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Dear Amadeus 기악곡

클라리넷 5중주 K. 581 '슈타들러' - 제임스 캠벨(클라리넷) 알레그리 현악 사중주단

로만짜 2016. 2. 10. 00:33

 

 

 

 

 

 

 

 

  

 

W.A. Mozart (1756~1791)
Clarinet Quintet in A major, K. 581 'Stadler'

 

 

 

  1. Allegro (09'12")  

 

  2. Larghetto (06'48")  

 

  3. Menuetto (07'06")

 

  4. Allegretto con Variazioni (09'07") 

 

 

1 ~ 4 순으로 연속듣기
 
 
James Campbell, clarinet
Allegri String Quartet
Recorded: 1998
 
 
 
음악의 아버지 대(大) '바흐(Bach)'가 시냇물을 뜻한다면
모차르트 이름의 첫 글자인 '볼프강(Wolfgang)'은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의 호수 이름에서 유래했다.

바흐가 마치 시냇물처럼 자연스럽고 거침없는 음악을
대위법이라는 형식미 안에서 녹여내었다면,
모차르트의 음악은 마치 잘츠부르크의 오밀조밀하고 맑은 호수처럼
청명하고 순수한 곡을 선배의 틀을 이어받아 자신의 것으로 완성시켰다.

새벽안개가 그윽하게 피어오르고 싱그러운 바람이 갈대 잎새를 스치는
명징한 호수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악기는 무엇일까?
적어도 잘츠부르크와 모차르트를 함께 놓고 본다면
목관악기의 왕이라 할 만한 클라리넷이다.

클라리넷은 다른 악기보다는 비교적 늦은1700년경에 등장했으나
짧은 역사에도 불구, 슈베르트가 ‘사랑 안에서 녹아버린 감정’이라
할 만큼 독특한 음색 때문에 18세기 중엽부터는
오보에와 플루트와 대등한 위치까지 격상되었다.

그러나 모차르트야말로 클라리넷의 진가를
미리 간파하고 도처의 작품에서 이 악기를 사용하였다.
특히 오페라에서 주인공의 감정처리에 곧잘 사용되어
'약방의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차르트의 관악기와 현악기를 위한 음악 가운데 5중주는
현악 4중주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에 이어지는 빈 시대에
작곡한 혼 5중주와 클라리넷 5중주 두 곡 뿐이다.
그리고 음악 역사상 클라리넷과 현악 4중주가
앙상블을 이룬 경우도 거의 드물다.

클라리넷을 유달리 사랑해 클라리넷 소나타 작품번호
120으로 음악인생에 종지부를 찍은 브람스는
모차르트의 심정을 알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 또한 인생의 황혼기에 클라리넷 5중주를 작곡했다.
그래서 이 두 거장의 작품은 인류에게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통해 가장 큰 위안을 주고 있는 셈이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는 위대한 클라리네티스트라면
누구나 짚고 넘어가야할 성경과도 같은 것이었다.
미국의 재즈 뮤지션 베니 굿맨을 수준 높은
클래식의 경지로 이끌었던 클라리넷 5중주.

20세기 중반 전설적인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레오폴트 블라허에서부터
현존하는 최고의 연주자 칼 라이스터에 이르기까지
모차르트의 작품은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왔다.

1789년 9월 29일 곡이 완성되었고 그해 12월 22일
빈의 부르크 극장에서 당시 최고의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슈타들러에 의해 초연되었다.

 

  
 
<모차르트가 빈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때의 세들어 살던 4층집 전경>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오후 단정하게 차려입은
소녀의 미소처럼 그렇게 1악장은 일체의 갈등이 배제된 체
2분음표가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클라리넷이 슬쩍 들어온다.

4대의 현악기는 가장 아름다운 레가토를 여기에서 보여준다.
전개부에서 클라리넷은 보란 듯이 넓은 분산화음을 펼쳐낸다.
코다는 짧지만 대단히 화려하다.

'라르게토'의 2악장은 모차르트 음악이 가지는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역시 ‘슬픔과 기쁨의 교차’가 여과 없이 악장 전반을 꿰뚫는다.
클라리넷의 숭고한 노래는 하늘 높이 울려 퍼지고
이어 바이올린이 그것을 감싸준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가장 대중적인 악기 피아노도 아니고 악기의 여왕이라 할만한
바이올린도 아닌 한낱 목관악기에 불과한 클라리넷이
이토록 투명한 비애감을 준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잘츠부르크 마카르트 광장 한 곁에 있는
모차르트 기념관 앞의 한가로운 정원이 어느새 머리 속에 들어온다.

3악장은 2개의 트리오를 가진 '미뉴에트'인데 이렇게
나긋나긋한 춤판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첫 번째 트리오는 현악기가,
두 번째 트리오에서는 클라리넷이 주가 된다.
이 트리오는 모차르트의 비켜갈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이 어둡다.

'변주를 가진 알레그로'4악장.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변주가 있는 ‘하프’ 4중주가 문득 연상된다.
선후배 작곡가의 눈망울이 일치한다.

변주의 연금술사였던 두 작곡가의 4악장이 어쩌면 이렇게 닮았을까?
5개의 변주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에서 듣는 이를 황홀경으로 몰아간다.
코다의 치솟는 다이내믹에서 당시 청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리라.
<글/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