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폴란드가 낳은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음악에 새롭고 독자적인 세계를 개척한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였습니다. 낭만적인 신선한 공기를 흡수하면서 고전 음악의 기반을 철저히 배워 마침내는 피아노 본연의 아름다움을 극도로 발휘시켰습니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쇼팽은 그 당시 음악의 중심 도시라 하는 파리에서 후반생을 보내면서 조국의 민족성과 향토색을 세련된 창작 수법으로 작품에 담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었습니다.그가 새로운 이론과 형명적인 개혁을 단행한 것은 아니지만 외면적으로 고전 음악의 전통을 받아 들여 거기에 그의 예리하고 다감한 음악적 감정을 담아 하나의 시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비할바 없는 매혹적인 선율에 애수를 담은 음의 구사법은 그의 독자적인 어법이라 할 것입니다. 또한 조국의 민속 음악을 예술 음악으로 끌어 올린 그의 공적은 크게 평가 받을 만한 것입니다.쇼팽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귀족적이라고 할 만한 폴로네이즈(Polonaise)의 리듬과 농민적이고 대중적인 마주르카(Mazurka) 등의 리듬과 선율이 그의 음악적인 영감의 근원임을 알아야 하빈다. 그의 작품은 대개가 즉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꾸밈음과 템포 루바토 (Tempo Rubato). 독특한 장식으로 전개되는 피규레이션 (Figuration)등을 특색으로 하여 시적으로 표현됩니다. 200여곡에 달하는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피아노곡인데, 독주곡과 소품이 많습니다. 섬세하고 정서적인 그의 곡에는 격정과 애수가 흘러 넘칩니다
내가 사랑하는 소리....비 오는 날의 영혼...쇼팽 (글 : 클라라)
빠르고 경쾌한 3악장이 끝나고야 우리는 숨을 쉬었던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나를 숨막히게 한 것은 2악장의 romance. largetto였다. 로만틱하게, 더 느리게1악장에서 이미 우리는 비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현악기를 기일게 끌면서 촉촉한 세계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노라면 피아노가 강렬한 음색과 영롱한 소리로 등장한다. 낮은 소리에서 높은 소리까지 구르듯 흐르는 카텐짜의 부분. 우리의 영혼은 피아노 소리를 따라 세상의 고뇌를 다 잊고 아름답게 흐를 뿐이다. 드디어 오케스트라가 합세한다. 피아노가 낼 수 있는 가장 맑은 소리의 모임들... 뒤를 따르는 현과 관의 복합적인 울림.... 밝음과 어둠의 조화/빠름과 느림의 조화/높음과 낮음의 조화 ....우리 영혼은 어느 새 드높여지고 있는 것이다.
현악기의 합주가 우리의 영혼의 하부를 받치고 있다는 안도감을 가지는 동안 다시 피아노는 고요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아아....... 쇼팽의 피아노가 우리 영혼을 이리도 맑게 닦고 닦아서 잊어버릴 수 없는 세계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2악장... 1악장이 많은 영혼의 합창이었다면 2악장은 어느 고뇌하는 영혼의 독창이다. 한없이 맑은 소리 그 소리 속에서 고뇌하는 영혼을 본 것은 그 고즈넉함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었을까? 합창이 빠르게 울려 퍼졌다면 독창은 느린 곡조로 가슴에 스민다. 호소하는 것일까? 현악기들의 합주가 조용히 호소에 응답하고 피아노가 다시 흐느끼면 관악기가 높은 소리로 흐느낌을 받아 준다.
이 흐느낌......... 여기에 빗소리가 혼합되는 것이다. 또르륵 또르륵 또르륵 또르륵 피아노는 4번을 구르면서 물소리를 들려준다. 물소리보다 아름다운 물소리 쇼팽에게 묻고 싶었다. 물소리를 좋아하시나요? 물은 자꾸만 흐르고 구르면서 고요해진다.
엄숙하게 3악장이 시작된다. 더 이상의 감상은 허용하지 않는다. 일어서라 물방울들이여... 아름답게 일어서라...세상의 고뇌를 딛고 일어서라 영혼들이여... 아픔을 이제는 모두 씻고 일어서라... 용기를 가지라 그대는 약하지 않느니....... 내가 주는 아름다움이 힘이 되리니... 너의 영롱함으로 세상에 서라... 장엄한 마무리! -중략-
지금도 비오는 날이면 꼭 들어야 하는 이 소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내가 사랑하는 이 소리 고뇌하는 영혼의 아픔을 지긋이 돌아본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작곡하면서 쇼팽이 친구에게 썼던 편지
"새 협주곡의 아다지오악장은 E-단조일세. 이 악장에서 어떤 힘이 담겨있는 위력을 보여주려고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조용하고 멜랑콜리적인 로망스를 나타내려고 했네. 이 로망스는 수많은 달콤한 기억들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장소를 부드러운 눈길로 자아내는 것 같이 표현하며, 아름다운 달빛 찬란한 어느 봄날 밤에 꿈을 꾸듯이 나타내야만 하네. 그렇기 때문에 반주도 역시 약음기로 연주한다네."
"나는 이상형을 만났어, 그러나 아무런 감정도 표현하지 않은 채 벌써 6개월전부터 내 마음을 주고 있지. 나는 그녀에 대한 꿈을 꾸지. 그리고 그녀에 대한 인상속에서 나의 새 협주곡의 아다지오 악장이 탄생했다네.
... 한 사람을 압박하고 있는 무거운 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야. 내가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지 자네는 알고 있을 것이야. 그럴 때면 나는, 자네에게 가끔씩 얘기하기도 했지만, 피아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곤 하지."
성악가인 콘스탄티아 글라드코프스카를 향한 사랑....
수줍음이 너무 심해 그녀에게 사랑 고백 한 번 못해 본 쇼팽은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작품에 쏟아 부었고, 이때 만들어진 곡들이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입니다. 쇼팽이 시기적으로 먼저 만든 곡은 2번이었지만 그는 1번을 더 아끼고 좋아해서 먼저 출판을 했습니다.
피아노협주곡 1번은 첫사랑의 가슴 떨림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감각적이고도 서정적인 분위기로 넘쳐나는 애틋한 곡입니다. 이 곡의 초연은 쇼팽이 조국을 떠나기 20여일 전에 바르샤바에서 그 자신의 연주로 행하여 졌습니다. 쇼팽의 고국에서의 고별 무대이기도 했던 이 연주회에서는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콘스탄티아가 흰 드레스와 장미꽃 장식을 달고 출연해 노래함으로써 매우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합니다.
오케스트레이션이 다소 빈약하다는 평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시적인 기분이 넘치고 피아노의 순수한 음을 살려 시의 생명을 불어 넣은 쇼팽의 명작입니다. 특히 제2악장은 쇼팽의 로맨틱한 생명력과 피아노의 탁월한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으로 그의 사랑을 표현한 가장 아름다운 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