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5
in D major, K175
모차르트 / 피아노협주곡 5번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1악장 (Allegro) / Andras Schiff, Piano / Sandor Vegh, Cond
2악장 (Andante ma un poco adagio) / Andras Schiff, Piano / Sandor Vegh, Cond
3악장 (Allegro) / Andras Schiff, Piano / Sandor Vegh, Cond
시프는 자신의 헝가리 음악적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굉장한 특권이었죠.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긴 해도 여전히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였어요. 우린 스탈린 이후 세대지요 끔찍했던 1956년 혁명 이후 상황이 조금 나아졌어요. 음악적 문화적으로 참 좋은 세대였습니다. 생존해 있던 코다이가 아이들을 위해 훌륭한 음악적 체계를 세웠는데, 불행히도 이젠 많이 퇴색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영향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아직도 음악회장을 찾으니까요. 코다이는 모든 아이들이 노래와 춤, 민요를 배우기를 바랬어요. 우린 아주 어릴 때인 5세때 피아노 선생님으로 가득 차 있어요. 대부분 나이 드신 여성분들인데, 나도 그 중 한 분께 배웠어요. 국립음악 학교에 가면 정규적인 학교 교육과 함께 피아노 레슨, 화성, 청음을 가르칩니다."
"나의 스승들은 모두 헝가리 유대인들이고. 내 부모님처럼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우리 세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처참한 경험을 말입니다. 그분들 가슴 속엔 심리적인 상처가 있어요. 예를 들어 라도슈 선생님은 세계적인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었던 분이에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하지만 그 사실을 믿지 않았고, 몇번인가를 연주를 완전히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하곤 했죠. 결국엔 그만두었구요.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내게 엄청난 영향을 주셨고, 피아노 연주 기법에 관한 대체로 그분께 다 배웠습니다."
여름방학을 영국에서 보내면서 시프는 그의 정신적 지주가 된 맬컴을 만나게 된다.
"조지 맬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안타깝게 거의 잊혀진 인물이기 때문이죠.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다재다능한 분입니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하프시코드와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지휘자이자 작곡가이도 했어요. 전문가가 되길 요구하는 요즘 시대에 비추어 보면, 참으로 전방위적 음악가였다고 할 수 있죠. 헝가리에선 결코 배울지 못한걸 배웠어요. 주로 바로크 음악과 장식음, 영국 버지널음악과 통주저음 연주였습니다. 너무 중요한 경험입니다. 맬컴은 페달을 남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텍스트를 신성 불가침이라고 여기고 악보에 없는 걸 덧붙이면 혐오스럽게 생각하던 시대에, 시프는 C.P.E 바흐의 논문을 모조리 통독했고, 그 책에 따라 즉흥적인 장식음을 사용한 최초의 현대 피아니스트이다. 오늘날 이런 장식음은 표준적인 관행이 되었고,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렇다면 시프는 고음악 운동과 음악계의 화해 혹은 만남(그런게 존재한다면 말이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나는 이 두 세계가 만나 융합하고 통합되는 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해요!"
시프는 미소를 띠며 단호하게 대답한다.
"고음악 운동이 계속 발전해 온 건 사실이지요. 몇 년전과 비교해 보면, 이젠 우수한 연주자들도 꽤 있습니다.지금 공부하는 젋은이들은 훨씬 여기에 관심이 많아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이 분야로 진출하니까 수준이 향상되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주류 음악인들은 장식음을 붙이는 문제에 무지하거나 인식이 없어요. 그저 각자의 기호라고 생각하죠. 많은 사람들이 출판된 악보를 성경처럼 끼고 살며, 씌어진 대로만 연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바흐나 모짜르트 사본을 보면 많은 경우 스케치나 속기로 기록한게 많아요. 자기 음악이니까 어디서 반복에 변화를 줄지, 소나타의 제시부를 두 번 째 반복할 때엔 뭔가 달라야 하는지 문제를 잘 알고 있었죠. 똑같이 반복하면 지루하기 짝이 없으니까 말이에요. 그런데도 아직 사람들은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죠."
"요즘엔 바흐나 모차르트<협주곡>에 그리 많은 장식음을 넣지 않아요. 예전에 모차르트<협주곡>에 큰 음정의 도약이 있으면 장식음을 채워 넣곤 했거든요. 예를 들어의 느린 악장에 많은 동료들이 장식음을 넣곤 하죠. 하지만 난 그 협주곡이 너무나 심오하고 소박하기 때문에 그저 단순한게 더 좋다고 봅니다. 음악 자체가 스스로 이야기 하니까요. 반음계나 아르페지오를 넣는게 불필요하게 느껴져요. 물론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20년 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했을 땐, 반복하는 섹션을 옥타브 위나 아래로 전조했지만 이젠 그렇게 안 합니다. 그럴 필요를 못 느껴요. 음색을 바꾼다든지 셈여림이나 표현을 바꾼다든지 다양성을 획득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요즘엔 미묘한 수단을 더 선호하는 편이죠."
"이 두 세계가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요즘엔 고음악 연주자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조지 맬컴은 결코 결벽주의자가 아니었어요. 가능한 한 많은 페달로 음색을 바꾸려 했기에 생전엔 순수자의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지요. 상상력이 풍부하고 다채로운 음악가였던 그는 쳄발로가 단색적인 악기라는 통념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바흐의 하프시코드가 단 두 개의 레지스터만 갖고있다는 흑백 논리에 갇혀 있었죠. 나는 맬컴을 통해 십대부터 프레이징과 통주저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존경심을 갖고 악보를 대하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상상력을 사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허용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을 구별해야 하니까 어려운 문제이지요. 하지만 음악은 경찰 국가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자유가 있어요.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규칙을 알고 있어야 하는 이상적인 세계지요. 무질서한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에요. 법을 존중하되 노예가 되진 말아야죠."
바흐의 건반 음악 작품인 '푸가의 예술 세계"는 아직 정복되지 않았다.
"연습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에베레스트 산 같습니다. 참! 그럼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나 <평균율>은 뭐라고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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