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악장 Allegro assai
1악장 (Allegro assai)
서두의 주제는 사람의 마음 깊숙히 있는 무엇인가를 치는 듯한 목멘 소리이다. 몇 번이나 불안하게 쳐서 울리고 중단되면서 그것은 폭발적인 노여움에 의해 일격에 부서질 때까지 집요하게 계속된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정신과 한층 커다란 세계인 자연 혹은 신(神)등으로 이름지어진 것들과의 대화를 엿 볼 수 있다.
주제 제시를 할 때 베토벤은 여기에서 모든 악장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는 근원 동기를 설정하고 있다. 이 동기는 곧 다음의 이른 바 나폴리 6도 반음상의 조로 반복되어 주제의 상호관계는 C-D┒-C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주제의 제시 반복은 앞의 <발트시타인 소나타>에서는 한음 아래에 나타나 있는 것으로, 그 후 도미넌트에 의해 정지된다.
<열정>에는 비슷한 도식에 의한 동기의 반복에 의해 도미넌트가 지속되어 페르마타에 의한 폭발에 의해 더욱 극한까지 강조되었다가 페르마타로 이어진다. <열정>에서 볼 수 있는 이와 같이 얽혀 있는 주제 제시의 방법은 <발트시타인>의 구도를 토대로 하여 반복 응용한 것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하늘로부터의 일격, 침묵의 페르마타 이후 주제는 반복되어 제시되는데, 거기에서 주제는 2개로 나누어져 베토벤이 의도한 ff에 의한 감정의 폭발과 pp에 의한 애원하는 동기와의 극단적인 대립을 나타내게 된다.
제2주제는, 제1악장 전체를 지배하는 단조, 미친 듯이 난폭한 정열에 의해 흔들리는 악상 속에서 단 하나의 장조 악구이다. 그것은 어두운 밤에 하나의 등불을 밝히는 것과 같이 일시적이긴 하지만 마음에 편안함과 안락함을 준다. 이처럼 상반되는 2개의 개념이 실은 동일한 율동 동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제2주제에서 잠깐 보여준 희망도 이어져 눌러 내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사라져 버리고 음악은 여섯잇단음표의 빠른 악절에 의한 충동적 감정의 흐름에 의해 단숨에 전개부를 끝낸다.
여기서 주의를 끄는 것은 소나타 형식에서 필수적인 제1악장 제시부의 반복이 생략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제시부의 너무도 격정적인 음악 표현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베토벤은 그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을 피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작곡가 모로이 마꼬또씨의 탁월한 견해에 따라 그 원인을 뒤의 전개부의 구조에서 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즉, 전개부에서는 제시부에서 이루어진 소재의 제시, 제1주제와 그 추이, 제2주제를 제시부와 매우 흡사한 구조로 나타내면서 주제 반복으로 음악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베토벤 제시부에서 반복되는 것을 피한 이유를, 전개부에서 주제를 제시부에서 유사한 순서로 등장시키는 것으로 설명하며 그 위에 음악적 발전의 의미를 제시부의 반복과 전개부를 병용하는 방법으로 잘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재현부 주제 반복 후 음악은 점차 증대하는 여섯잇단음표에 의해 악상은 미친 듯한 폭풍우를 이루며 파국을 향해 단번에 떨어져 간다. 그리고 코다의 앞 한순간의 음울한 정신적 허탈 상태를 나타내는 곳에서는 대단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음악을 좀더 단순화시켜 크게 살펴본다면, 코다 안에 묶여 있는 제2주제의 출현에 의한 편안하고 사랑스런 조성, 곧이어 파국을 향해 돌진하는 광란의 움직임까지도 최초의 중요한 근원적 주제 동기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코다의 폭발적인 몰아침, 그것에 의해 그의 존재는 파멸했을 것이라고 밖에 여겨질 수 없는 비정한 영혼의 부르짖음을 마지막으로 고유한 침묵의 페르마타와 베토벤이 구석에 적어 놓은 ppp와 함께 제1악장의 극적인 음악은 사라져간다.
제2악장 Andante con brio
2악장 (Andante con brio)
앞의 악장에서 흘러 넘쳤던 감정의 일대 격양 후에 출현하는 제2악장 안단테를 통해 제시되는 경건한 기도의 감정은 그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것이다. 베토벤은 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몰두해서 그것으로부터 영혼의 안식을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가장 단순한 주제가 실은 제1악장의 주제 동기의 진행과 그것에 화음 붙임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창조력으로 밖에 할 수 없다.
주제는 2부 형식의 변주로서 진행되는데, 제1, 제2변주로 진행되어 가면서 음표의 단위도 8분, 16분, 32분음표로 세분화되어 제3변주에서 점점 고양된 정신은 하늘을 날아오르듯 하고, 안식을 찾은 행복한 기분은 천상의 노래 소리와 같이 공간에 가득 찬다. 다시 경건한 기도 소리에 의한 대화 풍의 진행이 있은 후, 그것은 돌연 정지하고 정신은 불안에 떨며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이 때 갑자기 감7화음에 스며든다. 그리고, 다음에 하나의 커다란 음향과 함께 이 감정적인 제2악장은 사라져 가는 것이다.
제3악장 Allegro manon troppo
3악장 (Allegro manon troppo)
'폭풍우'의 마지막 곡인 이 제3악장에 대해 신트라가 베토벤에게 "작품 31의 2와 <열정 소나타>를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가?"라고 질문한 것에 대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어라"고 했던 베토벤의 대답은 이 악장에 대한 한 적당한 암시라 할 수 있겠다. 불어닥치는 바람,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파도와 같은 동기, 그것은 하나의 소재이며 '폭풍우'는 다시 말해 감정의 폭풍우이다. 세상의 몰이해와 불운한 생활 때문에 창조주를 몇 번이나 저주했음에 틀림없을 베토벤으로서는 치명적인 귀의 질환, 그리고 세상이 공평하지 못한 대해 발끈 성이 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극 <템페스트>의 주인공으로서 음모에 걸려 망망대해의 무인도에 버려져 복수심으로 불타는 프로스페로의 신조에 대해 베토벤이 커다란 공감을 가졌던 것은 충분히 상상이 되는 일이다.
제3악장 맨 처음의 동기 제시는 전곡을 통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1악장 처음의 동기가 순환 동기로 제시된 것으로, 이는 제3악장의 주제 제시의 배경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그것은 제2주제에도 비슷하게 반영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 마지막 악장은 형식적으로 약간 문제를 갖고 있다. 전개부에서 새로운 주제가 제시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순환 동기로부터 고안된 스포르찬도를 동반한 싱코페이션에 의한 격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 후 음악은 세차게 흐르는 물과 같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흐르고, 또 그것으로부터 폭발적인 고조를 보이며 재현부에 이른다. 그런데 코다에 돌입하기 전에 반복에 의해 전개부를 두 번 반복하게 되는데, 이 반복에 대한 형식적인 해명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로 논의될 수 있다. 전반에 반복 없이 후반만 코다 앞에 두 번 반복하는 방법은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베토벤은 코다로 전혀 새로운 주제를 출현시키는 것을 늦추고 싶었던 것이다."라는 도란드 트베이의 설이 있다. 이것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베토벤이 당당히 구조적 개량을 시도했던 창작 태도를 생각 해 볼 때 이 설명은 다소 경솔한 감이 없지 않으며, 이 <열정 소나타>와 같이 구조적으로 걸출한 재현부에 대한 근거 있는 설명이라고 할 수 없다.
제3악장의 음악적 구조에 대해서 좀더 탐색해 보면 제 1악장 소나타 형식에서 제시부의 반복이 생략되었던 이유를 전개부의 구조에서 그 원인을 발견했던 것을 떠올린다면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즉, 제3악장을 론도 형식과 같은 구조로 생각해 보면, 전개부에 새로운 주제 제시가 있는 것에서 그것은 C의 부분이라 생각해 보는 것이 가능하다. 또, 그 전개부는 제시부와 같이 딸림음에 의한 감9도 화음에 의한 동기 제시부터 시작하여 즉시 내림 나 단조의 주제가 제시되며, 그 후 새로운 율동에 의해 C부분이 나타난다. 나아가 그것은 동기의 겹쳐 쌓음에 의한 스트레타(stretta)가 되며 클라이맥스를 형성한다. 즉, 이 부분은 ACA'의 구조이기도 하며 최초 제시부의 제1, 제2주제, 그후 스트레타 ABA'와 거의 같은 도식적 구조가 된다.
거기에서 제3악장을 소나타 형식으로 보는 경우, 전반 제시부 반복의 생략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후반의 반복은 어떠한가?
반복만 예를 들면, 초기의 작품 2의 1 <바 단조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 혹은 같은 작품 2의2 제1악장 후반에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복의 예가 있다. 그리고, 더욱 가까운 예로는 그 전 작품 54의 제2악장이 있다. 이 기묘한 2악장으로 이루어진 소나타 마지막 악장은 소나타 형식이라고도 론도 형식이라고도 볼 수 없는 끊임없는 움직임이 있어 코다 앞에 후반의 반복이 있다. 그 구조적 도식은 거의 이 <열정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과 같은 구도를 가지고 있음으로 볼 때, 베토벤이 의도한 형식상의 답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 설명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코다의 동기에 대해서 트베이가 새로운 주제로 설명했던 것은 실은 새로운 장식이기도 하며, 그것은 제1주제 동기로부터 고안된 동기로서 그것에 대해 전혀 악상으로 긴박함을 던져 주는 것이다.
마지막의 프레스토는 이러한 마지막 후반의 반복에 의해 조금 처진 듯한 다음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장식을 갖니 동기 출현의 효과는 대단히 크다. 듣는 사람은 이 감정의 파도에 휘둘리며 그 회오리에 휩쓸려 버리게 된다. 이 프레스토는 소나타 작품 31의2 <템페스트>의 마지막 악장의 다소 부족한 면을 다시 보이지 않기 위해 또한 <발트시타인>이나 작품 54의 마지막 악장에서 이미 실험을 통해 입증해 보인 코다의 효과를 냉정하게 고려해 본 다음에 실로 완벽하게 구성한 것이다. 베토벤은 이 <열정 소나타>에 의해 피아노 소나타 역사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악장 (Allegro assai)
Piano: Artur Schnabel
2악장 (Andante con brio),3악장 (Allegro manon troppo)
Piano: Artur Schnabel
1악장 (Allegro assai)
Piano: Daniel Barenboim
2악장 (Andante con brio),3악장 (Allegro manon troppo)
Piano: Daniel Barenboim
'베토벤은 작품을 쓰기 전에 이미 하나의 상념(이데아)이 있었다. 그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라고 일컬어진다. 그리고 이 '무엇'은 베토벤의 창작에 있어서 아주 초기 작품 2에 대한 세 개의 소나타를 들 수 있다.
초기에 작품에 나타난 이 세 가지 요소-'어두우면서도 초자연적인 내면 세계의 격정', '맑고 깨끗한 서정', '태양과 같은 밝음과 생명력에 넘치는 약동'은 그의 생애 전반에 걸쳐 작품에 반영되고 있다.
중기에 있어서도 감정의 폭풍우를 이루는 <열정 소나타> 작품 57이나, 맑고 깨끗한 서정성에 넘치는 <피아노 협주곡 제4번> 작품 58, 그리고 만물의 생명의 근원인 '태양'과 같은 밝음과 광채에 넘치는 <발트시타인 소나타> 작품 53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베토벤과같은 천재의 창조 과정에 있어서도, 예를 들어 생애에 걸쳐 언제나 어떤 상념을 지니고 있었다고 치더라도 그의 모든 피아노 작품에 있어서 이 <열정 소나타>와 같이 정점에 설 수 있는 걸출한 작품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의해 우연치 않게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마디로 중기의 걸작이라고 요약되는 소나타에 이르기까지 베토벤은, 태어나서 줄곧 지니고 있었던 상념을 곡을 쓰면서 여러 가지로 시험해 보고 작품으로 쌓아 나갔음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만 한다. 중기에 접어들며 "나는 지금부터 새로운 길을 간다."라고 선언한 베토벤은 이미 작품 31의 3개의 소나타에서 여러 가지 기법상의 실험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것은 <열정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만 보더라도 이미 작품 31의 2 <템페스트>의 제3악장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어 거기서 구체적으로 <열정 소나타>의 실험작이 되는 음악 발전의 방향을 추구하였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 그 형식적·구성적 완성은 작품 31의 1 <사 장조 소나타>의 마지막 론도의 종결부 프레스토에서, 다음 <템페스트>의 마지막 악장에서, 또 <발트시타인>의 마지막 코다에서 프레스티시모로 몰아가는 것이나, 전(前) 작품 소나타 바 장조 작품 54의 제2악장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빠른 악장(惡想)과도 같은 형식적인 유사성을 중시하면서 하나씩 착실하게 실험을 거쳤다는 흔적을 볼 수 있다. 또, <열정 소나타>가 탄생하게 된 1804년 봄은 그 장대한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의 완성과 함께 내노라 하는 베토벤도 힘에 부쳐 병으로 쓰러져 수개월동안 병마와 싸우게 되었다. 거기에 덧붙여, 조금씩이긴 하지만 청각의 두드러진 악화와 베토벤의 진정한 위대함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매한 청중과의 싸움도 끊이질 않았다.
세상의 몰이해에 대해 불손하게까지 여겨질 정도로 고결하고 의연하며 자존심이 강했던 그도, 내적으로는 계속 가라앉는 정신과 육체의 고통을 견뎌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정신 상태가 <열정 소나타>를 낳는 토양이 되었던 것으로, 태어나서 줄곧 가지고 있었던 어두움이 가득한 데모니슈한 감정과 어울려 작품 창조에 실마리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이 <열정 소나타>가 헌정된 프란츠 브룬스비크 백작은 베토벤에게 있어 몇 안 되는 가장 절친한 친구중의 한 사람이었으며, 그 교제는 만년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더욱 의미 심장하게 생각되는 것은 이 프란츠가 여자 자매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는 사실과 그 중에서도 베토벤의 영혼에 누구보다 친밀한 관심을 쏟았음에 틀림없는 여성-테레제 폰 브룬스비크 백작의 딸로서 오랫동안 '불멸의 연인'으로 확산되고 있는 테레제라는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 또 최근 들어 확신되고 있는 테레제의 동생 조세피네 폰 다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프란츠는 이들 두 여성의 오빠였다. 그렇다면 이 소나타를 진정으로 헌정한 대상은, 그가 속이 깊은 베토벤이었음을 감안할 때 프란츠 이외의 다른 사람이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