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국시집] 기고 2010.1.19. 200자 1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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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친애하는 아마데우스
이 원 규
일요일에 딸네 식구들이 다녀갔다. 사위는 재즈 CD를 6백 장쯤 가진 재즈마니어이지만 나처럼 고전음악도 많이 듣는 성형외과 개원의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겨울 석 달은 바빠서 얼굴도 보기 어렵다. 나는 사위에게 힘들지 않으냐고 위로하듯이 물었고 사위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친애하는 아마데우스’ 가 큰 위안이 됩니다. 아버님 덕분이지요.”
‘친애하는 아마데우스’(http://blog.daum.net/amd1756)는 약 4천 곡 정도의 정통 고전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인터넷 개인 블로그이다. 음악을 하루도 못 들으면 살 수 없는 내가 그것을 발견해 컴퓨터 초기화면에 아이콘을 올려놓고 음악을 들어오다가 두 해 전 사위에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아니, 이런 곳이 다 있군요. 대단한 음악 마니아가 참 좋은 일을 하는군요. 아버님처럼 즐겨찾기를 해 두겠습니다.”하고 사위는 그때 기뻐했었다.
온종일 긴장하며 진료실에 갇혀 지내는 사위가 나처럼 음악으로 머리를 식히기 바라는 마음에서 일러준 것이었는데 한창 바쁜 요즘 그것이 큰 위안이 된다니 내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사위와 나는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켰고 ‘친애하는 아마데우스’ 블로그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었다. 서재에 걸려 있는 모차르트의 초상을 바라보며 사위가 말했다.
“친애하는 아마데우스 선생,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렇게 당신 음악을 듣습니다.”
나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 경이로운 블로그를 운영하는 미지의 분에게 경의를 표하고 또 다른 곡을 들었다.
‘친애하는 아마데우스’와 비슷한 고전음악 감상 마니아 사이트로 ‘이동활의 음악정원도 있다. 인터넷 ID는 ’http://cafe.daum.net/musicgarden이다. 시 한 줄, 소설 문장 하나 잘 만들기 위해 밤새워 고심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블로그이다.
'친애하는 아마데우 스'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이 만든 소박한 감상실이고 '이동활의 음악정원'은 음악전공 교수가 음악 동호인들을 위해 마련한, 가입회원이 12만 명이나 되는 감상실이다. 둘 다 주인이 올린 음원이 대부분이지만 가입 회원들이 올린 음원도 많다. 거기 접속하면 마음대로 수천 곡의 정통 클래식 음악 속을 헤엄칠 수 있다.
그것들은 경이롭도록 광대한 음악의 밀림이다. 찾아가기는 쉽다. 인터넷 창에 위의 영문 주소를 쳐도 되고 포털사이트 '다음'에 접속해 검색창에 위의 카페 블로그 이름을 치면 곧장 연결된다. '이동활'은 배호와 나훈아의 대중가요, 명시와 명문장, 회원들의 자작시, 테마 사진, 경치 사진 등 고전음악 외에 잡다한 정보가 있어 조금 복잡하지만 교향곡만 7백 편에 달하는 등 음원이 많고 별도 검색창이 있다. 거기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치면 수십 개의 음원이 뜬다. '친애하는'은 간결하게 음악만 수천 곡이 있다.
2~3년 전 두 카페를 발견하고 서재 집필 작업 중 거기 의지하며 지내 왔다. 여러 날 원고에 매달려 손끝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지쳤을 때 더 큰 위안은 없었다. 집에 수백 장의 CD와 연주실황 DVD, 그리고 성능이 괜찮은 재생기기를 갖고 있지만 그게 더 편리하다.
사위와 나는 저작권이 보호되는 때에 어떻게 음원 공유 서비스가 가능한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대학 초년생 시절 종로 2가 영안빌딩에 있던 음악감상실 '르네상스'에 드나들던 추억을 사위에게 들려주었다. 그때는 좋은 음악 듣기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지금은 참 편리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날 밤 딸네 식구들을 배웅하고 나는 한 가지 착안을 했는데 내 이름으로 된 인터넷 카페의 대문에 좋은 음악을 스무 곡 쯤 걸어두자는 것이었다. 여섯 해 전에 우리 동대 출신이며 내가 지도한 소설교실 문하생 출신인 김숙 작가가 ‘소설가 이원규와 푸른 날개’(http://cafe.daum.net/novelistleelove)라는 인터넷 카페를 하나 만들어 주었다. 그것을 통해 제자들과 연락하고 소설 지망생들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늘 새로운 소식이나 자료를 담을 수는 없는 일이라서 단조로운 느낌이 들었던 터였다.
그러나 저작권 때문에 쉽지 않았다. 다음날 ‘다음 뮤직’이라는 곳에서 20곡을 골라서 샀다. 음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연주자를 고를 수는 없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곡들이다.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랜덤 플레이 형식으로 순서 없이 그것들이 연속으로 흘러나오게 하였다.
가입회원이 아니더라도, 위의 영문 ID를 모르더라도 누구든지 ‘다음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창에 ‘소설가 이원규와 푸른 날개’를 치면 저절로 연결되어 두 시간 동안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음악 20곡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친애하는 아마데우스’를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저절로 음악을, 매번 순서를 바꿔서 들을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좋다.
인터넷 때문에 문자언어를 종이책에 찍어 독자들에게 보내던 문학은 한없이 위축되어 불만인데 이런 행복한 일도 있다. 그러니 인터넷은 이율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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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시집: 동국대학교 출신 문인들이 매년 출간하는 시집.
*이원규:소설가. 인천 출생. 인천고 및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월간문학』신인상 및『현대문학』장편공모 당선으로 등단. 소설집「훈장과 굴레」「침묵의 섬」「깊고 긴 골짜기」「황해」「천사의 날개」「펠리컨의 날개」, 대하소설「누가 이 땅에 사람이 없다 하랴 1~9」, 르포르타주 「독립전쟁이 사라진다」, 인물평전「약산 김원봉」「김산 평전」등. 동국대 예술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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