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관현악

베토벤/교향곡 4번 내림 나장조 Op. 60 -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로만짜 2010. 11. 5. 00:30

Symphony No. 4 in B flat major, Op. 60

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Ⅰ. Adagio - Allegro Vivace - 전악장 연주

 

Album Title: Beethoven Symphony No. 4 in B flat major, Op. 60

   Common Name: Symphony 4
   Composer: 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Conductor: Carlos Kleiber
   Orchestra: Munich Bavarian State Orchestra
   Genre: Classical Period / Symphony
   Date Written: 1807
   Period: Classical
   Country: Austria
   Venue: Nationaltheater Munchen
   Recording Date: 05/03/1982

Label: Orfeo D'or
Audio CD (September 9, 1994)
Recording Time: 33 minutes

베토벤의 교향곡들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들은 대개 홀수 번호의 교향곡들이다. [교향곡 제3번] ‘영웅’과 [교향곡 제5번] ‘운명’, 리듬이 강조된 [교향곡 제7번]과 성악이 들어간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오늘날 베토벤 교향곡들 중 가장 자주 연주되고 있으며 강하고 투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가장 베토벤다운 음악으로 여겨진다. 반면 베토벤의 짝수 번호 교향곡들 중에서 [교향곡 제6번] ‘전원’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우아함과 유머감각을 갖추고 있음에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베토벤의 짝수 교향곡들이 베토벤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여성적이고 서정적이며 유머러스한 점이 많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짝수 번호 교향곡들은 베토벤 음악의 색다른 모습을 담고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1. Adagio - Allegro Vivace
2. Adagio
3. Menuetto. Allegro Vivace
4. Allegro Ma Non Trop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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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적, 서정적 특성을 가진 베토벤의 짝수 교향곡

슈만이 이 작품을 그리스 미인이 비유했듯이 [4번 교향곡]은 고전적 명랑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걸작이다. <출처: NGD>

베토벤의 짝수 번호 교향곡들 중에서도 [교향곡 제4번]은 그 뛰어난 작품성에 비해 그다지 널리 연주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 곡은 베토벤이 남긴 교향곡 중에서도 영웅적이고 남성적인 힘으로 가득한 [교향곡 3번] ‘영웅’과 [교향곡 5번] ‘운명’ 사이에 낀 작품이기에 작곡가 슈만은 이 교향곡을 가리켜서 “두 명의 북구 거인 사이에 끼인 그리스의 미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리스’라는 말은 이 작품의 고전적인 특성을 가리키고 ‘미인’이라고 한 것은 [교향곡 4번]이 [교향곡 3번]과 [5번]에 비해서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베토벤 [교향곡 4번]을 ‘그리스의 미인’에 비유한다면 그 미인은 아주 활동적이고 발랄하고, 또 변덕스럽기도 한 미인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그리스 미녀는 1악장에서부터 종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변덕스럽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4번]에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1악장에나 나타나는 혼란스럽고 신비로운 서주가 나오는가 하면, 하이든 풍의 활기찬 음악도 들을 수 있으며, 아다지오 악장의 숭고한 아름다움과 베토벤의 장난기와 유머도 나타나고 있어 무척 변화무쌍하다. 이는 하이든의 고전주의 교향곡의 명랑한 활기와 유머감각을 많이 닮았다. 그러나 베토벤이 이 곡에서 보여준 것은 하이든의 고전주의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세련된 고전주의라 할 수 있다.

이미 [교향곡 3번] ‘영웅’에서 낭만주의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베토벤이 그 다음 교향곡을 이렇게 생기발랄한 고전적으로 작곡한 것은 다소 의외다. 아마도 베토벤은 [교향곡 4번]의 작곡을 의뢰한 프란츠 폰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취향을 배려하여 고전주의적인 음악양식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베토벤은 1806년에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영지인 북부 슐레지엔 지방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곳에서 베토벤은 자신의 [교향곡 제2번]을 선보였다. 하이든도 마음에 들어했던 이 교향곡은 고전적인 정신과 우아한 서정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아마도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마음에도 들었을 것이다. 베토벤은 작품 의뢰인인 오퍼스도르프 공작을 위해 공작이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자신의 [교향곡 제2번]의 고전적인 스타일에 준하여 새로운 교향곡 작곡에 착수했고, 그 결과 베토벤의 가장 낭만적인 [교향곡 제3번]에 이어지는 [교향곡 제4번]은 고전적인 명랑함을 지니게 되었다.

 

반전과 활력, 유머와 위트 - 베토벤의 색다른 매력

1807년 3월, 베토벤의 [교향곡 제4번]이 그의 [코리올란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함께 프란츠 조세프 폰 로브코비츠 공작의 저택에서 초연되었을 때 대부분의 청중들을 1악장 도입부의 느린 템포와 떠도는 화성에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악보에 표시된 조성 기호에 따른다면 분명 이 도입부는 B플랫 장조가 되어야 하지만 들리는 음악은 B플랫 단조이며 매우 신비롭고 어두운 색채로 가득하다. 1악장의 느린 서주가 현악기의 피치카토(현을 퉁기는 주법)가 가미된 관악기의 화음으로 시작되면 현악기들이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3도 하행 선율을 연달아 연주한다. 베토벤은 이 신비로운 서주 부분에서 매우 과감한 전조를 감행해 B플랫 단조에서 갑작스럽게 B단조로 건너뛰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마치 전혀 다른 시공간의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 기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또다시 C장조와 d단조로 정처 없이 흐르는 조바꿈이 계속되다가 팀파니와 화려한 트럼펫이 가세하면서 드디어 1악장의 악상은 확실한 윤곽을 잡기 시작한다.

1803년경의 베토벤 모습. 1806년에 완성한 [교향곡 4번]에는 유머, 고전적 미와 같은 베토벤의 색다른 모습이 나타나 있다. <출처: wikipedia>

팀파니와 트럼펫에 힘입어 곧바로 전체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빠른 알레그로 비바체 부분에 진입하면 바이올린이 경쾌한 주제를 연주하면서 1악장의 활기 찬 제1주제가 연주되는데, 신비로운 도입부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이 주제는 잠시 후 목관악기들이 릴레이를 하듯 연주하는 장난기 어린 제2주제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간결한 형식미와 위트가 돋보이는 1악장은 간결하고 명쾌한 형식으로 음악에 추진력을 더하는 베토벤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다.

2악장에서 베토벤은 매우 느린 ‘아다지오’(Adagio)의 템포 기호를 사용한다. 이는 [교향곡 제9번] 3악장에 나타나는 템포로,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매우 느리고 장중한 성격을 지닌다. 제2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부점 리듬의 반주음형을 타고 흐르는 제1바이올린의 노래는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아름답고 신성하다. 그러나 때때로 제2바이올린의 반주음형이 전면에 나타나 강박적으로 반복되며 아름다운 제1바이올린의 주제와 대비된다.

3악장은 전형적인 스케르초의 빠른 템포의 위트 넘치는 음악이지만, 형식이 크게 확장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대개의 스케르초는 리듬이 강조된 스케르초 부분에 이어 소수의 악기들로 실내악적으로 연주되는 트리오 부분이 나온 후 다시 처음의 스케르초로 되돌아가는 단순한 'ABA' 형식을 취하지만, 이 곡에서 베토벤은 이 악장 뒷부분에 스케르초와 트리오, 스케르초를 더하여 규모를 좀 더 확장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4번]은 바이올린과 목관악기의 뛰어난 기교가 요구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을 주는 작품이기도 한데, 이런 특징은 4악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제1바이올린 주자들은 마치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를 연주할 때처럼 매우 빠른 16분 음표들을 끊임없이 연주해야하고 바순과 클라리넷 주자 역시 중간 중간 매우 빠른 악구를 화려하게 연주해내야 하기에 4악장은 연주자들에게 꽤 부담이 되는 곡이다. 하지만 그만큼 청중에게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간과 즐거움을 전해주는 음악이기도 하다.

베토벤은 시종일관 빠르게 질주하는 4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갑자기 바이올린과 바순이 주제 선율을 느리게 주고받는 악구를 끼워 넣어 청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하지만 곧바로 빠르게 휘몰아치는 템포로 음악을 마무리하는데, 이는 베토벤이 구사한 음악적 유머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초연 당시 베토벤이 이 교향곡에서 선보인 유머감각과 정교한 작곡기법은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인 1811년, 독일의 <일반음악신문>은 교향곡 3번과 5번 사이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이 걸작 교향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4번]은 아직까지 그다지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위트로 가득한 작품이다.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주와 격정적이고 화려하며 임찬 알레그로, 세련되며 우아한 안단테와, 완전히 독창적이며 놀랍고 매혹적인 스케르초, 그리고 매우 효과적인 피날레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즐거우며, 이해하기 쉽고, 매우 매력 있다.

만일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나 [합창 교향곡]에 익숙한 청중이라면, 베토벤의 [교향곡 4번]에서는 뜻밖의 반전과 활력을 느끼며 베토벤 음악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추천음반
베토벤 [교향곡 4번]을 담은 음반으로는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주립교향악단의 음반(orfeo)이 유명하다. 열정과 활기로 충만한 클라이버의 매력이 한껏 펼쳐진 연주다.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sony)의 역동적인 연주와 발터가 지휘하는 컬럼비아 심포니오케스트라(sony)의 명쾌한 연주도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노링톤이 지휘하는 런던 클래시컬 플레이어즈의 음반(EMI)도 추천할 만하다. 이외에도 다 명기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만큼 뛰어난 명반이 곡의 명성만큼 많이 존재한다.


글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글 출처: 네이버 오늘의 클래식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