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곡

말러/대지의 노래 5. '봄에 취한 자' - 제임스 킹(테너)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만짜 2015. 3. 19. 00:30

 


 
Gustav Mahler 1860 ~1911 Das Lied von der Erde 5. Der Trunkene Im Fruhling봄에 취한 자 이태백이 쓴 '술의 시'가 서양 작곡가의 눈에 뜨였다. 이 거나한 동양의 취흥(醉興)을 서양식으로 옮긴 이는 구스타프 말러. 사랑하는 딸의 죽음과 심장병으로 심신의 고통을 겪고 있던 말러는 어느 날 중국의 피리Die chinesische Flote>라는 시집을 읽게 되었다. 한스 베트게가 독일어로 번역한 이 시집에는 이태백을 비롯해 맹호연, 전기, 왕유와 같은 중국 시인의 시가 들어 있었는데, 인생무상을 절감하고 있었던 말년의 말러에게 당시(唐詩)의 초탈(超脫)한 정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구스타프 말러는 <중국의 피리> 중에서 골라 '대지의 노래' 여섯 곡을 작곡하였다. 대지의 노래는 말러가 이승에서 부르는 마지막 노래가 되었다 * 이태백의 원시(原詩) 春日醉起言志 봄날 취했다 일어나서 處世若大夢(처세야대몽) 세상살이 큰 꿈과 같아 胡爲勞其生(호위노기생) 어찌 그 삶을 피곤하게 살까 所以終日醉(소이종일취) 이것이 종일토록 취하게 하는 까닭이네 頹然臥前楹(퇴연와전영) 홀연히 앞 기둥에 누웠다가 覺來盼庭前(각내반정전) 깨어나 뜰 앞을 곁눈질 해보니 一鳥花間鳴(일조화간명) 한 마리 새가 꽃 사이에서 운다 借問此何時(차문차하시) 지금이 어느 때냐고 물어보니 春風語流鶯(춘풍어류앵) 봄바람이 나는 새와 이야기 한다 感之欲嘆息(감지욕탄식) 이에 감탄하여 탄식하려는데 對酒還뽑�(대주환자경) 술을 보니 다시 또 술을 기울이네 浩歌待明月(호가대명월) 호탕히 노래부르며 밝은 달 기다리니 曲盡已忘情(곡진이망정) 곡은 끝나고 그 마음 이미 잊어버린다 * 한스 베트게의 독일어 시를 말러가 고친 것 Der Trunkene im Frühling (The Drunkard in Spring) Wenn nur ein Traum das Leben ist, Warum denn Müh und Plag? Ich trinke, bis ich nicht mehr kann, Den ganzen, lieben Tag! Und wenn ich nicht mehr trinken kann, Weil Kehl' und Seele voll, So tauml' ich bis zu meiner Tür Und schlafe wundervoll! Was hör ich beim Erwachen? Horch! Ein Vogel singt im Baum. Ich frag ihn, ob schon Frühling sei, Mir ist, mir ist als wie im Traum. Der Vogel zwitschert: "Ja! Der Lenz, der Lenz ist da, sei kommen über Nacht!" Aus tiefstem Schauen lauscht' ich auf, Der Vogel singt und lacht! Ich fülle mir den Becher neu Und leer ihn bis zum Grund Und singe, bis der Mond erglänzt Am schwarzen Himmelsrund! Und wenn ich nicht mehr singen kann, So schlaf ich wieder ein, Was geht mich denn der Frühling an! Laßt mich betrunken sein! * 말러가 고친 독일어 시를 번역한 것 봄에 취한 자 인생이 한낱 꿈이라면 무얼 그리 애쓰고 초조해 할 것인가? 나는 종일 더 이상 마시지 못할 때까지 술을 마신다. 내 목구멍과 영혼이 충만해 더 이상 마실 수 없을 때 나는 문으로 비틀거리고 걸어가 단잠에 빠진다! 깨어 있을 때 들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고? 들어라! 새 한 마리가 나무에서 노래하고 있구나. 나는 꿈만 같아서 물었다. 봄이 왔냐고. "예, 왔습니다, 밤새 걸려서 왔지요." 새가 대답하는 소리 믿을 수 없구나. 새는 노래하며 웃는다. 나는 다시 잔을 채우고,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신다. 그리고 어두운 창공에 달이 환하게 비칠 때까지 노래한다. 그러다 더 이상 노래할 수 없게 되면 다시 잠으로 돌아가리. 그러면 봄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나를 취하게 내버려두게! James King, tenor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Leonard Bernstein, cond 2015/3/16/ 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