 수도 있지요, 이 모든 것들이 당신의 지혜로 가능하지요. 밤이면, 요정들은 당신 생각에 전율해요, 우리와 인간 모두를 위해 세상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인간들의 우환을 치유하기 위해 기적의 약을 준비하지요, 당신은 절대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이며, 불멸과 절멸 모두가 당신의 약에 달렸지요, 저를 도와주세요, 부디, 불가사의한 여인이여! 저를 도와주세요!

예시바바--(악마적인 웃음을 지으며)좋아, 좋아, 다 알겠어,신물 나도록 들은 소리지! 자 우선 약을 먹기 전에 내 말을 귀담아 들어 봐: 넌 진주 목걸이와 아름다움을 가졌는데, 그런데 널 도와 준 대가로 내가 얻게 되는 건 뭐지?

루살카--제가 가진 모든 것을 드릴께요, 그러나 그 전에 절 인간으로 만들어 주셔야 해요!

예시바바--그게 다야? 더 없어?그게 네가 원하는 전부야? 그것 때문에 그렇게 징징대며 여길 온 거야? (놀리듯이, 그러나 점점 더 사악해 진다.)물 속에 사는 게 지겨워져 인간의 육체를 갖길 갈망하는 게로구나, 사랑하고 또한 사랑받고, 서로 키스하고 애무하며 사랑을 속삭이고자: 거기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어,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니까!

루살카--당신의 지혜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요: 저에게 인간의 육체를, 영혼을 주세요!

예시바바--너에게 약 한 첩을 주겠다, 바로 악마의 이름으로! 그러나 그 대가로 넌 나에게 너의 맑은 물 베일(clear water veil)을 줘야 해. 또한 만에 하나 네가 지상에서의 사랑에 실패한다면, 삶에서 버림받고 저주 받은 채, 호수 깊숙한 곳에 버려지게 될 거야. 만일 네가 이 사랑을 잃게 된다면, 버림받은 사랑의 그리움에 수척해 지며, 물의 권능에 의한 저주가 너를 물 속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갈 것이야, 또한 네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전까진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어, 모든 인간들 사이에 넌 침묵으로 던져지게 되는 거야. 이게 네가 원하는 거야, 벙어리가 되는 데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루살카--그의 사랑을 알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를 위해 벙어리로 남겠어요!

예시바바--그를 지켜 줘야 함을 잊어선 안 돼. 그리고 이걸 기억해라: 만일 네가 저주받은 채 호수의 도깨비 왕국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너의 연인 역시 거기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거야!너의 운명을 함께 해야만 하니까: 영원한 파멸이야!

루살카--순결한 인간의 영혼으로 무장하여, 나의 사랑은 그 모든 마법을 이겨 낼 거예요!

예시바바--그렇다면 어서 이리 와, 내 오두막으로! 우린 이제 솥에다 몇 가지 독초들을 끓이게 될 거야, 그리고 루살카, 넌 그것들을 마시는 거야. 더 이상 네 입에선 어떤 말도 흘러나오지 못하지! 수리수리마수리! (그들은 오두막으로 들어간다. 오두막 내부에서 붉은 빛이 창밖으로 비친다. 굴뚝에서 불꽃이 튄다. 조금 지나 주전자에서 쉿소리와 함께 예시바바가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린다.)

7. 'Abracadabra!' (수리수리 마수리!)

예시바바--수리수리 마수리! 수리수리 마수리, 초원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도다! (숲의 요정들이 숲 속에서 뛰어 나와 두려움에 떨며 오두막창문을 통해 그 광경을 훔쳐본다.) 용의 피 한 방울에, 담즙을 열 방울 떨어뜨리고, 따끈따끈한 새의 심장을 넣어야지, 여전히 펄떡펄떡 뛰고 있는 것으로! 뛰어 올라라, 나의 수고양이야, 뛰어 올라,그 놈에게 낯선 자극을 주어라! 뛰어 올라라, 나의 수고양이야, 뛰어 올라,그 놈에게 낯선 자극을 주어라!

수리수리 마수리,수리수리 마수리, 어떤 고문도 이보다 더 잔혹하진 않으리! 이것은 너의 인간으로서의 운명이니 이제 이 약을 마시라; 일단 이 약에 입술을 대는 순간, 너의 혀는 마치 마른 장작처럼 굳어져 버리리. 뛰어올라라, 나의 수고양이야, 홀라, 헤이, 이 약을 그녀의 목구멍에 쏟아 부어라! 뛰어올라라, 나의 수고양이야, 홀라, 헤이, 이 약을 그녀의 목구멍에 쏟아 부어라! 수리수리 마수리, 수리수리 마수리, 그리고 지금부턴 너의 입에선 어떤 말도 흘러나오지 않으리! (오두막에서 흘러나오던 병적인 싯싯거리는 소리가 서서히 희미해진다. 숲의 요정들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하늘이 맑아진다. 멀리서 사냥꾼들의 뿔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일출의 첫 광선이 호수 위로 비친다.)

호수의 도깨비--(호수 깊숙한 곳으로부터) 나의 가엾은, 창백한 루살카! 슬프도다, 슬프도다! (사냥꾼들이 다가오면서 역시 뿔피리 소리도 더욱 선명해 진다. 한 사냥꾼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한 사냥꾼--(멀리서) 옛날에 한 젊은 사냥꾼이 말을 타고 나왔네, 숲에서 하얀 암사슴 한 마리를 보았는데, 그녀의 눈엔 영혼이 가득 담겨 있었지. 나의 화살이 그녀를 쓰러뜨릴까? 오, 젊은 사냥꾼이여, 서둘러 출발하게나, 그런 하얀 암사슴은 겨누는 게 아니네! 그녀의 몸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나의 화살이 그녀를 쓰러뜨릴까? (사냥꾼들의 뿔피리 소리가 다시 들린다. 왕자가 손에 활을 들고 숲에서 달려 나와 주위를 둘러본다.)

8. 'Here she appeared and again disappeared' (이 길로 온 게 분명한데 결국 놓쳐 버렸군!)

왕자--이 길로 온 게 분명한데 결국 놓쳐 버렸군! 숲과 평원을 지나 언덕과 골짜기를 너머 그 불가사의한 신의 창조물은 명랑한 춤으로 이리로 나를 이끌었어, 하지만 여기부턴 그 흔적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군! 비밀에 싸인 듯 한 속삭임이 나를 유혹하여, 여기 호수로 나를 인도하는 구나, 마치 사냥에 대한 나의 갈증을 풀어 줄 여기 시원한 물의 포옹에의 초대 같아. 걸음은 머뭇거리고, 가슴 속에선 낯선 갈망이 느껴지고, 나의 무기는 내 피로한 손에서 떨어져 내리는 구나. 사냥이 다시 시작되기는 힘들 것 같아, 이미 나의 육체는 녹초가 되었고, 나는 다시 한 번 낯선 마력에 정복당하네!

한 사냥꾼--(점점 더 다가오며)그건 암사슴이 아니야, 멈추게, 사냥꾼! 신께서 자네의 불멸의 영혼을 지켜 줄 걸세! 자네의 가슴은 시름으로 벙어리가 되었어! 자네의 화살이 뚫은 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몇 명의 사냥꾼들이 숲에서 나온다.)

9. 'The hunt is over, return home at once'(사냥은 끝났어, 이제 성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왕자--사냥은 끝났어, 이제 성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이 숲은 무언가에 홀린 듯 해, 그리고 더욱 신비한 마법이 나의 영혼 속으로 들어 왔어; 집으로 돌아가라, 이제 난 혼자 있고 싶으니! (사냥꾼들이 떠나자 왕자는 호숫가에 걸터앉는다. 고개를 들자 그의 눈앞에 루살카가 서 있다. 그녀는 맨발에 가난에 찌든 듯 한 우중충한 옷을 입고 있다. 그녀의 아름다운 금발머리가그녀의 어깨 위로 굽이쳐 흘러 내려 있다. 그녀는 말을 못한다.)

(왕자는 벌떡 일어난다.) 신성한 광경이여, 지고로 감미로운 존재여, 당신은 살아 있는 여인인가, 아니면 동화 속 이야기인가? 너는 내가 방금 음침한 숲 속에서 희미하게 본 그 낯선 피조물을 보호하고자 온 것인가? 그 암사슴의 자매로서, 그녀를 대신하여 화해를 청하러 온 것인가? 아니면, 내 앞에 나타나, 네 스스로가 재물이 되고자 하는가?

(루살카는 대답 대신 그녀의 두 팔을 그에게 뻗는다.) 당신의 입술엔 어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의 혀는 한 번도 소리 내 본 적이 없는 건가요? 그러나 비록 당신이 말을 할 수 없을지라도, 신께 맹세컨대, 나의 입맞춤은 그 대답을 얻어 내고야 말 것이오! 나를 이곳으로 이끈 그 신비에 대한 대답, 그것이 바로 나를 유혹하여 가시밭길과 암벽을 넘어 마침내는 축복의 바로 오늘, 당신의 황홀한 시선 아래, 행복에 가득 찬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한 거요, 나의 사랑스런 소녀여! 당신의 가슴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요? 나를 사랑한다면, 그 어떤 암시라도 보여 주길 바라오! (루살카는 그의 품에 몸을 던진다.)

물의 요정들--(물속에서)자매들아, 자매들아, 자매들아, 우리 자매 하나가 길을 잃고 있어! (루살카는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들고 귀를 기울인다.) 사랑하는 자매여, 사랑하는 자매여, 너는 어디로 가버린 것이니? (루살카는 다가올 보이지 않는 운명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율한다.)

호수의 도깨비--(물속에서)숲을 지나, 언덕과 골짜기 너머로!

물의 요정들--사랑하는 자매여, 사랑하는 자매여, 너는 어디에 있는 거니?

10. 'I know you're but magic that will pass' (난 당신이 단지 마법일 뿐이라는 걸 알아요)

왕자--난 당신이 단지 마법일 뿐이라는 걸 알아요, 결국은 희미해지고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겠지요. 그러나 나에게 남겨진 시간 동안만이라도, 나에게서 도망치지 말아 주오, 나의 동화 속 여인이여! 이제 나의 사냥은 끝났어, 거기엔 어떤 뜻이 숨겨져 있는 것 있을까. 나에겐 당신은 가장 소중한 암사슴이오, 마치 밤하늘에 빛나는 금빛 별 같아. 나의 동화 속 여인이여, 나와 함께 가요! 나와 함께 가요, 나의 동화 속 여인이여! (왕자는 망토로 루살카를 감싸고 숲을 가로질러 그녀를 이끌고 간다.)

제 2막

왕궁을 둘러싸고 있는 정원. 후미에는 회랑과 대연회장이 있다. 전면에는 고목들이 드리워진 연못이 하나 있다. 늦은 오후. 서서히 저녁이 오고, 어두워져 간다. (산지기가 요리사와 함께 들어온다.)

11. 'Well then, my dear boy' (죄다 말해 보아라, 얘야)

산지기--죄다 말해 보아라, 얘야, 사소한 것이라도 빼지 말고 말이다, 오늘 여기 왕궁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성대한 축제가 열리는 게냐? 연회장은 손님들로 붐비고 너는 부엌에서 눈코 뜰 새가 없으니, 진귀한 부엌세간들을 죄다 탁자와 선반에 꺼내 놓고 말이다!

요리사--(순진한 웃음을 띠며)오늘은 하루 종일 바쁘게 생겼어요, 바넥 아저씨, 새벽부터 어스름 때까지, 쉴 틈이 없을 걸요, 제 말씀을 들어 보세요, 이런 일을 어디서 들어 보기나 했겠어요? 왕자님께서 숲 속에서 한 신비스런 여인을 데리고 오셨어요, 그리고 지금, 믿기지 않으실 지도 모르지만, 왕자님께서 그녀와 결혼을 하시려고 해요! 사람들이 말하기를, 왕자님께서는 가장 인적이 드문 외딴 숲에서 그녀를 만나셨대요, 어디서 찾아 내셨든지 간에 말씀이지요, 전 그녀를 보는 순간 약간 오싹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아저씨! 벙어리에다 몸속에는 인간의 피라곤 한 방울도 없다는 거예요, 그녀는 마치 꿈을 꾸는 듯 걸어 다녀요.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신부의 참모습이라는 듯이!

산지기--그게 사실이냐, 사람들은 뭐라고 수근거리든? 세상에나,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느님, 저희를 지켜 주소서! 경험이 많은 늙은 사냥꾼의 느낌으로 말하건데, 이 연인들은 무언가 마법에 씌운 듯 해! 숲은 어떤 사악한 힘에 홀려 있어, 밤이면 기괴한 생물들이 숲 속을 배회하지. 심신이 허약한 사람들은 곧잘 마녀 예시바바의 마법에 홀려 버리곤 하거든, 거기다 도깨비 놈은 호숫가 둑에서 기다리며 누군가를 끌고 내려갈 기회를 노리고 있지. 게다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깡총깡총 뛰노는 숲 속의 요정들은 본 사람은 혼이 완전히 나가버리기도 해. 하느님, 저희를 악으로부터 저희를 지켜 주소서!

요리사--(불안해 하며)무서워요, 아저씨!

산지기--두려워 말아라. 틀림없이 하느님께서는 네 죄 많은 영혼에 자비를 내려 주실 게다!

요리사--우리 왕자님께서는 언제나 씩씩하신 분이셨는데, 지금은 완전히 딴판으로 변해 버리셨어요! 이제 옛날의 그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어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이리저리 배회할 뿐. 하타 왕고모께서도 그 때문에 걱정이 많으세요, 하루도 빠짐없이 그 분을 위해 기도를 드리지요. 사제님께서 그 기도소리를 들으실 때면 몸소 왕자님을 찾아와 훈계도 하시지만, 왕자님은 한마디도 듣지 않으시며, 한사코 그녀를 곁에 두시려 고집하시지요!

산지기--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북적대는 이유가 바로 그거였구나! 찬장의 잔들을 모조리 꺼내고, 나로 하여금 그렇게 많은 사냥감들을 급히 왕궁으로 운반하도록 명령하신 이유가!

요리사--운 좋게도, 어쩌면 구원이 바로 곁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또 다른 여인 하나가 왕자님을 제정신으로 돌려 놓으실지도! 하타 왕고모께서 말씀하시기를, 왕자님께서는 꽤나 변덕스러우신 데다, 이미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식어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왕자님의 마음은 이미 돌아서 외국의 한 공주님에게 반해 버리셨다네요!

산지기--왕자님을 악으로부터 보호해 주시는 하느님께 찬양을! 내가 만약 왕자라면, 인정사정없이 그 괴상한 여인을 내쫓아 버릴 텐데, 그녀가 나를 지옥으로 끌고 내려가기 전에; 그게 그녀에겐 안성맞춤이지!

요리사--(갑자기)저길 봐요, 왕자님께서 그 요괴와 함께 이리로 오시고 계세요! (달려 나간다.)

산지기--나 역시 더 이상 여기서 어슬렁거릴 이유가 없지! (반대쪽으로 뛰어 나간다.) (왕자가 루살카와 함께 들어온다. 그녀는 아름답게 차려 입었으나, 여전히 슬프고 창백해 보인다.)

12. 'A week now do you dwell with me' (이제 당신과 함께 한지도 한 주가 지났군요)

왕자--이제 당신과 함께 한지도 한 주가 지났군요,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동화 속 여인으로 남아 있으니. 당신의 눈을 깊이 응시하며 비밀을 헤아리려고 했으나 허사군요! 우리가 결혼할 때면 내 사랑이 알고자 갈망하는 것을 경험케 될까요? 그때면 당신은 나의 열정에 굴복하고 진정한 나의 아내가 될까요? (산지기와 요리사가 말한 그 외국의 공주가 무대 뒤편에 나타나 왕자를 쏘아 본다.)

당신의 포옹은 왜 이리도 찬 건가요, 열정의 포로가 되는 것을 왜 이리도 두려워하는 거요? 당신을 포옹할 때면 나는 왜 이러한 고뇌에 시달려야만 하는 걸까요? 침울한 이 기분을 물리치려 애썼지만 허사였소, 난 당신의 포옹에서 헤어날 수도 없으며, 당신이 아무리 냉정히 주저한다 해도, 난 당신을 나의 여인으로 만들고 말 것이오!

공주--아니야, 그건 사랑이 아니라 노여움일 뿐, 바로 내 자리를 대신 차지한 여인을 향한- 내가 만약 그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그 둘 역시 행복하진 못하리라!

왕자--난 당신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완전히 나의 것으로, 당신이 아무리 냉정히 주저한다 해도, 난 당신을 나의 여인으로 만들고 말 것이오!

공주--(앞으로 나오며)사랑에 빠지는 기쁨이 당신으로 하여금 주인의 의무를 잊게 한 것 같군요! (유혹적으로)외국의 손님을 홀로 둔 세워 둔 채 사랑에 빠져버린 당신의 모습을 지켜 보게 해서야 예의가 아니지요? (그녀는 왕자와 루살카 사이에 끼어든다.)

왕자--(공주를 보자마자 흥분에 휩싸인 채) 아, 이 꾸짖음이 제때에 오진 못했지만, 나는 기쁘게 당신 입술에 귀 기울입니다, 비록 신랑의 몸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운 공주에겐 미천한 종일뿐이지요!

공주--(원한을 품은 듯, 루살카를 바라보며) 그런데 이 아름다운, 당신 가슴 속 여인은, 어찌 꾸짖음의 말조차 한마디 하지 않는 건가요? (루살카는 고통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아니면 그녀의 눈빛엔 말보다 더한 부드러움이 담겨 있는 건가요?

왕자--(당황하며)아마도 그녀의 눈빛이 내가 부주의한 주인임을 말해 주는 걸 깜빡 잊은 모양이오. 그러니 이제, 나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고, 잊어버린 의무를 수행케 허락하여 주시기 바라오. (그는 공주에게 손을 내민다. 루살카가 앞으로 걸어 나와 서둘러 그 손을 잡아챈다.) 왜 이러는 거요? 왜 이리 떨고 있는 거요? 자 이제 당신의 방으로 돌아가 무도회 준비나 하시오!

공주--(루살카에게, 짐짓 상냥한 척 하며)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도록 해요, 난 왕자님의 여인에 대한 친절을 소유할 테니, 비록 여전히 마음이 당신에게 가 있다 할지라도! (왕자는 공주를 이끌고 사라진다. 루살카는 마치 눈빛으로 왕자를 되돌아오게 하기를 바라는 듯 열렬히 바라보지만, 곧 슬픔에 가슴이 찢어진 듯한 모습으로 회랑을 빠져 나간다. 밤이 찾아오고 달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13. Festive music. Ballet. (발레)

(축제 음악이 불빛이 휘황찬란한 무도회장에서 들려온다. 손님들이 무대 후미를 가득 채운 채 서로 인사하며 몇몇의 작은무리를 이룬다. 조금 후에 그들은 짝을 지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도깨비가 연못에서 솟아 나와 무도회장을 바라본다. 무도회장은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다.)

2CD

1. 'No one in this world can give you' (인간 세상에 아무도 너에게 줄 수 없다.)

호수의 도깨비--비통해라! 비통해라! 가엾은, 나의 창백한 루살카, 결국 인간 세상에 현혹되고 말았구나! 오우! 인간 세상의 누구도 여기 물의 왕국에 충만한 것을 너에게 줄 수 없으리! 네가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몸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결코 너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헤어날 순 없으리! 아무리 한 인간에게 깊은 사랑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를 영원히 네 곁에 묶어 둘 수는 없으리! (짝을 이루어 춤을 추던 사람들이 발코니로 나오더니 다시 무도회장으로 사라진다.)

나의 가엾은, 창백한 루살카, 인간 세상에 대한 유혹의 올가미에 빠지고 말았구나! 물 속 왕국에선 아직도 너를 갈망하며, 너의 자매들은 헛되이 너를 포옹하려하는구나! 그러나 네가 돌아올 때는, 이미 넌 단지 필멸의 존재일 뿐, 삶에 지친 채 돌아오게 될 것이니, 머리에 저주스런 올가미를 두른 채! 나의 가엾은, 창백한 루살카, 인간 세상에 대한 유혹의 올가미에 빠지고 말았구나!

2. 'White blossoms all along the road' (하얀 꽃봉오리들, 도처에 만발하네)

손님들--(무도회장에서 노래하며) 길 가에 핀 하얀 꽃봉오리들, 도처에 만발하네, 한 젊은이가 연인을 만나기 위해 말을 타고 가네, 태양은 그에게 찬란히 미소 짓고 있어. 지체하지 말아요, 젊은이, 서둘러 연인에게 가세요, 머지않아 당신은 남편이라는 지위에 이르게 되리, 그리고 당신이 이 길을 돌아올 때면, 붉은 장미가 만발하리. 하얀 꽃봉오리들이 먼저태양빛에 지고 나면, 이 불타는 장미들이신부의 침대를 장식하리. (가끔씩 왕자가 춤추는 사람들 틈에서 나와 루살카는 본체만체 한 채 외국의 공주와 보란 듯이 몸을 부빈다.)

3. 'Rusalka, daughter, I am here!' (루살카야, 딸아, 내가 왔다.)

호수의 도깨비--나의 가엾은, 창백한 루살카, 인간 세상에 대한 유혹의 올가미에 빠지고 말았구나! 비통해라! 비통해라! 물 위를 떠다니며 꿈꾸는 하얀 수련들이 너의 슬픈 친구가 될 것이니. 붉은 장미는 결코 네 신방을 장식하지 않으리! (절망에 빠진 채, 루살카는 무도회장을 뛰쳐나와 정원으로 나온다. 그녀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 연못으로 다가간다.)

호수의 도깨비--루살카야, 나를 알아 보겠니?

루살카--(처음에는 말을 못하다가,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슬픔의 말들을 터뜨린다.) 사랑하는 도깨비 대부님! 사랑하는 도깨비 대부님!

호수의 도깨비--내가 여기 네 왕궁으로 온 이유가, 벌써 흐르는 네 눈물을 보기 위한 것이란 말인가?

루살카--사랑하는 도깨비 대부님, 저를 구해 주세요, 끔찍한 고통에 차마 견딜 수가 없어요! 당신에 대한 배신의 고통이 저를 짓누르고, 낯선 한 인간을 알게 된 그가 고통 받고 있어요! 비통해라, 비통해라! 낯선 한 인간을 알게 된 그가 고통 받고 있어요! 오우, 오우! 다른 한 여인이 그녀의 아름다움으로 그를 유혹하고 말았어요, 치명적인 인간의 아름다움으로! 그는 더 이상 저를 알고자 하지 않아요, 그의 순결한 루살카를!

호수의 도깨비--그렇다면 그가 벌써 너를 버렸단 말이냐, 너를 그토록 사랑한 그가? 정말로 네가 그렇게 쉽게 포기해 버린 건 아니겠지?

루살카--오, 모든 게 다 소용없어요! 처음의 뜻대로 되어 가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이제 제 가슴 속 감정들은 메말라 비어 버렸어요. 제 모든 매력들도 다 쓸모없어요, 제가 여전히 반만 인간인 이상은! 모든 게 허사예요, 그는 더 이상 저를 알고자 하지 않아요, 그의 순결한 루살카를! 모든 게 다 소용없어요, 내 모든 매력들도 다 허사일 뿐! 그녀의 두 눈은 열정으로 타올라요, 저주받을 인간의 열정으로, 그러나 저는 차가운 물에서 태어난 몸, 저에게 그러한 열정은 낯설기만 하지요! 오, 모든 게 다 소용없어요! 나는 당신께 저주받고, 그에게서 버림받은 채, 절대세계의 희미한 메아리 일뿐, 저는 인간도 요정도 아니에요, 살지도 죽지도 못해요, 삶도 죽음도 저를 버렸어요! (그녀는 연못 근처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왕자와 공주가 연회장에서 정원으로 나온다.) 그들이 보이시나요? 이리로 다시 오고 있어요, 대부님, 대부님! 저를 구해 주세요, 제발!

4. 'Strange fire in your eyes is burning' (낯선 불길이 당신의 눈에서 불타고 있어요)

공주--(왕자와 동행하며)낯선 불길이 당신의 눈에서 불타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당신의 속삭임에 매혹당했지요. 당신은 점점 더 열정적이고 사려 깊어지시는 군요,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나의 왕자님? 당신이 선택한 여인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그 말없는 소녀, 이름도 없는 그녀는?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여기에서 자신의 왕자님이 어떻게 변한지를 보아야 할 것인데!

왕자--어디로 가버렸을까? 신만이 아시리라! 그러나 이 변화는 오로지 당신에 의한 것! 그리고 오늘 여름밤은 내가 다른 여인의 유혹에 빠짐을 발설하지 않으리! 원한다면 변덕이라 불러도 좋으리, 순식간에 변해 버린 나의 사랑을, 그러나 이제부턴 강렬한 불길이 내 가슴 속의 창백한 달빛을 대신하리!

공주--그러나 나의 불길이 당신을 모조리 태워버리고 당신의 모든 정열을 두려움으로 만들어 버릴 때, 내가 당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당신은 그 달빛을 어찌 하실 건가요? 당신이 꿈 속을 거니는 그 말없는 여인의 사랑스런 품에 안길 때, 그때는 또 누가 당신의 정열에 불을 지피게 될까요? 오, 가엾은 정열의 노예여!

왕자--비록 온 세상이 나의 욕망을 비난한다 할지라도, 당신은 내 정열의 꽃이오, 비록 그 꽃이 단지 찰나 동안만 그 봉오리를 연다 할지라도! 당신은 내 정열의 꽃이오. 이제서야 비로소 알 것 같아요, 내 육체가 왜 그리 고통스러웠는지, 바로 사랑의 비밀을 간직한 채 그것은 다시 소생하기 위함이었오! (갑자기 공주를 끌어안는다.) 나를 혼란케 한 그 사랑의 유혹에서 도대체 무엇이 남았단 말인가? 나는 기쁘게 그 속박을 찢어 버리리, 오로지 당신을 사랑할 수 있기만 한다면!

공주--지금 이 순간 새벽빛이 저를 비추는 군요, 갑작스레 당신이 구혼하는 그 여인이 바로 저라는 듯, 마치 신랑조차도 스스로는 누구에게 구애할 지 결정할 수 없다는 듯이! (루살카는 갑자기 도깨비의 품에서 뛰쳐나와 절망적으로 왕자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몸을 던진다.)

왕자--(두려움에 떨며)당신의 몸이 마치 얼음처럼 차군요, 차갑고 창백한 여인이여! (그는 그녀를 밀어 버린다.)

호수의 도깨비--(보름달이 그 모습을 드러내어 연못의 수면 위에 있는 그를 비춘다.) 네가 그렇게 빨리 다른 여인의 팔에 안기지만, 그러나 너는 결코 루살카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 왕자--(격렬한 충격에 휩싸인 채)나를 감싸는 이 불길한 마력으로부터, 저를 구해 주소서, 구해 주소서! (그는 공주의 발치에 쓰러져 기절한다.)

공주--(거칠게 웃으며)지옥의 이름 모를 심연으로 서둘러 네가 선택한 여인을 따라가게 되리!(나간다.)

제 3막

1막과 같은 호숫가. 밤이 다가오고 어둠은 서서히 저녁노을을 뒤덮고 있다. 조금씩 달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루살카가 1막에서와 같이 호수 위로 드리워진 고목에 앉아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창백한 모습으로, 머리칼은 색이 바래고 두 눈도 혼이 나간 듯 흐리멍텅하다.)

5. 'Insensible water power' (미처 느끼지도 못한 사이에 물의 권능이여)

루살카--미처 느끼지도 못한 사이에 물의 권능이여, 당신은 저를 이 바닥으로 끌고 오셨군요. 왜 저는, 비참히 버려진 지금, 당신의 차가운 품속에서 소멸할 수 없는 건가요? 왜 저는 죽을 수도 없는 건가요, 아, 왜? 청춘을 박탈당하고, 자매들에게서도 고립되고, 사랑마저 버림받은 채, 여기 차가운 물결 위에서 시들어 가네. 아름다움을 잃고, 연인에게 저주 받은 채, 이제 헛되이 자매들을 찾고 있어, 헛되이 인간의 세상을 갈망하고 있어. 무엇이 저 여름밤의 마술적인 아름다움으로 변하는 것인가, 여기 수련이 피어나는 곳에서? 왜 저는, 비참히 버려진 지금, 당신의 차가운 품속에서 소멸할 수 없는 건가요? 아. 미처 느끼지도 못한 사이에 물의 권능이여, 당신은 저를 이 바닥으로 끌고 오셨군요.

6. 'Ah, Ah! Already you have come back?' (이런! 벌써 돌아온 게야?)

예시바바--(그녀의 오두막에서 나오며) 이런! 벌써 돌아온 게야? 뭐, 그렇게 오래 머물지도 않은 것 같은데! 뺨이 저렇게 창백할 수가, 보아하니 너의 쓸쓸함을 한탄하고 있었구나! 입맞춤도 너에겐 어색하기만 하고, 인간의 잠자리가 네게 따스함을 주지 못한 것이냐?

루살카--아, 비통해요, 아주머니, 전 배신당하고, 모든 것을 잃었어요!

예시바바--너의 사랑은 순간으로 끝나고, 이제 너는 고요한 후회 속에서, 인간의 입맞춤을 위해 네가 지불한 그 대가를 영원히 갚아 나가야 하리! 자연에게 인간은 혐오스런 것일 뿐, 그들은 그들을 낳아 준 대지에 등을 돌려 버렸어. 고통이 있으라, 인간의 사랑을 알고자 한 자에게,그 인간의 배신에 저주 받은 자에게!

루살카--현명하신 아주머니, 부디 말씀해 주세요, 저에겐 전혀 희망이 없는 건가요?

예시바바--네 연인이 너를 버리고, 사랑도 식었는데, 지금 와서 예시바바가 다시 너를 돕기를 원한다고? 인간 세상에 대한 모험을 끝낸 지금 ,다시 네 자매들에게 돌아가길 원한다고? 좋아, 네게 좋은 충고를 하나 해 주마, 네가 받아들이건 거절하든, 그건 전적으로 별개의 문제야! 너는 인간의 피로 자연의 저주를 씻어야만 해, 네게 아직 남아 있는, 네가 갈구하던 인간의 포옹에 대한 사랑을 제거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너는 다시 인간 세상이 너를 기만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오로지 뜨거운 인간의 피로만 너에게 젊음을 돌려 줄 수 있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거야, 다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어, 네 손이 직접 너를 기만한 자를 죽일 때, 네 손이 직접 너를 속인 그를 가를 때!

루살카--(소스라치게 놀라며)예시바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예시바바--(칼을 꺼내어 루살카에게 건네주며) 이 칼을 받아라, 그리고 내가 말한 것을 행할 것을 맹세해라!

루살카--두려워요, 저를 그냥 내버려 두세요! (칼을 호수에 던져 버린다.) 차라리 영원히 이 고통을 겪겠어요, 저의 보답 없는 사랑에 드리워진 이 저주 아래서 영원히 참혹하게 시들어 가겠어요, 차라리 절망적인 삶을 택하겠어요, 그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예시바바--(비웃으며)사악한 인간 세상에 대한 너의 갈망이 너를 길 잃게 한 모양이구나, 진실로 너는 인간에게 피 한 방울조차 흘리게 할 용기가 없단 말이냐? 인간은 오로지 다른 인간의 피 속에서 헤엄칠 때만 인간인 거야, 오로지 열정에 자극되어 다른 이의 피를 퍼마실 때만 인간인 거야. 그래서 넌 인간이 되길 바랬느냐, 열정으로 한 인간을 취하게 하기 위해? 넌 단지 공허한 물거품일 뿐이야, 쓸모없는 창백한 달빛일 뿐이야! 이제 가서 영원토록 고통 받을 것이노라, 인간에 대한 갈망으로 시들어 갈 것이노라. (그녀는 오두막으로 절뚝거리며 들어간다.)

7. 'Uprooted and banished' (쫓겨나고 추방당했네.)

루살카--삶에서 쫓겨나고, 고독의 한가운데로 추방당했네, 위로해 줄 자매하나 없이. 내 사랑, 저는 알아요, 이제 다시는 당신을 만날 수 없음을, 오, 고통은 커져만 가는 구나! (그녀는 호수로 뛰어 든다.)

물의 요정들--(물속에서)넌 인간 세상으로 가버렸었지, 우리들에게서 도망쳤어, 저주 받은 자매여, 가까이 오지 마! 인간에 의해 포옹 받은 너는 다시는 우리의 춤에 낄 수 없는 것, 만약 네가 가까이 오면 우리가 도망칠 수밖에! 너의 슬픔에서 불안이 퍼져 나와, 우리의 놀이와 재미를 방해해, 넌 밤새 습지들에 출몰하는 도깨비불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야! 너의 불빛으로 인간들을 유혹하고, 길을 잃게끔 한 후,너의 창백한 푸른 불빛으로 그들을 무덤으로 유혹하리! 십자로의 무덤가에서, 너는 새로운 친구를 찾게 될 거야,그러나 더 이상 물의 요정 자매들의 놀이를 함께 할 순 없으리! (침묵. 서녘 하늘에 붉은 저녁놀이 비친다. 산지기가 마지못해 끌려오는 요리사와 함께 등장한다.)

8. 'That you're afraid? Don't be silly!' (무서워하는 거냐? 정신을 가다듬어 봐)

산지기--무서워하는 거냐? 정신을 가다듬어 봐, 다른 사람들도 여럿 왔다 간 곳에 불과해! 넌 문을 두드리고 내가 시킨 대로 말만 하면 돼: 우리 왕자님께서 시름에 잠겨 계십니다, 의식도 가물가물 하시고요, 이게 다 지옥에서 온 어떤 저주받은 여자 하나가 왕자님의 성에 온 이후로 생긴 일이지요, 저희 하타 왕고모님께서 특별히 예시바바님의 조언을 구하시고 계십니다!

요리사--(도망치려고 발버둥 치며)사지가 꽁꽁 얼어붙은 것 같아요, 눈앞도 흐릿한 것이, 한번만 살려 주세요, 아저씨, 아저씨께서 직접 가시는 게 어떨까요?

산지기--난 한밤중에도 여길 수백 번도 더 왔었어, 고작 늙은 노파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라면 넌 완전히 바보 겁쟁이야!

요리사--그렇지만 지난 번 아저씨께서 찾아 오셨을 때, 무서운 이야기로 혼을 다 빼놓으셨잖아요, 그러니 아저씨, 제가 여기 숲 속에서 무서워 꼼짝 못하는 것도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요!

산지기--내가 가끔씩 과장이 심하다는 걸 인정하마! 그렇지만 지금은, 냉큼 가서 마녀에게서 해답을 알아 내 와야 해! 용기를 내 봐, 어서 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마녀의 충고를 듣고 와야 해!

요리사--입이 꽁꽁 얼어붙어 말이 나오질 않아요, 무서워 죽겠단 말이에요, 여기서 그 일을 할 사람은 아저씨뿐이에요!

산지기--네가 내 아들이라면 난 부끄러워 죽어 버렸을 게다! 이제 내가 절대 무서워 그러는 게 아니었다는 걸 보여 주마, 예시바바, 예시바바, 홀라, 홀라, 홀라! (예시바바가 오두막에서 나온다.)

예시바바--누가 이렇게 고함을 질러 대는 거야? 무슨 일이야? (요리사는 산지기의 뒤에 숨는다.)

산지기--늙으신 왕고모님께서 저희를 이곳으로 보내어 예시바바님의 지혜를 묻고자 하셨습니다!

예시바바--그럼 내 충고의 대가로, 보아하니, 그 어른께서는 저 말라깽이를 아침식사로 보내신 건가?(그녀는 요리사를 건드려 본다.)저것에게서 맛나는 구이를 만들어 내려면 좀 더 살을 찌워야겠는데!

요리사--(필사적으로 도망치려 애쓰며)절 놔 주세요! 놔 달란 말이에요! 여길 도망쳐야 해요, 아저씨, 저 노파가 절 먹어치우려 하잖아요!

예시바바--하, 하, 하, 하! 자연의 변덕스런 장난인가, 어찌 요런 바보 같은 걸 다 만드셨을고, 네 놈의 뼈다귀엔 뜯어 먹을 살점도 별로 없을 것 같구나! 너희 저주받을 종족에겐 지옥만이 안성맞춤이지! 자 그러니 빨리 말해 봐, 무슨 일로 온 게야?

요리사--(불안해하며)우리 왕자님께서 중병에 걸리셨어요, 어떤 마녀가 마법을 걸어 버렸지요! 왕자님께서 그녀를 성으로 데려 오셔서, 아낌없는 은혜를 베푸시고,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해 주셨는데. 어쩌면 결혼까지 하셨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예쁜 마녀는 결혼식이 되기 전에 떠나 버렸답니다. 그 마녀는 왕자님께 마법을 걸고서는 은혜도 저버리고 어느새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성 전체가 지금 그녀의 마법에 걸린 채 참혹히 쓰러져 가고 있어요, 악마가 직접 그녀를 지옥에 떨어뜨려 버렸어야 하는 건데! (도깨비가 갑자기 호수 아래서 솟아 올라온다.)

호수의 도깨비--누가 그녀를 잡아가? 그녀가 누굴 배신했다고? 저주 받아야 할 놈은 바로 너희를 여기로 보낸 놈이야, 너희 불쌍한 인간들, 그녀를 배신한 건 바로 그 놈이야, 그녀에게 저주를 내리게 한 바로 그 놈!

산지기--(부리나케 줄행랑을 치며)호수의 도깨비다!

요리사-- (그를 뒤쫓아 가며)아저씨! 살려줘요, 아저씨!

호수의 도깨비--내 힘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복수가 있으리! (호수 아래로 가라앉는다.)

예시바바--하, 하, 하, 하!(오두막으로 돌아간다.) (그러는 동안, 일몰의 붉은 놀이 사라지고, 밤이 된다. 달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숲의 요정들이 오솔길에 모여 든다.)

9. 'Hair, golden hair have I' (나는 금발머리를 가졌네.)

숲의 요정 1--(춤추며)나는야 삼단 같은 금발머리를 가졌네, 개똥벌레들이 스물스물 꼬여들지, 나의 창백한 손은 이제 그 머리칼을 풀어 헤치고, 달님은 그 은빛 광선으로 그것들을 쓸어내리네. 나는야 삼단 같은 금발머리를 가졌네.

숲의 요정 2--(춤 추며)나는야 대리석 같은 흰 발을 가졌네, 오솔길을 뛰어 다니지, 맨발에 이슬들이 촉촉이 스며들지, 그리고 달님은 금빛 신발로 그 발을 감싸 주시지.

숲의 요정 3--나는야 매력적인 흰 피부를 가졌네, 적막에 가득 찬 한밤중, 숲 속을 온통 비추네,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 내 창백하고 흰 손발에, 달님은 금빛은빛 옷을 입혀 주시네. 나는야 매력적인 흰 피부를 가졌네,

숲의 요정들--빙글빙글 춤을 추자꾸나, 자매들아, 부드러운 밤의 산들바람이 애무해 주고, 조금 있으면, 푸른 호수의 도깨비님께서 갈대 사이로 우릴 부르실 것이니! (호수의 도깨비를 보고) 벌써 오셨네, 그물을 고치고 계시는데! (그의 둘레를 빙글빙글 춤추며) 호수의 도깨비님, 헤이, 헤이, 자 우릴 한번 잡아 봐요, 도깨비님께서 잡으시기만 하면, 그 요정이 입맞춤을 해 드릴 거예요! 하지만 당신의 아내께서, 하하하, 도깨비님의, 하하하, 귀를 잡고 끌고 가 버릴지도 모르지요! 도깨비님, 헤이, 헤이, 자 우릴 한번 잡아 봐요.

호수의 도깨비--지금은 장난이나 칠 때가 아니야, 내 사랑하는 금발머리 소녀가, 우리 물 속 보금자리가, 인간의 부패에 의해 더럽혀지고 있어.

숲의 요정들--우리의 즐거운 놀이를 망치는 게 누군가요? 말씀해 주세요, 도깨비님, 말씀해 주세요!

호수의 도깨비--저 깊은 곳에서 누군가 비탄에 빠져 있어, 자매들에게 버림받고, 나의 가엾은, 창백한 루살카, 오우! 불쌍해라! 오우! (그는 호수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 희미해진다.)

숲의 요정 1--내 눈에 눈물이 솟아 흐르고 있어, 갑작스레 몸이 떨려 와.

숲의 요정 2--오싹 거리는 구름에 가려 달님이 힘을 잃고 있어.

숲의 요정 3--어두운 기운이 우릴 덮쳐 와. 자매들아, 자매들아, 어서 도망가자!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왕자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뛰어 들어온다.)

10. 'Where are you, my white doe?' (나의 창백한 소녀는 어디에?)

왕자--내 창백한 소녀! 내 창백한 소녀! 내 동화 속 여인! 말없는 환영! 나의 비탄은 결코 끝이 없는 것일까, 열에 들 뜬 이 찾아 헤매 임이여! 매일같이, 갈망에 쫓기며, 이 숲 속을 찾아 헤매었네. 어둑어둑해지면, 난 당신이 있음을 느껴요, 달빛 비치는 안개 사이로, 사방을 찾아 헤매었지요, 내 동화 속 여인이여! 나에게 돌아와 주오! (그는 잠시 멈추어 서더니, 이윽고 그가 1막에서 루살카를 처음 만난 곳에 와 있음을 깨닫는다. 그의 말소리가 갑자기 명료해 진다.)

여기 여기가 아닌가? 말해 보시오, 침묵의 숲이여! 달콤한 환영, 내 사랑, 당신은 어디 있는 건가요? 내 창백한 연인이여, 도대체 어디 있는 건가요? 죽어버린 가슴에 남아 있는 모든 것을 걸고, 나는 하늘과 대지에, 신과 모든 악마에게 탄원합니다, 말씀해 주세요, 당신은 어디 있는 건가요? 내 지고의 사랑이여! (달이 구름 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루살카가 호수의 수면위로 비치는 달빛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11. 'Do you still know me, lover?' (내 사랑, 아직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루살카--내 사랑,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아직도 저를 기억하시나요?

왕자--(놀라며)당신이 죽은 몸이라면, 지체 말고 나를 죽여주오. 아직 생명이 떠나지 않았다면, 나를 구원해 주오!

루살카--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랍니다, 여인도 요정도 아니지요, 그저 유령처럼 대지를 헤매고 다녀야 하는 운명이랍니다! 내 가엾고 비참한 사랑, 당신의 품을 꿈꾸었지만 다 허사였어요, 한때는 당신의 연인이었지만, 이젠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죽음 뿐!

왕자--이제 더 이상 당신 없인 살 수 없어요, 날 용서해 줄 수 없나요?

루살카--왜 당신의 두 팔로 저를 안으셨나요, 왜 당신의 입술을 제 입술에 포개셨나요? 난 이제 달빛의 환영일 뿐,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건 고통뿐이에요. 이제 전 한밤중 당신을 유혹해야 하지요, 저의 여성스러움은 이미 더럽혀졌어요, 이제 도깨비불과 함께 당신을 나락으로 끌고 내려가도록 운명 지워졌어요. 왜 당신의 두 팔로 저를 안으셨나요, 왜 당신의 입술을 제 입술에 포개셨나요? 당신이 갈망한 그 열정은, 이젠 알아요, 그건 저에겐 너무나 낯선 것이었음을, 그러나 지금 제가 당신께 키스한다면, 당신을 영원히 잃어야만 해요.

왕자--(그녀에게 비틀거리며 다가간다.)키스해 주오, 나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오, 세상은 이미 나와는 상관없는 것, 난 기쁘게 당신의 키스 아래 죽어갈 것이오!

루살카--절 이렇게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왜 절 배신하신 건가요? (그에게 두 팔을 열어 보이며) 당신은 아시나요, 내 사랑,내 포옹은 그 보답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당신은 목숨으로 배신의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왕자--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드리지요, 키스해 주오! 난 보답을 바라지 않아요, 기쁘게 죽을 것이오, 키스해 주오, 행복 속에게 죽게 해 주오, 난 보답을 바라지 않아요, 기쁘게 죽을 것이오, 보답은 생각치도 않아요!

루살카--내 사랑에 의해 모든 감정이 얼어붙고, 난 당신을 파괴해야만 해요, 나의 얼음 같은 포옹에 당신은 숨이 막힐 거예요! (그녀는 그를 껴안고 키스한다.)

왕자--(황홀함에 취한 채)키스해 주오, 나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오, 당신의 키스가 나를 속죄토록 해 주리! 행복 속에서, 당신의 품속에서 죽으리! (죽는다.)

호수의 도깨비--(호수 아래 깊은 곳에서)그의 죽음도 부질없는 것이야, 너의 모든 희생은 다 허사일 뿐, 나의 가엾은, 창백한 루살카! 비통해라, 비통해라! (루살카는 마지막으로 죽은 왕자에게 키스한다.)

루살카--당신의 사랑을 위해, 당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변덕스런 인간의 열정을 위해, 나에게 이 운명을 지운 모든 것을 위해, 하느님, 부디 여기 인간의 영혼에 자비를! 하느님께서 당신께 자비를 내려 주시기를! (호수 아래로 가라앉는다.)


자매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루살카. 신시나티 공연.

✤ 루살카의 전설

루살카는 슬로바키아 자방의 전설에 나오는 물의 정령, 또는 님프를 말한다. 젊은 여인이나 소녀가 불행하게 물에 빠져 죽었거나 물가에서 살해되었으면 그 영혼이 루살카가 된다고 한다. 루살카는 아름다운 젊은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남자를 유혹하여 물에 빠트려 죽인다고 한다. 루살카는 달 밝은 밤에 초원이나 숲속의 빈터에 나타나며 모습은 무척 아름답지만 말은 못하고 소리 내어 웃기만 하는데 그 기괴한 웃음소리로 사람을 죽일수 있다고 한다. 루살카의 운명은 자기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에게 복수를 해야 끝난다고 한다. 호수나 강에서 목욕할 때에는 머리에 고사리 잎을 따서 덮어야 루살카가 끌어당겨도 물에 빠져 죽지 않는다고 한다.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에서 여주인공 루살카가 부르는 ‘오, 은빛 달’은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출   처: 아트힐 / 카페 / 심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