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7월6일 모스크바 서쪽 고르키라는 도시에서 유태인 피아니스트의 아버지 슬하에 태어났다. 러시아의 전문 실내악 피아니스트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아쉬케나지는 7세 때에는 학생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하이든의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천부적인 음악적 기질을 발휘하였다.
초창기 그의 피아노 레퍼토리는 전통적인 곡에 국한되어 있었으나 후에 프랑스 작곡가, 특히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도 섭렵하게 된다. 그의 아버지가 밝고 가벼운 곡만을 연주하는 즐기기 위한 음악을 만드는 피아니스트였던 것에 반해 아쉬케나지는 무엇을 연주하든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다양하고 폭 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해내었는데,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 만큼 서로 다른 두 작곡가의 곡을 그토록 완벽하게 마스터한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는 찾을 수 없다는 평을 얻고 있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Vladimir Ashkenazy (1937 ∼ )1940년 아쉬케나지와 그의 가족은 고르키에서 모스크바로 이사하는데 모스크바에서의 생활은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으나 그를 위한 음악 교육적 환경만은 매우 뛰어난 곳이었다.
그의 본격적인 음악가로서의 성장은 9세 때부터 출발하는데 그가 모스크바 음악원 부속의 중앙음악학교(Central School of Music)에 입학하면서부터이다. 1955년 18세 때 음악학교를 졸업한 아쉬케나지는 같은 해 바르샤바 쇼팽 국제 콩쿠르(Warsaw Chopin Competition)에 나가 2위에 입상하였으며 모스크바 음악원(Moscow Conservatoire)에 입학하여 레프 오보린(Lev Oborin)의 피아노 수업에 참여하며 더욱 심도있는 음악교육을 받게 된다.
1956년 아쉬케나지는 처음으로 서방세계로 연주여행을 떠나게 되고 벨기에 브뤼셀의 라이네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Reine Elisabeth Competition)에서 1위로 우승하였으며 이로 인한 연주회에서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가 연주한 베토벤 후기 소나타에 열광한 언론은 아쉬케나지가 아니라 베토벤 자신에 의해 직접 연주된 것과 같은 사운드였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또한 그는 위대한 연주자로서의 3가지 덕목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적 재능, 지적인 이해력, 완벽한 테크닉이다.
아쉬케나지는 1963년 모스크바 음악시절 만난 아이슬란드의 피아니스트 토룬 요한스도티어(Thorunn Johannsdottir)와 결혼한다. 이들 부부는 아들을 하나 낳은 후 영국으로 건너가 네 명의 아이들을 더 낳았고 그 중 두 명은 각기 피아노와 클라리넷 연주자가 되었다. 1968년부터 아이슬란드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해 온 그는 보다 자유로운 음악 활동을 위해 1974년 소련국적을 버리고 아이슬란드 국민이 된다.
1970년부터 그에게는 중요한 제2의 음악인생이 시작되는데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뿐 아니라 지휘자로서의 음악활동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방대한 녹음작업과 전세계로의 연주여행을 통해 점차 그의 음악성을 서방에 알리게 된 아쉬케나지는 자신이 피아노 연주자 뿐 만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새로운 음악세계에 빠져들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드디어 그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제 1 객원 지휘자),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음악 감독),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제 1 객원 지휘자), 베를린 독일 심포니 오케스트라(chief conductor 및 음악감독) 등에서 세계 최정상의 지휘자로서 활동하게 된다.
지휘자로서 활동하는 가운데에도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던 아쉬케나지는 라흐마니노프 전집을 레코딩하는 등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였는데 이제 그는 소문이 아닌 자신의 순수한 음악적 품위로 전세계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는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다.
1998년 1월, 아쉬케나지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zech Philharmonic Orchestra)의 chief conductor의 자리에 임용되어 오늘날까지 다양한 순회공연과 레코딩으로 할발한 음악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1999/2000 시즌에는 유럽, 일본, 북미와 남미 순회공연을 가진 바 있으며 2000/2001 시즌에는 런던, 비엔나, 루체른, 독일, 그리스 등 유럽 및 한국과 일본에서 순회공연을 할 계획이다.
그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활동 외에 European Union Youth Orchestra의 음악감독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계관지휘자로도 일하고 있다. 아쉬케나지는 지휘자로서의 활동 외에도 유럽, 극동, 미국에서 피아노 독주회와 레코딩작업으로 자신의 끊일 줄 모르는 음악적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이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