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기악곡

바흐/골드베르크 변주곡 - 임동혁

로만짜 2011. 10. 30. 23:00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탄생은 지금에 와서 누리는 명성과 비교해 볼 때 다소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평소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카이저 링크 백작은 골드베르크로 하여금 밤마다 침실의 옆방에서 잠이 들때까지 연주를 하게 했는데 백작이 바흐에게 자신이 잠들 때까지 들을 수 있는 길이의 곡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고 이로서 탄생한 곡이 바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입니다. 바흐가 일찍이 작센공으로부터 궁정 음악가의 칭호를 받을 때 중개한 이가 다름 아닌 백작이었으로 기꺼히 수락하여 사실상 자장가나 마찬가지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작곡된 것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편의상 연주자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통칭이며 원래 바흐가 붙인 곡의 명칭은 다양한 변주를 가진 아리아입니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주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아름다운 선율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아리아는 1725년 출판된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나타집 제2권에 있는 곡으로서 장중한 사라방드풍의 작품인데 바흐는 놀랍도록 치밀하게도 30개의 스타일로 변주시켜 놓았습니다. 그리하여 전곡을 연주하는데 무려 1시간이 넘는 대곡이 완성되었지요. 그러나 30개의 변주가 끝날 때까지 잔잔하면서도 생동감을 잃지 않도록 한 곡의 구성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백작이 음악을 즐기면서 서서히 수면에 취하도록 배려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실제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백작의 불면증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고 이에 대한 대가로 백작은 바흐에게 1년 급여에 상당하는 거액을 주었습니다. 불면증 치료용 음악이니만큼 제대로 연주하려는 사람이 드물었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후에 그 가치가 인정되었고 선율이 미치도록 풍부한 탓에 수많은 훌륭한 해석자를 탄생시켰습니다. 대표적인 해석자가 다름 아닌 글렌 굴드죠. 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탁월한 해석력을 보여주었고 죽은 지 30년이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명성이 시들지 않고 있습니다. 바흐에 있어서 굴드 다음으로 꼽히는 이가 바로 안드라스 쉬프입니다. 헝가리 출신의 영국 피아니스트인 쉬프는 눈부신 활약으로 바흐의 대가라는 명성을 굴드에게서 이어받았고 평단 역시 그가 연주하는 바흐보다 더 신뢰도 높은 연주는 없다고 격찬할 정도지요. 안드라스 쉬프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여러 면에서 굴드와는 상당히 대조적인데 단정함으로 그 특징를 꼽을 수 있습니다. 분리적음의 대명사로 음을 낱낱이 분해하여 재조합하며 파생되는 굴드의 개성적인 아티큘레이션과는 달리 쉬프는 음색 자체가 단정하면서 은은한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요. 지극히 단정한 템포를 바탕으로 기품과 유연함을 잃지 않기에 예상을 뒤엎는 템포와 액센트를 자랑하는 굴드에 비해 심심하게 느껴질 뿐더러 너무 낭만적으로 다가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안드라스 쉬프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노년의 거장이지만 미완의 대기였던 젊은 유망주 시절의 쉬프의 모습을 보니 자못 신선하기도 하네요. (웹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