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is Redding (1941~1967)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출신인 흑인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이 평소 꿈꾸던 지향은 동향이 배출한 위대한 로큰롤 초기 영웅 리틀 리차드처럼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멤피스 레코드사의 스택스(Stax) 스튜디오에서 앨범 작업을 하면서부터 그의 노래는 리차드의 강렬한 로큰롤에서 샘 쿡(Sam Cooke)이 확립한 흑인 특유의 짙은 소울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치 샘 쿡에 대한 트리뷰트 작품인 듯 이 앨범에는 그의 골든 레퍼터리인 '멋진 세상'(Wonderful world) '변화가 오게 될거야'(A chang is gonna come) '셰이크'(Shake) 등 3곡이 실려 있다. 소울의 전형을 확립했다는 평을 듣는 샘 쿡은 64년 12월 총을 맞고 숨졌다. 그는 샘 쿡의 정신을 깊이 새기고 있었다. 그의 사후 발표된 명곡 '변화가 오게 될거야'가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에 대한 답가(答歌)임을 알았다. 소울과 직결되는 정신의 측면을 함께 그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오티스 레딩의 소울은 샘 쿡의 것과는 중량이 달랐다. 그에 비해 훨씬 액센트도 강했으며 목청도 더 돋웠고 음을 질질 끌었다. 같은 '소울 발라드'라도 느낌이 한층 진했다. 흑인음악의 용어가 리듬 앤드 블루스에서 소울로 대체된 것은 60년대 중후반 사회상이 빚어낸 결과였다. 65년부터 연이어 터진 뉴욕 LA 그리고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은 억눌려왔던 흑인의 권리쟁취를 위한 과격한 욕구 분출이었다. 이 때 흑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새로이 등장한 용어가 바로 영혼을 뜻하는 소울이었다. 대부분의 흑인들은 반인종차별 투쟁과 소울이란 말을 동격시했다. 오티스와 더불어 활동한 제임스 브라운, 윌슨 피켓, 아레사 프랭클린 등이 대표적인 소울 가수들이었다. 소울이라는 신성한 이름으로 그들은 흑인 민중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65년에 발표된 본작은 이러한 흑인의 권리신장 요구와 소울 발현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오티스 레딩의 이 앨범은 따라서 60년대 후반에 불어닥친 소울 열기와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 그의 자작곡인 '존경'(Respect)과 샘 쿡의 리메이크 '변화는 오게 될거야'는 소울의 경향을 대표하는 곡들이다. 이 곡들에는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흑인의 자부심과 당당함이 배어 있다. 흑인치고는 당시 드물게 백인 록팬들도 많이 보유했던 오티스는 그러나 67년 12월 불의의 비행기 추락 사(死)를 당하면서 활동에 종막을 고했다. 사망 직후에 발표된 싱글 곡 '만의 부두에 앉아'(Sittin' on the Dock of the bay)는 전미 차트 정상에 오르는 스매시 히트를 기록했다. 타의 모방 불가인 이 소울 발라드는 파도의 음향과 휘파람 소리의 믹스로 그의 곡 가운데 최우수작으로 꼽힌다. 본고장 평론가들을 그를 소울의 왕(King of soul)으로 떠받드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앨범이 웅변하는 60년대 흑인의 자각과 온 몸을 쥐어짜듯 호소하는 영혼의 소리가 그들로 하여금 서슴없이 그렇게 부르게 했다. < 해설 음악평론가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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