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기악곡

슈베르/교향곡 8번 미완성 -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지휘

로만짜 2011. 5. 26. 01:00

Symphony No. 8 in B minor ('Unfinished'), D. 759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나단조 '미완성' D.759

Franz Peter Schubert 1797 – 1828

1. Allegro moderato - 2. Andante con moto

 

Carlo Maria Giulini, cond
Chicago Symphony Orchestra /
Label: DG Galleria 1977

슈베르트는 베토벤으로부터 이어지는 낭만파의 흐름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킨 인물이며, 특히 독일가곡에서의 그의 업적은 전무후무할 정도로 위대한 것이다. 그의 재능은 성악곡뿐만 아니라 교향곡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는데, 특히 이 8번 교향곡에서 나타나는 선율의 아름다움은 천상의 노래라고 불리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유려한 멜로디이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은 아홉곡으로 알려져있으나 6번 교향곡은 전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모두 8곡이다. 이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곡이 바로 이 8번 (요즘은 7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미완성" 교향곡이며, 그 다음은 9번 교향곡 "The Great"이다. 슈베르트의 초기 교향곡으로는 3번, 4번 "비극적", 5번 등이 자주 연주된다. 그의 마지막 2곡의 교향곡은 낭만주의 교향곡의 훌륭한 표본이 되었으며 후배 작곡가중 특히 브루크너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그가 35세에 타계한 모차르트 보다 젊은 나이인 31세에 세상을 떠났다는 걸 감안하면 슈베르트가 몇년만 더 살았더라면 가곡 못지않게 훌륭한 교향곡들을 더 많이 작곡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은 비단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8번 교향곡이 "미완성"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고전-낭만파 교향곡들이 대개 4악장으로 구성되는데 비해 유달리 이 곡만 2악장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브람스의 의견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곡은 양식적으로는 분명히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이 두 개의 악장은 어느것이나 내용이 충실하며, 그 아름다운 선율은 사람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써 휘어잡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온화하고 친근한 사랑의 말로써 다정히 속삭이는 매력을 지닌 교향곡을 나는 일찍이 들은 적이 없다."

이 곡은 슈베르트가 25세때인 1822년 10월에 작곡되었으나 이후 6년뒤인 1828년에 31세로 사망할때까지 발표되지 못하였다. 아마도 2악장까지 밖에 작곡되지 않아서 일찍 악보를 전해받았던 친구가 나머지 악장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이곡의 존재자체가 잊혀져 버린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슈베르트의 사후에 그의 음악에 대한 존경심이 높아짐에 따라 그의 유작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기울여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1865년에 비엔나의 지휘자인 요한 헬베크가 이 미완성 악보를 발견하여 그해 12월에 초연하였다. 그날밤 연주회에 참석하였던 한 평론가의 이야기를 인용해보면:

"알레그로의 악장이 시작되고 도입부 뒤에 바이올린의 조용한 선율에 곁들여서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감미로운 노래를 연주하자 객석의 사람들은 저마다 '슈베르트다' 하고 속삭였다. 슬픈 노래와 감미로우면서도 유연한 선율이 마음을 흔들고 지나가자 청중들의 가슴에는 마치 슈베르트가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우리들 사이에 서 있는 듯한 기쁨이 충만해졌다."

고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였다. 명지휘자 바인가르트너는 "마치 지하의 세계에서 솟아나듯이 슈베르트의 선율이 이 세상에 흘러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슈베르트가 남긴 악보에는 3악장이 9소절까지 작곡되어 있었고, 나머지 부분도 피아노로 어느정도 스케치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처음에는 다른 교향곡들처럼 4악장으로 구성하려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는 2악장까지만 쓰고 펜을 던졌던 것일까? 이 수수께끼를 풀만한 결정적 증거는 없다. 따라서, 각종 다양한 설들이 난무하며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슈베르트가 심한 건망증이 있었기 때문에 2악장까지만 쓰고는 나머지를 작곡한다는 것을 잊어버렸을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가장 유력한 설은, 슈베르트는 이 두 개의 악장에서 이미 할 말은 다했기 때문에 천재다운 직감으로 펜을 놓았을 것이라는 설이다.

유명한 1악장의 선율은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인용되는데 TV만화 "스머프"에서 가가멜의 음침한 집이 등장할 때마다 1악장의 베이스 선율이 흐르기도 했었다는 걸 기억하시는 분이 가장 많으시리라고 생각된다.

     

     

제1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 1944/12/12(?) Mono  Symphony No. 8 "Unfinished" in B minor D.759 SCHUBERT Wilhemlm Furtwängler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TAHRA 4CD

극히 단순한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묵직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도입부를 연주하면 이어서 바이올린의 왠지 불안한 잘게 저미는 반주를 타고 목관악기가 슬픈 선율을 연주한다. 관현악의 총주에 이어 잠시 침묵이 흐르면서 첼로가 제 2주제를 노래한다. 이 두 개의 주제가 서로 엉키면서 곡은 비극적인 전개를 보이며 부풀어 오른다.

 

제2악장 : 안단테 콘 모토

불규칙한 3부형식의 구성을 갖는 서정적인 악장이다. 매우 아름다운 선율과 화음이 풍부한 악장이다. 전체적으로 지극히 낭만적이며 시적인 정취가 넘친다. 처음에 꿈과 같은 몽환적인 화음과 저음의 피치카토로 시작하여 곧이어 유려한 주제가 바이올린에 나타난다. 이 주제가 계속 발전해 나가다 중간부분에서는 곡의 분위기가 잠시 바뀌면서 무언가를 동경하는 듯한 그리움을 담은 주제가 오보에로 나타나 점차 부풀어 오르다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가면서 곡이 끝맺는다. 바인가르트너는 "슈베르트는 이 곡으로 이미 영원한 안식에로의 여행길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말하고 있다. 양식적으로는 미완성이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완성된 교향곡, 여기에 이 곡의 생명이 담겨져 있다.

     

 

2. Andante con moto

     

추천음반

◀ 1995 Digital  Symphony No. 8 "Unfinished" in B minor D.759 SCHUBERT Gunter Wand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RCA 2CD

전통적으로 추천되는 명반으로는 발터/뉴욕 필 (SONY)의 연주가 있다. 이는 그가 노후에 콜럼비아 심포니와 함께 녹음한 연주보다 훨씬 활력적인 연주이므로 구입시 이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풍부한 서정미와 격정적인 표현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참으로 뛰어난 연주이다. 대 지휘자 발터의 따뜻한 인간미가 그대로 담겨있는 연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녹음연도가 오래되어 음질을 중시하는 분에게는 그다지 권할 수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준비된 푸르트벵글러/베를린 필의 음반은 흔한 DG의 연주가 아니라 TAHRA에서 나온 그의 기념음반중 2차 세계대전중에 녹음됐으나 미발매됐던 녹음으로 아쉽게도 1악장밖에 들을 수가 없다. 이 연주로 2악장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다. 푸르트벵글러의 50년대 녹음들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연주로 브람스 교향곡이나 베토벤 교향곡의 전쟁중 녹음들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는 연주로 곡의 비극적인 면이 극대화되어서 섬칫한 공포까지 느끼게 할만한 광포한 연주다. 이런 류의 연주는 전무후무하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전곡이 아님에도 이곳에 소개 했다.

음질과 연주를 모두 고려한다면 현재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연주는 단연 귄터 반트/베를린 필 (RCA)의 연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반트의 연주는 탄탄한 독일적 전통위에 표현되는 매우 격조높은 연주로서 이 곡이 가지는 낭만성을 너무 강조하여 형식미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고전파적인 무뚝뚝한 연주로 일관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연주는 슈베르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외형적 형식미를 유지하면서도 선율의 내면에 흐르는 풍부한 뉘앙스를 독일-오스트리아적인 정서로 표현해내는데 성공한 드물게 보는 뛰어난 연주이다. 슈베르트의 작품들은 섬세한 정서를 담고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여리고 약하게만 표현될 수 있는데, 반트는 이러한 문제를 잘 극복하여 실로 당당하면서도 격정적인 슈베르트를 표현하고 있다. 80세가 넘은 노인의 손에서 이러한 음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가격면까지 고려한다면 칼 뵘/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DG)의 연주를 추천할 수 있겠다. 뵘은 베토벤과 모차르트에서 일견 무뚝뚝하면서도 깊이있는 울림과 선이 굵은 박력을 들려주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다. 1악장의 유려한 표현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유려함이 약간은 지나쳐 유약하게 들리는 단점도 있지만, 정말 뵘으로서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는 최상의 연주이다. 그러나, 2악장은 약간 빠른 템포설정과 건조한 정서의 표현으로 그 재미가 약간은 떨어진다. 전체적으로는 매우 우수한 연주이며, 버짓 프라이스의 싼 가격에 9번 교향곡까지 같이 들어있으므로 경제적인 이점이 뛰어난 판이다.

카라얀/베를린 필하모니(DG)는 탄탄한 조형미를 바탕으로 산뜻한 연주를 들려주는 좋은 판이다. 카를로스 클라이버/비인 필하모니(DG)는 그의 유명세에 비해서는 그저 그런 평범한 수준의 연주라서 약간은 실망스럽다. 오히려 모노 녹음의 토스카니니/NBC 교향악단(RCA)의 연주가 훨씬 뛰어난 조형미와 박진감을 들려주는 호연이다.

그외 고악기를 쓴 정격연주로는 브뤼헨/18세기 오케스트라 (PHILIPS)의 연주가 첫손에 꼽힐만하다. 브뤼헨은 현대악기를 쓴 연주들의 뭉뚝한 밸런스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고악기만으로 가능한 샤프한 밸런스로 금관과 팀파니를 화려하게 울리면서 지극히 당당하고 웅장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해석은 아르농쿠르/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TELDEC) 음반에서 일부 발견할 수 있으나 오케스트라의 음색의 청량함에서 18세기 오케스트라에 비할바 아니다.

내용 출처 : 고 클래식 / 글: 곽규호 1999/06/01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