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Unplugged In New York
번뇌로부터 열반(Nirvana)으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고통과 시름의 사슬을 끊고,
푸르디푸른 나이에 죽음이란 영원한 자유를 택했다. 그는 비록 한방의 총성과 함께 먼지가 되어 사라졌지만,
비탄에 몸을 가누지 못하던 커트의 추종자들은 그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연신 추모의 행렬이 이어지고 예전 '27살 망자의 서클' 짐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이 그러했듯
커트의 유작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망이 판매량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아는
지능적인 음반사는 역사 저편으로 사라진 코베인 최후의 앨범 <언플러그드 인 뉴욕>(MTV Unplugged In New York)을
재빠르게 시장에 대량 살포하고, 또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하면서
그를 추모하는 지구촌 음악 팬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수록곡>
1 - About a girl
2 - Come as you are
3 - Jesus doesn't want me for a sunbean
4 - The man who sold the world
5 - Pennyroyal tea
6 - Dumb
7 - Polly
8 - on a Plain
9 - Something in the way
10 - Plateau
11 - Oh me
12 - Lake of fire
13 - All apologies
14 -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당연히 팬들은 너바나 최고의 음반으로, 일제히 '시애틀 그런지' 충격파를 몰고 온 이제는 신화가 된 작품
<네버마인드>(Nevermind) 아니면 다음의 문제작 <인 유테로>(In Utero)를 꼽을 줄로 안다.
인디의 순수성을 고집하는 사람의 선택은 차라리 <블리치>(Bleach)일 것이다.
확실히 <언플러그드 인 뉴욕>은 너바나의 시그니처 앨범일 수 없다. 그럴지언정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어떤 앨범도 이것만큼 정서적 회한과 미련을 주지는 못한다. 이것의 의미는 '음악 이상'이다.
커트가 사망하고 6개월 뒤 빛을 본 이 앨범은 아쉬움과 미련에 목말라있던 팬들의 기대에 부응함과 동시에
기존 발표작들과 함께 빌보드차트에 재등장하며 음반관계자들까지 일석이조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단숨에 빌보드 1위를 점령했고 추모 타이밍을 타면서 세계적으로 500만장의 판매고라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CD뿐 아니라 비디오로도 발매되어, 그의 생전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불태웠다.
1993년 11월에 녹음된 후 거의 1년 만에 발표된 <언플러그드 인 뉴욕>에는 커트의 특장인 포효하는 보컬도,
그런지를 규정하는 폭발적인 드러밍과 귀를 찢는 기타 노이즈 사운드도 없다. 전기 플러그를 제거한 '무장해제' 속에
단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고요 속에 외치는 커트의 억제된 보컬과 단순 코드의 생기 잃은 기타멜로디
그리고 맥 빠진 드럼사운드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오리지널 이미지가 너무 강렬한 탓에 원래 어쿠스틱한 'Dumb', 'Polly', 'Something in the way'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래들이 강성 그런지를 선호한 사람들에게는 김빠진 맥주처럼 느껴질 수 있다. <블리치>에 수록되었던
단순한 초기 그런지 송 'About a girl'이 싱글로 나왔지만 신작의 호기심만큼은 못 되었다.
앨범의 백미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닌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미트 퍼페츠(Meat Puppets),
바셀린스(Vaselines) 그리고 초기 블루스와 포크의 시조 리드벨리(Leadbelly)의 커버 버전들이다.
커트와 너바나의 음악에 자양분을 제공해준 그룹으로 평가되는 인디 밴드 미트 퍼페츠의 3곡
('Oh me', 'Lake of fire', 'Plateau'를 들어보면 얼마나 이 그룹이 커트의 기타 리프를 비롯해 곡조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바셀린스의 'Jesus doesn't want me for a sunbeam'
그리고 데이비드 보위의 'The man who sold the world'와 리드벨리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에서의
희망 잃은 코베인 특유의 보컬은 원곡을 압도함과 동시에 그의 마지막 레퀴엠처럼 더 음울하다.
건조한 창법임에도 감정이입의 꿈틀거림은 그만의 것이고 이 앨범만의 특전이다. 그래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기 노래를 듣고 동정과 회상의 눈시울을 적셨다. 특히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한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는
록 음악 역사에서 가장 온냉(溫冷)이 교배된 독특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을씨년스런 가사와 읊조리듯
으르렁거리는 코베인의 노래는 실로 압권. 그를 '90년대의 가장 위대한 보컬리스트'로 정의하는데 조금의 무리가 없다.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에 의해 붐이 조성된 제도권 MTV 프로그램에 그와 너바나가 출연했다는 것은 놀랍다.
하지만 어쿠스틱 사운드와 분노를 거세한 듯한 노래 속에서도 커트의 시대적 코드 '절망과 어두움'은
불씨를 지피고 있다. 절대로 허약하지 않다.
너바나는 리더의 자살로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 자신들의 음악을, '위대한 유산'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이 앨범과 함께 기꺼이 묻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파장은 90년대가 끝날 때까지 휴지(休止)를 사양했다.
90년대 초반의 록에 호기심을 갖는 후대 사람들은 행여 <네버마인드>로 그런지와 얼터너티브의 정체성을 파악했다고
여겨선 곤란하다. 그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반드시 이 유작으로 정리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마침표 이후 물론, 현실의 끝이 역사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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