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pres-midi d'un faune(목신의 오후)
CLAUDE DEBUSSY(1862-1918)
나는 이 요정들을 영원하게 하고 싶다.
그녀들의 연분홍색 살빛은 하도 깨끗하여
무성한 잠에 졸고 있는 대기 속을 떠돈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꿈이었나?
옛 밤에 축적된 내 의혹은 많은
작은 나뭇가지같이 끝나 버렸는데
이들이 그대로 진정한 숲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오호라!
나 혼자만이 장미꽃들에 대한 상상적 유린을
승리로 돌리고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대가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여인들이란
그대의 상상적 감각이 원한 것의 형상이라면!
목신이여, 그 환상은 가장 정숙한 여인의 푸르고
찬 눈에서 나오듯 울고 있는 샘물 소리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한숨에 사인 다른 여인에 대해선 반대로
그대 가슴털에 스치는 낮의 더운 미풍에서라고 할 것인가?
아니다! 더위는 부동(不動)의 귄태로운 무력감으로
살아나려는 신선한 아침의 목을 죄고
속삭이는 물이란 단지 화음(和音)으로 젖은 숲 위에
내리는 내 피리 소리뿐이요, 다만 한 줄기 바람이란
소리를 메마른 빗속으로 흩뜨려 버리기도 전에
피리의 두 도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날라 버리는 숨결뿐
이 바람은 주름 하나 없이 평평한 지평선 상에
하늘로 되돌아가는 영감(靈感)의 눈에 보이는
평온하며 인공적인 숨결이다.
오, 태양빛과 겨루려는 내 헛된 욕망이 유린하는
섬광(閃光)의 꽃다발 아래 묵묵히 누운
고요한 늪의 시칠리아 기슭이여, 이야기하라
나는 이 곳서 숙련으로 길들인 빈 갈대를 꺾고 있었다.
이 때 포도 덩굴을 샘들 위에 드리우고 있는
아득히 보이는 초목의 녹색 금빛 위에
쉬고 있는 생물의 흰 모습이 잔물결친다.
그리고 풀피리가 살아나는 느리 서곡(序曲)에
이 백조의 무리, 아니! 요정들의 무리는
혹은 달아나고 혹은 물 속으로 뛰어든다
만물은 무력하게 황갈색 시간 속에 타고
'라'의 화음을 찾는 주자(奏者)가 바라던 너무나 많은 혼사(婚事)가
어떠한 계략으로 일제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지
그 때 나는 고대의 빛의 물결 아래 홀로 우뚝 서
나의 첫 정열에 눈 뜨리라
백합이여! 순결함에 있어 나는 너희 모두들 중의 하나이다.
저들의 입술이 퍼뜨리는 이 달콤한 실없는 일
속삭여 사랑의 배신자를 안심시키는 이 입맞춤과는 달리
완전무결하게 순결한 내 가슴은
어느 고귀한 이(齒)가 물어 생긴 신비로운 상흔을 증언한다
그러나 좋다! 이러한 비적(秘蹟)은 그의 마음을 들어 줄 친구로
창공 아래서 불 굵은 두 개의 갈대를 골랐다.
갈대는 뺨의 동요를 자신에게 돌려
긴 독주(獨奏)로 주위의 아름다움과
우리들의 소박한 노래를 거짓 혼동케 함으로써
주위의 아름다움을 즐겁게 해 주었다고 꿈꾼다.
도주(逃走)의 악기여, 오 심술궂은 판 신(神)의 피리여
네가 나를 기다리는 호수에서 꽃피어나도록 하라
나는 내 자랑스런 목소리로 여신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말하리라
그리고 우상 숭배자들의 그림으로
저들의 암부(暗部)에서 또 다시 허리끈을 풀리라
그리하여 내가 가장(假裝)으로 물리쳤던 미련을 떨쳐 버리기 위해
포도알들의 광명을 빨았을 때
웃으며 나는 그 빈 포도 송이를 여름 하늘에 쳐들고
빛나는 껍질 속에 내 숨결을 불어넣으면서
도취를 갈망하여 저녁때까지 나는 그 속을 투시한다.
*
님프의 아름다운 육체를 사모하는 목신(牧神:半獸身) 판의 관능적인 몽상을 묘사하여
육욕의 허무함을 순수한 미적 세계 속에서 상징한 것이다.
근대 서정시의 걸작의 하나로 꼽힌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이 시에서 악상(樂想)을 얻었다.
처음에는 전주곡 ·간주곡 ·종곡(終曲)의 3곡을 작곡할 예정이었으나
결국은 이 전주곡만이 완성되었다.
인상주의 음악의 걸작으로서 작곡가의 개성적 양식을 확립한 출세작이며
시정(詩情)이 넘치는 작품이다.(퍼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