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인생
영화 '금지된 장난' (Forbidden Games, Jeux Interdits, 1952)
* 감독; 르네 끌레망 (Rene Clement)
* 주연; 브리지트 포시 (Brigitte Fossey - 뽈레뜨 역)
조르주 푸줄리 (Georges Poujouly - 미셸 역)
* 음악; 나르시소 예페즈 (Narciso Yepes)
주제음악; 사랑의 로망스 (Romance De Amor - 스페인 민요, 나르시소 예페즈 편곡,연주)
(맨 아래에서 몇 가지 연주 버젼을 더 들을 수 있음)
* 아래 글은 부시의 이라크 공습 얼마 후에 쓴겁니다. 시차를 양해하시길...
어렸을 적에 개미를 죽이고 놀았습니다. 그 시절엔 컴퓨터도 없었고 기껏해야 구슬이나 딱지치긴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이상의 수필 `권태`를 보면, 애들이 이거저거 다 해보며 놀다가
그 종목들이 심드렁해지니까 다들 멍~하니 먼 산 쳐다보고 있다가, 일제히 쭈그려 앉아서
똥싸기 시합하며 낄낄댄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비슷한 입장으로 나도 하릴없이 동네를 배회하다가,
오래전에 작가 최인호가 신문에 냈던 `도단이의 추억`이라는 책광고처럼, 할아버지 돋보기를 슬쩍 해서
개미떼를 따라다니며 한 마리씩 촛점을 맞춰서 지지직~ 태워 죽이며 놀았습니다.
화들짝 놀라 오그라지는 개미의 마지막 모션이나 그 음향효과를 즐기는 것이
방구석에서 `바티칸의 수도는 바티칸이다` 외우는 것보다는 백번 낫더란 말이죠.
그러다 점차 한 마리씩 태워죽이는 게 감질도 나고, 또 사람은 비록 작은 일을 하더라도
항상 발전을 모색하는 습관을 들여야 커서 성공한다는 윗 어른들 말씀도 있고해서..
나중엔 아래와 같은 진일보된 방법으로 아예 개미 합동장례식을 치러주었습니다.
즉, 빈 구두약 깡통에다 설탕가루를 넣고 개미가 잘 다니는 화단에다 두면, 잠시후에는 개미들이
출근시간 신도림역 인파는 저리 가라할 정도로 바글댔습니다. 그 구두약통에다 물을 좀 부어서
벽돌에다 걸쳐놓고 아이스께끼 막대기, 헌 고무신짝 같은 걸 주어 와 밑에서 불을 때서 개미탕을 끓였습니다.
개미가 무슨 죄가 있다고... 개미탕 먹지도 않을 거면서...
나 보다 일도 몇 배 더 열심히 하고 자신을 희생하여
사회에 기여할 줄 아는 그 개미가 무슨 죄가 있다고 세상에...
어린 것이 솔찬히 변태였습니다.
누가 `사냥은 생존수단이 아니라 권력체험의 문화로서 파악돼야 한다` 라고 했다던데,
그 말 하나도 안틀립니다. 도대체 노루, 꿩이 쇠고기나 닭보다 뭐가 맛있어 잡아먹겠다고 총질을 합니까?
노린내 나고 꿩 뼈따귀 발라먹기 성가시기만 하지 원...
그리고 모기떼 참아가면서 붕어 잡겠노라 맨손으로 지렁이 주물럭거리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과연 식솔들 단백질 결핍 걱정돼서 낚싯대 드리운답디까?
철부지가 심심타고 개미마을에 줄초상 냈던 거하고 다를 거 하나 없습니다. 안그렇습니까?
또 강태공이 낚시질하면서 적잖이 道씩이나 닦았다는 것, 이거..
붕어가 콧방귀 끼다가 축농증 걸릴 얘기고, 개미가 웃다가 허리 끊어질 얘깁니다.
강태공이 잡은 고기 도로 놔주는 거는, 강태공이 혹시 자존심 상할 줄 모르겠으나
미국이 이라크하고 한 게임 끝나고 복구공사해 주는 거나 매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낚시바늘에 찢어진 붕어 입술은 어케 하란 말이여? 이라크는 그냥 폼일 망정 병원이라도 있지,
용궁에 성형외과 있다는 소리 나 못들었구먼. 첨부터 찢지를 말던지...
아니면 기왕에 입술 째져 올라온 거 차라리 매운탕 끓여먹고 놔주지를 말던지.
잡았던 고기 불쌍타고 도로 강물에 놔준 것만으로는, 먹이 피라미드의 하위생물에게
강태공이 가했던 그 '이유없는 폭력'이 결코 용납될 수는 없습니다.
떡메로 내리쳐서 골통 깨놓고 빨간약만 슬쩍 건네서 면죄부 받으려는 격입니다.
지금 아무리 여기서 강태공이나 미국을 들먹거려서 문제의 촛점을 흐리려고 해도.. 나는 내 죄를 압니다.
나는, 먹지도 않을 개미를 학살했던 나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피고 최후진술컨대..
강태공이나 부시보다 훨씬 더 못된 놈입니다. 최소한 히틀러에 비견될 만큼 아주 죄질이 나쁜 놈입니다.
저승에 가면 개미 똥구멍이나 졸졸 따라다니며 핥아먹으면서, 그 죄값을 받아야 할 놈이란 말입니다.
(그래도, 개미 똥구멍은 새콤달콤 하다면서요?)
(바다건너 누구는 이라크 사람들 모래똥 다 받아먹을라믄...., 꼴깍.., 어이구야...)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우리집 마당에서 삼천포 아니, 태평양을 건너 버렸는데.. 다시 원위치해서,
그렇게 무자비한 개미 학살을 자행하면서도, 그 당시엔 죄의식 비슷한 생각이 별로 안들었던 기억입니다.
그런 나를 어른들이 보고 `금지된 장난`을 한다고 나무래지도 않았었죠.
또 나만 그런 경험이 있었던게 아니더군요. 최근에 어떤 아지매도 비슷한 경험을 얘기하는데
어렸을 때 오줌을 쌀 때면, 꼭 그 밑을 지나가는 개미를 겨냥해서 36.5도의 따끈한 물대포를 쐈다는 겁니다.
그 물대포, 개미 쫓아다니면서 쪼그려 쏴 자세로 조준사격 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텐데요.
그 뿐이겠습니까? 나보다 훨씬 더 악랄한 친구녀석의 만행 하나가 생각납니다.
그 녀석의 만행은 `금지된 장난` 정도의 차원이 아니었죠. 변태의 수준도 진즉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얘기인 즉슨, 소싯적에 미대를 다니던 이 괴짜친구와 친구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이 놈이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어디서 잡아왔는지 제비를 한 마리 들고 들어오더군요.
그 친구, 잠시 제비를 만지작거리며 놀더니만 요구르트 빨대로 소주를 빨아서 입안에 머금었다가
급기야는 제비 주둥이를 벌리고 억지로 맥이더군요. 그걸 아마 놀부가 봤더라도 질겁을 하고
그 녀석 앞에 한 수 가르쳐 달라고 무릎을 꿇었을 겝니다. 술맥인 제비를 전기스탠드 위에 올려놓으니까,
꿉뻑꿉뻑 앉아서 졸더니만.. 잠시 후에 스탠드 아래로 톡! 빠이빠이...
그리고 혹시 개미 똥구멍이 새콤달콤하다는데 의문 내지 호기심이 동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진짜 그 맛이 새콤달콤한 건지 확인차 시식 한 번 해보세요. 시식하기가 아무래도 좀 찝찌름하신 분들은
그냥 소싯적에 공부 열심히 한 사람한테 물어 보셔도 됩니다.
굴비장수가 비싼 밥먹고 괜히 헛소리 하지 않았다는 걸 명명백백히 증명해 줄겝니다.
각설하고.. 개미 학살 글을 쓰면서 영화 `금지된 장난`이 생각이 났었고,
또 그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한번 써봐야지..했습니다. 해서 지금부터는 고상틱한(!) 영화 얘기로 갑니다.
1952년에 만들어졌다는 흑백영화 - 금지된 장난, 영화보다는 그 주제곡인 `로망스`로 더 유명하죠.
`엘비라 마디간`이 그 주제곡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때문에 더 널리 알려진 것 처럼 말이죠.
나는 금지된 장난을 오래전에 EBS에서 일요일날 봤던 것 같습니다. 영화내용은 전부터 대충 알고있었지만,
내가 고등때 클래식 기타에 매료되서 기타 연습에 광분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주제곡 `로망스` 때문이죠.
그래서 더욱 더 EBS 영화를 집중력있게 보았습니다. 그 뒤에 비디오로도 한 번 빌려 본 것 같기도 하구요.
영화내용은 전쟁영화치곤 스펙타클,스릴 같은 것 하곤 전혀 거리가 멉니다.
총성이 가끔씩 들리긴 하지만, 군인,탱크,공습 같은 건 완전히 엑스트라 급이고
`뽈레트`란 소녀와 `미쉘`이란 소년, 그리고 강아지,새,쥐 같은 게 주연급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포성과 피난행렬의 북새통 가운데 부모와 강아지를 잃은 뽈레트가 어느 마을의 미쉘과 함께
공동묘지에 세워진 십자가들을 뽑아서 은밀히 자신들이 만든 강아지나 새,벌레 등의 무덤에 꽂아주고 논다는..
매우 간단한 줄거리의 영화죠. 전쟁이나 무덤, 죽음의 공포는 그 애들에게 별로 큰 충격이 아니었습죠.
전쟁이란 단순히 어른들의 `거친 장난`일 따름이고, 그 거친 장난의 의미를 알 바 없는 뽈레트와 미쉘은
저희들 나름대로 `금지된 장난`-십자가놀이를 대신 즐길 뿐입니다.
아래 잉크색깔의 글은 http://films.hitel.net/에서 가져온 이 영화 스토리입니다.
1940년 6월 남프랑스의 농촌마을에 파리에서 피난오다 공습으로 부모를 잃고
죽은 강아지를 안고 헤매던 소녀 폴레트는 근처 어느 농가에 들어선다.
그곳은 전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평화롭고 한적한 곳이었다.
그 농가의 아들 미셀은 고아가 된 폴레트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자기 집으로 데려와 미셀과 함께 강아지를 묻어준 뒤 무덤에 십자가를 세워준다.
살아있는 것이 죽었을 때는 이렇게 묻어주는 것이라고 알게 된 뽈레트는 새든, 벌레든
죽은 동물을 모아 무덤을 만들고 십자가를 세워준다. 무덤은 점점 늘어가고 십자가가 더욱 많이 필요해지자
미셀은 교회 제단에 놓여진 십자가를 훔치려 하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 형의 묘지에서까지 뽑아온다.
그러던 어느날, 뽈레트를 고아수용소로 데려가기 위해 적십자의 조사반이 파견나온다.
이때 아버지는 미셀에게 십자가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면 뽈레트를 그들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결국 약속을 어기고 폴레트를 조사반에 넘긴다. 미셀은 폴레트를 위해 아름답게 만들었던
방앗간의 묘지를 모두 망거뜨리며 울분을 터뜨린다.
한편, 전쟁 고아라는 딱지를 붙이고 혼잡한 정류장 대합실 구석에 서 있던 뽈레트는
어디선가 미셀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계속 미셀과 엄마를 외치며 군중들 속으로 사라져 간다.
전쟁의 참혹함과 천진한 동심을 잘 대비시킨 이 영화는, 주제음악 역시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
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곡이 선택되었는데, 스페인 민요인 `사랑의 로망스`를 '나르시소 예페즈'라는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기타 독주곡으로 편곡,연주하여 클래식 기타..하면, `알함브라 궁전의 회상`과 함께
제일 먼저 이 곡을 연상할 만큼 일약 유명한 곡이 되어 버렸죠.
이 후로도 `애수의 크리스마스`가을동화` 등등등.. 아주 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주제곡으로 이 곡을 빌려 썼고,
또 우리 소싯적 `한밤의 음악편지`에서 청취자의 사연을 진행자가 낭독하는 동안 배경음악으로 써서
뭇 여고생들의 심금을 울렸던 전과도 있죠.
영화에서는 피난행렬에서 가족과 헤어진 소녀가 인형을 안고 혼자 밤하늘을 쳐다 볼 때,
그리고 마을예배당의 제단에서 훔친 십자가를 물방앗간 옆에서 벌레들의 무덤 앞에 꽂아 주는
그 천진난만한 의식에서, 이 단순한 그러나 맑고 애조를 띈 기타선율이 흐릅니다.
전쟁이라는 인간의 비극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아주 많습니다. 엄청난 인원과 제작비를 투입하고
홀로코스트류의 소름끼치는 이야기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한 영화들도 우리는 잘 알고 있죠.
그런 스케일 큰 전쟁영화는 주제음악 또한 대편성의 관현악일 경우도 많지만, 금지된 장난처럼
단순한 선율의 기타 독주 하나만으로 조용한, 그러나 깊고 오랜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나 그 주제음악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가히 촌철살인의 경지에 오른 영화음악이라 하겠죠.
규칙적으로 흐르는 빠른 3연음이 결코 바쁘거나 경박스럽지 않고, 정갈하게 어린 동심을 잘 표현하고 있죠.
저번 이라크 공습때 13살 먹은 소녀가 썼다는 반전 메시지가 지구촌의 화제가 되었었죠.
세계 정치무대에서 방귀 좀 낀다는 이들의 투박한 멘트나 심지어는 교황의 반전성명 보다도
훨씬 아프게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파고 들었던 그 소녀의 메시지는, 영화 금지된 장난에서
`어른들의 거친 장난` 틈틈이 두 어린이와 주제곡이 전해주었던 메시지와 그 맥을 같이 합니다.
비참한 전쟁터에서 하찮은 새,강아지의 죽음을 위로하며 무덤을 만들어주는 어린 동심앞에
인류평화와 휴머니즘을 부르짖는 어른들의 거친 목소리가 도대체 씨알이나 맥히겠냐는 겁니다.
요즘 가끔씩 의학계 등에서 인간대신 실험용으로 죽어간 동물들을 달래는 위령제를 올려준다고
어른들도 이제 그런 비슷한 장난을 한다던데, 아마 뽈레트나 미쉘에게서 한 수 배운 것이 아닌가 싶군요.
나도 이제 발 뻗고 잠 잘려면, 내 소싯적 만행 때문에 애꿎게 숨져간 개미들을 위한 위령제를
조만간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군요. 제비한테 요구르트 빨대로 술맥였던 친구놈은
개미굴 입구에다 물구나무 세워서 그 자세로 소주 됫병 1병만 빨대로 빨아 마시게 하고,
또 뜨거운 물대포로 개미를 수장시켰던 그 아지매는 이 한겨울에 개미굴 앞에서
홀라당 벗은채 얼음물로 샤워해서 정신 퍼뜩 들고롬 하고. 나요? ... 음... 나는 뭐, 명색이 주최측이니깐...
그냥 그 두 사람 속죄의 이벤트에 우아한 폼으로 앉아서 ,이 곡을 진혼곡 삼아 기타로 쳐주면 되겠죠. ^^*
사랑의 로망스의 다른 버젼 몇 가지
1. Susan Drake, Harp
2. Amour Defendu (사랑의 소유) - Mireille Mathieu, vocal
3. Vino de amor (사랑의 포도나무) - Andy williams, vocal
4. Narciso Yepes,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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