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

드뷔시 - 목신의 오후 전주곡

로만짜 2006. 12. 25. 05:22



L'Apres-midi d'un faune
(목신의 오후)
CLAUDE DEBUSSY(1862-1918)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
/ (목신의 오후 L'Apres-midi d'un faune)
          나는 이 요정들을 영원하게 하고 싶다. 그녀들의 연분홍색 살빛은 하도 깨끗하여 무성한 잠에 졸고 있는 대기 속을 떠돈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꿈이었나? 옛 밤에 축적된 내 의혹은 많은 작은 나뭇가지같이 끝나 버렸는데 이들이 그대로 진정한 숲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오호라! 나 혼자만이 장미꽃들에 대한 상상적 유린을 승리로 돌리고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대가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여인들이란 그대의 상상적 감각이 원한 것의 형상이라면! 목신이여, 그 환상은 가장 정숙한 여인의 푸르고 찬 눈에서 나오듯 울고 있는 샘물 소리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한숨에 사인 다른 여인에 대해선 반대로 그대 가슴털에 스치는 낮의 더운 미풍에서라고 할 것인가? 아니다! 더위는 부동(不動)의 귄태로운 무력감으로 살아나려는 신선한 아침의 목을 죄고 속삭이는 물이란 단지 화음(和音)으로 젖은 숲 위에 내리는 내 피리 소리뿐이요, 다만 한 줄기 바람이란 소리를 메마른 빗속으로 흩뜨려 버리기도 전에 피리의 두 도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날라 버리는 숨결뿐 이 바람은 주름 하나 없이 평평한 지평선 상에 하늘로 되돌아가는 영감(靈感)의 눈에 보이는 평온하며 인공적인 숨결이다. 오, 태양빛과 겨루려는 내 헛된 욕망이 유린하는 섬광(閃光)의 꽃다발 아래 묵묵히 누운 고요한 늪의 시칠리아 기슭이여, 이야기하라 나는 이 곳서 숙련으로 길들인 빈 갈대를 꺾고 있었다. 이 때 포도 덩굴을 샘들 위에 드리우고 있는 아득히 보이는 초목의 녹색 금빛 위에 쉬고 있는 생물의 흰 모습이 잔물결친다. 그리고 풀피리가 살아나는 느리 서곡(序曲)에 이 백조의 무리, 아니! 요정들의 무리는 혹은 달아나고 혹은 물 속으로 뛰어든다 만물은 무력하게 황갈색 시간 속에 타고 '라'의 화음을 찾는 주자(奏者)가 바라던 너무나 많은 혼사(婚事)가 어떠한 계략으로 일제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지 그 때 나는 고대의 빛의 물결 아래 홀로 우뚝 서 나의 첫 정열에 눈 뜨리라 백합이여! 순결함에 있어 나는 너희 모두들 중의 하나이다. 저들의 입술이 퍼뜨리는 이 달콤한 실없는 일 속삭여 사랑의 배신자를 안심시키는 이 입맞춤과는 달리 완전무결하게 순결한 내 가슴은 어느 고귀한 이(齒)가 물어 생긴 신비로운 상흔을 증언한다 그러나 좋다! 이러한 비적(秘蹟)은 그의 마음을 들어 줄 친구로 창공 아래서 불 굵은 두 개의 갈대를 골랐다. 갈대는 뺨의 동요를 자신에게 돌려 긴 독주(獨奏)로 주위의 아름다움과 우리들의 소박한 노래를 거짓 혼동케 함으로써 주위의 아름다움을 즐겁게 해 주었다고 꿈꾼다. 도주(逃走)의 악기여, 오 심술궂은 판 신(神)의 피리여 네가 나를 기다리는 호수에서 꽃피어나도록 하라 나는 내 자랑스런 목소리로 여신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말하리라 그리고 우상 숭배자들의 그림으로 저들의 암부(暗部)에서 또 다시 허리끈을 풀리라 그리하여 내가 가장(假裝)으로 물리쳤던 미련을 떨쳐 버리기 위해 포도알들의 광명을 빨았을 때 웃으며 나는 그 빈 포도 송이를 여름 하늘에 쳐들고 빛나는 껍질 속에 내 숨결을 불어넣으면서 도취를 갈망하여 저녁때까지 나는 그 속을 투시한다.
* 님프의 아름다운 육체를 사모하는 목신(牧神:半獸身) 판의 관능적인 몽상을 묘사하여 육욕의 허무함을 순수한 미적 세계 속에서 상징한 것이다. 근대 서정시의 걸작의 하나로 꼽힌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이 시에서 악상(樂想)을 얻었다. 처음에는 전주곡 ·간주곡 ·종곡(終曲)의 3곡을 작곡할 예정이었으나 결국은 이 전주곡만이 완성되었다. 인상주의 음악의 걸작으로서 작곡가의 개성적 양식을 확립한 출세작이며 시정(詩情)이 넘치는 작품이다.(퍼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