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림운동

[스크랩]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52〉몸살림의 인체학, 공명 ③

로만짜 2008. 5. 17. 15:49
화병은 정신병인가?
  
  하도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울화가 치밀어 화병(火病)에 걸려 몸져누워 있다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 도중에 어느 한 개인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전혀 적절치 못하게 시정잡배도 쉽게 하지 않을 말투로 비하하는 발언을 하자,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그 당사자가 TV를 보다가 하도 화가 나서 한강 다리로 가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적도 있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어야 화가 찬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중고등학생만 돼도 화가 차서 복수를 하겠다는 등의 극단적인 얘기를 사이버공간에 버젓이 올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화병에 걸려 있는 사람이 양방 병원에 가면 대답은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이지만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되지 않고, 그냥 스트레스 받지 말고 화를 풀게 살라고만 한다. 마음 편하게 먹고 사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한다. 링거 한 병 맞고 집으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정도 얘기를 해 주는 의사는 화병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는 경우에 속한다. 어떤 병원에 가면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나서 공연히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듯이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고는, 아무런 이상도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고 퉁명스럽게 얘기한다. 당사자는 아파서 죽겠는데, 자기들 기준의 검사에서 소위 의미 있는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하는 것이다.
  
  화병으로 병원에 갈 정도가 되면 본인은 이 세상에서 사는 것 자체가 싫어질 정도로 몸이 너무나 아픈 상태가 돼 있다. 차라리 죽어서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대로 사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가 된다. 특별히 위가 아프다고 느끼기도 하고, 또 특별히 장이 아프다고 느끼기도 한다. 가슴만 답답한 것이 아니라 뱃속에 들어 있는 장기도 성한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아프다고 느낀다. 머리는 우중충하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본인을 해코지하려고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증세를 일컬어 한의학에서는 화(火)가 꽉 차 있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병원에 가지 않으면 못 참을 정도가 되지는 않아도 거의 항상 몸이 괴롭다. 늘 느끼는 것이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머리는 맑지가 못하고 기분은 항상 다운돼 있다. 또 항상 기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싫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피로를 느낀다. 몸이 괴로우니까 자주 짜증이 난다.
  
  이걸로 끝나면 그래도 자기 자신만의 문제로 머물고 말지만, 화병이 있는 사람은 자신 외의 다른 사람한테 공격의 화살을 돌리게 된다.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화병은 남자에게는 아주 드물게 나타나고 주로 나이든 여자들에게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여자 분들이 제일 먼저 원망하게 되는 것은 시어머니와 시누이, 동서 등 시집 식구에 대해서이다. 자신은 잘못한 것 하나도 없고 오로지 성심성의껏 시집 식구들을 모셨을 뿐인데, 이런 건 전혀 알아주지 않고 자신을 홀대하고 사람 취급을 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화살이 나중에는 남편에게, 더 나아가면 자식들에게까지 돌려진다. 저번에도 한번 쓴 얘기이지만, 자신이 그렇게 홀대받고 힘이 들어도 죽지 않고 살아온 것은 그래도 자식새끼 잘되는 것 한번 보고 죽으려고 한 것인데, 이제는 그렇게 애지중지해서 키워 온 자식새끼마저도 엄마 공을 생각해 주지 않고 무시한다고 푸념을 한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지면 너무너무 서러워서 통곡을 하고, 자신은 헛살아왔다고, 이제 자식새끼고 무엇이고 다 필요가 없다고 소리소리 지르기까지 한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하시는 분들을 나무라지는 말자. 이렇게 된 데에도 다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일 뿐 인간성이 잘못돼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에게는, 물론 화병을 낫게 하는 방법은 조금 있다가 쓰겠지만, 특별히 더 애정을 쏟아 드려야 한다. 자식들까지 원망하게 되는 것은, 자식들도 이런 분의 푸념을 어지간히 받아들이고 참다가도 한번 참지 못하고 싫은 소리를 하게 되면 그것이 노여워서 그렇게 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은 몸이 너무 괴로워서 그러는 것이니, 그런 정도로 이해하고 더욱더 깊은 애정으로 감싸 드려야 한다. 그래야 어머니도 깊은 소외감과 절망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고통 속에서 살아가시는 어머니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줄 아는 자식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을 가서 넓은 세상을 보고 맑은 공기를 쐬시게 하든 친한 친구나 친지를 만나 마음껏 수다를 떠시게 하든, 어떤 방법으로든 답답한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지 말고 그곳에서 빠져나와 몸을 펼 수 있도록 해 드려야 한다.
  
  그러면 이런 화병에 대해 현대의학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머크 매뉴얼>에는 화병이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 서양 사람들에게는 화병이라는 것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든지, 또는 화병이 나타나도 전회에 썼던 수종냉증처럼 몸의 이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하기로 하고, 네이버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화병 항목을 검토면서 현대의학에서 화병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불안증, 우울증, 신체의 화 증세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질환.
  
  1970년대 후반부터 논의가 되어 체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는데, 남편의 외도 등 강한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참고 인내하는 데서 오는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가리킨다. 1996년 미국정신과협회에서는 이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공인한 바 있으며, 문화결함증후군의 하나로 등재하고 있다. 화병의 영어 표기는 'Hwabyung'이다.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이 화병을 정신질환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이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공인한 바" 있다고 하는 것이다. 정신이란 게 지각, 기억, 고려, 평가, 결정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능력을 말하는 것이니, 이런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이나 두뇌에 무슨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신질환을 보는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고, 일단 화병은 정신적인 문제로 다루어서는 전혀 해결이 안 된다는 얘기만 미리 해 두고 싶다.
  
  이와 관련해서는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는데, 남편의 외도 등 강한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참고 인내하는 데서 오는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가리킨다"고 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증세로 보고 있다. 스트레스라는 게 왜 생겨나는지 인간의 자세와 관련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의학은 걸핏하면 스트레스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화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기제만 이해해도 화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러한 이해 없이 화병에 대해서도 스트레스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렇게 되면 스트레스 안 받는 것 외에는 방안이 없게 되고, 스트레스는 환자 본인의 정신적인 문제이므로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뿐,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된다. 그래서 양방 병원에서 검사를 해 보고는 방법이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스트레스를 정신질환으로 보지 않듯이 화병 역시 정신병으로 보지 않는다. 너무 몸이 심하게 굽어 있는 것일 뿐이다. 굽어 있는 몸이 펴지면 히스테리적인 반응도 없어지고 속이 답답한 증세도 씻은 듯이 사라진다.
  
  다음으로 위의 인용문에는 미국인들의 건방진 자세가 눈에 확 뜨인다. 스트레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주제에 이 무식한 미국정신과협회에서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일종의 '문화결함질환'으로 등재하고 있다고 한다. 증세만 얘기하면 됐지, 무슨 문화결함질환인가. 결국 문화적 결함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질환이라는 뜻인데, 이는 역사가 짧아 총 쏘고 사람 죽이고 땅 빼앗아 먹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문화적 전통이 없는 이 저질 문화 나라의 의사들이 자기 나라에 힘 좀 있다고 잘난 척하면서 반만년의 깊은 민족문화를 가진 우리 한민족을 아주 야만인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 결함이라는 것이 얘기인즉슨 권위주의적인 문화 때문에 한국의 여자들은 다른 나라와 달리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쌓여서 생기는 것이 화병이니, 결국 문화적 결함으로 인해서 한국에만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등 서양에서 왜 화병과 똑같은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이런 오만불손한 문화적 편견을 가진 얘기는 쏙 들어가고 말 것이다. 오히려 자기 문화의 '결함'에 대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양인의 자세가 우리 몸을 망친다
  
  미국 사람들을 보면 한국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몸이 엄청나게 굽어 있다. 이는 양쪽 나라 사람들을 잘 한번 눈여겨서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에도 한번 썼지만 주름살은 목이 굽어서 생기는 것이다. 목이 굽은 상태에서 위를 보려면 눈을 치켜떠야 한다. 이때 이마에 주름이 잡히는데, 주름이 잡히는 것이 수없이 많이 반복되다 보면 주름살로 고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할리우드의 젊은 배우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얼굴의 볼살은 탱탱한데, 이마에는 주름이 여러 개씩 뚜렷하게 깊이 새겨져 있다. 심지어는 그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 배우들까지 대개 주름이 깊게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한국 사람들보다 목이 많이 굽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주름살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로 나이가 들어서야 주름살이 생기는데, 미국 사람들은 젊어서부터 노인네처럼 주름살이 생긴다. 그러나 한국에도 서양문화가 판을 치게 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주름살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보행기에 소파에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점점 더 몸이 굽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의 비만은 한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한국에서 웬만큼 살이 많이 쪘다고 하는 사람도 미국에 가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예컨대 쇼핑몰에 가 보면 너무 살이 쪄서 아예 걷지를 못하므로 모터가 장착돼 있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심지어는 살 때문에 심장이 눌려 호흡이 잘 안 돼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까지 쉽게 목격이 된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이런 전신비만은 등이 굽어 신경이 약해져 있으므로 아무리 먹어도 배부른지를 모르고 몸에 있는 불필요한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쌓아 놓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인에게 비만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은 평균적으로 한국인보다 등이 많이 굽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탈모 증세가 있는 사람도 한국보다 훨씬 많다. 탈모 증세 역시 등이 굽어 내분비계통으로 가는 신경이 약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탈모 증세가 진행되는 사람은 등을 펴면 우선 머리 빠지는 것이 중지되고, 다음에는 다시 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몸살림운동의 L대표가 등을 펴서 머리가 난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쳇말로 '속알머리'(?)가 없었는데, 등을 펴는 운동을 한 지 6개월 정도 돼서 그 지겨운 비듬과 함께 머리 가운데가 비어 있던 속알머리의 문제도 완전하게 해결을 했다. 한국에도 탈모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 역시 등이 굽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미국인들이 몸이 굽어 있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는 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유럽적 문화전통을 가진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해당이 된다. 서양인들은 방 안으로 들어갈 때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간다. 아마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이런 모양을 보았다면 천하의 골쌍놈들이라고 불호령을 내렸을 것이다. 당장 신발을 벗으라고 했을 것이다. 어떻게 자기가 앉고 자는 방에 똥을 밟았을지도 모르고 지저분한 것은 다 묻어 있는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생활습관 때문에 바로 앉고 눕고 할 때의 자세가 잘못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방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니 방바닥에 앉아거나 눕거나 할 수가 없다. 무언가 도구를 이용해서 앉거나 눕거나 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그런데 이때 이용하는 도구가 사람의 몸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 도구가 누울 때에는 침대이고 앉을 때에는 의자와 소파인데, 이런 것들이 사람의 몸을 굽게 하고 있는 것이다. 푹신한 침대가 허리를 뒤로 굽게 하고 등을 앞으로 굽게 한다. 의자에 앉을 때 등받이에 기대고 앉는 자세 또한 허리를 뒤로 굽게 하고 등을 앞으로 굽게 한다. 소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으로 하여금 공처럼 말린 굽은 자세에서 앉게 한다.
  
  이런 도구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망가뜨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느끼는 것은 이미 몸이 많이 굽어 있기 때문이다. 몸이 굽어 있는 사람은 굽어 있는 자세를 지탱해 주는 도구가 편하게 느껴진다. 수십 년간 굽어 있던 몸을 펴려고 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은 고구려시대 이전부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돌방에서 살아왔다. 지금은 온돌방의 우수성을 알아차리고 중국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중인데, 그 이유는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가므로 '위생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온돌방이 위생적이기는 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위생을 생각해서 온돌방을 지은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어쨌든 중국에서는 온돌방이 있는 아파트와 현대자동차의 소나타를 가지고 있으면, 이것만으로 부를 상징한다고 하니, 이 말이 조금 과장된 것이긴 할지라도 우리 민족으로서는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온돌방이 사람의 몸에 좋은 것은 실은 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님들이 의자라는 것을 몰라서 또는 의자가 없어서 온돌방을 만든 것은 아니다. 늘 교류하고 싸워 왔으며 우리가 많은 문물을 받아들였던 중국에서는 침대에서 자고 의자에 앉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조상님들은 중국의 이러한 생활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전부터 내려오던 우리의 고유한 방식대로 온돌방에서 살아왔다. 침대에 눕고 의자에 앉으면 자세가 틀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바닥에서 앉고 눕는 문화를 발전시켜 왔던 것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고래로부터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서 생각해 보자. 지금도 영화나 TV 사극에서는 조선시대에 선비가 글을 읽을 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허리를 좌우나 앞뒤로 천천히 까닥까닥 흔들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참으면서 하느라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또는 이상한 버릇이 들어서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요즘 사람들로서는 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잘 모를 때에는 한번 해 보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한번 양반다리를 하고 앞뒤로 허리를 천천히 흔들어 보자. 허리에 어떤 느낌이 올 것이다. 바로 허리가 뻐근해지는 느낌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분 나쁘게 뻐근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상쾌해지는 느낌이 드는 뻐근함일 것이다. 이번에는 좌우로 흔들어 보시라. 이때에 뻐근함을 느끼는 사람은 허리가 어느 정도는 세워진 사람이고, 대개는 별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대개의 사람들이 허리가 굽어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선비가 글을 읽을 때 허리를 까닥이던 것은 이것이 허리를 세우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앉은 자세를 하고 있으면 허리가 뒤로 굽기 쉬운데, 앞뒤로든 좌우로든 까닥이면 허리에 힘이 빡빡 들어가면서 허리를 세우고 바르게 앉는 자세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조상님들께서는 앉을 때에도 허리를 세우고 앉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또한 허리를 세우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이라는 것을 우리 민족이 고구려 시대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조선시대에 성리학자들에게 유교경전을 읽는 것이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었다면, 몸공부는 간단하게 허리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앉을 때에는 '양반다리'에 허리를 까닥였고 걸을 때에는 '양반걸음'으로 가슴가지 펴고 걸었다.
  
  구한말에 외국인 공사가 조정의 대신을 초청해 테니스를 치자고 하니까,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는 운동은 상것들이나 하는 것이므로 구경이나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 의자에 앉아서 구경하라고 권했더니, 어떻게 선비가 구차하게 의자에 앉느냐고 하면서 널빤지를 달라고 했다고 한다. 널빤지를 주었더니 의자 팔받이 위에 그것을 올려놓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고 한다. 이 얘기는 구한말 조선의 양반이라는 작자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구태의연했는가 하는 사례를 들을 때 많이 하던 얘기였다. 이렇게 고루하게 선진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므로 나라가 망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지금 한번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 조선의 선비들은 우리 민족의 전통에 따라 서양 사람들과 달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통해서 건강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 식으로 해석하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는 근육 강화운동은 강성근육을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음으로 의자에 앉는 것도 요즘 식으로 해석하면 등과 허리를 구부리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비들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등과 허리가 굽으면 목도 앞으로 굽게 되는데, 꼿꼿하고 당당한 자세를 가져야 할 선비가 어떻게 그런 구차하고 비루한 자세를 하겠는가.
  
  자세와 관련해서 고구려시대 고분벽화를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바짝 쳐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동수묘(冬壽墓)의 부인도(婦人圖)를 보면 여자 주인만이 아니라 계집종까지 허리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민족은 원래 기마민족이었는데, 기마자세는 허리를 바짝 세우는 자세이다. 허리를 세우지 않으면 허리가 망가져 말을 오래 탈 수가 없게 돼 있다. 우리 민족은 이 기마자세로부터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익혔는지도 모른다. 이는 앞으로 학계에서 연구할 과제일 뿐 필자가 단정할 일은 못 된다.
  
  1945년 8.15광복 당시의 기록 영상물을 보면 우리 민족이 그때까지만 해도 허리를 세우고 고개 들고 당당하게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구 선생은 먼 산을 쳐다보듯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승만 박사도 고개를 바짝 쳐들고 있다. 독립지사들의 귀국을 환영하러 나온 인파를 보아도 하나같이 고개를 바짝 쳐들고 있다.
  
  아직 의자나 소파, 침대가 일상적인 생활용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필수적인 생활용품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점차 한국인의 몸도 굽어 가고 있다. 여기에다 심하게 굽어 있는 서양인의 체형에 맞게 만들어져 있는 자동차나 비행기 의자에 앉아 있게 되면서 몸은 더 굽어 가고 있다.
  
  장시간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면 심하게 시차를 느끼거나 몸이 많이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서양인들의 체형에 맞는 의자에 앉아 허리 굽히고 가슴 웅크리고 고개 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도로사정이 안 좋아 털털거리는 차를 탔기 때문에 피곤했다고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거의 그냥 방안에 앉아 있는 것처럼 승차감이 좋은 차를 타도 몇 시간 타면 몹시 피곤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차에 타면 평상시보다 몸을 훨씬 더 굽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는 스스로 실험을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승용차에 탔을 때에는 큰 수건을 돌돌 말거나 얇은 베개를 이용해서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어 보자. 이때 엉덩이는 의자 끝에 붙이고 등받이에는 견갑골을 대고 받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되면 허리가 서고 가슴이 펴진다. 이런 자세를 유지하면 아무리 오래 차를 타도 피곤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비행기에 탔을 때에는 기내에 비치돼 있는 베개를 의자 맨 아래 끝에 넓게 붙여 놓고 모포를 둘둘 말아서 엉치 있는 곳에 놓고 앉아 보자. 이렇게 하면 비행기 등받이나 머리받이에 등이나 머리를 대지 않고 꼿꼿이 앉아 있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도 시차 때문에 고생하는 일 없어져 금방 현지의 시간에 적응하게 되고 며칠씩 어지럽고 피곤하던 일도 없어진다.
  
  이런 일상용품의 문제에 더구나 결정타를 메긴 것이 컴퓨터 모니터이다. 이 역시 몸이 심하게 굽어 있는 서양인의 체형에 맞게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만들어졌다면 우리나라 사람의 체형에 맞게 만들었을 테지만, 이 역시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서양에서 먼저 그들의 체형에 맞게 만들었다. 모니터가 거의 책상에 붙어 있는 것이다. 이런 모니터를 보려면 등과 목을 앞으로 구부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볼 수가 없게 돼 있다.
  
  더 심한 경우는 아예 책상을 파서 그 안에 집어넣어 놓았다. 이런 모니터를 보려면 꼬부랑 할머니처럼 위로는 목을 구부리고 흉추 7번 지점부터 등을 구부려야 할 뿐만 아니라 밑으로는 허리까지도 더 구부리고 보아야 한다. 컴퓨터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다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일 텐데, 이놈의 컴퓨터 모니터가 아예 젊을 때부터 꼬부랑 노인네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요즘에는 목디스크가 감기처럼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목은 정상적으로 쳐들고 있으면 S자의 윗부분처럼 곡선을 그어야 하는 것인데, 모니터를 보려고 구부리니 목이 1자가 되고 만다. 이 역시 스스로 목을 들어 보고 구부려 보면, 왜 1자 목이 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번 목을 쳐들어 보자. 그리고 목을 한번 만져 보자. 그러면 목에 곡선이 생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시선을 땅으로 떨구어 보자. 그리고 목을 한번 만져 보자. 곡선이 사라지고 목이 1자로 뻣뻣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목이 1자가 돼 있는 것을 보고 병원에서는 "조심하십시오. 바른 자세를 하십시오"라고 충고를 한다. 왜 1자 목이 된 것인지 원인도 모르면서, 그리고 1자 목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모르면서 무조건 바른 자세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목이 굽어서 접질려 있으면, 큰일이나 난 것처럼 목의 연골이 퇴행했으니 연골을 갈아 끼워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대개는 등이 굽어 목이 접질려 있는 것일 뿐인데, 그래서 등을 펴고 접질려 있는 목을 툭 쳐서 빼 주면 되는 것인데, 그리고 등을 펴는 운동을 꾸준하게 해야 하는 것인데, 그래야 목이 잘못돼서 오는 여러 가지 증세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인데, 허리디스크와 마찬가지로 아무 죄도 없는 연골만 탓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일할 때 눈이 침침해지고 머리가 아프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자파만 탓하고 있는데, 실은 이것 역시 목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눈이 침침해지는 것은 목의 왼쪽이 틀어져 눈, 코, 귀, 입으로 가는 신경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고, 머리가 아픈 것은 오른쪽 목이 틀어져 두뇌로 가는 신경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목을 바로잡고 독맥을 쳐서 풀어 주면 눈은 금방 맑아지고, 머리 역시 금방 시원해진다. 우중충하던 세상이 갑자기 훤해지게 되는 것이다.
  
  모니터의 높이가 낮은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이렇게 잘못된 자세를 갖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지독하게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니터의 높이를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는 것이지만 책을 쌓든 벽돌을 쌓든 모니터의 높이를 20~30cm 이상 높여 보자. 그리고 허리를 세우고 모니터를 보도록 해 보자. 예전과는 몸의 상태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동차나 비행기의 의자든 컴퓨터 모니터든 우리나라에서도 서양 사람들의 굽어 있는 체형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기업체에서 이런 것을 제대로 깨닫고 우리의 펴져 있는 체형에 맞게 만들어야 할 것이지만, 그래야 굽어 있던 사람도 몸을 펴게 될 것이지만, 이렇게 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는 우리가 이 잘못된 도구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해 몸을 펴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서양문화가 우리 몸에 미치는 악영향은 너무나 막대하다. 우리는 그런 것을 모르고 서양 것이면 모두 좋은 것으로 착각하고, 아직도 서양 따라가기에 열중하고 있다. 점점 더 침대가 보편화되고 있고 거실에는 소파도 구비해야 품위 있게 사는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우리도 이들을 흉내내서 그렇게 사는 것이 질 높은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이번 회에는 화병에 대해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미국정신과협회에서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특유한 '문화결함'질환이라고 우리 민족을 비하하는 표현을 해 놓은 것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얘기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화병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 회에 쓰기로 하겠다.
  
  끝으로 우리 조상님들은 중국의 문물을 많이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온돌방 문화를 끝까지 고수한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바른 자세를 통한 우리의 탁월한 건강법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그래서 몸이 점점 더 망가지니까 약과 수술에 의존해서 또한 점점 더 몸을 망가뜨리고 있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와 너무나 대비가 되는 대목이 아닌가.
  
  우리가 스스로 기준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의 기준, 남의 똥구멍만 바라보고 그 냄새를 맡으면서 졸졸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는 우리의 자화상이 너무나 초해 보이지 않는가. 지구촌시대에는 무력(武力)이 지배하던 시대가 끝나고, 우수한 문화가 받아들여지고 이것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된다. 우리가 정신 차리고 세계에 통용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팍스-코레아나는 평화의 시대에 탁월한 우리의 문화를 가지고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철/몸살림운동가
출처 : 몸살림운동 부산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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