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생명체의 위기에 대한 반응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모든 게 경쟁이고 모든 게 인공(人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원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자급자족하며 자연과 더불어 단순하고 한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농사를 지어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해야 하고, 유기농도 있지만 농민들은 대부분 농약을 치고 있으니 이제는 농촌도 목가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여기에다 농민들은 농가부채 때문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현대라는 시대는 스트레스의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 뚜렷한 병의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면 "아, 신경성이군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군요"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처방전을 하나 써 준다. 약방에 가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며칠 전에 무슨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던 같기도 하다. 그래서 아픈 것이었구나. 또 한편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날 받은 스트레스라는 게 별것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몸이 아프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어쨌든 의사 선생님께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니, 이제는 지어주는 약 잘 먹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아야지 하고 결심을 한다. 화를 안 내면 스트레스를 안 받게 될까? 나는 별로 화를 내는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살아야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 있는 것인지는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다. 이것이 일반 사람들이 평소에 겪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스트레스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툭 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겼다고 하는 것일까? 스트레스에도 분명히 원인이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하면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로서는 스트레스를 해결할 방도가 없게 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생체에 가해지는 여러 상해(傷害) 및 자극에 대하여 체내에서 일어나는 비특이적인(특이하지 않은) 생물반응"이라고 스트레스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생물체가 상해 및 자극에 대해 보이는 일상적인 반응이라는 말이다. 이는 대체로 맞는 말인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적으로 쉬 피로해지고 맥박이 빨라지며 소화가 잘 안 되고 때로는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머리로 피가 몰리면서 머리가 띵해지고 얼굴에서 열이 나면서 빨개지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는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불안해지며 신경이 예민해진다. 이럴 때에는 안절부절못하기 때문에 손톱을 깨물거나 발을 떨기도 하고 많이 먹거나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를 보통 '스트레스의 요인'이라고 한다. 물리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는 소음이나 강력한 빛, 심한 더위, 좁은 공간 등을 들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직업이나 승진 기회의 상실, 조직사회의 억압이나 왕따 등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생활의 측면에서는 가난으로 인한 생활고가 가장 큰 원인일 수 있고, 정신적으로는 정신적 충격, 비관적인 생각,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 일에 대한 완벽주의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요인은 어느 것이든 몸에 직접 영향을 줌으로써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트레스의 요인'은 어떤 사람에게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람마다 그 정도에 크게 차이가 난다. 어떤 사람은 크게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작게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사람의 정신상태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마음의 병'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즉각적으로 몸에 반응이 일어난다. 이는 생명체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적인 반응과 똑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생명체가 크든 작든 위험에 닥쳤을 때에는 이에 대처해서 싸우거나 그 상황으로부터 도피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와 똑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상대방과 맞서 싸우려고 하든, 그 상황에서 도망을 가려고 하든 일단 몸을 잔뜩 웅크려야 한다. 그래야 단숨에 큰 힘을 내서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 방어하거나 상대방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심지어는 그 상황에서 도망치려고 할 때에도 웅크리고 있어야 처음부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100m 단거리를 뛸 때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어야 빠른 스퍼트가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이때 근육은 급작스레 행동하거나 큰 힘을 가하려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도망을 치든 적극적으로 대처하든 많은 운동에너지를 모아서 몸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위기상황이 끝날 때까지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몸은 평상시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우선 근육, 뇌, 심장에 더 많은 혈액을 보낼 수 있도록 맥박과 혈압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산소를 얻기 위해 빨리 호흡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또 상황을 빨리 판단하기 위해서 정신은 더욱더 명료해지고 감각기관은 더욱더 예민해져야 한다.
위험에 대비할 때 중요한 장기인 뇌, 심장, 근육으로 가는 피의 양은 증가한다. 반대로 위험한 시기에 혈액이 가장 적게 요구되는 곳인 피부나 소화기관, 신장, 간으로 가는 혈류는 감소한다. 추가 에너지를 보충받기 위해 혈액 속에 있는 당, 지방, 콜레스테롤의 양은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외상을 입었을 때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혈소판이나 혈액응고 인자는 증가한다.
이는 그야말로 크든 작든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 한판 싸움을 벌이려고 긴장하는 자세이다. 이런 자세를 한번 취하고 나면 온 몸의 근육이 긴장해 있었기 때문에 쉬 피로를 느끼게 된다. 또 소화기관으로 가는 피의 양이 감소하면서 위장의 운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웅크린 자세에서 목 주변의 근육이 긴장해 있었기 때문에 머리 뒤가 당기듯이 아픈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몸을 웅크릴 때 가슴 주변 근육이 긴장되면서 앞으로 굽어 있었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한 압박감이나 통증을 수반한다. 이로 인해 등도 앞으로 굽어 있다. 이는 또 어깨가 앞으로 처지는 가장 나쁜 자세를 갖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1회로 끝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면, 불안한 심리와 그에 따른 자세의 변형 때문에 우리 몸의 내부 에너지가 소진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지는 정서적 질환을 겪기도 하고, 오장육부에 큰 질병이 올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면역계 및 내분비계나 신경계 등 몸의 내부에도 흔적을 남기지만, 외형적으로는 등뼈를 구부리고 어깨를 처지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자율신경계를 압박하게 된다. 이는 또 몸 내부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이는 재차 몸의 자연치유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자세 때문에 온다
그러면 현대인은 복잡한 생활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원인이 우리 몸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 외부 환경을 전면적으로 바꾸기 전에는 영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전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그러려니 하면서 적당하게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방법을 이용하며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히 현대문명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가적인 농경사회로 되돌아가서 살 수도 없다. 물론 앞으로 인류 문명은 가능하다면 현재의 인공적인 환경을 인간이 인간으로 진화할 때의 자연적인 환경으로 되돌리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단시간 내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 실제 해결책은 나오기가 어렵다.
오히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환경적 요인 외에 실제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내부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만을 다룰 때에 썼지만, 비만이 원인이 돼서 합병증이 오는 것이 아니라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나쁜 자세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비만과 함께 많은 성인병이 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때문에 만병이 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자세 때문에 스트레스와 '함께' 만병이 온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람의 몸은 잔뜩 웅크러져 있다. 이때 사람은 크든 작든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가 휙휙 빨리도 돌아간다. 머리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사람에게 자극을 주어 능동적으로 타개책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위에서 말한 대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웅크린 자세가 상시화된다는 데 있다. 일시적으로 웅크린 자세는 다시 펴면 아무 문제도 없게 되지만, 항상적으로 웅크리면 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 중에는 항상 웅크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웅크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현대인들이 몸을 웅크리고 사는 원인에 대해서는 현대병을 다룰 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어쨌든 이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한번 실험을 해 보기 바란다. 거듭되는 얘기이지만 우리 몸에 대해서는 머리로만 알고 있는 지식은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다. 스스로 해 보아야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있다. 또 그래야 바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해하고, 스스로 바른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좁히고, 어깨를 앞으로 처지게 하고, 등을 앞으로 굽히고, 허리를 뒤로 처지게 해 보자. 당장 먼저 일어나는 게 숨이 가빠지는 현상일 것이다. 이는 긴 복식호흡에서 짧은 흉식호흡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슴과 배가 답답해질 것이다. 이는 오장육부가 공간이 좁아지면서 눌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느낄 수 있는 증상이다. 그러나 이런 자세는 실험을 하기 위해 잠시만 해야지, 오래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자세가 만병을 부르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거꾸로 몸을 쫙 펴 보자.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히고, 허리를 세우고, 두 팔을 뒤로 올려 최대한 젖히면서 가슴을 펴 보자. 당장 긴 복식호흡이 가능해질 것이고, 답답했던 느낌이 사라지면서 몸이 시원해질 것이다. 평소에 일하거나 공부하다가 몇 번씩 이런 자세를 취해 주면, 몸이 펴지면서 신경도 풀려 몸이 상쾌해지기 때문에 능률도 많이 올라갈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살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병원에서 스트레스성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다음 회에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모든 게 경쟁이고 모든 게 인공(人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원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자급자족하며 자연과 더불어 단순하고 한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농사를 지어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해야 하고, 유기농도 있지만 농민들은 대부분 농약을 치고 있으니 이제는 농촌도 목가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여기에다 농민들은 농가부채 때문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현대라는 시대는 스트레스의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 뚜렷한 병의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면 "아, 신경성이군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군요"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처방전을 하나 써 준다. 약방에 가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며칠 전에 무슨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던 같기도 하다. 그래서 아픈 것이었구나. 또 한편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날 받은 스트레스라는 게 별것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몸이 아프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어쨌든 의사 선생님께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니, 이제는 지어주는 약 잘 먹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아야지 하고 결심을 한다. 화를 안 내면 스트레스를 안 받게 될까? 나는 별로 화를 내는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살아야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 있는 것인지는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다. 이것이 일반 사람들이 평소에 겪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스트레스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툭 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겼다고 하는 것일까? 스트레스에도 분명히 원인이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하면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로서는 스트레스를 해결할 방도가 없게 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생체에 가해지는 여러 상해(傷害) 및 자극에 대하여 체내에서 일어나는 비특이적인(특이하지 않은) 생물반응"이라고 스트레스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생물체가 상해 및 자극에 대해 보이는 일상적인 반응이라는 말이다. 이는 대체로 맞는 말인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적으로 쉬 피로해지고 맥박이 빨라지며 소화가 잘 안 되고 때로는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머리로 피가 몰리면서 머리가 띵해지고 얼굴에서 열이 나면서 빨개지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는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불안해지며 신경이 예민해진다. 이럴 때에는 안절부절못하기 때문에 손톱을 깨물거나 발을 떨기도 하고 많이 먹거나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를 보통 '스트레스의 요인'이라고 한다. 물리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는 소음이나 강력한 빛, 심한 더위, 좁은 공간 등을 들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직업이나 승진 기회의 상실, 조직사회의 억압이나 왕따 등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생활의 측면에서는 가난으로 인한 생활고가 가장 큰 원인일 수 있고, 정신적으로는 정신적 충격, 비관적인 생각,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 일에 대한 완벽주의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요인은 어느 것이든 몸에 직접 영향을 줌으로써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트레스의 요인'은 어떤 사람에게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람마다 그 정도에 크게 차이가 난다. 어떤 사람은 크게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작게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사람의 정신상태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마음의 병'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즉각적으로 몸에 반응이 일어난다. 이는 생명체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적인 반응과 똑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생명체가 크든 작든 위험에 닥쳤을 때에는 이에 대처해서 싸우거나 그 상황으로부터 도피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와 똑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상대방과 맞서 싸우려고 하든, 그 상황에서 도망을 가려고 하든 일단 몸을 잔뜩 웅크려야 한다. 그래야 단숨에 큰 힘을 내서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 방어하거나 상대방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심지어는 그 상황에서 도망치려고 할 때에도 웅크리고 있어야 처음부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100m 단거리를 뛸 때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어야 빠른 스퍼트가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이때 근육은 급작스레 행동하거나 큰 힘을 가하려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도망을 치든 적극적으로 대처하든 많은 운동에너지를 모아서 몸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위기상황이 끝날 때까지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몸은 평상시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우선 근육, 뇌, 심장에 더 많은 혈액을 보낼 수 있도록 맥박과 혈압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산소를 얻기 위해 빨리 호흡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또 상황을 빨리 판단하기 위해서 정신은 더욱더 명료해지고 감각기관은 더욱더 예민해져야 한다.
위험에 대비할 때 중요한 장기인 뇌, 심장, 근육으로 가는 피의 양은 증가한다. 반대로 위험한 시기에 혈액이 가장 적게 요구되는 곳인 피부나 소화기관, 신장, 간으로 가는 혈류는 감소한다. 추가 에너지를 보충받기 위해 혈액 속에 있는 당, 지방, 콜레스테롤의 양은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외상을 입었을 때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혈소판이나 혈액응고 인자는 증가한다.
이는 그야말로 크든 작든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 한판 싸움을 벌이려고 긴장하는 자세이다. 이런 자세를 한번 취하고 나면 온 몸의 근육이 긴장해 있었기 때문에 쉬 피로를 느끼게 된다. 또 소화기관으로 가는 피의 양이 감소하면서 위장의 운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웅크린 자세에서 목 주변의 근육이 긴장해 있었기 때문에 머리 뒤가 당기듯이 아픈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몸을 웅크릴 때 가슴 주변 근육이 긴장되면서 앞으로 굽어 있었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한 압박감이나 통증을 수반한다. 이로 인해 등도 앞으로 굽어 있다. 이는 또 어깨가 앞으로 처지는 가장 나쁜 자세를 갖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1회로 끝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면, 불안한 심리와 그에 따른 자세의 변형 때문에 우리 몸의 내부 에너지가 소진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지는 정서적 질환을 겪기도 하고, 오장육부에 큰 질병이 올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면역계 및 내분비계나 신경계 등 몸의 내부에도 흔적을 남기지만, 외형적으로는 등뼈를 구부리고 어깨를 처지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자율신경계를 압박하게 된다. 이는 또 몸 내부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이는 재차 몸의 자연치유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자세 때문에 온다
그러면 현대인은 복잡한 생활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원인이 우리 몸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 외부 환경을 전면적으로 바꾸기 전에는 영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전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그러려니 하면서 적당하게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방법을 이용하며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히 현대문명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가적인 농경사회로 되돌아가서 살 수도 없다. 물론 앞으로 인류 문명은 가능하다면 현재의 인공적인 환경을 인간이 인간으로 진화할 때의 자연적인 환경으로 되돌리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단시간 내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 실제 해결책은 나오기가 어렵다.
오히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환경적 요인 외에 실제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내부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만을 다룰 때에 썼지만, 비만이 원인이 돼서 합병증이 오는 것이 아니라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나쁜 자세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비만과 함께 많은 성인병이 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때문에 만병이 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자세 때문에 스트레스와 '함께' 만병이 온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람의 몸은 잔뜩 웅크러져 있다. 이때 사람은 크든 작든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가 휙휙 빨리도 돌아간다. 머리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사람에게 자극을 주어 능동적으로 타개책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위에서 말한 대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웅크린 자세가 상시화된다는 데 있다. 일시적으로 웅크린 자세는 다시 펴면 아무 문제도 없게 되지만, 항상적으로 웅크리면 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 중에는 항상 웅크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웅크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현대인들이 몸을 웅크리고 사는 원인에 대해서는 현대병을 다룰 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어쨌든 이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한번 실험을 해 보기 바란다. 거듭되는 얘기이지만 우리 몸에 대해서는 머리로만 알고 있는 지식은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다. 스스로 해 보아야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있다. 또 그래야 바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해하고, 스스로 바른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좁히고, 어깨를 앞으로 처지게 하고, 등을 앞으로 굽히고, 허리를 뒤로 처지게 해 보자. 당장 먼저 일어나는 게 숨이 가빠지는 현상일 것이다. 이는 긴 복식호흡에서 짧은 흉식호흡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슴과 배가 답답해질 것이다. 이는 오장육부가 공간이 좁아지면서 눌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느낄 수 있는 증상이다. 그러나 이런 자세는 실험을 하기 위해 잠시만 해야지, 오래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자세가 만병을 부르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거꾸로 몸을 쫙 펴 보자.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히고, 허리를 세우고, 두 팔을 뒤로 올려 최대한 젖히면서 가슴을 펴 보자. 당장 긴 복식호흡이 가능해질 것이고, 답답했던 느낌이 사라지면서 몸이 시원해질 것이다. 평소에 일하거나 공부하다가 몇 번씩 이런 자세를 취해 주면, 몸이 펴지면서 신경도 풀려 몸이 상쾌해지기 때문에 능률도 많이 올라갈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살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병원에서 스트레스성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다음 회에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김철/몸살림운동가 |
출처 : 몸살림운동 부산동호회
글쓴이 : 공구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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