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짤뜨옹 실내악

모차르트 / 작은별 변주곡 K.265 (아, 어머님 들어주세요) - Clara Haskil

로만짜 2007. 5. 24. 06:03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12 Variations in C major, K.265 (300e)
on "Ah, vous dirai-je, Maman"
「반짝 반짝 작은 별 변주곡」
Clara Haskil, piano
(Recording : Luzern, gemeindesaal der Lukas-Kirche, 5/1960)



"Ah, vous dirai-je, Maman" (7'48)


    흔히 「반짝 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라고 하지만 모짜르트 본래의 곡명은 아니다. 미국 등지에서 "반짝 반짝 작은별"(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하고 선율에 가사를 붙여 노래했기 때문에 어느 사이에 붙어 버린 제목이다. 애초 모짜르트가 여행 도중(1778년) 빠리에서 우연히 들은 불란서의 옛 민요 주제에 열두 개의 변주를 붙인 피아노곡의 제목은 「불란서의 노래 '아, 어머님 들어 주세요'를 따른 12개의 변주곡 C장조」(12 Variationen uber ein franzosisches Lied "Ah, vous dirai-je, maman" K.265)이다. 당시 원곡인 민요는 사랑의 괴로움을 호소 하는 내용이다. 대강 뜻은 다음과 같다.
    무엇부터 말씀드릴까요, 어머님. 괴로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는. 실방도르가 부드러운 눈길로 저를 쳐다본 뒤부터는 언제나 속삼임 소리가 들려와요, "연인이 없어도 넌 아무렇지도 않니?" 하고요. ······ 이렇듯 안타까운 사랑의 호소가 천진무구한 어린이의 노래 같은 "반짝 반짝 작은 별"로 둔갑한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곡 자체가 단순하고 명쾌하며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초보자라도 조금만 연습하면 쉽게 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곡이다. 아마 어느 초보자가 의뢰하여 작곡했는지 모른다. 열다섯 곡쯤 되는 모짜르트의 변주곡에는 이 작품처럼 여행 길에 문득 귀에 담은 멜로디나 그 고장의 유행가를 즉흥적으로 변주시킨 것이 적지 않게 있다. 그래서 누구나가 곧 친숙해지는 모양이다. 하스킬의 청초한 연주는 우리에게 그지없이 고요하고 아늑한 한 때를 누리게 해 준다.

    1960년 12월 7일 브뤼셀에서 하스킬(Clara Haskil, 1895~1960)은 갑자기 죽었다. 철도역 층계를 내려오다 굴러 떨어진 때문이었다. 이 때 나이 65세였다. 예술가로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인간으로서는 하스킬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었다. 20세기의 가장 불행한 사건이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고스란히 몸소 겪어야 했던 점은 동시대의 모든 사람이 다 함께 체험한 일이므로 그녀만의 고통은 아니었다. 그러나 등이 굽은 꼽추로서는 남달리 전쟁의 혼란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병마는 그녀의 등만을 굽혀 놓지 않고 뇌종양이 정신까지 위협했다. 가까운 친척, 스승도 차례로 그녀 곁을 떠나 저승으로 갔다. 만년의 하스킬의 삶에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다. 그녀는 자기 주위에서 일체가 사라져 버린 뒤 스스로의 영혼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 살았다. 피아노의 높은 정신적 세계 속에서만 그녀의 삶의 의미와 희열을 맛볼 수 있었다. 1895년 1월 7일, 루마니아의 부카레스트에서 태어난 하스킬은 어린 시절 빈으로 옮겨가 로베르토(Richard Roberto)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7세에 이미 빈에서 데뷔한 사실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천재적 소질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후 빠리 음악원으로 옮겨 가 포레와 꼬르토의 가르침을 받았다. 1910년에는 그 학교를 1등으로 졸업했고 이어 개인적으로 베를린의 부조니에 더 가르침을 받았다. 그 후 본격적으로 음악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하스킬은 대바이올리니스트인 이자이의 반주자로 기용되었고 고국 루마니아의 대선배인 바이올리니스트 에네스코와 협연했으며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인 카잘스와도 협연하는 기회가 많았다. 만년에는 스위스의 베베이에 정착하여 거기서 음악 활동을 계속했다. 만년의 특기할 만한 연주 활동은 아들만큼 나이 차이가 나는 A. 그뤼미오와 소나타 연주를 한 일이다. 이 소나타 연주는 유럽 음악계의 큰 화제가 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스킬은 청초하고 아름다운 터치의 조심스러운 연주 스타일을 지녔으며 모짜르트의 전문 연주가로 존경을 받았다. 그런나 결코 모짜르트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레코드로도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과 화야의 [스페인 정원의 밤]같은 명반을 남기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있듯이, 낭만주의적 색채가 짙은 힘찬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모짜르트 연주로는 그녀가 만년에 스테레오로 녹음한 메르케비치와의 피아노 협주곡 제20, 24번의 이 음반은 향기 높은 섬세함으로 우리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