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1840 ~ 1893)
Piano Concerto No. 1 B flat minor op. 23
피아노 협주곡 1번 B flat단조 op. 23
piano - Vladimir Horowitz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cond - Arturo Toscanini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NBC Symphony Orchestra
1941년도 녹음, Mono(RCA)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부인 완다 토스카니니, 장인인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와 유진 오먼디
1악장/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너무 빠르지 않게 그리고
매우 웅장하게) 3/4박자, 서주를 가지는 자유로운 소나타형식
주부/Allegro con spirito, 4/4박자 110마디부터는 b플랫단조로 전개되며,
피아노가 쓸쓸한 느낌의 주제를 튕기듯이 연주한다.
이 주제는 차이코프스키가 카멘카에 갔을 때 거리의 눈먼 거지들이 부르던
노래를 스케치 해 둔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17:37)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30대였던 호로비츠와 전설적인 지휘자이자 그의 장인이었던 토스카니니에 의한 연주로,
일단 연주자들만 보아도 이미 이 연주의 성격은 결판난 것이다.
80년대에 아쉬케나지는 자신이 피아노를 공부하던 시절의 호로비츠에 대해서
지금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정도로 무시무시한 피아니스트였다'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시기의 연주기록이 이 음반인 것이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은 또한 호로비츠가 미국 데뷔의 초창기에 연주하여
미국의 음악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곡이기도 하며,
토스카니니와의 인연을 맺어준 곡이기도 하다.
2악장/Andate semplice(느리고 간결하게), 6/8박자, 세도막형식 처음
에는 1악장의 긴박감과 열기를 식히듯이, 현악기군이 조심스럽게 D플랫장조
의 피치카토를 연주한다.
뒤이어 플루트의 독주로 매우 소박하고 아름다운 2악장의 주제가 등장하며
역시 차갑고 단순한 선율로서 화려하고 장대한 1악장과 대조를 이룬다(05/51)
호로비츠와 토스카니니에 의한 이 곡의 녹음은 여기서 소개할 41년의 녹음과
43년의 라이브녹음 두 가지가 있으며, 어느 연주가 낫다고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음질이라는 면에서는 41년 녹음이 훨씬 좋고, 워낙에 라이브에 강한 호로
비츠라는 것을 생각하면 43년의 녹음이 나을 것도 같지만 역시 리마스터링되어 발매
된 41년의 녹음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감상하기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41년의
녹음만을 선정하였다.
이 피아노 협주곡의 좋은 연주는 확실히 많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이후 그다지
주목할 만한 연주가 없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곡에 대해 개성적인 접근을 한 연주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호로비츠와 토스카니니에 의한 이 녹음은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을 듣는데에 있어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연주이다.
독주자와 지휘자의 악마적인 상성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 순간의 느슨함도 보이지 않고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그 강인함은
다른 어떤 연주에서도 찾을 수 없는 충격을 전해준다.
3악장/Allegro con fuoco (빠르고 격렬하게), 3/4박자 론도형식
작곡자 자신의 바이얼린협주곡과 마찬가지로 종악장은 러시아 농민의
춤곡을 소재로 한 거칠고 흥겨운 곡이다.
주제는 피아노에 의해 b플랫단조로 제시되며 유쾌하고 리드미컬한 러시아
의 향토성이 아주 짙게 드러나 있다(06/05)
이 정도로 '도에 넘치는'박력은 동시에 거부감을 느끼게도 하는데, 이것이 이 연주를
위험한 선택'에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망설임을 일으킨 원인이다.
1악장을 거의 18분 대에 연주해 내는 그 속도도 대단하지만, 도입부에서 토스카니니
의 용서없는 질주와,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 한
호로비츠의 폭발적이고 정확한 터치를 듣고 있으면
당당하고 웅장한 리히터의 연주는 물론,
자유분방하고 정열적인 기백에넘치고 있는 아르헤리치의 연주에 익숙해 진 사람들까지도
한동안 넋을 잃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는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지만, 이토록 강인한 연주가 결코
낭만주의 시대의 변덕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토스카니니의 계획적인 의도라는 사실
을 미리 알고 나면 그의 연주미학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호로비츠도 이러한 강인한 연주에 반대했었다고 하지만,
폭군 토스카니니의 강요에 굴복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모든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녹음 중에 가장 개성적이며,
피아니스트의 기량, 오케스트라의 당당한 반주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녹음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녹음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며, 차이코프스키의 원래
작곡의도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연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1, 2, 3악장 전체를 통해서 한 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고 있으며,
연주의 태도 또한 완전히 초지일관, 직선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2주제의 전개부 토카타에서 신들린 듯한 호로비츠의 터치는 젊은 시절 그의 초절
기교를 극히 잘 드러내어 주고 있으며,
2악장에서의 영롱하고 맑은 터치는 40년대의열악한 녹음을 완전히 잊게 해 줄 정도이다.
3악장의 거친 춤곡을 연주하는 토스카니니의 숨가쁜 기백은 90년대에 녹음된
니콜라예바-페도세에프의 연주 이전에는 비교할 만한 연주가 없었던 강렬함을 자랑
하고 있다. (퍼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