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veri fiori' from 'Adriana Lecouvreur'
칠레아 /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중 '불쌍한 꽃'
Francesco Cilèa 1866~1950 |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Adriana Lecouvreur)
원 작: 스크리보 (A. E. Scribe) 및 르구베 (E. Legouve) 공저 '아드리엔 르쿠브뢰르 Adrienne Lecouvreur' 대 본: 아르투로 콜라우티 (Arturo Colautti) 작 곡: 프란체스코 칠레아, 1902년 초 연: 1902년 11월 6일, 테아트로 리리코 (밀라노) 때/장소: 1730년, 파리
등장인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 Adriana Lecouvreur / S) : 코메디 프랑세즈의 인기 여배우 마우리치오 ( Maurizio / T) : 삭소니 백작 부이용 공작 부인 ( La Princesse de Bouillon / MS ) : 부이용 공작의 부인 부이용 공작 ( La Prince de Bouillon / B ) : 난봉꾼 공작 미쇼네 ( Michonnet / Br ) : 코메디 프랑세즈의 무대 감독 샤죄이 수도원장 ( L'Abbe de Chazeuil / T ) : 부이용 공작의 측근 쥐브노 (S), 당르빌 (Ms), 푸아송 (T), 키노 (B) : 코메디 프랑세즈의 배우들
줄거리
제 1 막 파리 코메디 프랑세즈 극장, 무대 뒤의 분장실
막이 오르기 직전이다. 분장실은 배우들과 스탭들이 의상과 분장을 챙기느라 아주 분주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분주한 사람은 무대감독 미쇼네 이다. 이미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된 그는 여러 사람들에게 지시를 하고 또 부탁을 받느라 정신이 없다. 그는 '이래서는 늙은 몸으로 일을 감당할 수가 없다' 고 한탄한다.
그때 배우들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는 부이용 공작이 등장한다. 그는 바람기가 다분한, 파리의 유력인사이다. 그는 항상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아첨꾼, 샤죄이 수도원장을 대동하고 분장실에 등장한 것이다. 부이용 공작은 이 극장의 인기 여배우인 뒤클로의 후원자이자 정부(情夫)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필 이때 뒤클로가 의상을 갈아입는 중이라, 그는 하는 수 없이 다른 여배우들과 농을 한다. 오늘밤은 연극 '바자제'에서 두 사람의 인기 여배우인 아드리아나와 뒤클로가 각각 여신과 여왕으로 나오기로 되어 있다.
이윽고 록사느 역으로 분장한 아드리아나가 독백으로 대사 연습을 하면서 들어온다. 그녀가 나타나자 부이용 공작과 수도원장은 둘다 넋을 잃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을 한다. 둘은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와 멋지게 대사를 읽는 모습을 칭찬한다. 그러자 아드리아나는 그들의 칭송을 겸손하게 거절하며 아리아 '저는 다만 창조주의 미천한 하녀에 지나지 않습니다. Io sono l'umile ancella del genio creatore' 를 부른다. 아드리아나는 그들 앞에서 일부러 무대감독 미쇼네를 거명한다. 오늘날 자신이 있기까지는 미쇼네의 정성어린 지도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사를 표한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공개적인 찬사에 미쇼네는 크게 감동한다.
공작이 뒤클로를 찾자 수도원장은 뒤클로가 분장실에서 무슨 편지를 급하게 쓰고 있다고 대답한다. 문득 의심이 생긴 공작은 수도원장에게 그 편지를 몰래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이에 수도원장이 난색을 표하자, 공작은 반드시 그 편지를 손에 넣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에게 돈을 쥐어주며 둘은 퇴장한다.
분장실에는 아드리아나와 미쇼네만 남게 된다. 미쇼네는 이전부터 아드리아나에게 내심 연정을 품고 있었던 것을 고백해 보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는 주저주저하다가 이야기를 돌려서 말을 꺼낸다. 미쇼네의 아리아 '드디어 둘만 남았다 Eccoci solo alfin'.
'숙부님이 돌아가시며 많은 유산을 자기 앞으로 남기셨는데, 이참에 결혼을 해 볼까 한다.'는 미소네의 말에 건성으로만 대답하던 그녀는 '자신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삭소니 백작의 기수이며 오늘 저녁에 연극을 보러 올 것'이라고 고백한다. 실망한 미쇼네는 '다 끝났어, 미쇼네'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단념한다. 그때 무대의 개막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미쇼네는 서둘러 나간다.
이때 마우리치오가 멋진 장교 군복을 입고 등장한다. 사실 그는 삭소니 백작의 기수가 아니라 전쟁 영웅 삭소니 백작 본인인데 아드리아나에게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있는 중이다. 이미 서로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두사람은 뜨겁게 포옹한다. 마우리치오의 아리아 '우아하고 달콤한 미소 La docissima effigie sorridente'.
이제 아드리아나가 무대에 나갈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마우리치오에게 '오늘밤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서 연기하겠다' 라고 말하고 그의 좌석 위치를 묻는다. 마우리치오는 '우측 3번 박스' 라고 말해 준다. 그녀는 공연이 끝난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자기 가슴에 꽂혀 있었던 작은 제비꽃 다발을 뽑아 그의 군복에 꽂아주고는 무대로 나간다.
부이용 공작과 수도원장이 다시 등장한다. 수도원장은 뒤클로의 하녀를 매수해서 결국 튀클로가 쓴 편지를 손에 넣었다. 두 사람은 함께 그 편지를 열어본다. 편지에는 '오늘밤 11시 항상 만나던 세느 강변의 별장에서...'라고 적혀 있다. 공작은 '그 편지가 어디로 배달되려던 것인가' 하고 묻는다. 수도원장은 '우측 3번 박스'라고 대답하며 거기에는 삭소니 백작이 앉아있더라고 말한다. 이에 공작은 뒤클로가 삭소니 백작과 밀회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화를 낸다. 더구나 그 장소는 자신의 소유이며 자신이 그년에게 준 별장이었다. 공작은 계략을 세워서 일단 그 편지를 삭소니 백작에게 그대로 전달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는 오늘밤 그 별장에서 많은 배우들과 귀족들을 초대해서 깜짝 파티를 열어 두 남녀의 밀회를 방해하기로 한다.
그 때 문틈으로 네명의 배우 쥐브노, 당르빌, 푸와송, 키노가 두 사람의 계획을 훔쳐보며 모든 것을 엿듣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엄청난 사랑의 전투가 시작되었다고 좋아들 한다. 분장실 뒤로 보이는 무대에서는 아드리아나의 모놀로그가 시작된다.
미쇼네는 가슴을 설레이며 무대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미쇼네는 아드리아나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독백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연기를 하는 아드리아나가 오로지 객석의 마우리치오만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질투심이 생긴 미쇼네는 '그녀는 오직 그만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읊조리며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혼자서 달랜다. 이윽고 모놀로그가 끝나고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뒤클로의 편지를 받은 마우리치오가 난처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미 아드리아나와의 선약이 있는데 뒤클로의 편지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 마우리치오는 프랑스 왕과 추기경에게 정치적인 문제로 줄을 대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왕실과 가까운 부이용 공작 부인이 필요했고 결국 뒤클로에게 부탁하여 공작부인을 소개받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몰래 공작부인을 만나고 있었던 것인데, 오늘 뒤클로의 편지도 사실 공작부인과의 만남을 전달한 것이었다. 반드시 공작의 별장에 가야만 했던 마우리치오는 어떻게 아드리아나와의 약속을 취소할 것인지 고민한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생각이 나서 연극의 소도구인 양피지에 메모를 적어 놓고 별장으로 간다.
양피지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던 아드리아나에게 소도구로 전해지는데 무대 위에서 예상치 못했던 마우리치오의 메모를 본 아드리아나는 얼굴을 하얗게 질려버린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미쇼네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서 연기인 줄로만 알고 그녀의 열연에 감탄한다.
연극이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아드리아나가 분장실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한없이 창백하고 걸음걸이도 비틀거린다. 공작과 수도원장은 그녀의 연기를 크게 칭송한다. 그리고 공작은 아드리아나를 비롯한, 오늘 연극에 참여한 모든 식구들을 그날 밤 자신의 별장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한다. 그리고 공작은 아드리아나에게 '오늘 오신다면 삭소니 백작도 소개해 주겠소..'하고 말한다. 그 말에 아드리아나는 표정이 밝아지며 그를 보기 위해 초대에 응하기로 한다.
제 2 막 세느 강 하류 그랑즈 바트리엘에 있는 부이용 공작의 빌라.
그날밤. 그랑즈 바트리엘에 있는 부이용 공작의 빌라. 지금은 여배우 뒤클레가 사용하고 있다. 넓은 홀에는 부이용 공작부인이 절은 삭소니 백작을 애절히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다 되었건만 그가 나타나지 않자 공작 부인은 젊은 애인을 향해 타오르는 자신의 뜨거운 정념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작 부인의 아리아 '쓰디쓴 즐거움, 달콤한 즐거움 Acerba volutta', dolce tortura'
이때 마우리치오가 등장한다. 공작 부인은 마우리치오의 가슴에 제비꽃 다발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질투를 느끼며 의심을 한다. 눈치를 챈 마우리치오는 '이 꽃은 당신을 위해 가져온 것'이로고 둘러대면서 그녀에게 꽃다발을 건넨다. 이에 기분이 좋아진 공작부인은 '당신의 뜻을 왕비와 추기경에게 전달했고, 모든 것이 잘 진행되어가고 있다' 고 말해 준다. 마우리치오는 호의에 감사하면서 서둘러 다음 계획을 진행코자 자리를 뜨려고 한다. 만나자마자 가버리려는 마우리치오에게 공작부인은 크게 섭섭해 하면서 그를 마구 다그친다.
공작부인이 계속해서 그를 몰아 부치자, 마우리치오는 '마음이 너무 피로하여 목적을 달성해야겠다는 일념 밖에 없었군요. 제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변명하며 아리아 '내 마음은 지쳐있고 L'anaima ho stanca'를 부른다.
그때 밖에서 부이용 공작의 마차소리가 들린다. 예기치 않은 공작의 등장에 놀란 공작부인은 어쩔 줄을 모른다. 그녀는 비밀의 문을 통해서 드레스룸으로 숨는다. 공작과 수도원장이 방으로 들어오는데 공작은 어떤 여자가 마우리치오와 함께 있다가 다른 방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얼핏 본다. 공작은 당연히 그년가 뒤클로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내심 기뻐한다. 그 무렵 뒤클로에게 싫증이 나기 시작한 공작은 마우리치오의 출연으로 이참에 그녀를 떼어버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초대된 아드리아나가 도착한다. 공작은 그녀에게 마우리치오를 '삭소니 백작'이라고 소개한다. 마우리치오를 백작의 기수로만 알고 있던 그녀는 깜짝 놀란다.
모든 사람들이 무도회장으로 옮기고 나자, 방에는 아드리아나와 마우리치오만 남는다. 그가 백작이라는 높은 신분이고, 둘의 신분 차이가 너무 큰데 절망한 그녀는 마우리치오를 단념하려고 한다. 하지만 마우리치오는 자신의 열정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녀는 그의 고백에 감동을 하여 함께 2중창을 부르며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때 무대감독 미쇼네와 수도원장이 들어온다. 미쇼네는 '연극에 관한 급한 일로 뒤클로를 만나야 한다' 면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돌아가겠다고 한다. 그러자 비밀문 속에 있는 여자가 뒤클로라고 생각하고 있던 수도원장은 '그럴 필요 없다. 그녀는 바로 여기 있다'면서 비밀문을 가리킨다. 그 광경을 본 아드리아나는 마우리치오와 뒤클로 사이를 의심하게 되고 문을 열려고 한다.
그러자 마우리치오는 그 앞을 가로 막으며 아드리아나에게 호소한다. '이 안에 있는 사람은 뒤클로가 아니다. 어떤 분이 정치적인 문제로 숨어 있는 것이니, 제발 나를 믿어 달라. 부디 그녀의 명예를 존중해서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고 부탁한다. 그러고는 마우리치오는 급히 퇴장한다.
혼자 남은 아드리아나는 비밀문 속에 있는 미지의 여인을 도우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방의 촛불을 모두 끈다. 그런 다음 그녀를 도망시키려는 것이다. 두 여인은 서로의 신분도 모르고 얼굴조차도 모른 채 어둠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밀문에서 나와 도망가려던 공작부인은 처음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 아드리아나의 행동에 감사하지만 차츰 두 여인은 본능적으로 서로가 연적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조성된다.
밖으로 나가려던 공작부인이 공작의 마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앗! 남편이..' 라는 말을 내뱉게 되고 아드리아나는 그녀의 신분을 눈치채게 된다. 공작부인은 소란한 틈을 타서 정원을 통해 어둠 속으로 도망쳐 버린다. 그때 미쇼네가 방으로 들어와 도망가던 공작 부인이 떨어뜨린 팔찌를 주어 아드리아나에게 건네 주고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제 3 막 부이용 공작의 궁전.
그로부터 며칠 후 저녁. 하인들이 분주하게 파티 준비를 하고 있고 수도원장은 지시를 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그 때 공작 부인이 성장을 하고 등장한다. 그녀는 지난번 사신을 구해준 여자가 자신의 연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괴로워하고 한편으로는 질투에 불타고 있다. 수도원장이 공작부인에게 다가와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비위를 맞춘다. 이어서 공작이 여러 귀족들을 대동하고 등장한다.
이윽고 집사장의 소개로 아드리아나가 화려하게 차려있고 당당히 등장한다. 미쇼네도 그녀를 따라왔다. 공작은 자신의 부인에게 아드리아나를 소개한다. 인사를 하는 아드리아나의 목소리를 듣고 공작부인은 그녀가 그날밤 자신을 구해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마우리치오는 결투로 중상을 입어서 오늘밤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는 거짓말로 슬쩍 떠본다. 그 말은 들은 아드리아나는 놀라서 소파에 쓰러진다. 그녀의 반응을 본 공작부인은 자신의 짐작을 확신하게 된다.
그때 삭소니 백작, 마오리치오가 들어온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공작부인의 손에 키스를 하고 그녀와 재미있게 속삭인다. 그 광경을 본 아드리아나는 그날 밤 자신이 구해준 여자가 공작 부인임을 완전히 확신하게 되고 두 사람이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몹시 불편해 한다.
이러한 내막을 전혀 모르는 공작은 마우리치오에게 무용담을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이에 마우리치오는 러시아 전투에서 있었던 전투 경험을 당당하게 노래한다. '맨치코프가 받은 명령은 Il russo Mencikoff riceve l'ordine'. 무용담을 듣던 모든 사람들은 그의 용맹을 칭송한다.
파티에 모인 손님들을 위해 막간극으로 발레가 공연된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 '파리스의 심판' 이야기 이다.
(* 파리스의 심판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로 태어났으나 산 속에 버려져서 자라게 된다. 목동이 된 파리스 앞에 세 명의 아름다운 여신들이 나타나 제각기 자신이 최고의 미녀라고 서로 경쟁한다. 그녀들은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이다. 여신들은 차례로 등장하며 아름답고 개성있는 독무를 춘다. 그 경쟁을 본 파리스는 승리의 증표인 에스페리데스의 황금 사과를 결국 아프로디테에게 준다는 내용이다. 당시의 파티 관습상 파리스는 황금사과를 어느 여신에게도 주지 않고, 그날 파티의 안주인에게 바친다.)
파리스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 공작 부인이 팔을 벌리자 옷 사이로 마우리치오에게 받았던 제비꽃다발이 보이는데 이를 아드리아나가 보게 된다. 아드리아나는 공작 부인에게 자신이 주웠던 팔찌를 일부러 보여준다.
발레가 끝나자 의기양양하게 황금사과를 받아 든 공작부인은 아드리아나에게 연극의 한 부분을 낭독해 달라고 한다. 오만한 공작 부인이 요구한 작품은 '아리아드네' 中 사랑하던 남자에게 비참하게 버림받는 아리아드네의 독백 '버림받고 슬퍼하는 아리아드네' 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어선 아드리아나는 '페도라가 더 나을 것이다...' 라며 공작부인이 만류할 틈도 없이 라신느의 '페드라' 중 '남편을 속이고 음란한 사랑을 속삭이는 왕비 페드라'를 낭독한다. 노골적으로 공작 부인을 공격하는 독백이다.
독백이 끝나자 이러한 전후사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감동하여 큰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아드리아나는 만면에 이겼다는 미소를 띄며 공작부인과 마우리치오를 차갑게 노려본 후 의기양양하게 퇴장한다. 공작부인은 분한 마음에 그저 몸만 부들부들 떨 뿐이다.
제 4 막 아드리아나 집의 작은 방
마우리치오를 둘러싸고 권력자 부이용 공작부인과 격렬한 쟁탈전을 벌였던 아드리아나는 그후 마우리치오와도 멀어졌고 무대에서도 은퇴를 했고 병까지 얻었다. 아드리아나는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채 쓸쓸하고 덧없이 병상에 누워있다.
막이 오르면 미쇼네가 아드리아나를 찾아온다.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보며 미쇼네는 병세를 살핀다. 병든 아드리아나를 보는 미쇼네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다. 그는 가슴을 움켜지며 아리아 '제발 조용히 해라, 나의 늙은 심장이여 Taci, mio vecchio cor'를 부른다. 아드리아나가 은퇴한 이후로 미쇼네는 그녀에 대한 열정에서 벗어났다. 이제 아버지와 같은 심정으로 진정한 친구로 남아서 그녀를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이때 아드리아나가 잠을 깬다. 그녀는 미쇼네가 와 있는 것을 보고 반가와 한다. 두사람은 마치 부녀간처럼 우정의 2중창 '나의 친구여, 나의 딸이여 Amico mio ! Figliuola !'를 부른다. 미쇼네는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하지만 아드리아나는 이렇게 병들어 가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아드리아나는 다시 한번 '공작 저택 사건'을 떠올리며 공작부인에게 기필코 복수를 하겠다고 몸을 떤다. 미쇼네는 제발 그러지 말라며 그녀를 만류한다.
그때 코메디 프랑세즈의 네 동료 - 쥐브노, 당르빌, 포아송, 키노 - 가 그녀를 병 문안하러 찾아온다. 그들이 아드리아나에게 '오늘이 당신의 명명일'이라고 말해주자 아드리아나는 놀란다. 네 사람은 그녀에게 어서 무대로 돌아오라고 격려한다. 미소네도 준비했던 목걸이를 선물로 주며 그녀를 즐겁게 해 준다. 아드리아나는 모처럼 즐거워하며 '꼭 무대로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한다.. 동료들은 기뻐하며 그녀가 돌아오면 파리 전체가 떠들썩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드리아나가 뒤클로의 안부를 묻자, 동료들은 그녀가 공작에게 버림받았다고 전해 준다. 그리고 네 사람은 그녀를 웃기기 위해 준비한 콩트 '부이용 공작에게 버림받은 뒤클로'를 연기한다. 네명은 옆방으로 식사를 하러 퇴장한다.
그때 하녀가 들어와서 아드리아나에게 배달되어 온 작은 상자를 건네 준다. 상자를 열어본 아드리아나는 깜짝 놀란다. 그 안에는 이전에 자신이 마우리치오의 가슴에 직접 달아 주었던 제비꽃다발이 시들어 버린 채 들어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바친 꽃이 이토록 무참히 시든 채로 되돌아온 것에 대해 그녀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가 된 꽃다발을 들고 그녀는 아름답고 슬픈 아리아 '불쌍한 꽃 Poveri fiori'를 부른다.
아드리아나는 시들은 꽃다발에 마지막 향기가 남아 있는지 보려는 듯 코로 깊게 향기를 마신다. 마지막으로 키스를 한 후 꽃다발을 벽난로에 던져 버린다. 이때 미쇼네의 편지로 뒤늦게 아드리아나의 병든 사실을 알게된 마우리치오가 찾아온다. 아드리아나는 그가 찾아온 것이 너무 기쁘지만, 그가 방금 꽃을 돌려보낸 사실 때문에 아직 마음이 굳어 있다. 그러나 마우리치오는 그간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죄한다. 아드리아나가 '공작부인과는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그는 '이미 헤어졌다'고 말한다. 마우리치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그녀에게 청혼한다. 마우리치오의 진심어린 태도에 그녀의 마음도 풀리고 두사람은 다시 이전처럼 뜨겁게 포옹한다.
그러나 아드리아나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 몸을 떨더니 바닥에 쓰러져 버린다. 아드리아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마우리치오에게 돌려보낸 꽃다발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마우리치오는 그 꽃을 보낸 적이 없다고 하며 공작부인이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꽃다발 속에는 독가스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드리아나는 온 몽에 독이 퍼져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착란 상태에 빠져든다. 의식이 자꾸 꺼져 가는 아드리아나를 붙잡고 마우리치와와 미쇼네는 어쩔 줄을 모른다.
그때 갑자기 아드리아나가 벌떡 일어난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행동한다. 그리고는 '나는 멜포메네 이다 Melpomene son io' 라며 연극의 모놀로그를 시작한다. 독백을 마친 아드리아나는 마우리치오와 미쇼네의 팔에 쓰러지며 숨을 거둔다. 두 사람은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그녀의 손에 키스를 한다.
칠레아 Francesco Cilèa[1866.7.26~1950.11.20]
이탈리아의 작곡가·음악교사. 팔미(Palmi)에서 태어났다. 나폴리음악원에서 공부했으며 오페라를 작곡하기 위해 2차례나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피렌체와 팔레르모에서 음악을 가르쳤다. 나중에 나폴리음악원의 원장이 되어 1936년 은퇴할 때까지 재직했다.
음악원 재직 중이던 1902년에 작곡한 4막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Adriana Lecouvreur》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사후에도 계속 공연되는 이 오페라는 프랑스의 극작가 오귀스탱 스크리브(Augustin Scribe)와 에르네스트 르주베(Ernest Legouvé::1807∼1903)가 함께 쓴 희곡을 바탕으로 한 아르투로 콜라우티(Arturo Colautti)의 대본에 곡을 붙인 것이다. 내용 중의 사건은 파리에서 일어나며, 여배우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Adriana Lecouvreur)와 그녀의 연인인 작센의 백작 마우리초(Maurizio) 사이의 비극적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소프라노 아드리아나가 부르는 것으로, 피에르 코르네유(Pierre Corneille)의 표현을 빌려 겸손을 나타낸 '나는 겸손한 하녀'라는 뜻의 《로 손 루밀레 안첼라 Io son' l'umile ancella》와 그녀가 마우리초에게 보낸 꽃이 시든 채 라이벌에 의해 독을 묻히고 돌아왔을 때 애절하게 부르는 《포베리 피오리 Poveri fiori》 등이다.
위의 음원과 글은 '심박'님께서 올려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